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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

        꼬마가 눈을 떴다.

       

        “큭!”

       

        눈을 뜨자마자 벌떡 일어나려던 아이는, 이내 몸을 웅크리며 신음을 흘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옷이 해질 정도로 고생했을 정도였기에 몸 상태 역시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리하지 말거라.”

       

        “허억! 너, 너는 누구냐?!”

       

        뒤늦게 내 존재를 눈치챈 아이가 푸른 청안을 빛내며 나를 노려보았다.

        그런 아이에게 다가가 이마 위로 손을 올려다보았다.

       

        “읏?!”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왔구나.”

       

        이 차원의 인간들 평균 체온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한 후 들고 온 것을 내려놓았다.

        마을의 인간들이 아플 때 먹던 음식을 참고해 만들어 본 음식이다.

       

        “먹거라. 무려 3일이나 기절해 있었으니, 영양 섭취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맛은 기대하면 안 된다.

        에코가 좀 도와주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몇천 년간 요리는커녕 음식을 불에 구워 먹어 본 적도 없는 드래곤이니까.

        물론 내가 준비한 것은 곡물을 물에 장시간 끓이고, 거기에 소금과 약간의 향신료를 넣은 ‘죽’에 가까운 음식이었다.

        만들기 쉬운 음식이었기에, 아주 못 먹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정말로 오랜만에 만들어 본 나의 음식이 아이의 앞에 놓였고…….

       

        쨍그랑!

       

        아이는 팔을 휘둘러 내가 내려놓았던 음식 그릇을 쏟아버렸다.

       

        “음?”

       

        “넌 누구냐?! 여긴 어디지?”

       

        마치 털을 부풀리고 이빨을 드러내는 것 같은 인간의 아이.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배려가 너무 없었구나.”

       

        아무리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새끼 짐승이라고 하더라도, 모르는 존재에게 이빨을 드러내며 경계심을 가질 수 있는 법이거늘…….

        아무래도 너무 오랜만에 어린아이를 거두어들인 탓일까? 잠시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탁!

       

        슈르륵!

       

        손가락을 튕기는 것으로 마법을 시동시킨다.

        그러자 바닥에 쏟아진 음식의 시간이 되돌아가며 다시 내 손 위로 올라온다.

       

        내가 행하는 마법을 멍한 얼굴로 바라보는 아이의 손 위에 음식 그릇을 올려 준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허나, 3일이나 영양을 섭취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힘을 낼 수 없는 법이란다.”

       

        “어?”

       

        “경계심을 드러내려거든, 우선은 영양을 충분히 보급한 이후에 하는 것이 옳은 일이지.”

       

        “아, 아니. 그보다 방금 그거…….”

       

        “우선은 먹거라. 대화는 그 이후에 하자꾸나.”

       

        “아니! 방금 그거 마법이었……!”

       

        아이의 금발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            *            *

       

       

        – 그저 드래곤 행동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저 때도 마이페이스셨군욬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ㄹㅇㅋㅋ

       

        “원래 경계심을 가진 아이들을 상대할 때는, 상대가 경계심을 가지지도 못할 정도로 당황시킨 후 밀어붙이는 게 좋단다.”

       

        어린아이들은 워낙 흥밋거리가 휙휙 바뀌기에, 그 점을 이용한 꼼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슈르네를 다루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 그런데 마법 사용하실 줄 아셨나요?

        – 그러게.

        – 드래곤이면 크게 이상하지는 않은데…….

        – 메카 드래곤이라서 좀 그럼.

       

        “1만 년이나 살아왔는데, 간단한 마법도 사용할 줄 모를 리가 있겠느냐?”

       

        마법뿐만이 아니라 오러나 초상 능력도 몇 가지는 사용할 줄 안다.

        물론 내 힘보다는 효율적이지 않아서 그냥 알고만 있다 정도뿐이지만 말이다.

       

        “당연하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마법은 그저 교양 수준이란다.”

       

        마법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내가 알고 있는 마법은 대부분이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마법이 대부분이다.

        전투 마법? 불덩어리를 만들어서 날리는 것보다는 주위의 금속을 조종해서 꿰뚫어 버리는 것이 더 간단하고 빠르다.

        이동 마법? 내가 마음만 먹으면 차원 찢고 건너갈 수 있는 드래곤이다.

        치유 마법? 이건…… 뜻밖에 필요하다.

       

        – 엌ㅋㅋㅋㅋㅋ

        – 잘 말하다가 갑자기 왴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물론 나는 필요 없단다. 드래곤인 내가 상처를 입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있다고 하더라도 재생력이 좋거든.”

       

        다만 나 이외의 다른 이들에게는 필요하더라.

        아무튼 그렇다 보니 내가 알고 있는 마법은 생활 마법과 치유 마법 쪽에 치우쳐져 있다.

        심지어 교양 수준으로 익히고 있다 보니 마법으로 초월을 이룬 다른 이들에 비해 허접하기 그지없다.

       

        “기껏해야 중상인 이들을 완전히 회복시키는 정도뿐이란다.

       

        – ?

        – ??

        – ?

        – ???

        – ??

        – ?????

        – 중?상

        – 아니, 라나님?

        – 세계 최고의 힐러 능력자가 몸 절반 날아간 사람 겨우 재생시키는 정도였지 않나?

        – 어라? 라나님 설마?

       

        시청자들의 뭐라고 말하지만 애써 무시했다.

        또 나를 놀리는 말이나 하고 있겠지.

       

        “아무튼 그것이 ‘리온’과의 첫 만남이었단다.”

       

       

        *            *            *

       

       

        리온과의 만남 이후 나의 생활은 크게 달라졌다.

