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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

        시간을 돌려, 유진이 윈터러와 드잡이질 하던 무렵.

        최면에 방해될까 멀찍이 물러서있던 각성자 무리.

        

        차기 S급과 한국 최강 빌런의 싸움에, 그들은…

        

        

        -소곤소곤.

        

        “아이카… 맞지? 본인이지?”

        “아까 못 봤냐? 음속으로 쏘다니는 사람이 그녀 말고 누가 있겠어.”

        “대체 왜 한국에 있는 거야?”

        

        

        눈길도 안 줬다.

        바로 옆에 전략핵, S급 1위가 떡하니 있는데.

        어찌 애들 싸움이나 구경하고 있을까.

        

        사람들은 아이카를 흘끔거리며 논의하기 바빴다.

        

        

        “설마, 유진을 가르치려고?”

        “카타나 쓰니까 확실히… 에이. 아니겠지.”

        “그 일본이 허락해 줬겠어?”

        

        

        설마 유진한테 검 가르치러 온 건가?

        일본이 미쳤다고 한국 좋은 일을 해줄까. 한국이 대기업 경영권 일본에 넘기는 소리 하네.

        

        

        “협회장님이 설하연과 만날 일이 있었다던가?”

        “아. 그러고 보니 어제 게이트 그거, 아이카가 깼으니까. 협회장님이 부르신 걸지도….”

        

        -콰아아아앙!!!!

        

        “———제자야, 빌런과 뭐 하는 짓이냐.”

        “……!!!!!?”

        

        

        이게 왜 진짜지. 왜 둘이 스승 제자 사이지.

        각성자들이 놀라 입을 쩌억.

        

        그러나, 놀랄 일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잠깐. 설하연이 구출해온 이 인질…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어?”

        “이번에 새로 취임했다는 나카노와타리 총리 아냐?”

        “에엑.”

        

        

        아이카가 설하연에게 혼나는 틈을 타.

        그녀가 보호 중이던 남성에게 시선 집중.

        

        어라. 일본 총리네?

        …S급 1위와 총리가 말도 없이 한국. 그것도 서울에?

        

        각성자들이 기겁했다.

        

        

        “전쟁이라도 일어나는 거야?!”

        “주식 지금이라도 다 뺄… 아, 장 끝났어!!”

        “일본이 한국에 핵을 풀었다!!”

        

        

        자연스럽게 높아진 긴장감.

        총리를 보는 눈에 적개심이 들어찼다.

        

        그러나 총리는 태연했다.

        팔을 꼬고,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다 계획대로라는 듯 여유롭게 아이카를 쳐다본 것.

        일본의 수장다운 태도였다.

        

        

        -두근두근두근.

        

        ‘어쩌지? 난 어떻게 해야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지?!! 하늘에 계신 어머니, 제발 알려줘요!!!’

        

        

        근엄한 건 표정 뿐.

        속으로는 절규 중이었다.

        

        저도 핵을 한국에 쏠 생각은 없었습니다.

        저 한국 좋아해요. 비빔밥 맛있어요.

        

        그런데 핵에 발이 달려서요.

        멋대로 한국으로 탈주했다니까요.

        저한텐 잘못 없어요. 정말.

        

        예? 왜 탈주했냐고요?

        하하. 일본에서 니노미야한테 줘야 할 돈을 무지막지하게 후려쳤지 뭐예요.

        S급 1위 돈을 횡령하다니. 간도 참 크지.

        

        

        ‘이딴 설명 했다간, 나 목 날아간다고!!!’

        

        

        진실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럼 자신은 비리도, 핵 탈주도 못 알아챈 무능한 총리가 되니까.

        그것도 모자라 빌런에게 붙잡혀 엉엉 운 국격 디스트로이어가 되니까.

        

        이게 일본에 알려지면?

        총리 해임으로 끝나면 다행.

        아마 평생 일본에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닐 게 분명했다.

        

        아니. 심하면 암살당할 수도 있었다.

        인생사 혹시 모르는 법.

        어디 자위대 출신이, SP도 뚫고 사제 총으로 자신을 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은가.

        

        

        ‘생각하는 거야. 난 일본 국민들이 뽑아준 총리니까. 이 정도 위기쯤은…!!’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거물인 척.

