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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

       =승리!=

        

       5연승을 알리는 음악이 울려퍼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이템을 분배하여 팀 화력을 끌어올리는 이타적인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은 이예나는, 평소보다도 압도적으로 게임을 캐리해나가고 있었다.

        

       물론, 언제든지 피지컬을 기반으로 한 캐리롤을 맡는 것이 가능했기에 가능한 플레이였고-

        

       《으음……. 도적……도적이 좋았네요.》

        

       실제로, 이예나는 대부분의 국면에서 피지컬과 심리전으로 교전을 찍어누르는 방식으로 이득을 취했다.

        

       나오나에 대한 지식이 깊으면 깊을수록. 스텝 한 번에도 깔려있는 심리전의 진의를 파악하면 파악할 수록, 더욱 경악할 수밖에 없는 실력.

        

       그러나 안타깝게도, 순수하게 그녀의 실력에 찬사를 보내는 채팅은 오히려 드문 편이었다.

        

       『와 미쳤다 진짜』

       『리딸 한 번만 치자』

       『얘 대리 아님? 여자가 이 정도면 프로하지 왜 ㅈ하꼬 스트리머 하고 있어』

       『도적만 끼면 운빨망겜 되는 좆 같은 게임 진짜』  

       『게임은 남친이~ 보이스는 여친이~ 돈은 육수가 슛! 게임은 남친이~ 보이스는 여친이~ 돈은 육수가 슛! 게임은 남친이~ 보이스는 여친이~ 돈은 육수가 슛!』

       『이 방송은 매니저 없어서 좋네』

       『캠 켜 캠 켜 캠 켜 캠 켜』

        

       왁자지껄한 정도를 넘어 소란스럽고 시끄럽게 느껴지는 채팅창과, 쏟아지는 1,000원어치 악질 도네이션들.

        

       그 난장판을 보는 레반의 감상은, 처음 이예나의 방송을 보게 되었을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미쳤네, 진짜.’

        

       어디 갤러리를 통으로 옮겨오기라도 한 건가 싶은 채팅창은, 매니저 한 둘로는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상태였다.

        

       방치되었던 몇몇 어그로와 악질 종자들이 마음껏 날뛴 결과.

        

       처음엔 소수였다지만- 단 한 장의 깨진 유리창이 규율을 어겨도 괜찮다는 인상을 줘서, 결국 인근 지역의 범죄율을 올린다는 이론도 있지 않은가.

        

       ……다만, 이 경우엔 첫 유리창은 사실 스트리머 본인이 깨뒀다고 봐야할지도- 라는 생각과 함께, 레반은 두 눈을 살짝 찌푸렸다.

        

       ‘……저 아이디는……익숙한데.’

        

       본인 방송에서 점잖게 채팅을 치던 시청자들의 아이디조차 드문드문 보였던 탓이었다. 지금 치고 있는 채팅의 내용은……제대로 읽고 싶지 않을 지경이었지만.

        

       이런 방송과 겹치는 시청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 약간 우려스러운 일이었으나-

        

       이예나가 선보이는 플레이에서는, 그런 걱정 따윈 이내 잊힐 정도의 실력이 드러나고 있었다.

        

       이런 플레이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이 저런 채팅이나 치고 있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로.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사제 유저인데 보는 것만으로 PTSD 생긴 것 같아요 선생님……】

        

       《사제 유저라니……저런. 이 기회에 도적으로 전향하시면 어떨까요. PTSD는 인지행동치료로 개선할 수 있어요.》

        

       물론……이런 플레이를 하면서, 저런 나사빠진 헛소리만 늘어놓는 것도 납득은 가지 않았지만.

        

       손캠(?)을 켠 채로 했던 그 방송이 아니었다면, 레반조차도 정말 이 스트리머와 저 게이머가 정말로 동일인인지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15연승만 더 하면 챌린저 찍겠는데요 선생님?】

        

       《음……확인해볼까요?》

        

       이내, 화면에 500명의 챌린저들이 나열된 목록이 떠올랐다.

       

       대부분이 전현직 프로게이머로 구성되어 있으며- 레반 본인의 아이디도 지금 200등 언저리에 새겨져 있을, 명예로운 명단.

        

       최하단의 커트라인을 확인한 이예나는, 잠시 망설이는듯 침묵을 지키며 마우스로 492등부터 500등까지의 이름들을 긁어대고는-

        

       -후우.

