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3


   
   
   
   
    ​
    ​
    “어..?”
    ​
    ​
    리안은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정말,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
    ​
    “왜,왜 나만…?”
    ​
    ​
    그런 리안의 의문에 쥐 수인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
    ​
    “그야 네가 동생보다 강하니까 그렇지.”
    “그..그럼 다시 내려갈래요.”
    “안돼, 그런 규칙이니까.”
   “그럼 아이리스를 여기로 -…”
   “그것도 안 돼.”
    ​
    ​
    쿠궁!
    ​
    ​
    리안은 생각지도 못한 절망적인 상황에 주저앉고 말았다. 
    ​
    ​
    ‘이,이,이제 어떡하지?’
    ​
    ​
    앙쇼가 리안과 아이리스를 떨어뜨려 놓은 건, 쉽게 작업을 치기 위해서였을 뿐이었다. 설마 멘탈이 터져버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
    ​
    리안이 패닉에 빠진 것처럼, 아이리스도 똑같이 패닉에 빠진 건 마찬가지였다.
    ​
    ​
    ‘안 와…’
    ​
    ​
    해가 지고 리안이 돌아올 시간이 되었음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리스는 문 앞에 주저앉아, 문 만 바라보다가 날을 셌다. 
    ​
    ​
    다음날, 리안은 쥐 수인에게 사정사정해서 아주 잠깐 아이리스가 있는 층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
    ​
    “…! 오빠!”
    ​
    ​
    아이리스가 오랜만에 돌아온 주인을 맞이하러 온 강아지처럼 달려와 품에 안겼다. 리안은 아이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연신 미안하다고 말했다.
    ​
    ​
    “왜, 어제..?”
    ​
    ​
    아이리스가 초조한 목소리로 리안에게 물었다. 
    ​
    ​
    “미안, 아이리스 사실 -..”
   
    ​
    아무리 같이 있고 싶다고 해도 투기장의 규칙이 있는 이상 둘은 함께 할 수 없었다. 리안은 그 사실을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
    ​
    “같이..못있어…?”
   “걱정하지마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
    ​
    리안은 마음도 몸도 약한 노인과 마음 약한 좀비, 그리고 친절한 앙쇼를 떠올렸다.
    ​
    ​
    ‘큰 손님이라고 불리는 거 보면 분명 투기장에 간섭할 수 있을 거야.’
    ​
    ​
    리안은 그나마 가장 말이 통할 거 같은 앙쇼에게 부탁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아이리스는 제 옷을 두 손을 주름이 질 정도로 꽉 쥔 채 말했다.
    ​
    ​
    “나,혼자? 오빠,없어?”
    “금방 만날 수 있을 거야. 오빠랑 다시 만날 때까지 밥 잘 챙겨 먹고 이 꼭 닦고 자야 해 알겠지?”
   
