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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

       미스캐토닉 대학교는 아브라함의 저택으로부터 차량을 이용하여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여러 건물이 모여 만들어진 커다란 부지였습니다. 

       

       책을 한 권씩 옆구리에 낀 학생들이 길거리를 거니는 모습은, 아카데미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던 풍경이었습니다. 다만,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면. 흰색 두건을 쓴 자들이 벌이는 시끄러운 포교 활동이었습니다.

       

       “여러분, 종말의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의미 있는 마지막을 위해서 귀의하십시오!”

       

       “우리는 신의 품 안에서 비로소 완전합니다! 우주의 티끌이 되느니, 그분의 일부가 되어 새로이 태어납시다!”

       

       니오레는 눈을 한 번 깜빡이고는, 정보를 늘어놓았습니다.

       

       [다들 젊은 사람들이에요. 학생들 같아요. 종교에 완전히 빠져 있어요. 종교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을 거예요.]

       

       “내 눈에도 그렇게 보인다. 종말론자는 어딜 가나 맛이 가 있군.”

       

       “⋯⋯모든 학생이 저러는 건 아니라네. 요새 이상한 믿음을 품기 시작하는 젊은이들이 늘었지만, 대부분은 선량하고 지적 욕구가 높은 건실한 아이들이야.”

       

       아브라함이 그렇게 변호했지만, 저렇게 시끄럽게 소리 높여 포교하는 이들을 아무도 저지하지 않는다는 것과, 주의 깊게 바라보는 학생 무리가 제법 있다는 사실이⋯⋯ 대학의 미래를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저들은 식빵에 핀 곰팡이처럼 빠르게 번져나갈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교수 전용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대학 건물로 여러분들을 이끌었습니다. 천문학을 가르치는 건물은 대학 건물 중에서도 허름한 편이었습니다.

       

       세 사람은 청강을 하면서 아브라함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학생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이루어 강의실을 채웠습니다. 개중에는 흰 두건을 쓴 이들도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은 정시가 되자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별을 관측하는 방법, 별의 움직임과 수학적인 의미 등.

       

       과학자의 시선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별에 종교적인 의미를 덧붙이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세상의 모습을 알려주는 데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강의는 열정적이었고, 학생들이 이해하기 쉬운 어휘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절반은 지루해했고, 흰 두건을 쓴 이들은 수업이 뒷전인 것처럼 딴짓하며 서로 떠들었습니다. 

       

       “이게⋯⋯!”

       

       “참아.”

       

       베네트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쳐나가려는 타라를 말리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은 자리를 떠났습니다. 아브라함은 머쓱하게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내 강의가 재미가 없었던 모양일세.”

       

       “아뇨, 아브라함. 정말 재미있었어요! 정말로요. 특히, 신학적인 관점을 완전히 배제한 게⋯⋯.”

       

       이런저런 부분이 좋았다며 아브라함을 칭찬하는 타라의 뒤통수에, 베네트는 툭 뱉었습니다.

       

       “그게 성녀가 할 말이 맞나⋯⋯?”

       

       “시끄러워, 베네트!”

       

       ===============================================================

       

       미스캐토닉 대학교의 도서관은 마치 미궁 같았습니다. 책장들이 가지런하지 않고 난잡하게 늘어서 있어, 초행인 사람들은 어쩌면 길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넋이 나간 듯 도서관을 배회하는 학생들도 몇 명 눈에 띄었습니다. 베네트는 특징적인 구조물들을 암기하며 길을 기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누군가가 이렇게 일부러 디자인을 한 것인지, 아니면 아무도 정리할 생각을 하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나태의 미궁인지.

       

       타라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니오레에게 슬쩍 물어봤습니다.

       

       “⋯⋯니오레, 나가는 길 외웠지?”

       

       [네!]

       

       “휴우⋯⋯.”

       

       베네트는 타라를 툭 건드리고 지나갔습니다.

       

       “스스로 외울 생각을 해라.”

       

       “역할 분담이야, 역할 분담!”

       

       “역할 분담을 입에 담을 거라면 청소부터 잘해. 청소 당번.”

       

       “이씨⋯⋯!”

       

       베네트와 타라가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 니오레는 조용히 화이트보드를 채웠습니다. 노인에게 보여줄 것이니까 평소보다 글씨는 크게. 그리고 번쩍 들어 아브라함에게 보여주며.

       

       [빛나는 부등변다면체라는 물건을 아시나요?]

