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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

       “좋은 아침. ……아침이라고 해도 될 시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이크가 우리를 향해서 손을 살짝 들어 보이며 인사했다. 그리고 입을 가리지도 않고 크게 하품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앨리스가 눈을 살짝 찌푸렸지만, 굳이 지적하지는 않았다.

        

       “좋은 아침이야.”

        

       앨리스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샤를로트 옆자리에 앉았다. 나는 그런 앨리스의 옆자리에 앉았다. 레오 옆자리에 앉아있던 클레어가 조금 실망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굳이 그런 표정을 알아차렸다는 티는 내지 않았다.

        

       딱히 본의는 아니었지만, 그것 때문에 제이크와 미아 크로우필드가 우리에게서 조금 떨어져 있는 모양이 되고 말았다. 두 사람이 같이 앉아있었다는 말은 아니다. 식당에서보다 조금 테이블이 넓어서 붙어 앉은 자리가 조금 널찍하게 떨어져 있다는 뜻이었다.

        

       나, 앨리스, 샤를로트, 레오, 클레가 조금 붙어 앉아있었고, 미아 크로우필드와 제이크가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있었다. 물론 미아 크로우필드와 제이크의 자리 또한 조금 널찍하게 떨어져 있었고.

        

       다행히 굳이 그런 간극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제이크야 원래 그런 것을 신경 쓰는 캐릭터가 아니었고, 미아 크로우필드는 이 시간에도 테이블에 얼굴을 박은 채 잠들어 있었으니까.

        

       새근새근하는 숨소리와 함께 어깨가 살짝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을 보니 굳이 깨우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자리에 앉은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라, 미아 크로우필드는 앞으로 몇 분 정도는 더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지금 시간에 조식이 나오기는 해?”

        

       자리에 앉아 잠깐 눈을 감은 채 정신을 가다듬던 앨리스가 드디어 눈을 뜨고 그렇게 물었다.

        

       확실히, 식당에는 우리밖에 없었다. 하긴, 내가 보기에는 성실함의 아이콘 같은 앨리스와 샤를로트마저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할 정도로 이른 시간인데, 다른 학생들이 미리 나와서 여기 앉아있을 리가 없었다.

        

       “그거라면 걱정할 필요 없어. 아까 내려오면서 여기서 일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거든. 윈터필드 성의 식사는 어떤 시간에라도 나온다나 봐.”

        

       “……그런가요?”

        

       레오의 말에 앨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가 있는 곳은 윈터필드 성이었다. 다시 말해서 윈터필드 영주가 지내는 곳이라는 말이다.

        

       물론 윈터필드의 영주인 에이브러햄 피츠제럴드 윈터필드 경은 황립 론다리움 아카데미의 교장으로서 제국에 가 있었고, 그 유일한 자식인 제니퍼 윈터필드도 얼마 전까지는 제도에 와 있었다.

        

       윈터필드 경에게 다른 손자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모두 정계로 진출해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었기에, 사실상 윈터필드 성의 성주 자리는 거의 공석이었다.

        

       물론 충성스러운 가신들 덕분에 성의 자리가 다른 누군가에게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국경 근처에도 윈터필드의 피가 흐르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고.

        

       “윈터필드의 특산품 중 하나가 순록 가죽이잖아. 그것도 따로 키우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흉포한 녀석들이고.”

        

       물론 그 특산품이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게임에서는 방어구를 만들기 위한 재료 중 하나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레벨링 노가다나 돈을 위한 노가다라면 몰라도 재료를 위한 노가다가 심하게 필요한 게임은 아니었던지라 그렇게 구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이템 설명에 ‘귀하다’라는 내용이 있었으니, 이 게임에서도 무척 귀한 물건 취급이겠지.

        

       하긴, 생각해보면 지구에서도 진짜 가죽으로 만든 물건들은 그럭저럭 비쌌다. 소가 대규모로 방목되는 현대사회에서도 말이다.

        

       그러니 사냥으로만 얻을 수 있는 순록의 가죽은 훨씬 더 귀중하겠지. 특히 상처 없이 얻으려고 한다면 난이도는 훨씬 더 높아질 거다.

        

       “사냥하시는 분들이 언제 오셔서 식사하실지 모르니까 언제든지 식사를 준비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고 하셨어.”

        

       “……그건 다행이네. 하지만 다른 지역에 파견 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으니 주의하도록 해. 거기서는 우리를 어떻게 볼지 모르니까.”

        

       레오에 설명에 클레어가 추가로 덧붙이고, 앨리스가 대답했다.

        

       “으응…….”

        

       앨리스의 말을 들은 클레어는 조금 부끄럽다는 듯 볼을 붉게 물들였다.

        

       “…….”

        

       그리고 그런 둘을 바라보면서 샤를로트는 조금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어제 도착해서 먹은 해기스 때문에 인상이 몹시 나쁘게 박혀버린 모양이다. 하긴, 샤를로트는 식사를 거의 다 남겼었으니까.

        

       동물 내장이라는 게 그렇게 먹기 힘든 부위인가. 솔직히 나는 생간 정도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먹을 수 있는데.

        

       ……물론 그것도 정육과 유통이 매우 발달한 현대사회니까 믿고 먹는 거지, 이쪽 세계에서 익히지 않은 내장을 먹을 생각은 없었다. 말이 그렇다는 거다.