        

       옅은 한숨과 함께, 다시 나오나 클라이언트에 접속하여 게임을 찾기 시작했다.

        

       어쩐지, 결의와 호승심이 느껴지는 숨소리였다.

        

       조금 전 이예나의 플레이를 보며 다시금 승부욕이 끓어오른 레반 자신조차 약간 두근거릴 정도-

        

       아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큐를 돌려보고 싶어질 정도로.

        

       * * * *

        

       『와 레반 부캐 또 잡혔네ㅋㅋㅋㅋ』

       『남캠쉑 뒷나질 하지 말고 방송이나 켜라~~~』

       『레이팅 많이 올라온듯ㄷㄷㄷㄷㄷ』

       『친숙한 이름들이구만』

       『법사야캐요 크겜 플로우 부캐 아닌가?』

       『슬슬 프로들 부캐도 잡히네 ㄷㄷ 진짜 챌 가나』

        

       조금 진정되어 가던 채팅창이 다시 파도치듯 술렁이고 있었다.

        

       같은 팀에 잡힌 사람들이 제법 유명한 걸까. 흘러가는 채팅들은, 팀원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저 광전사의 주구……REVAN이라는 아이디를 쓰고 있는, 저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저번에도 그러더니, 남캠이라는 단어가 많았다.

       

       어쩐지 광전사처럼 비겁한 거머리 같은 캐릭이나 하더라니. 게임 스트리머가 아니라 남캠이었구나.

        

       이어지는 채팅들에 순간적으로 방송 규칙에 ‘도적에 관한 이야기만 해주세요’를 써놓고 싶어졌지만, 꾹 눌러 참았다. 

        

       긍지 높은 도적부흥운동이다. 구걸하는 것처럼 보일 순 없지.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채팅창을 마우스 커서 4개를 합한 정도 크기로 축소했다. 프로니 레반이니 떠들던 채팅창이, 아주 작은 점들이 움직이는 수준으로만 보인다.

        

       포장지를 잘 덮은 느낌.

       

       게임이 끝나고 다시 열어보면, 분명 아름다운 채팅창으로 바뀌어 있을 거야.

        

       [아따먹: 도적 지하 갈게요]

       [법사야캐요: 남는데 가여]

       [REVAN: 봇기사갈게요 그러면]

       [법사좀지켜: 법]

       [도르륵: 기]

       [레퀴엠: 흠 2픽 광전사 유저 아님?]

       [레퀴엠: 걍 지하 광전사 가고]

       [레퀴엠: 5픽이 양보하면 안 되나]

       [아따먹: 도 지 갈]

       [레퀴엠: ???]

       [아따먹: 도적 지하 갈게요라는 뜻]

       [REVAN: 괜찮아요 제가 기사 갈게요]

       [아따먹: 도 지 갈]

       [레퀴엠: 니 애 미]

       [레퀴엠: 니애미라는 뜻]

       [법사좀지켜: 싸움 노노]

        

       참, 정겨운 채팅이다. 나오나 출시 초기에나 가능했던.

        

       영어 욕설은 잘 잡아내던 패러데이 게임스도, 세계 각국의 언어로 쏟아지는 욕설들을 일일이 검토할 역량은 부족했던 탓이었다.

       

       그 와중에 이런 건 전생이랑 똑같네.

        

       솔직히 그립진 않지만……크게 괘념치도 않는다.

        

       인 게임에서 플레이만 제대로 한다면.

        

       어깨를 빙글 돌려가며 풀어주고, 아껴 두었던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한 숟가락 크게 퍼서 입에 넣었다.

        

       ……가끔 먹으면, 게임 효율이 올라가는 느낌이니까. 스트레스도……좀 풀리고.

        

       그나저나,

        

       레반이라는 사람, 생각보다 쉽게 광전사를 포기하네.

        

       혹시 전향시킬 수 있으려나.

        

       어디 약점이라도……아니, 이건 아니지. 호감작……호감작이라도 해야 하나.

        

       어떻게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 * * *

        

       다문 잇새로 짜증 섞인 숨을 내뱉은 레반은, 당장이라도 앞으로 뛰어들어가 개싸움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 있었다.

        

       평소의 루틴대로 손을 두어 차례 쥐었다 편 후, 자세를 고쳐잡았지만- 가슴 속의 답답함은 쉬이 해소되지 않았다.

        

       가뜩이나, 같은 팀에 매칭된 것도 마음에 안 들었는데.