       

       “⋯⋯금시초문이군. 혹시, 오컬트와 관련된 물건인 겐가?”

       

       [어쩌면요.]

       

       “오컬트, 마법, 음모론 같은 불온서적들은 학생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금서고에서 따로 관리하고 있다네. 혹시 자네도⋯⋯.”

       

       니오레는 냉큼 베네트를 팔아넘겼습니다.

       

       [아시다시피, 베네트가 관심이 많아요.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베네트는 재미로 즐기고 있고, 혹시라도 잘못된 길로 빠지면 저랑 타라가 붙잡을 테니까!]

       

       “네, 저희가 책임지고 막을게요 아브라함!”

       

       “그런가⋯⋯. 그렇다면, 금서고의 문을 열어주겠네. 마침, 내가 그곳의 관리자라서 말일세.”

       

       다만, 하고. 아브라함은 조건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감독 하에서일세. 나는 자네들을 믿지만, 믿음 이전에 직업윤리는 지켜져야만 한다네. 그래도 괜찮겠나?”

       

       “물론입니다. 아브라함.”

       

       아브라함은 고개를 끄덕이며 품 안에서 은빛 열쇠를 꺼내 들었습니다. 그는, 복잡한 미로 같은 도서관을 이리저리 빠져나가, 천문 관련 서적을 모아 둔 책장을 지나, 어떤 허름한 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끼이익.

       

       낡은 경첩이 비명을 지르며, 내부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도서관과는 달리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방이었습니다. 일렬로 늘어선 책장에는 책이 빼곡히 꽂혀 있었고, 방의 한구석에는 커다란 금고가 있었습니다. 척 보기에도 단단해 보이고, 견고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습니다.

       

       베네트가 물었습니다.

       

       “저 금고는 무엇입니까?”

       

       “개인 금고라네. 금서고를 내가 관리하는 김에⋯⋯ 중요한 물건도 여기 보관하고 있지. 안에 든 건, 자네도 아는 것이라네.”

       

       “⋯⋯연구 자료?”

       

       “정답일세. 연구 자료 사본을 금고 안에 넣어두었지. 책은 마음껏 살펴보게나. 하지만, 오컬트에 너무 심취하지는 말게. 그건 이성을 포기하는 짓이야.”

       

       “예. 주의하겠습니다.”

       

       베네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쩌다가 아브라함에게 이런 시선을 받게 되었지. 생각해 보면, 타라가 먼저 손절쳐서 이렇게 된 거 아닌가. 

       

       “⋯⋯뭘 봐?”

       

       “⋯⋯⋯⋯.”

       

       두고보자. 베네트는 울분을 삼켰습니다.

       

       여러분은 금서고의 서적들을 조사했습니다. 하루만으로는 모두 살펴볼 수 없을 정도로 양이 방대했으므로, 거의 운에 맡기는 조사였습니다. 불온서적을 모아두었다는 말답게, 온갖 기괴하고 이상한 책들이 가득했습니다.

       

       정어리로 파이를 만드는 레시피를 수록한 책이라던가.

       

       인간과 개의 유사성을 주장하는 듯한 논문.

       

       어느 해안가에서 물고기 머리를 단 인간을 발견했다는 등의, 기괴한 소문들을 모아 놓은 잡지.

       

       그리고 수위 높은 성인 소설.

       

       “⋯⋯⋯⋯!”

       

       “타라, 뭔가 찾았나?”

       

       “아니, 아무것도! 뭐 찾은 거 없어! 절대!”

       

       “반응이 이상한데. 혼자 본다고 해서 공을 독식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나. 조금이라도 단서가 필요한 상황이니,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면 가져와 봐라.”

       

       “아니, 야! 놔⋯⋯! 아이, 씨, 힘은 더럽게 쎄서⋯⋯!”

       

       베네트는 힘으로 타라가 쥐고 있던 책을 빼앗아서, 몇 페이지 훑어보더니. 얼굴이 새빨갛게 된 타라에게 다시 돌려주면서 덧붙였습니다.

       

       “이런 건 혼자서 봐라.”

       

       “네가 빼앗아 갔잖아-!! 그리고 본 거 아니거든?!”

       

       2차전 발생.

       

       베네트가 승기를 잡고 타라를 말로 두드려 패고 있을 때, 아브라함은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조사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오늘은 이쯤 하지 않겠나? 금서고는 내일도 열어주겠네. 집으로 돌아가서 저녁 준비를 해야 하니 말일세.”

