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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

       

       

       

       

       [이어서 다음 소식입니다. 사우디 왕세자의 방한 일정이 공개되었습니다. 우선 정상 간의 친교를 위해 대통령 관저에서 오찬을 진행하고, 이후 정유업계와 일부 대기업 오너들과의 간담회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첫 방한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빠듯한 일정인데요. 일각에선 사우디 왕세자가 빠르게 일정을 끝마치려는 이유에……]

         

         

       음.

       확실히 차무식이 극도로 경계한 것이 호들갑이 아니었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대단한 인물인 것 같긴 하네.

         

       항상 서울시 도로를 꽉 채우고 있던 유동 자동차가 완벽하게 정리되어있는 모습만 봐도 정부에서 이번 사우디 왕세자의 방문에 얼마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지 느껴질 정도였다.

         

       심지어 모든 뉴스 채널을 돌려봐도 온통 사우디 왕세자 얘기 아니면 927 작가의 얘기뿐이었다.

         

         

       “크흠! 은우야.”

         

         

       그때 내가 앉아있던 소파에 아버지가 헛기침을 내뱉으며 어색하게 앉으셨다.

         

         

       “그… 한빛예고는 다닐만하고?”

       “그냥 무난하죠. 근데 학기 초여서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 아, 그리고 요즘에는 양아치 같은 학생은 잘 없지? 너랑 똑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종종 봤는데 다들 뭔가 머리카락색이나 복장이 화려해 보여서.”

         

         

       한빛예고의 학생들의 스타일이 워낙 자유 분망한 건 유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명색이 대한민국 최고의 예고라고 불리는 곳인데 아무래도 아버지가 생각하는 양아치 같은 학생은 없지.

         

       뭐… 근데 있어도 딱히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걔네가 제정신이 아닌 이상 저한테는 안 덤비겠죠.”

       “하하. 하긴 몇 년 전부터 조용석이라는 친구랑 계속 운동을 해왔으니 그것도 그렇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잠시 어색한 기류가 맴돈다.

         

       지금도 그렇고, 며칠 전부터 계속 드는 생각이지만 최근 가족들의 분위기가 조금 이상한 것 같긴 했다.

         

       뭔가 내 눈치를 계속 보고 있다고 해야 하나……?

         

         

       “아빠가 너 언제 복귀하냐고 궁금해하더라.”

       “아니 이 사람이? 나보다 더 궁금해한 사람은 당신이잖아.”

         

         

       갑자기 우리의 대화를 듣고 소파 쪽으로 다가온 엄마의 말을 들으니 대충 상황이 이해된다.

         

       아무래도 다들 내 은퇴 건 때문에 눈치를 보고 있는 모양.

         

       하긴, 은퇴 사유로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이 스트레스를 다가왔다고 못 박아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가…….

         

         

       “어쨌든 아들아 이왕 은퇴했으니까 이제라도 마음 편히 쉬렴. 엄마는 항상 너를 응원하는 쪽이란다.”

       “엄마…….”

         

         

       쓰으읍…….

         

       그래도 이번 건 조금 감동적이긴 하네.

         

         

       “그래. 이참에 쉬는 기간 동안 연애도 해보고 예술적 영감도 더 기르고 그러는 거지 뭐. 마침 예고니까 예쁜 여학생들도 많지?”

         

         

       ……음?

         

         

       “원래 뛰어난 예술가나 문학인에게 사랑이란 감정은 엄청 좋은 영감 거리가 되잖니.”

       “오, 그럼 당신 말대로라면 다음 장르는 멜로 쪽인가?”

         

         

       갑자기 서로 웃으며, 티키타카를 주고받으시는 두 분.

         

       서로 죽이 참 잘 맞는 것 같아서 아들의 입장에선 당연히 보기 좋은 광경이다.

         

       어쨌든.

         

       ……그렇구나.

         

       저쪽은 이미 내가 복귀를 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구나.

         

       적어도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일단 내 감동부터 돌려줬으면 좋겠다.

         

         

         

       ***

       

         

         

       한편.

         

       한국의 땅을 밟게 된 무함마드 왕자는 일정상의 이유로 가장 먼저 대통령 관저로 향했다.

         

         

       “어찌 식사는 입에 맞으십니까?”

       “마음에 듭니다. 아무래도 신경을 많이 써주신 것 같소.”

         

         

       무함마드 왕자와 함께 오찬을 나누고 있던 한국의 현 23대 대통령, 최도진은 여전히 그의 유창한 한국말 실력을 보고 감탄에 젖어있었다.

         

       중간중간 어려운 용어나 긴 문장은 옆에 있는 어쩔 수 없이 통역사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그의 한국말 실력은 상당히 뛰어났다.

         

       덕분에 사전에 준비해둔 우리 쪽 통역이 전혀 필요가 없을 정도로.

         

         

       “생각보다 한국말이 유창하셔서 놀랐습니다.”

       “나름 1년 동안 공부를 해왔기에 별거 아니오. 한국어 정도면 나름 배우기 쉬운 언어였으니. 물론 아직 글을 적을 수 있는 단계까지는 한참 멀었소.”

       “그것만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얕은 미소를 짓은 무함마드 왕자.

         

       최도진의 입장에선 사우디의 왕세자와 한국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순수하게 기뻤다.

         

       참고로 한국어는 외국인이 배우기 그리 쉬운 언어는 아니다.

         

       아마 저건 지극히 무함마드 왕자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서 그렇게 느낀 것일 거다.