    ​
    정말 헤어질 것처럼 하는 말에 아이리스가 다급하게 리안의 옷을 움켜잡았다.
    ​
    ​
    “가,흑..가지마.”
    “으윽,아…아이리스 그게…”
    “가지,흐윽…가지마!”
    ​
    ​
    아이리스는 처음으로 리안의 뜻을 거부했다. 그의 옷을 붙잡고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그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
    ​
    “으허헝, 나도 안 가고 싶어!”
    “…!”
    ​
    ​
    리안이 폭포수 같은 눈물을 쏟아내며 아이리스를 꽉 안자, 아이리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눈물을 그쳤다.
    ​
    ​
    항상 그녀에게 웃어주기만 하던 그가 엉엉 울고 있었다. 굉장히 서럽다는 듯이.
    ​
    ​
    아이가 부모의 눈물을 보고 당황하는 것처럼, 아이리스도 리안의 눈물을 보고 덜컥 굳어버렸다. 그녀는 코를 훌쩍거리며 리안을 꼭 껴안았다. 그리고는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
    “나, 혼자 있을게.”
   “크흥? 저,정말 괜찮겠어?”
    “응, 오빠 온다고 했어. 금방.”
    ​
    ​
    아이리스는 리안의 옷을 꽉 움켜쥔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
    ​
    “약속…?”
   “킁, 약속할게.”
    ​
    ​
    리안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보이자, 아이리스가 똑같이 걸어주었다. 누군가와 약속할 때 하는 방법이라며 리안이 알려줬던 행동이었다. 그저 손가락을 걸었을 뿐인데도 아이리스는 안심이 되었다.
    ​
    ​
    “빨리…와야해.”
   “응, 진짜 빨리 올게!”
    ​
    ​
    리안은 아이리스의 얼굴을 세안시켜준 후 밥까지 먹이고 떠났다. 
    ​
    ​
    탁.
    ​
    ​
    아이리스는 혼자가 되었다.
    ​
    ​
    “…”
    ​
    ​
    리안의 크기를 실감하였다.
    ​
    ​
    ***
    ​
    ​
    하루, 이틀 -…일주일 그리고 한 달.
    ​
    ​
    “젠장,젠장…!”
    ​
    ​
    평소 깔끔한 꼴로 다니던 앙쇼가 엉망인 꼴로 제 머리를 헤집었다.
    ​
    ​
    “왜,왜 전부 안 통하는 거야?”
    ​
    ​
    아름다운 여인으로 꼬셔보기도 하고, 호탕한 성격의 남자와 친구로 만들어보기도 해봤다. 위험한 상황에서 용감하게 의리를 지키며 나타나 친구가 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
    ​
    그런데 전부 실패했다. 단 하나도 빠짐없이.
    ​
    ​
    “도대체 뭐가 문제인데..!”
    ​
    ​
    리안, 그 노예에게 다가갔던 모든 이들이 하얗게 질린 채 정신을 반쯤 놓아버렸다. 죽어도 그놈 곁에서 지낼 수 없다면 모두 손을 저어댔다.
    ​
    ​
    자신만만하던 앙쇼의 표정이 구겨지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 
    ​
    ​
    “이럴 순 없어. 내가, 이…내가 노예 따위 하나를 몰락시키지 못한다니?”
    ​
    ​
    그에게는 과거가 있었다. 귀족 가문의 장남으로 태어나 망나니로 살다가 사생아에게 밀려 어쩌고저쩌고. 하여튼 열등감에 가득 찬 과거가 있었고 그때 생긴 갈증을 노예를 통해 풀고 있었다.
    ​
    ​
    그런 그에게 리안이란 존재는 과거의 잔상을 떠올리게 만드는 존재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앙쇼의 정신을 피폐해졌다.
    ​
    ​
    그런 와중에 리안은 해맑은 표정으로 와서 동생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자신이 건 수작 따위 아무렇지 않다는 것처럼.
    ​
    ​
    마치 약 올리는 것 같은 모습에 욕설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며칠 전에 마주쳤을 땐 “얼굴이 많이 상하셨네요.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어요?”라고 물어왔다.
    ​
    ​
    그 말이 개수작을 부린 앙쇼를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정도로 앙쇼는 끝에 끝까지 몰려있었다.
    ​
    ​
    “흐…그래, 그 동생 년이랑 만나고 싶다고 했지?”
    ​
    ​
    앙쇼는 피폐한 꼴로 일어나 테라스 쪽으로 향했다.
    ​
    ​
    “와아아아아!”
    “그녀가 또다시 승리이이이를 거머쥡니다!”
    “우오오오오오오!”
    ​
    ​
    짐승 같은 환호성 아래 새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검을 가볍게 휘둘러 핏물을 털어냈다. 약하다는 이유로 리안과 떨어지게 된 후, 쥐 수인에게 부탁해 미친 듯이 경기를 뛰고 있는 아이리스였다.
    ​
    ​
    그 오빠의 그 동생이라고.