        주변 각성자들은 말도 못하고 발만 동동.

        

        

        “저, 저기….”

        

        -추욱. 중얼중얼.

        

        “우으… 제자, 실망하지 않으려나아…….”

        “히익.”

        

        

        일본어 할 줄 아는 사람이 나서보려 했지만, 아이카의 복귀로 무산.

        

        때문에 각성자 무리는 그저 기다렸다.

        둘과 대화가 가능한 설하연과 서유진의 복귀를.

        

        섣불리 움직였다간 진짜 전쟁 날까, 얌전히.

        

        

        “그나저나 진짜 무섭네. 테러만 해도 끔찍한데, 아이카가 유진의 검 스승에, 총리까지 한국에….”

        

        -불쑥.

        

        “그게 정말입니까?”

        “응? 그야 당연… 마이크?”

        “———야, 카메라 차에 있는 거 싹 다 가져와!! 붐도 가져오고!!”

        “특종이다, 특종!!”

        

        

        각성자들의 주의 깊음은, 그새 스며든 리포터들에겐 통하지 않았다.

        

        테러가 일어났다길래 바로 달려왔던 언론인들.

        그런데 웬걸. 막상 분위기가 평화로워, 다가와 무슨 일인지 물어보려 했는데…

        뭐? 아이카랑 유진, 그리고 총리?

        

        

        ‘어제 게이트 사건이 아직도 실검 1위인데, 아이카가 유진의 스승이란 게 밝혀지면….’

        ‘나카노와타리 총리? 정치부 기자인 내가 볼 때 이건 백 퍼센트 템퍼링이다!!’

        ‘서유진, 일본으로 이민 준비하는 건가? 군대 가기 싫어서?’

        

        

        카메라와 마이크를 쥔 승냥이들이 눈을 번뜩였다.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유진이 일본으로 간다니.

        뉴스 1면을 깡그리 갈아치울 수 있는 소식이잖아.

        각성자니 뭐니 관심 없는 사람도 다 클릭해 볼걸?

        평소에 기업이니 뭐니 관심도 없다가도, 일본이 가져간다 하면 들고 일어서는 게 한국인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유진의 평판이 순식간에 곤두박질칠 거 아닌가.

        유명인의 몰락만큼 자극적인 뉴스감은 없었다.

        

        

        ‘기자들까지 왔어? 하아… 얼굴에 철판이라도 깔자.’

        

        -소곤소곤.

        

        “니노미야 양. 마음은 알겠지만, 일단 내 면을. 아니, 일본의 국격을 생각해서라도 말을 맞춰주지 않겠나? 내 나중에 뭐든지 해주겠네.”

        

        

        나락의 향기를 맡고 다급해진 총리.

        하지만,

        

        

        “…….”

        ‘제자라면 난 상관 없지만, 제자가 아줌마가 뭐 하는 거냐고 질색이라도 하면… 아니, 보고선 이게 뭐냐 질겁하기라도 하면…….’

        ‘젠장, 니노미야가 협조 안 해주면 내가 뭘 하든 끝인데.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아….’

        

        

        아이카는 주책 부릴 생각에 머리가 복잡.

        총리는 아이고 나 망했다 하고 절망.

        기자들은 그런 둘을 멀리서 카메라에 담으며 희희낙락.

        

        한 대머리의 정치적 생명이 초침 단위로 깎여나가는 가운데.

        

        

        -저벅… 우르르!!

        

        “아이카에게 검을 배웠다는 게 사실입니까!?”

        “대체 여기 왜 나카노와타리 총리가….”

        

        

        끝을 고하듯. 유진이 천천히 걸어오고.

        승냥이 떼가 주린 조회수를 채우고자 쇄도했으며…

        

        

        ‘아아, 다 끝이야. 절 믿고 뽑아준 국민 여러분. 죄송….’

        “아아. 실은, 스구루 형님께서 알려주셨거든요. 윈터러가 테러 일으킨다는 걸.”

        ‘……? 내 이름 들린 것 같은데?’

        

        

        전 S급 1위는 대놓고 사기를 쳤다.

        

        

        * * *

        

        

        내게 몰린 카메라와 마이크 무리.

