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63

        

       “음…”

         

       [무림천하]에는 무공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하지만 뭐 그 기능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 역시 한두 번 파보기는 했지만 별로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그냥 문파를 창설했을 때 문파무공이 필요하니까 그때나 가끔 무공을 만들곤 했지.

         

       일단 무공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효율적인 작업이라 실리적인 이유가 없었지만 내가 이 기능을 외면한 가장 큰 이유는 무공을 창안해 봐야 나오는 무공이 그냥 양산형 무공이었기 때문이다.

         

       무당파의 무공은 태극이 그려지고 화산파의 무공이 매화가 흩날린다면 그냥 플레이어가 만든 무공은 개성이나 멋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검술 그 자체.

         

       정해진 보기 몇 개 안에서 조합해 만들어지고는 끝이었다.

         

       “무공이라.”

         

       나는 무공을 수련하며 강해지는 주인공의 모습이 좋아서 무협지에 빠졌다. 산골에서 수련하고 세상에 나가서 이런 저런 경위로 무공이나 스승을 만나서 또 정진하고 사건을 겪으면서 또 무공을 상승시키고…

         

       무림천하에 떨어졌으니 나 역시 무공을 파 보고 싶었다. 뭐 누구나 무협세계에 들어오면 절대고수가 되어 보고 싶겠지.

         

       그러니 이류라는 벽을 깨기 위해 2년간 온갖 노력을 다 했다. 아무리 고인물이었다고는 해도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던 내가 무림의 15살 청소년이 되어 세상에 적응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년. 이 무림천하에 적응하기 위해 들인 시간이 1년인데 이류라는 벽 하나를 넘겠다고 노력한 시간은 2년이다.

         

       딱히 좌절했다던가 그런 건 아니었다. 그냥 현실을 알게 된 거지.

         

       뭐 그다지 대단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열 여섯 살짜리 호천안이 세상을 배우는 과정에 불과했다.

         

       환생트럭 그 자식이 날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겠다 약속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당연히 이 세상에 떨어졌을 때는 플레이어 캐릭터라고 생각하며 기대를 품었을 뿐이었다.

         

       돈을 모아서 유명한 의원에게 몸을 보이기도 했고 영약을 섭취하거나 상승무공을 습득하면 이류의 한계가 뚫릴 줄 알고 목숨 걸고 몇 개 구해보기도 했다. 그 외에도 별별 짓을 다 했지.

         

       그 과정속에서 나는 깨닫는 것이 있었다.

         

       지금 내가 딛고 있는 이 땅은, 내가 머릿속으로 꿈꾸던 무협지 속이 아니라 그냥 무림천하라는 현실이구나.

         

       나 역시 주인공이 아니며 그저 이 무림천하 속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내가 특별하지도 않고 선택받지도 않았음을 받아들였다.

         

       그러니 그냥 적당히 만족하기로 했다.

         

       절대고수가 되지는 못해도 속이 꽉찬 이류무사 정도면 뭐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 어중간한 중소문파의 무인들 따위는 쉽게 상대할 수 있으니까.

         

       뭐 타협이라면 타협이지만 어차피 다 그렇게 살아가는 거 아닌가? 하고 싶다고 뭐든지 다 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누구나 알잖아. 현실에는 엄연히 한계라는 것이 존재하고 벽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저 보이느냐 보이지 않느냐의 차이일뿐.

         

       뭐 이제는 더 이상 이류로서 웅크리고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틀을 깨기로 했지만 정말 진심으로 미친 듯이 일류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살기 위한 선택지였다.

         

       아니 선택지가 아니다. 그냥 내가 살기 위한 방편이 이것 하나였을 뿐.

         

       무공은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목적이 아니다.

         

       그냥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자 도구일 뿐이지.

         

       그래서 도박을 익혔다. 나에게 있어 무공이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는 도구였으니 새 도구를 갖추어야 했으니까.

         

       내가 익힌 도박 기술은 거의 대부분 내가 만든 것이다. 도박기술은 제대로 익힌 자는 드물고 그 제대로 익힌 자들 중에서도 자기 기술을 전수해 주는 자는 더욱더 드물었으니까.

