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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

       권존의 말은 모든 대회 참가자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발언이었다.

       

       참가자 명단을 본 순간 다들 똑같은 생각을 했다. 화령을 이길 수 있을까? 저 괴물을 쓰러트릴 수 있을까?

       

       화령은 과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당장 아피스 현업 프로로 뛰어야 할 사람이 아마추어들이 노는 곳에 왔으니 양학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데케이가 이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

       

       여기 있는 누구보다 화령에게 많이 맞아 본 그다. 분명 화령의 실력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일을 저질렀다.

       

       대체 왜?

       

       “…열 받잖아.”

       “뭐?”

       “왜 나만 화령님한테 당해서 커뮤 사람들한테 욕을 들어야 해? 그냥 화령님이 괴물인건데 3초컷 영상 가지고 주작이란 소리를 들어야 하냐고! 억울하잖아!”

       

       그러니까 이 꼴이 날 걸 알면서도 다 한 번 좆 돼보라는 식으로 화령님을 초청했다는 이야기야?

       

       자기만 놀림 받기 싫어서 대회의 참가자들을 화령의 앞으로 밀어 넣었다고?

       

       “이 정신 나간 인간아!”

       

       권존이 머리를 싸맸다.

       

       이 인간 정말 사과 패티쉬라도 있는 게 아닐까.

       

       한 달에 한 번 정장을 입고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죽는 병에라도 걸린 게 분명해.

       

       왜 자꾸 자기 자신을 나락으로 밀어 붙이지? 저 정도 광기가 있어야 마이튜버로 성공할 수 있는 건가?

       

       권존이 생각하기에 지금 불을 막기 위해선 누군가라도 좋으니 화령에게서 한 판을 따내야 했다.

       

       그렇지만 지금 화령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이 대회에 없다.

       

       모든 참가자들이 합세해서 화령을 공격해도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가 의문스러운 상황에서 우승자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불씨는 데케이를 장작 삼아 아름답게 발화 할 예정이었다.

       

       “그래도 아직 이순님이 남았잖아! 1군에서 스카우트 요청이 왔단 그 사람이면 뭔가 보여주지 않을까?”

       “형. 하나만 물어보자. 형이나 내가 잘 준비하면 이순님이랑 비빌 수 있어. 없어.”

       

       데케이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가능했다.

       

       이순은 분명 잘하는 사람이었지만 그렇다해서 아예 승기를 잡는 게 불가능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화령은 달랐다.

       

       데케이는 몇 판을 하더라도 화령에게 승리를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참가자분들한테 돌릴 사과문이나 생각해놔.”

       

       *

       

       편사러브와의 싸움이 끝난 후로 경기는 빠르게 진행됐다.

       

       강자로 점쳐지던 권존을 정면에서 깨부순 하린은 그보다 약한 상대를 보란 듯이 이긴 후 위로 올라왔다.

       

       이순도 마찬가지였다.

       

       본인이 매력적이라 느낄 수준의 환검을 소유한 그는 당연하다는 듯 위로 올라왔다.

       

       다른 한 놈이 있기는 했지만 눈여겨볼 만한 녀석은 아니었다. 대진운이 좋았다 할 수 있겠지.

       

       그렇게 4강이 준비되었고, 이번 나의 상대는 하린이었다.

       

       “화령님. 안 봐주실 거죠?”

       “당연한 소리를 하는 구나.”

       

       이 자리가 어디 가르침을 주는 자리더냐.

       

       이 곳은 대회다. 투쟁을 위한 장이다.

       

       내 이전에 너무도 한심하여 한소리를 해주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자들을 만나 여러모로 입을 놀렸지만 본디 이 곳은 가르침과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다.

       

       하린 그대는 무인이란 단어를 붙이기조차 민망했던 둘과는 달리 무인의 길에 들어선 이 아니더냐.

       

       내게 자비를 기대하지 말도록.

       

       “전력으로 오거라.”

       

       하린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녀는 패배를 알면서도 물러섬없이 내게 달려들었다.

       

       어떻게든 내게 한 방이라도 먹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래. 이것이 무인이지.

       

       이전의 한심한 것들을 상대하다 하린을 마주하니 웃음이 샐 지경이었다.

       

       분명 하린은 최선을 다했다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아직까지 그녀와 나 사이에는 커다란 격차가 있었으니까.