        옆에서 하루가 ‘아빠, 노래 불러?’ 라고 할 정도로 장엄한 광경이었다.

        

        다만, 난 하루에게 대답해 주지 못했다.

        스승님한테 전음 보내느라 바빴으니까.

        

        

        [스승님.]

        [……!!!? 제, 제자야. 무슨 일로.]

        [저 없는 동안 총리님이 뭐라 했어요?]

        [총리? 이 대머리라면 계속 폼 잡으며 멋진 척 하고 있었다만. 입도 뻥끗 안 하고.]

        

        ‘…호오. 과연.’

        

        

        덕분에 상황 파악 완료.

        

        스승님. 이런 쪽으론 문외한이라 어리둥절.

        스구루 형님. 일단 블러핑 중이긴 한데, 동공 지진 난 거 보면 공황 오기 일보 직전임.

        

        마지막으로 나. 전 S급 1위.

        …1회차에선 하렘 차렸다고 심심할 때마다 두들겨맞은 동네북.

        

        차오르는 자신감에 씩 미소 지었다.

        

        

        ‘그 할망구가 나한테 떠넘기고 튄 건 짜증나지만… 뭐, 이건 내가 전문가니까.’

        

        

        저들이 혈안이 된 이유는 잘 알았다.

        원래 혐오는 조회수가 잘 벌리거든.

        나한테서 꼬투리 하나라도 잡은 다음, 반일감정을 자극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싶을 거야. 암.

        

        하지만…

        그걸 얌전히 당해주겠냐고.

        내가 욕 먹으면 아내들도 같이 먹는다고.

        언론에 물어뜯길 생각 따위 추호도 없단 말씀.

        

        대충 마이크 하나를 건네받고선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지. 형님한테 전 초면일 텐데, 초면에 죄송합니다. 일 좀 같이 합시다.’

       ​

        “스구루 형님께서 알려주셨거든요. 테러.”

        

        

        사람 좋은 미소를 띄우며 거짓말.

        

        두 일본인의 눈이 내게 향했다.

        

        

        “……?”

        [잠깐, 제자야. 그게 무슨.]

        [스승님. 총리님께 전달 부탁드려요. 제가 총리님이랑 친한 척 할 테니까, 알아서 이용해달라고.]

        […일단 알았다.]

        

        “……? ……!!!!?”

        

        -끄덕끄덕.

        

        

        그 틈을 타 전음으로 핫라인 연결 완료.

        일본 총리랑 짜고 치는 대국민 사기극의 시작이었다.

        

        

        [제가 하는 말들, 총리님께 바로바로 통역해 주세요.]

        “실은, 총리님께서….”

        

        

        입에 침 한 번 안 바르고 거짓말을 시작했다.

        

        아니, 며칠 전에 총리님이 저한테 몰래 연락하시지 뭐예요?

        일급 빌런 윈터러가 서울에 폭탄을 설치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조심해라- 라고.

        

        처음엔 안 믿었죠. 당연히 사칭인 줄 알고.

        그런데, 이게 웬걸. 니노미야 아이카와 같이 찍은 사진까지 보내주시면서 인증을?

        

        아니, 이게 사실이라면 왜 알려주시는 겁니까?

        일본 총리인 당신이, 고작 생도인 저에게 어째서…?

        

        

        “그랬더니 뭐라는 줄 알아요? 우리가 비록 국적은 달라도, 같은 사람 아니냐. 난 사람 목숨을 두고 정치하고 싶진 않아- 라고요.”

        

        

        사람 목숨이 걸렸는데 정치고 나발이고 상관 있나.

        일본이 직접 한국에 알리려면 한세월이니까, 그냥 너한테 알렸다.

        다른 사람들 몰래. 단독 행동으로.

        

        

        “왜 하필 저냐니까, 느끼셨다 하더라고요. 제가 사람 목숨에 국경은 없다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걸. 스구루 형님과 똑같이.”

        

        

        너, 보니까 좀 건실하던데. 믿고 맡긴다.

        

        이 부분에서 난 감동 받은 표정을 딱!

        

        

        -또각또각.

