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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

       팽진아의 갑작스러운 호출에, 주나용이라는 변수까지 출몰한 우당탕 요리쿵 저러쿵 아침 브리핑이 끝난 직후.

         

       나, 므냥이, 문보라.

         

       이렇게 세 사람은 오후 1시부터 시작될 1주 차 훈련을 대비하여, 식사를 위해 시내로 나왔다.

         

       여기저기 바글거리는 사람들의 인파가 보인다.

         

       다들 갓 새내기 같은 느낌이 드는 걸 보니 아마 우리처럼 예비 신입생이겠지.

         

       “그래서, 뭐 먹을까?”

         

       대대로 내려오는 유서 깊은 식사 고민.

         

       우리 모두 잠시 침묵하였다.

         

       그러다 먼저 의견을 내뱉은 건 호구 겸, 브레인 문보라였다.

         

       “1주차 훈련은 대다수 체력 단련으로 꽉 차 있어요. 따라서 몸에 부담이 가지 않게 가벼운 걸 먹는 게 좋을 겁니다.”

         

       “오, 역시 보라보라…”

       “므아아. 보라보라…”

       

        “…그니까 그런 이상한 별명 붙이지 말라니까요?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그곳’ 어때요?”

         

       “그곳 말이지?”

         

       역시 문보라.

       나랑 통하는 게 있다.

       옆에서 지켜보던 므냥이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잠시 뒤, 우리 세 사람은 간판에 보이는 음식점에 들어갔고 각자 메뉴를 시켰다.

         

       “…므아아, 세, 세하야. 보라야.”

         

       아까부터 의문이 들었는지 므냥이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볼을 긁적거렸다.

         

       “구, 국밥이…가벼운 거야?”

       “가볍지.”

       “진중하면서도 가볍지요.”

       “……므아아.”

         

       곧 10분도 되지 않아서 국밥 세 개가 떡하니 차려진다.

         

       “므아아…”

         

       응?

         

       숟가락을 드는데 옆자리에 있던 므냥이가 어깨로 툭툭 친다.

         

       그녀의 눈빛이 문보라를 향해 힐끗거리며 말한다.

         

       ‘므아아, 보, 보라는 아무리 봐도 이런 곳에는 안 어울리는데…?’ 하는 표정.

         

       뭐 이해는 한다.

         

       딱 봐도 고급레스토랑 가서 포크랑 나이프 들고, 스테이크에 포도주 한잔 곁들일 그런 외견이니까.

         

       하지만 나는 괜찮다는 의미로 눈을 찡긋거렸다.

         

       의아해하던 므냥이는 곧 문보라의 모습에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문보라는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어 거추장스럽지 않게 뒤로 넘겼다.

         

       먼저 아무것도 안탄 슴슴한 국물맛을 본 다음, 취향에 맞추어 소금간을 살짝 한다.

         

       그대로 식사하다 다대기를 풀고 맛을 첨가.

         

       야무지게 밥을 말고, 알뜰살뜰하게 부추와 마늘을 넣는다.

         

       거기에 끝판에는 무려 깍두기 국물까지 넣는다.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직관하니 참 묘하긴 해.’

         

       원래 세상이라면 연예인 압살할 외모의 미소녀가 거의 동네 아재처럼 잘 먹으니까…

         

       마지막으로 풋고추, 당근, 오이 순서대로 된장에 찍어 한입 와삭하고 문다.

         

       “우물우물…?”

         

       그제야 멍하니 바라보는 시선을 눈치채는 문보라.

         

       “…? 왜 그러시나요?”

       “아, 므아…미안해. 이, 이미지랑 너무 안 어울려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문보라.

         

       “할아버님께서 좋아하셨던 음식입니다. 어린 시절 같이 다니며 먹는 법을 익혔지요.”

       “아하……”

         

       어느 정도 진행된 식사는 가벼운 대화거리가 주를 이루었고, 마지막에는 주나용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냅킨으로 입가를 닦는 문보라.

       천천히 말을 이었다.

         

       “유세하씨. 갑작스럽게 방문한 분의 이름은 주나용씨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태생 5★ 말하는 거지?”

       “……알고 있으셨어요?”

         

       고개를 끄덕이자, 문보라는 ‘아아~’거렸다.

         

       “하긴 그녀는 유명인이니 모르는 게 더 이상하겠네요. 뉴스에서도 대대적인 선전용으로 나오기도 했으니까요.”

         

       어, 그건 몰랐는데…선전?

         

       ‘…뭔가 유명한 단체에서 후원이라도 받나?’

         

       주나용은 특이하게도 개인 스토리에서 본인의 배경이나 가족이 설명되지 않은 캐릭터니까.

         

       나는 한입 야무지게 먹으며 천천히 생각하였다.

         

       눈치챘겠지만, 주나용.