       

       “딱 한 방이라도 먹이고 싶었는데!”

       “계속 정진하다 보면 언젠가는 닿을 수 있을 것이다.”

       “정말요?“

       ”내 그대에게 거짓을 말해 무엇하겠느냐.“

       

       물론 난 하린에게 그 언제가 얼마일지에 관해 말하지는 않았다.

       

       이제 막 무인의 길에 들어선 그녀의 주먹이 내게 닿기 위해서는 최소한 몇십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할 터였으니.

       

       말장난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배려였다.

       

       나는 대통령이 되겠다 말을 하는 어린 아이에게 그게 말이 되는 꿈이냐 다그치는 낭만 없는 어른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결승에 오른 내가 만나게 된 것은 이순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 대회에서 그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것은 권존이나 하린 외에는 없었으니까.

       

       첫 경기 투쟁의 장소로 정해진 곳은 태양이 내리쬐는 유적지였다.

       

       나쁘지 않구나. 이 곳은 별다른 변수가 없는 장소이니 이순도 도주를 택하진 않겠지.

       

       사막의 흙을 밟으며 고개를 든 순간 이순과 눈이 마주쳤다.

       

       왠지는 모르겠으나 이순은 내 눈을 보더니 뒷걸음질을 쳤다.

       

       “왜 그러느냐?”

       “눈이.”

       “흠? 본인의 눈이 뭐 이상하더냐?”

       “아뇨. 아닙니다.”

       

       거. 싱거운 녀석이구나.

       

       사내가 되었으면 할 말은 할 줄 알아야지.

       

       “몇 수를 양보하겠다. 들어오거라.”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뒤로 빼지 않는 것은 마음에 드는 구나.

       

       그 당소일이라는 녀석은 수를 내주겠다고 해도 오지 않아 참으로 답답했었는데 말이다.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이순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직접 눈으로 보게 된 그의 환검은 실로 매혹적이었다.

       

       그야말로 아귀와 같은 검이구나.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연격은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나 실상은 다르다.

       

       그것은 공격을 견디다 못해 상대가 움직이게 하기 위한 미끼다.

       

       공격을 받아주기만 하다간 이대로 패배하겠다는 조급함을 만들어 낸 후 자신이 판 함정 속으로 끌어들여서 집어삼키는.

       

       악랄하고도 악독한 검.

       

       모두가 허수이며 모두가 살수.

       

       상대를 자신이 짜낸 무대 위의 꼭두각시로 만드는 저 검은 환검이란 단어가 어울렸다.

       

       상대에게 불리라는 환상을 보게 만들어 패배로 끌어들이는 검이니.

       

       좋구나.

       

       그대는 상대할 가치가 있다.

       

       자신의 검이 어떤 것인지를 정하고 성과를 이루어 낸 그대에겐 경지의 일부를 보여줄 의미가 있다.

       

       자아.

       

       그러면 조금이지만 진심을 내어 보마.

       

       이런 환검에서 빠져나오는 법은 간단하다.

       

       무얼 복잡하게 수많은 검로 중에서 빈틈을 찾아내려 하느냐.

       

       그 모든 검로를 박살내면 그만인 것을.

       

       공격과 공격 사이에 난 자그마한 틈을 노려 주먹을 내질렀다.

       

       상대를 노린 것이 아니었다.

       

       상대가 펼친 환상을 노린 것이었다.

       

       수많은 검로 속에서 만들어진 환상은 견고했으나 나의 권을 견딜 만큼 견고하지는 않았으니.

       

       환이 부서졌다.

       

       이순은 공격에 집착하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좋은 판단이다. 자신의 공세가 무너진 상황에서 억지를 부리면 그대로 무너지게 될 터였으니 말이다.

       

       “기뻐하거라. 본인은 그대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십니까.”

       

       왜 그리 떨떠름한 표정이더냐. 그대보다 한참은 윗선에 있는 사람에게 인정을 받았으면 기뻐해야지.

       

       “그러니 좀 힘을 내마. ”

       “아뇨. 그러실 필요는.”

       

       이순이 나를 만류했으나 본인은 이미 그러기로 결정을 내렸다.

       

       본인의 결정을 막고 싶다면 그대의 검으로 막아 서거라.

       

       혀가 아니라 자신의 무기를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무인이니 말이다.