        

       하긴 이 시기에는 초밥이나 회도 야만적인 음식 취급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내장 부위를 귀리와 섞어 다시 위장에 꽉꽉 채워 익힌 음식은 샤를로트에게 넘기기 무척 어려운 음식이었을지 모르겠다. 솔직히 냄새도 조금 났고.

        

       “너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여기는 윈터필드 성이니까요.”

        

       “네?”

        

       내가 샤를로트에게 말을 걸자, 샤를로트가 어깨를 흠칫 떨면서 되물었다.

        

       “귀족의 성이니 식사는 귀족들이 먹는 것처럼 나온다는 뜻입니다. 해기스도 해기스지만, 햄이나 소시지도 꽤 유명한 지방이니까요.”

        

       윈터필드는 1년 내내 서늘한 기온이 유지되는 곳이고, 추울 때는 진짜 지독하게 추워서 밖을 나가기도 어렵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당연히 겨울용 보존식을 잔뜩 만들어두는데, 그중 유명한 것이 햄과 소시지다.

        

       사실 해기스나 소시지나 이 시대에는 내장 안에 고기를 채워 넣은 것들인데도 소시지는 맛있는 음식 취급이고 해기스는 괴식 취급이라는 게 조금 이상하기는 하다만, 어쨌거나 소시지에 대한 인상은 굉장히 좋은 편이니까.

        

       내 말에 샤를로트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민족성이라는 개념이 서서히 자리잡히고, 서로 음식이 맛없다고 디스하는 일이 있긴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손님으로 가서 대접받은 음식을 거부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그나마 해기스는 우리가 돈 내고 먹은 음식이지만 여기서 받는 음식은 철저하게 윈터필드에서 제공해주는 음식이었다.

        

       혹시라도 남긴다면, 다른 지역인 것은 둘째치고 다른 나라의 왕녀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다.

        

       배불러서 남기는 거야 대접해주는 입장에서 자랑스럽게 여길 일이지만, 한두 입 정도만 베어먹고 남기는 건 대접해주는 쪽에서 기분 나쁠 일이니까.

        

       게다가 이 지역 주인인 윈터필드의 손녀가 지금 우리를 이끄는 제니퍼 윈터필드였고. 무려 아카데미 선생이 있는 곳에서 식사를 거부했다는 소문이 도는 건 치명적이었다.

        

       “……그,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나와 자기 사이에 앉은 앨리스가 생글생글 웃으며 자기를 쳐다보자 샤를로트는 얼른 그렇게 대답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자존심 챙기지 않아도 되는데.

        

       ……하긴, 나는 시간까지 돌려가며 자존심을 챙기고 있으니 내가 할 말은 아니다만.

        

       우리가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던 사이에,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려보니 식당의 문이 열리고 양손에 접시를 하나씩 들고 있는 잘 차려입은 하인들이 식당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내 예상대로, 그 사람들이 들고 있는 식사는 우리가 ‘유럽식 아침’이라고 생각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푸짐한 것이었다.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라고 불리는 종류의 것이다. 여기서는 아제르나 브랙퍼스트, 라고 해야할까?

        

       “일단 먹고 이야기하자. 미아도 정신 좀 차려야지.”

        

       식사가 테이블 위로 차례대로 올라오는 와중에도 죽은 것 마냥 잠들어 있는 미아를 보고 클레어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테이블에 음식을 나르는 하인들의 얼굴을 슬쩍 올려다보았다.

        

       다들 아주 평온한 얼굴이었다. 졸린 표정을 지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속으로 솔직하게 존경을 표하며, 양손에 나이프와 포크를 쥐었다.

        

       *

        

       그래도 꾸역꾸역 식사를 위장에 쓸어 넣고 나니 금방 일어났을 때보다는 정신이 들었다.

        

       “…….”

        

       미아 크로우필드도 그럭저럭 앉아있을 정도는 되었고. 너무 졸려서 식사를 반도 하지 못하기는 했지만, 몸집을 생각해보면 어차피 많이 먹지는 못할 것 같았다.

        

       “후우.”

        

       만족스럽다는 듯 클레어가 숨을 살짝 내쉬고 있었다.

        

       샤를로트도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블랙 푸딩을 하나 남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른 음식들은 거의 다 먹었다.

        

       사실 어제저녁에는 환영식 겸해서 성대한 음식이 나오긴 했다. 통째로 구운 순록 고기나 잘 관리된 소고기를 구운 스테이크 같은 것들. 하지만 그런 음식들은 애초에 특식이잖은가. 일상적인 음식으로 해기스 같은 음식이 나올까 걱정하는 마음도 이해는 갔다.

        

       “좋아, 그러면…… 어떤 의뢰부터 처리할지 생각해보자.”

        

       클레어는 그렇게 말하면서 품에서 종이를 꺼냈다.

        

       게시판에 적혀있던 의뢰를 대충 휘갈겨 온 모양이다.

        

       ……어떤 의뢰‘를’ 처리할지 생각하는 게 아닌, 어떤 의뢰‘부터’ 처리할지 고민하는게 조금 공포스러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오후에 한 화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후원 감사는 추가로 올라오는 회차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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