    ​
    ​
    아이리스는 숨 쉬는 것처럼 강해지고 있었다. 
    ​
    ​
    “만나고 싶으면 만나게 해줘야지…”
    ​
    ​
    앙쇼가 히죽히죽 웃으며 눈을 번뜩였다. 그는 테라스를 빠져나와 오랜만에 깔끔하게 씻고 몸을 단정히 했다. 그리고는 하녀에게 명령해 리안을 데려올 것을 명령했다.
    ​
    ​
    얼마 지나지 않아 리안이 앙쇼의 숙소에 도착했다. 앙쇼는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미소를 지으며 리안에게 다가갔다.
    ​
    ​
    “리안! 드디어 방법을 찾았습니다!”
    “네? 무슨 방법이요?”
    ​
    ​
    방에 도착하자마자 터져 나온 말에 리안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
    ​
    “리안의 동생과 함께 지낼 수 있는 방법이요! 드디어 찾았어요.”
    “헉…! 정말요? 그게 무슨 방법인데요?”
    ​
    ​
    리안이 눈을 반짝거리며 앙쇼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앙쇼가 표정을 살짝 일그러뜨리며 머뭇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
    ​
    “그게…방법은 찾았는데…”
    “무슨 방법인지만 알려주세요. 제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
    ​
    리안이 초조하다는 듯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앙쇼가 속으로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
    ​
    “…몇 달에 한 번씩 열리는 경기가 있는데, 그 경기에서 승리하면 위쪽에서 웬만한 부탁은 다 들어주는 편이에요. 딱 한 경기만 이기면 되는 거지만…워낙, 위험한 경기라서..”
    “그래도 괜찮아요! 언제 열리는 경기인데요?”
    ​
    ​
    앙쇼가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
    ​
    “조금만 더 기다리는 건 어때요? 아이리스도 금방 올라올 것 같은데…”
    “당장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해야죠! 뭣보다..제가 빨리 해결하고 만나겠다고 약속했거든요.”
    ​
    ​
    그 말에 앙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
    ​
    “경기는 이틀 뒤에 잡혀있고, 혹시 몰라서 내가 미리 말해뒀어요. 대회가 아니라서 딱 그 경기에 나가서 승리만 하면 돼요. 그 정도로 어려운 경기라는 말이니까, 포기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주세요.”
   “고마워요 앙쇼!”
    ​
    ​
    끝까지 님자를 붙이지 않는 리안의 모습에도 앙쇼는 화나지 않았다. 그가 가장 선호하지 않는 방법의 마무리지만, 제 속을 박박 긁는 리안을 눈앞에서 치울 수만 있다면 추잡한 방법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
    ​
    ‘그날 넌, 어떤 표정을 지으려나?’
    ​
    ​
    ***
    ​
    ​
    “앞으로 이틀 뒤에 잡힌 대회에서 이기면 네 녀석이 원하던 그 층으로 올라갈 수 있을 거다.”
    “…! 정,말?”
    “그래.”
    ​
    ​
    아이리스가 입술을 꾹 깨문 채 시선을 내리깔았다.
    ​
    ​
    드디어…드디어..드디어!
    ​
    ​
    고작 한 달, 짧다고 느껴질 수 있는 그 시간이 지옥처럼 느껴졌던 아이리스에겐 쥐 수인의 말이 사막 한가운데에서 맛본 단비처럼 달았다.
    ​
    ​
    ‘반드시 이길 거야.’
    ​
    ​
    그리고 리안을 만날 것이다. 그리한다면 -…
    ​
    ​
    리안을 만나서 어쩌게? 
    어차피 네가 필요 없어서 떠난 사람이야.
    네가 다시 만나봤자 기분 나빠할걸?
    너처럼 기분 나쁜 애를 누가 좋아하겠어?
    너도 알잖아? 네가 얼마나 끔찍한 존재인지.
    ​
    ​
    어느새 머릿속을 점령할 듯 맴도는 이 말도 사그라들 터였다. 차가운 이불 속도,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 음식도 전부,전부 모든 게 원래 자리를 찾을 것이다.
    ​
    ​
    “리안..”
    ​
    ​
    아이리스는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 어느 때보다도 애절하게.
    ​
    ​
    리안과 아이리스. 두 사람이 모두 기대하던 이틀의 시간이 흐르고.
    ​
    ​
    경기 당일이 되었다.
    ​
    ​
    슈아아아악 -..
    ​
    ​
    상대의 시야를 현혹하고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을 적이라 인지시키게 하는 붉은 독 안개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오늘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인이 공격당했는가..
흑흑..