         

       그도 그럴 것이 해외에서 일하는 미국 외교관들에게 해당 지역의 언어를 가르치는 기관, FSI가 분류한 세계 각국 언어의 습득 난이도 중에 한국어는 일본어, 중국어와 함께 가장 높은 난이도로 분류되어 있다.

         

       그만큼 서양인의 기준으로 습득이 어렵고, 하물며 사우디어를 사용하는 무함마드 왕자에게도 비슷한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문뜩 이런 의문이 들었다.

       

         

       ‘잠깐만, 1년 전이라고?’

         

         

       최도진은 무함마드 왕자가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시기에 위화감이 들었다.

         

       이윽고, 그의 방한(訪韓) 목적을 떠올린 최도진은 방금 느꼈던 기쁨이 순식간에 불안감으로 바뀌었고.

         

         

       “왕세자께서 한국을 좋게 생각해 주시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렇기에 조심스럽게 그를 떠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함마드 왕자는 최도진의 물음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좋게 생각하기보다는 감사하다라는 쪽이 더 맞는 표현일 거요. 이곳의 국민들 덕분에 이렇게 927 작가와 만날 명분과 기회가 생겼으니.”

         

         

       그리고 그 의미심장한 미소와 대답을 들은 최도진은 확신했다.

         

       적어도 무함마드 왕자가 그리 좋은 의미에서 한국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어쩌면 한국어를 공부한 이유도 ‘그분’의 선심을 얻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는 것을.

         

       그런 생각이 든 순간 최도진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고, 그 모습을 본 무함마드 왕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무 걱정하진 마시오. 세간에 알려진 내 모습이 어떻든 힘으로 강압적인 대화를 나눌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은 아니니. 더군다나 나는 예술을 사랑하고, 그것을 창조해낸 예술가들을 더욱 존중하오. 다만, 그들이 원한다면 좋은 선택지 정도는 내어줄 순 있겠지.”

         

         

       좋은 선택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최도진이 모를 리가 없었다.

         

       동시에 눈앞에 앉아있는 무함마드 왕자에게서 무언가 이질감이 느껴졌다.

         

       아까 그가 말했듯이 힘으로 강압적인 대화를 나눌 생각이 없다는 말 때문이었다.

         

       솔직히 사우디의 왕세자 정도면 면담 요청을 굳이 할 필요도 없이 손쉽게 927 작가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오일머니의 힘은 말 그대로 상상 그 이상이니까. 당장에라도 927 작가와 계약을 한 스튜디오엔믹스를 인수해버려 그의 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무함마드 왕자의 행동과 방금의 대화로 그 이질감이 무엇인지 최도진은 깨달았다.

         

       배려.

       

       무려 사우디의 후계자가……

         

       927 작가를 상대로 배려를 하고 있었다.

         

         

       “나는 지금껏 원하는 것은 뭐든지 얻어왔소. 그 비결은 자신을 먼저 낮추는 것이지. 반대로 원하는 것을 지키는 것은 더더욱 어렵소. 어떻게든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행동해야 하지.”

         

       

       무함마드 왕자가 이어서 말했다.

         

       이에 최도진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게 무슨……”

       “저절로 굴러들어온 보석이 언제까지나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말라는 뜻이오. 값비싼 보석일수록 주인의 가치를 스스로 판단하는 법이니.”

         

         

       무함마드 왕자의 말이 끝나고, 방안은 잠깐의 정적이 들어섰다.

         

       이윽고, 최도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새겨듣겠습니다.”

         

         

       최도진은 생각했다.

         

       분명한 건…….

         

       방금 무함마드 왕자가 했던 충고가 이제는 조금 뼈아프게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현재 한국에서 이걸 느끼는 사람은 비단 자신뿐만이 아니겠지…….

         

         

       “즐거운 시간이었소.”

         

         

       그렇게 무함마드 왕자는 대통령과의 오찬을 끝마치고 서둘러 다음 일정을 진행하러 갔다.

         

       참고로 다음 일정인 정유업계 대표들과의 간담회 시간 때에 무함마드 왕자는 간담회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제 이 일정을 끝마치고 난 후에, 드디어 고대했던 그와 처음으로 대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927 작가. 그는 어째서인지 대외선상에서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신비주의가 오히려 무함마드 왕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과연 그는 어떤 자일까. 나이는 또 어떻고, 어떻게 시대를 앞서 간 작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던 것일까. 궁금한 건 너무나도 많았다. 다행히 그가 면담의 요청을 받아들였으니 머지않아 이 갈증이 해소되리라고 무함마드 왕자는 확신했다.

         

       사실 무함마드 왕자가 927 작가에게 선택권을 준 이유는 별거 없다.

         

       애초에 그가 한국의 땅을 밟고 있는 이상 927 작가를 끌어낼 방법은 말 그대로 무궁무진.

         

       단순히 선택권을 준 것은 오전에 최도진 대통령에게 말했던 거처럼 먼저 자신을 낮추고 그를 배려하는 마음에서였다.

         

       물론 상대방이 그런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었는지는 무함마드 왕자도 모른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면담은 원활하게 성사되었고 이제는 슬슬 그 시간이 다가왔다.

         

       무함마드 왕자는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미싸울 카이르?”

         

         

       잠시 뒤, 어색하게나마 아랍어로 인사를 건네오는 소년이 방안에 들어섰다.

         

         

       “…….”

         

         

       무함마드 왕자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젊은 소년의 등장에 잠시 벙찐 얼굴로 그 소년을 쳐다봤고.

         

         

       “어라? 설마 앗살람 알리이쿰이 맞았나?”

         

         

       소년은 혹시나 사전에 공부해온 인사말이 틀렸나 싶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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