       

       [네, 아브라함.]

       

       “네, 네! 좋아요!”

       

       타라가 반색하면서 동의했습니다. 베네트는 올가미를 빠져나간 타라를 보고 아쉬움에 혀를 쯧 찼습니다. 족히 20분은 두드려 팰 수 있는 타이밍이었는데.

       

       그러다가 문득 느꼈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친해진 게 아닌가. 언제부터인가, 가볍게 말을 걸 수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타라에게도, 니오레에게도. 

       

       그녀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어떻게 행동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강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떠드는 건, 퍽 즐거웠습니다. 가끔은⋯⋯ 잠깐이나마 머릿속에서 여동생을 잊었습니다.

       

       심경이 복잡했습니다. 

       

       한 지붕 아래에 묵는다는 건, 같이 한 자리에서 식사를 한다는 건, 매번 자고 일어나서 얼굴을 마주친다는 건⋯⋯ 너무나도 빠르게 정이 들게 했습니다.

       

       어쩌면 타라처럼, 자신도 정에 굶주렸던 걸지도.

       

       그래도⋯⋯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있었으니. 지금은 묻어두기로 했습니다. 아직은 괜찮았습니다. 아직은. 

       

       아브라함에게 팔짱을 끼고 걷는 타라와, 화이트보드를 안고 자신을 돌아보며, 안 따라오냐는 듯이 고개를 기울이는 니오레를 보며. 베네트는 그들을 쫒아갔습니다. 

       

       ===============================================================

       #5 : 광신도 / 실종자

       

       아브라함의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의 일입니다.

       

       “⋯⋯⋯⋯!!”

       

       창문 밖으로 흘러가는 도로를 바라보던 니오레는, 갑작스럽게 몸을 일으켜, 차량 천장에 머리를 한 번 박고. 바쁘게 손을 파닥거렸습니다. 시선이 쏠렸습니다.

       

       “무슨 일이지?”

       

       “니오레, 왜 그래?”

       

       “⋯⋯⋯⋯!!”

       

       그녀는 화이트보드에 글을 쓸 시간도 없다는 마냥, 스쳐지나가는 창문 밖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그러나 이미 지나쳐버린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고, 니오레는 바쁘게 글을 적었습니다.

       

       [납치당하고 있었어요. 흰 두건 쓴 사람들에게, 여성이.]

       

       “⋯⋯뒤에 무슨 일인가?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앞을 바라보고 운전하던 아브라함이, 백미러를 바라보며 묻자. 타라와 베네트가 거의 동시에 말했습니다.

       

       “아브라함, 차 세워요!”

       

       “아니, 세울 필요 없습니다.”

       

       “베네트, 너 또⋯⋯!”

       

       “구하겠다는 소리라면 그만 둬라. 누누이 얘기했지만⋯⋯.”

       

       덥썩.

       

       니오레가 베네트의 위로 올라타, 양손으로 베네트의 어깨를 꽉 쥐었습니다. 싸움을 걸 셈인가 싶어 몸에 힘을 잔뜩 끌어올렸던 베네트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힘을 풀었습니다. 니오레가 말하거나, 적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눈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한 번만 기회를 줘요.

       

       베네트는 망설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습니다. 역시, 너무 어울린 게 아닐까 해서. 그는 니오레의 몸을 부드럽게 밀어내고, 아브라함에게 말했습니다.

       

       “일이 생겼습니다. 아브라함. 저녁 식사 전까지는 돌아갈 테니, 잠깐 세워주시겠습니까?”

       

       “⋯⋯위험한 일인가?”

       

       “아닙니다.”

       

       “⋯⋯몸 조심히 돌아오게. 자네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으니 말일세.”

       

       아브라함의 차가 멈춰섰습니다. 니오레가 먼저 내려, 도로를 되짚어 달려갔고. 베네트와 타라가 뒤를 쫒아 나란히 달렸습니다. 

       

       노인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습니다.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베네트가 얼마나 주의 깊은 성격인지는 아브라함도 알았습니다. 

       

       그가 자신 있게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으니, 나름의 계산이 있었을 터. 아브라함은 오컬트를 믿는 것 빼고는 건실하고 능력 있는 청년인 베네트를 믿었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러분, 연재시간을 2시로 미룬 게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루지 않았다면⋯⋯ 오늘도 어김없이 지각사과공지가 올라왔을 터!
    날이 춥습니다. 눈도 내리네요.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시고, 내일도 또 봐요, 마이 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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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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