        

       교전도,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퉁!

        

       빈틈없는 방어자세를 취하는 상대 성기사를 향해 가볍게 찔러 넣은 견제기가, 마찬가지로 가벼운 움직임의 방패에 막혔다.

        

       방어로 인한 흔들림을 과장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검을 슬쩍 늘어트리며 반격을 유도했으나-

        

       짙은 남색으로 빛나는 타워쉴드를 든 기사는, 오히려 다시 한 걸음 거리를 벌릴 뿐이었다.

        

       부캐를 할 때면 종종 맞닥뜨리는 상황이었다.

        

       상대는 챌린저니까, 교전 붙어주지 말고 가능한 드러눕자는 마인드.

        

       ‘스태미너를 다 갉아 먹어야겠는데.’

        

       하지만 말이 쉽지, 작정하고 방어하려 드는 상대의 스태미너를 갉아먹는 건 어지간한 실력차가 아닌 이상 어려운 일이었다.

        

       방패를 든 왼손을 가볍게 늘어트린 채, 오른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지금부터 공격 일변도로 몰아치겠다는 선언이자, 도발.

        

       그에 발끈하기는커녕, 방패를 앞에 세우며 몸을 숨기는 상대방을 보고 있자니, 갑갑한 마음에 절로 한숨이 나올 것만 같았다.

        

       조금 전 그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아따먹의 플레이가, 다시 머릿속을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아따먹이라면, 여기서 스태미너를 어떻게 깎아냈을까.

        

       극한까지 상대를 끌어들이고,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강요한 후 카운터를 치는 그 특유의 플레이가 눈에 보이는 듯했다.

        

       그 괴상한 갑옷 구성과, 후드조차도, 눈에 보이는듯-

        

       “뭐야.”

        

       왜 진짜 보여.

        

       지하로 뛰었던 이예나가, 게임이 시작한지 3분도 되지 않아 지상을 찌르러 등장했다.

        

       뭐하는 짓이냐고 말을 할 틈도 없었다. 후드를 뒤집어쓴 도적은 은신한 채 빠르게 상대의 뒤로 접근하여, 두터운 판금 갑옷의 이음새에 길쭉한 단검을 찔러 넣었다.

        

       성기사가 뒤돌아서서 검을 휘두르기 전에, 빠르게 빠져나가야 할 타이밍.

        

       그러나 그녀는 반격이 늦어질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 혹은, 끝까지 지켜보고 피해도 늦지 않다는 듯이 – 일견 여유롭기까지 한 움직임으로 두 차례 더 공격을 이어 나갔다.

        

       이 정도까지 떠먹여주면,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었다.

        

       참지 못한 상대 성기사가 레반을 향해 가벼운 견제기를 던지며, 회피 동작을 취하는 순간.

        

       레반은 빠르게 도약하며, 찌르고 들어오는 상대의 검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냈다.

        

       그리고 이어서, 중단 자세로 들고 있던 검을 상대의 허리춤으로 휘두르며-

        

       뒤로 물러나며 회피하는 경우에 대비한 쉴드 배시 후 태클을 위한 준비동작까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어나갔다.

        

       쌍도끼 광전사 빌드에서 숙달될 만큼 숙달된 콤보.

        

       아니나 다를까, 자신과 이예나 사이에서 순간 망설였던 상대는, 첫 공격을 회피하느라 균형을 잃은 직후 태클에 무너져내렸고-

        

       가슴팍을 무릎으로 누른 채, 검을 역수로 찍어누르는 성기사 처형모션의 희생양이 되었다.

        

       속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좋은 합류였다는 말을 건네려던 순간.

        

       《……혹시, 나이 많으세요?》

        

       도적의 머리 위에 초록색 마이크 아이콘이 떠오르며,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이 들어왔다.

        

       조금 전, 실력이 부족한 상대를 빠르게 잡아내지 못하고 있었다고 조롱하는 걸까. 요즘 흔한, ‘아 늙기 싫다’ 따위의, 실력이 퇴화했다는 취지의 조롱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

        

       살짝, 발끈해서 대답하려던 레반은,

        

       《아. 질문이 조금……. 혹시…… 빌드 깎으세요?》

        

       이어지는 질문에,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과 함께 입을 닫았다.

        

       ……이예나와 일대일로 붙었던 비밀 부캐, 빌드깎는노인.

        

       들켰다.

        

       

       어떻게 알아본 건지는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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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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