       그녀 또한 ‘고스라’의 미소녀 캐릭터이다.

         

       동시에 모든 지도관이 인정하는 대표적인 사기캐이자 태생 5★ 이었다.

         

       ‘티어표에서 언제나 S급을 유지하는 대단한 녀석.’

         

       ‘고스라’는 가챠겜이다.

       당연히 호흡권, 시민권, 귀족권이라 불리는 성능 판별기 호칭이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호흡권이다.

       숨을 못 쉬면 죽는 의미라서 붙인 용어니까.

         

       보통 호흡권이라는 말이 붙은 애들은, 성장의 핵심 기반이 되는 재화 파밍의 선봉에서는 역할을 맡는다.

         

       고스라는 무려 6년을 서비스 중인 게임.

         

       당연히 뉴비들에게 추천하는 여러 호흡권 캐릭터가 있는데, 모든 지도관이 입을 모아 가장 쉽고 편한 거로 ‘주나용’을 추천한다.

         

       고스라는 초반부 한정 ‘딜찍누’라고 불리는 유료 재화와 탬빨을 기반으로 한 기믹 무시로 스토리를 이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초반부 이야기.

         

       중반부터는 적과의 상성, 지형의 영향, 캐릭터끼리의 시너지와 케미등에 영향을 받는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토주원의 정원>이 대표적인 지형 빨을 타는 던전이다.

         

       ‘나중 가면 더 지랄 맞지.’

         

       용암이 흐르거나, 날아다녀야 하거나, 사막, 눈보라가 휘몰아쳐서 온갖 디버프를 걸리는 등 아주 야랄 난 장소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깡 스펙이 높아서 쓰는 캐릭터들은 결국 낙오된다.

         

       이는 여러 캐릭터를 뽑아서 매출을 당기려는 고스라의 사악한 상술이 기반이 된 것이다만.

         

       아무튼, 주나용은 그럼 험난한 메타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캐릭터다.

         

       심지어 딜러라는 유형 상, 범용성이 적을 수밖에 없음에도 말이다.

         

       물론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극 후반부 한정으로는 [역천의 눈동자]를 완전히 개화한 유세하라던가.

         

       내가 빙의 당하기 직전 뽑았던 【성화(聖化) 니디아】같은 최고점 캐릭터에 비하면 약하다.

         

       하지만 그건 거기까지 갔을 때의 이야기인 거고.

         

       고스라가 현실이 된 지금에서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골치 아프네.’

         

       따라서 이것 참 성가시게 되었다.

       내가 그리는 파티에는 주나용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훈련받는 도중 어떻게든 접선하려고 눈독을 들였었다.

         

       그리고 영입도 쉬울 거라 생각했다.

         

       누가 고스라의 법칙을 받는 대표적인 미소녀 캐릭 아니랄까 봐.

         

       애도 근본은 착하다.

         

       결정적으로 주나용은 특히나 다른 애들에 비해서 ‘욕망’에 약했다.

         

       이는 그녀의 몸에 흐르는 특수한 피가 원인이라서 그런데, 넘어가도록 하고.

         

       저 욕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손쉬운 게 바로 ‘식탐’이었다.

         

       즉, 그녀가 좋아하는 간식만 잘 찔러줘도 친해지기 쉬운 편이다.

         

       문제는 바로 전에 팽진아와의 일로 미운털이 박혔다는 거.

         

       ‘그러고 보니 주나용의 스토리에서 어린 시절 정체불명의 헌터에게 구해져서 동경했다는 말이 나오긴 했는데…’

         

       설마, 그게 팽진아 교수일 줄이야.

       세상 참 좁다는 게 느껴진다.

         

       “유세하씨? 식사 다하셨으면 슬슬 일어나지요. 곧 훈련 시작됩니다.”

       “아, 벌써?”

         

       문보라의 말에 나는 우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천천히 다가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 * *

         

         

       삑―!

         

       높디높은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소리에 훈련복으로 갈아입은 훈련 예비생도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집중된다.

         

       호루라기를 분 것은 베이지색의 냉철해 보이는 외견을 가진 미인.

         

       팽진아 교수였다.

         

       “다들 주목! 지금부터 1주 차 훈련을 시작하겠다. 알 거로 생각하지만, 이 모든 훈련 과정은 협회에 세세히 기록. 의무 병역 이행으로도 이어지니 성실히 응해주길 바란다.”

         

       팽진아는 이어 바로 옆에 있는 널찍한 운동장을 가리켰다.

         

       “오늘은 첫날이기에 아무런 제약, 장애물 없는 달리기를 진행하겠다. 최대 트랙 수는 40바퀴이다. 그럼 다들 준비하도록.”

         

       팽진아의 말에 여기저기 몸을 푸는 생도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한 생도가 있었다.