투기장을 벗어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어..?”

리안은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정말,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왜,왜 나만…?”

그런 리안의 의문에 쥐 수인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야 네가 동생보다 강하니까 그렇지.”

“그..그럼 다시 내려갈래요.”

“안돼, 그런 규칙이니까.”

“그럼 아이리스를 여기로 -…”

“그것도 안 돼.”

쿠궁!

리안은 생각지도 못한 절망적인 상황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이,이제 어떡하지?’

앙쇼가 리안과 아이리스를 떨어뜨려 놓은 건, 쉽게 작업을 치기 위해서였을 뿐이었다. 설마 멘탈이 터져버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리안이 패닉에 빠진 것처럼, 아이리스도 똑같이 패닉에 빠진 건 마찬가지였다.

‘안 와…’

해가 지고 리안이 돌아올 시간이 되었음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리스는 문 앞에 주저앉아, 문 만 바라보다가 날을 셌다.

다음날, 리안은 쥐 수인에게 사정사정해서 아주 잠깐 아이리스가 있는 층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 오빠!”

아이리스가 오랜만에 돌아온 주인을 맞이하러 온 강아지처럼 달려와 품에 안겼다. 리안은 아이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연신 미안하다고 말했다.

“왜, 어제..?”

아이리스가 초조한 목소리로 리안에게 물었다.

“미안, 아이리스 사실 -..”

아무리 같이 있고 싶다고 해도 투기장의 규칙이 있는 이상 둘은 함께 할 수 없었다. 리안은 그 사실을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같이..못있어…?”

“걱정하지마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리안은 마음도 몸도 약한 노인과 마음 약한 좀비, 그리고 친절한 앙쇼를 떠올렸다.

‘큰 손님이라고 불리는 거 보면 분명 투기장에 간섭할 수 있을 거야.’

리안은 그나마 가장 말이 통할 거 같은 앙쇼에게 부탁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아이리스는 제 옷을 두 손을 주름이 질 정도로 꽉 쥔 채 말했다.

“나,혼자? 오빠,없어?”

“금방 만날 수 있을 거야. 오빠랑 다시 만날 때까지 밥 잘 챙겨 먹고 이 꼭 닦고 자야 해 알겠지?”

정말 헤어질 것처럼 하는 말에 아이리스가 다급하게 리안의 옷을 움켜잡았다.

“가,흑..가지마.”

“으윽,아…아이리스 그게…”

“가지,흐윽…가지마!”

아이리스는 처음으로 리안의 뜻을 거부했다. 그의 옷을 붙잡고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그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으허헝, 나도 안 가고 싶어!”

“…!”

리안이 폭포수 같은 눈물을 쏟아내며 아이리스를 꽉 안자, 아이리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눈물을 그쳤다.

항상 그녀에게 웃어주기만 하던 그가 엉엉 울고 있었다. 굉장히 서럽다는 듯이.

아이가 부모의 눈물을 보고 당황하는 것처럼, 아이리스도 리안의 눈물을 보고 덜컥 굳어버렸다. 그녀는 코를 훌쩍거리며 리안을 꼭 껴안았다. 그리고는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혼자 있을게.”

“크흥? 저,정말 괜찮겠어?”

“응, 오빠 온다고 했어. 금방.”

아이리스는 리안의 옷을 꽉 움켜쥔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약속…?”

“킁, 약속할게.”

리안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보이자, 아이리스가 똑같이 걸어주었다. 누군가와 약속할 때 하는 방법이라며 리안이 알려줬던 행동이었다. 그저 손가락을 걸었을 뿐인데도 아이리스는 안심이 되었다.

“빨리…와야해.”

“응, 진짜 빨리 올게!”

리안은 아이리스의 얼굴을 세안시켜준 후 밥까지 먹이고 떠났다.

탁.

아이리스는 혼자가 되었다.

“…”

리안의 크기를 실감하였다.

***

하루, 이틀 -…일주일 그리고 한 달.

“젠장,젠장…!”

평소 깔끔한 꼴로 다니던 앙쇼가 엉망인 꼴로 제 머리를 헤집었다.

“왜,왜 전부 안 통하는 거야?”

아름다운 여인으로 꼬셔보기도 하고, 호탕한 성격의 남자와 친구로 만들어보기도 해봤다. 위험한 상황에서 용감하게 의리를 지키며 나타나 친구가 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그런데 전부 실패했다. 단 하나도 빠짐없이.

“도대체 뭐가 문제인데..!”

리안, 그 노예에게 다가갔던 모든 이들이 하얗게 질린 채 정신을 반쯤 놓아버렸다. 죽어도 그놈 곁에서 지낼 수 없다면 모두 손을 저어댔다.

자신만만하던 앙쇼의 표정이 구겨지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

“이럴 순 없어. 내가, 이…내가 노예 따위 하나를 몰락시키지 못한다니?”

그에게는 과거가 있었다. 귀족 가문의 장남으로 태어나 망나니로 살다가 사생아에게 밀려 어쩌고저쩌고. 하여튼 열등감에 가득 찬 과거가 있었고 그때 생긴 갈증을 노예를 통해 풀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리안이란 존재는 과거의 잔상을 떠올리게 만드는 존재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앙쇼의 정신을 피폐해졌다.

그런 와중에 리안은 해맑은 표정으로 와서 동생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자신이 건 수작 따위 아무렇지 않다는 것처럼.

마치 약 올리는 것 같은 모습에 욕설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며칠 전에 마주쳤을 땐 “얼굴이 많이 상하셨네요.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어요?”라고 물어왔다.

그 말이 개수작을 부린 앙쇼를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정도로 앙쇼는 끝에 끝까지 몰려있었다.

“흐…그래, 그 동생 년이랑 만나고 싶다고 했지?”