       

        그 이전에는 그저 온실에서 이 세상의 작물들을 돌보며 연구하고, 숲을 돌아다니며 산책하고, 가끔 마을에서 다친 이들이 오면 마법을 사용하거나 항생제 같은 것들을 조합해 치료해 주던 생활이었다.

        하루하루가 그저 똑같이 굴러가는…… 그런 생활.

        하지만 리온이 온 이후로는 하루하루가 새로웠다.

       

        “그래. 변명할 기회를 주마.”

       

        나는 내 앞에 무릎 꿇은 슈르네와 리온을 내려다보며 팔짱을 꼈다.

        양팔을 들고 있던 슈르네가 포르르 날아오르며 말했다.

       

        = 엄마!

       

        “왜 그러느냐?”

       

        = 배고파!

       

        “그렇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슈르네를 잡아 뱃살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시작되는 간지럼 체벌!

       

        = 으햐햐햐햐햐햐햑!!!

       

        추욱!

       

        축 늘어진 슈르네를 리온의 머리 위에 올려 둔다.

        그리고 무릎 꿇고 양팔을 들어 올린 리온이 슬그머니 내 눈치를 보았다.

        할 말 있느냐?

       

        “그…… 마녀님. 이것은 어디까지나 슈르네가 먼저 시작했습니다.”

       

        “그렇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리온을 들어 품에 안았다.

        그리고 리온의 옆구리를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으갸갸갸갸갸갸갹!!!”

       

        추욱!

       

        마찬가지로 축 늘어진 리온을, 눈물 흘리고 있는 거대한 짐승의 머리 위에 올려 둔다.

        몸 전체가 거대한 갑각과 뿔에 둘러싸인, 집채만 한 짐승이 머리 눈을 뜬다.

        머리 위에 인간의 아이와 드래곤 한 마리를 올려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듯한 짐승은 눈물을 흘리며 훌쩍거렸다.

       

        나는 훌쩍거리는 짐승의 부어오른 앞발에 치유 마법을 걸어 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성체가 되지 않은 리온은 그렇다 치고.

        진작에 성체가 되어서 독립한 슈르네는 왜 아직도 나에게 양육의 고통을 느끼게 하는 걸까?

       

        “후! 이제 괜찮을 거다.”

       

        꾸으으응!!

       

        쿵!

       

        슈르네와 리온의 장난에 의해 앞발을 다쳤던 거대한 짐승이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나에게 그 거대한 얼굴을 내밀며, 조심스럽게 나를 혀로 핥기 시작했다.

       

        할짝! 할짝!

       

        “음.”

       

        크기가 워낙 크다 보니, 아바타인 내 전신이 짐승의 혀에 휩싸여 흠뻑 젖어 버린다.

        나는 고마움을 표시하는 짐승의 머리를 톡톡 두드려 주며 말했다.

       

        “이제 돌아가 보거라. 어미가 기다리고 있지 않으냐.”

       

        꾸으응!!

       

        구우우우우우우웅!!

       

        내 말에 대답한 짐승이 천천히 숲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가 하던 것들을 바로 위에서 내려다보던, 진짜로 작은 동산만 한 크기를 가지고 있던 어미가 고마움이 담긴 울음소리를 길게 내기 시작한다.

        고맙긴…… 애초에 내 아이들이 먼저 시작한 일이지 않으냐.

       

        천천히 숲 깊숙이 사라져가는 모자를 지켜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이 나이까지 육아의 고통을 느껴야 하나?

       

        ‘남편…… 보고 싶다.’

       

        보통 드래곤들은 가족 개념이 적은 편인데, 특이하게도 내 남편은 나와 우리 자식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여주었었다.

        나야 전생에 인간이었던 기억이 있다지만 내 남편은 그런 것도 없었는데 말이다…….

       

        이제는 없는 남편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축 늘어진 슈르네와 리온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내가 리온을 거둔 지 벌써 5년.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어느새 리온은 내 집에서 놀랍도록 잘 적응했다.

       

        처음의 그 까칠하던 성격은 어디 갔는지, 요즘에는 슈르네와 합심해서 검은 숲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여러 장난을 치고 있는 형편이었다.

        덕분에 바빠진 것은 바로 나.

        검은 숲에는 제법 지능이 높은 생물들도 많이 살았는데, 그들로부터 리온과 슈르네의 장난에 살기 힘들다는 민원(?)이 계속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 입장도 이해되는 것이, 리온과 슈르네는 어쨌든 나의 아이들이다.

        현재 검은 숲의 우두머리는 나고, 우두머리의 부하(?)들이 숲에서 장난을 치고 있는데 감히 그들을 건드릴 수도 없는 노릇인 것이다.

        게다가 비록 슈르네의 전투 능력은 형편없더라도…… 어쨌든 슈르네 역시 초월자다. 감히 필멸자가 건드리기 뭣한 존재인 것이다.

       

        덕분에 요즘엔 5년 전의 한가로웠던 생활이 그리워질 정도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아바타만 말이다.

       

        ‘본체도 좀 도와주면 안 되나?’

       

        물론 잘 알고 있다.

        여기서 본체가 움직였다가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혼란이 펼쳐진다는 것을 말이다.

        차라리 아바타인 내가 좀 바쁜 게 더 낫지, 본체가 움직였다가는 검은 숲 전체가 요동치기 시작할 거다.

       

        “마녀님! 이제 팔 내려도 되나요?”

       

        = 엄마!

       

        “어허!”

       

        은근슬쩍 농땡이를 부리려는 슈르네와 리온을 혼낸다.

        툴툴거리며 뺀질거리기 시작하는 두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래…… 장난 좀 치면 어떠랴.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번에 매주 수요일마다 모임이 잡혀서, 아무래도 대비를 해야할 것 같네요.

    앞으로는 이렇게 늦는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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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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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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