       

       내기를 운용하며 발을 앞으로 내딛는다.

       

       발로 밟는 것은 대지가 아니다.

       

       천마란 스스로가 하늘이 된 존재이기에 천마의 발걸음이 짓누르는 것은 하늘이자 세상일 지어니.

       

       공기가 짓눌린다.

       

       주변의 건물이 우지끈 하는 소리를 내며 무너진다.

       

       사막의 열기조차도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그 속에서도 이순은 굳건히 두 다리로 세상에 서 있었다.

       

       본인의 군림에 저항하고 있었다.

       

       “대단하구나.”

       “이..게! 무슨…”

       

       으음. 확실히 이 몸으로 군림보를 사용하는 건 무척 비효율적이구나.

       

       지닌 내기의 양이 적어 현실의 나처럼 세상 만물을 짓누를 수가 없으니 말이다.

       

       본래라면 이순도 저항하지 못한 채 사막의 흙을 퍼 마시고 있어야 했을 터인데.

       

       어찌 보면 잘 되었다 할 수도 있겠구나.

       

       본래 내 몸이라면 조금도 즐기지 못했을 터이지만 지금 이 허약하기 그지없는 몸이라면 투쟁을 즐길 수 있으니.

       

       “가겠다.”

       

       버텨보거라.

       

       이겨내보거라.

       

       본인의 투쟁심에 불을 붙여 보거라.

       

       그대라는 무인이 얼마나 높은 수준에 도달했는지 증명하거라!

       

       *

       

       데케이에게 대회 섭외를 받았을 때 이순은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

       

       이순이 최근 대회에서 성적을 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검성으로 낸 성적이다.

       

       대회 컨셉에 맞춰 검신으로 출전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이순 본인도 예측할 수 없었다.

       

       어쩌면 검성을 하기 전에 그랬듯 허무하게 탈락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순이 검신으로써 대회에 나가기로 결심한 것은 그의 본질이 검신이라는 캐릭터에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검성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 실력이 늘어 검신을 완벽하게 활용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검성을 버릴 생각이었다.

       

       이순은 이번 대회로 자신의 검신 실력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를 확인하기로 결심했다.

       

       만약 궤도에 올랐다는 생각이 든다면 다른 대회에서 검신을 들고 나가겠다 생각을 하면서.

       

       그는 최선을 다해 대회를 준비했다. 대회 출전자들의 명단이 나온 순간부터 밤을 지새워 가며 분석을 거듭했다.

       

       검신의 재데뷔 무대가 될 예정이다. 그의 실력이 패배해서 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의 준비가 부족해서 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권존이나 당소일같은 우승 후보 외에도 그를 제외한 15명 모두의 플레이를 찾아봤다.

       

       이 사람은 이 부분이 약점이네. 나중에 노려봐야지. 이 사람의 버릇은 이거구나. 이 사람은 여긴 강한데 이 부분은 영 어설프네.

       

       개개인에 맞추어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할 지를 생각하던 그였지만 단 한 사람. 한 명의 참가자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화령.

       

       최근에 급부상한 천마 유져.

       

       화령의 영상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요 근래 아피스 커뮤니티에 매일 같이 돌아다니는 게 화령의 영상이었으니까.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렇지만 영상을 보고 분석을 하려 하니 문제가 생겼다.

       

       이순이 보기에 화령은 게임의 유저보다는 레이드 보스라고 부르는 게 맞는 인간이었다.

       

       이 사람을 어떻게 하면 1:1로 이길 수 있지?

       

       이순은 도저히 그 해답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바로 체념을 한 건 아니었다.

       

       그는 어떻게든 화령의 약점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화령도 어쨌든 간에 인간이니 어딘가에 빈틈이 있을 것이라 믿으며 영상을 보고, 보고, 또 보았다.

       

       그 끝에 이순이 내린 결론은 단 하나였다.

       

       이 사람은 이길 수 없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화령이 잘하는 유저라 한들 그녀가 사용하는 천마라는 캐릭터는 다른 이들이 사용하는 것과 똑같았다.

       

       아피스가 RPG게임도 아닌데 캐릭터 사이의 격차가 있을 리가 없었다.

       

       이순도 머리로는 그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화령을 볼 때마다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화령의 실력은 이해의 범주를 벗어나 있었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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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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