앙쇼는 피폐한 꼴로 일어나 테라스 쪽으로 향했다.

“와아아아아!”

“그녀가 또다시 승리이이이를 거머쥡니다!”

“우오오오오오오!”

짐승 같은 환호성 아래 새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검을 가볍게 휘둘러 핏물을 털어냈다. 약하다는 이유로 리안과 떨어지게 된 후, 쥐 수인에게 부탁해 미친 듯이 경기를 뛰고 있는 아이리스였다.

그 오빠의 그 동생이라고.

아이리스는 숨 쉬는 것처럼 강해지고 있었다.

“만나고 싶으면 만나게 해줘야지…”

앙쇼가 히죽히죽 웃으며 눈을 번뜩였다. 그는 테라스를 빠져나와 오랜만에 깔끔하게 씻고 몸을 단정히 했다. 그리고는 하녀에게 명령해 리안을 데려올 것을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리안이 앙쇼의 숙소에 도착했다. 앙쇼는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미소를 지으며 리안에게 다가갔다.

“리안! 드디어 방법을 찾았습니다!”

“네? 무슨 방법이요?”

방에 도착하자마자 터져 나온 말에 리안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리안의 동생과 함께 지낼 수 있는 방법이요! 드디어 찾았어요.”

“헉…! 정말요? 그게 무슨 방법인데요?”

리안이 눈을 반짝거리며 앙쇼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앙쇼가 표정을 살짝 일그러뜨리며 머뭇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방법은 찾았는데…”

“무슨 방법인지만 알려주세요. 제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리안이 초조하다는 듯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앙쇼가 속으로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몇 달에 한 번씩 열리는 경기가 있는데, 그 경기에서 승리하면 위쪽에서 웬만한 부탁은 다 들어주는 편이에요. 딱 한 경기만 이기면 되는 거지만…워낙, 위험한 경기라서..”

“그래도 괜찮아요! 언제 열리는 경기인데요?”

앙쇼가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리는 건 어때요? 아이리스도 금방 올라올 것 같은데…”

“당장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해야죠! 뭣보다..제가 빨리 해결하고 만나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그 말에 앙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경기는 이틀 뒤에 잡혀있고, 혹시 몰라서 내가 미리 말해뒀어요. 대회가 아니라서 딱 그 경기에 나가서 승리만 하면 돼요. 그 정도로 어려운 경기라는 말이니까, 포기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주세요.”

“고마워요 앙쇼!”

끝까지 님자를 붙이지 않는 리안의 모습에도 앙쇼는 화나지 않았다. 그가 가장 선호하지 않는 방법의 마무리지만, 제 속을 박박 긁는 리안을 눈앞에서 치울 수만 있다면 추잡한 방법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날 넌, 어떤 표정을 지으려나?’

***

“앞으로 이틀 뒤에 잡힌 대회에서 이기면 네 녀석이 원하던 그 층으로 올라갈 수 있을 거다.”

“…! 정,말?”

“그래.”

아이리스가 입술을 꾹 깨문 채 시선을 내리깔았다.

드디어…드디어..드디어!

고작 한 달, 짧다고 느껴질 수 있는 그 시간이 지옥처럼 느껴졌던 아이리스에겐 쥐 수인의 말이 사막 한가운데에서 맛본 단비처럼 달았다.

‘반드시 이길 거야.’

그리고 리안을 만날 것이다. 그리한다면 -…

리안을 만나서 어쩌게?
리안을 만나서 어쩌게?

어차피 네가 필요 없어서 떠난 사람이야.
어차피 네가 필요 없어서 떠난 사람이야.

네가 다시 만나봤자 기분 나빠할걸?
네가 다시 만나봤자 기분 나빠할걸?

너처럼 기분 나쁜 애를 누가 좋아하겠어?
너처럼 기분 나쁜 애를 누가 좋아하겠어?

너도 알잖아? 네가 얼마나 끔찍한 존재인지.
너도 알잖아? 네가 얼마나 끔찍한 존재인지.

어느새 머릿속을 점령할 듯 맴도는 이 말도 사그라들 터였다. 차가운 이불 속도,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 음식도 전부,전부 모든 게 원래 자리를 찾을 것이다.

“리안..”

아이리스는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 어느 때보다도 애절하게.

리안과 아이리스. 두 사람이 모두 기대하던 이틀의 시간이 흐르고.

경기 당일이 되었다.

슈아아아악 -..

상대의 시야를 현혹하고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을 적이라 인지시키게 하는 붉은 독 안개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