         

       그러니 뭐 어쩌겠어 혼자 만들어야지. 한때 마술이나 핸드 트릭에 관심을 가졌기에 그 기억을 비빌 언덕 삼아 하나 둘 시행착오를 거치며 만들어냈다.

         

       그런 도박기술이 당도경의 손을 거쳐 무공이 되었다.

         

       내가 무공이라는 도구를 포기하고 새로이 갈고 닦은 도구인 도박기술. 그 도구가 당도경의 손을 거쳐 다시 무공으로 가공되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웃음이 나왔다. 내 한계 경지가 이류가 아니었다면 도박 기술을 익혔을까? 뭐 아마 익히긴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정만 되었더라도 지금과 같은 형태의 도박 기술은 아니었겠지.

         

       그랬다면 지금처럼 당가맹호암룡투법이라는 무공이 만들어 질 수 있었을까. 오랜 시간 무림천하를 플레이 해 온 나에게도 생소한 저 무공이 말이다.

         

       모르겠다.

         

       그 답을 알 수 없어서 나는 그저 당도경이 펼치는 당가맹호암룡투법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그저 도구가 또 다른 도구로 바뀌었을 뿐인 광경.

       

       나는 그 뿐인 광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 ***

         

       “자, 여기서 이렇게 손을 교차하는거란다. 뒤에서 보이니 잘 보이지?”

         

       “네에! 오라버니!”

         

       호천안이 옆에 바짝 붙어 있는 당려아를 보며 미소 지었다. 내일 학당에 나가서 친구들에게 재주를 보여 준다고 했던가. 열의 있는 학생의 모습에 호천안 역시 천천히 손을 움직이며 간단한 마술을 가르쳐 주었다.

         

       “그럼 야 형, 본인은 잠시 나갔다 오겠소. 려아를 부탁하지.”

         

       “다녀오세요! 도경 오라버니!”

         

       “알겠소. 자 려아야. 이렇게 쥐고 손을 이렇게 비틀면…”

         

       “앗, 됐다! 성공했어요!”

         

       “그래. 잘했다. 조금만 연습하면 나보다 잘 하겠는걸?”

         

       바깥으로 나가는 길에 들려오는 대화를 들으며 당도경은 미소 지었다.

         

       당도경이 향하는 곳은 가주의 처소였다.

         

       “가주, 도경입니다.”

         

       “그래. 들어오거라.”

         

       이미 한밤중이라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었지만 당광렬은 도경의 방문에 의아함조차 표시하지 않은 채 당도경을 맞이했다.

         

       “야 선생 때문에 방문한 것이냐?”

         

       “하하, 그렇습니다.”

         

       당도경과 당광렬이 마주 앉았다.

         

       “저는 야 형이 도박사이고 실용적인 목적으로 무공을 익혔다 생각했습니다.”

         

       당도경은 호천안을 무인이라기보다는 도박사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사천낭인의 대부분, 아니 정확히는 흑묘와 호천안을 제외하면 다들 무에 대한 열정이 뛰어났다.

         

       낭인객잔 내부의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수련을 하지 않는 쪽이 눈치가 보일 지경이다.

         

       그럼에도 호천안은 홀로 수련을 나오지 않았으니 그냥 무공에 뜻이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오늘 당가맹호암룡투법을 보고는 좀 다르게 보이더군요.”

         

       “나 역시 그리 느꼈다.”

         

       당광렬과 당도경은 당가맹호암룡투법을 본 뒤의 호천안의 표정을 뭐라 묘사해야 할지 고민했다.

         

       “울분이 서린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쩌면 선망일지도 모르지.”

         

       단순히 자신의 기술이 무공으로 바뀌어 펼쳐지는 것에 대한 감상을 담았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복잡다난한 표정이었다. 당광렬도, 당도경도 호천안이 당가맹호암룡투법을 견식하며 정확히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저 호천안의 눈빛에 서린 무(武)에 대한 갈망을 읽었을 뿐.

         

       당도경이 장난스레 말했다.

         

       “야 형이 천하제일의 도박사인 것은 인정하지만 무에 관해서는 저희들이 몇 수 위이지요.”

         

       “하하하! 그래 맞는 말이다. 오늘은 무척이나 놀랐다. 야 선생의 식견이 보통이 아닌 줄은 알고 있었지만 도박 이론 뿐만이 아니라 무학의 이치에 대해서도 박식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으니까.”