        

        “제 방한으로 양국 국민 여러분께 많은 곤란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만, 생명이 위태로운 긴급 상황에서는 외교적 절차를 밟기에 앞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이번에 직접 나서게 되었습니다.”

        

        

        스구루 형님도 눈치껏 튀어나와, 일본어라 이해는 안 되지만 그럴듯한 말을 딱!

        날 은근슬쩍 흘기는 눈에 꿀이 뚝뚝 떨어지는 건…

        응. 저건 연기 아니라 진심이네.

        

        진심 섞인 연기에 기자들이 주춤했다.

        

        

        “…아무리 그래도, 아이카를 한국에 말도 없이 입국시킨 건 좀.”

        “아까 못 보셨구나? 스승님 없었으면 협회장님 위험할 뻔했는데. 빌런이 50명은 단체로 덤벼들었는데.”

        “…….”

        

        

        추가로 가불기 하나 더.

        전략핵을 왜 한국에 들였냐고?

        안 들였으면 우리 나라 전략핵이 죽을 뻔했는데요.

        이걸 욕하게?

        

        

        “니노미야 아이카가 당신의 스승이란 얘기는….”

        “뭐, 저도 카타나. 스승님도 카타나 쓰니까요. 만난 김에 가르쳐 주다 보니 사제지간의 연을 맺게 된 거죠.”

        

        

        게다가 그 전략핵, 한국 차기 전략핵한테 검 가르쳐 줬는데요.

        

        스승님께 확 시선이 쏠렸다.

        이게 진짜냐는 듯이.

        

        

        “크흠. 그, 그렇게 됐습니다?”

        “…….”

        ‘여전히 스승님은 거짓말이 서투르구나~ 귀여워.’

        

        

        그에 S급 1위의 보증까지 떡.

        이 대국민 사기극의 신빙성이 확 올랐다.

        

        긴가민가하던 이들이 점차 표정을 바꿨다.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일본인 총리가 어찌.”

        “총리는 혐한. ‘상식’ 아니었어…?”

        “아무튼. 그렇게 됐습니다. 일단 피곤하니, 나머지 인터뷰는 다음 기회에.”

        

        

        그 틈을 타 잽싸게 튀기로 했다.

        괜히 뭉그적대다 논파당하면 답 없으니까.

        

        

        “자, 잠깐!!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S급 고유 재능을 가진 제 두 친구, 앨리스와 유시아의 숨은 공로라던가.”

        “……?”

        “윈터러가 사실은 빌런이 아니었다던가.”

        “……!!!!!?”

        

        

        튀기 전 어그로 돌리기도 잊지 않았다.

        

        제가 S급이니 뭐니 하지만, 우리 아내들도 고유 재능 S급입니다만?

        그리고 윈터러가 세상에, 빌런이 아니었대요. 

        어때요. 궁금하죠?

        

        

        “그게 정말….”

        “그럼 이만 들어가 볼게요!! 저 윈터러한테 최면 몇십 번은 써서 그런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서!!”

        

        -후다닥.

        

        

        여기까지 말하고 도망.

        꽁이나 이사장만큼은 못하지만, 나름 전 S급 1위다운 퇴장이었다 자부할 수 있었다.

        

        

        “…일단 타게. 자세한 이야기는 이사장실에서 할 테니.”

        “넵.”

        

        

        그렇게 윈터러 사건과 아이카, 총리 방한 사건은 정말 마무리되었다.

        이 정도면 썩 괜찮은 마무리였다.

       ​

       ​

        * * *

        

        

        “유진. 수고 많았….”

        

        -콰앙!!

        

        “———니노미야!!!! 미안하다!!!!!!”

        “형님!!?”

        

        

        …아니, 잘 해결했잖아요.

        왜 갑자기 도게자를 박으세요. 형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김이파리 님 30코인 선물 감사합니다!
    감사의 머랭치기를 위이이이잉

    + 문득 새삼 저 상판때기에 새끼새끼 한 윈터러가 대단해지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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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2회차 최면교배 아저씨가 능력을 안숨김
Score 5.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Since I regressed, I decided not to hide my abilities.

“Hypnosis, huh? That’s amazing! Hypnotize me too!”

“How about me, instead of that sly fox? If you join our clan… you, you can hypnotize me!”

…Maybe I exposed it to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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