         

       “예, 그렇지요.”

         

       당도경은 낮의 호천안을 떠올렸다. 아닌 척 연기를 하려고는 했지만 중간부터는 그 연기조차 잊어버리고 열띤 어조로 무학의 이치를 설파하던 그 모습을.

       

       실제로 당가맹호암룡투법은 고작 하루의 시간만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호천안이 제안한 무학의 이치. 그리고 당광렬이 사파와의 실전에서 사용했던 근접 암기술. 무공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당도경의 방향성. 이 세 가지가 요소가 당가맹호암룡투법을 크게 발전시켰다.

       

       체계적으로 엮어내기에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지만 오늘 하루 동안 쌓은 재료들을 제대로 엮어내기만 한다면  당가맹호암룡투법이 더욱 강하고 완성도 있는 무공이 될 것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그 비약적인 발전에는 호천안의 지분이 적지 않았다. 

       

       “그저 단순히 이류 무인이 경험한 것만으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무학의 이치들…무공에 대한 열정과 노력 없이는 쌓을 수 없는 지식들 말입니다.”

         

       당도경이나 당광렬이나 그 부분에서 진한 위화감을 느꼈다. 어째서 호천안은 이류인가? 유독 이론에만 박식한 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두 사람이 본 호천안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신체도 잘 단련되어 있었고 도박을 하는 손놀림만 보아도 무재가 부족할 리가 없었다.

         

       두 사람의 눈에 비친 호천안의 모습은 절정의 벽에 막히는 것은 몰라도 일류의 벽에 막힐 자가 아니었다.

         

       눈빛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호천안이 이류의 경지에서 나아가지 못하는 어떤 특별한 원인이 있다는 생각.

         

       “가주님, 이 당도경이 주제 넘은 청을 드리고자 합니다.”

         

       “허허! 도경아! 섭하구나! 어디 야 선생이 너의 은인이더냐! 나 당광렬의 은인이자 이 당가의 은인이다!”

         

       당광렬이 탁상 위를 툭툭 두드렸다. 당도경은 당광렬이 가르킨 물건을 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가주께서 이미 다 꿰어 보고 계셨거늘 제가 괜히 호들갑을 떤 모양입니다.”

         

       “아니다. 이 역시 귀한 보상이라고는 하나…야 선생은 범상치 않으신 분. 그 나름대로의 수단을 강구해 보셨을 터인데 해결을 하지 못하신 것을 보니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당광렬은 일주일 전을 떠올렸다. 전후사정을 듣자마자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곧바로 행동하고 해결책을 위한 안배를 쌓아가던 호천안의 모습을.

         

       그야말로 비범한 심계!

         

       ‘그런 혜안을 가진 선생이 스스로의 일을 방치할 리가 없다. 백방으로 노력해 보았겠지만…실패하신 것이겠지.’

         

       현재의 상황을 고려해보면 호천안이 꽤나 발품을 팔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그렇게 발품을 팔고 아무런 성과가 없다면? 그저 은인을 잔뜩 고생만 시키게 될 뿐이었다.

         

       “그러니 실패할 때를 생각해 물질적인 보상을 하나 드리고 싶구나. 너와 혈옥비를 두고 겨루었다고 들었다. 선생께서 특별히 원할만한 물건이 있겠느냐.”

         

       “음….”

         

       고민하던 당도경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떠신지요?”

         

       가주의 처소.

         

       은혜를 두 배로 갚기 위한 두 당씨의 토론은 깊은 밤까지 이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무래도 좋을 게임 무림천하의 [무공창안] 컨텐츠 TMI.

    게임 무림천하의 무공창안 컨텐츠는 진짜 자신이 원하는 무공을 창안해 낸다기보다는.

    [청룡검법]을 익힌 채로 문파를 창안했을 경우 [청룡검법]의 마이너 카피인 [이무기검법]을 만들어 내는 기능입니다.

    [이무기검법]으로 무공창안을 하면 이제 [구렁이검법]이 나오는 식입니다.

    *[으읭]님 [100코인]을 보내주셨네요.

    매 화 댓글을 달아주신 정성..뱃지부터 범상치 않으신 분…호달달.

    후원 감사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