         

       엉덩이까지 오는 긴 적발을 묶어 내린 미인, 주나용이었다.

         

       타오르는 불꽃색과 대비되는 녹색의 눈동자가 별빛처럼 빛을 낸다.

         

       “용후우-!”

         

       크게 숨을 고르는 주나용.

         

       탕-! 하는 시작을 알리는 총소리가 들리자마자, 양다리에 힘을 주며 전속력으로 달려나갔다.

         

       삽시간에 모든 생도를 제치고 선두에 들어선다.

         

       잘 맞물린 톱니바퀴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것처럼, 그녀의 종아리는 팽배한 근육을 이루며 폭발적인 힘을 내었다.

         

       달려나가는 주나용의 뜀박질에, 생도는 물론이고 지켜보던 다른 교수들조차 놀란 목소리를 내었다.

         

       그중 일부는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였다.

       지금 이것은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무려, 이만한 크기의 트랙을 40바퀴나 돌아야 하는 오래달리기 훈련.

         

       애초에 훈련의 목적은 기초체력과 스태미나 증진이 목적이다.

         

       따라서 저러다 도중에 탈진해버리면 어쩌나 싶었지만.

         

       점점 늘어나는 머리 위 숫자에 다들 어안이 벙벙해진다.

         

       아티팩트로 자신이 완주한 숫자가 새겨지는 시스템.

         

       주나용의 숫자는 5, 10에 이어서 어느새 20이라는 압도적인 수치에 도달해있었다.

         

       그 모습에 팽진아를 제외한 교수들 대다수가 얼을 빼었다.

         

       “미, 미친…이제 겨우 40분인데…벌써 20바퀴라고?”

       “…속도가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군. 다리에 감도는 저 붉은빛. [질주] 특성인가?”

       “애초에 그런 거 상관없이…그냥 기초 체력이 압도적이야. 저 정도면 1학년은 물론이고 2학년 중에서도 탑급의 체력 같은데…”

       “역시, <설빙>과 마찬가지로 유일하게 별호를 받은 <염룡>이라는 건가…”

         

       이는 주나용 입장에서는 당연한 거였다.

         

       태생 5★이라는 압도적인 재능의 덩어리.

         

       여기에 어린 시절부터 팽진아의 뒤를 쫓던 그녀답게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원이 부족한 적도 없었다.

         

       비싸다는 영약과 성장 물품을 물 쓰듯 마음껏 섭취하여, 그 나잇대에 올릴 수 있는 수치는 최대한 올린 게 바로 자신이다.

         

       ‘…이정도도 못하면 안 되지!’

         

       25라는 숫자가 머리 위에 새겨진 주나용은 잠시 속도를 늦췄다.

         

       차오르는 숨을 후-! 하고 내뱉으며 고개를 든다.

         

       저 멀리 팔짱을 낀 채 다른 곳을 주시하는 팽진아가 보인다.

         

       필시 유세하인가 하는…

       오늘 아침에 보았단 무지막지하게 잘생긴 녀석을 바라보고 있는 걸 거다.

         

       그 모습에 약간 분함을 느끼는 주나용.

       그래도 마음을 다잡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팽진아 언니…아, 아니 교수님이 고른 녀석이야.’

         

       자신도 귀가 있고 눈이 있다.

         

       애초에 알기 싫어도 [소탕 2팀]의 팀장 언니가 유망주라 불리는 녀석들의 정보를 전해준다.

         

       그들 중 가장 눈에 띈 건 유일한 남성이자, 혜성처럼 등장해 대활약을 펼친 유세하.

         

       주나용은 처음 기록서를 읽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팽진아랑 검을 맞대었고, 심지어 검을 놓치게까지 하였다는 보고.

         

       거기에 직접 입으로 ‘합격’이라는 소리를 들은 거다.

         

       필시, 대단한 녀석이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

         

       따라서 주나용은 못해도 그가 20바퀴 이상은 돌았을 거로 생각했다.

         

       그 정도는 해줘야 자신도 맞수로 인정하고 상대할 맛이 나지 않겠는가?

         

       ‘한번 확인해볼까.’

         

       뒤를 도는 주나용.

       여기저기 달리는 생도들의 머리 위로 숫자가 표시된다.

         

       곧 그녀의 눈이 흔들린다.

         

       “…용아아…뭐야?”

         

       저, 형편없는 숫자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조만간 주기적으로 ‘연참’하는 주기를 공지로 적겠습니다. 일일 연재는 당연한거니 패스 하겠습니다.
    (현재 생각은 수, 토 or 일)입니다.

    아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연참이 아니라 휴재해야 하는 날이라면 공지 제목을 ‘오늘은 휴재입니다’로 하겠습니다.
    다만 이런 날은 거의 없을 겁니다.
    제가 죽는 한이 있어도 하루 한편은 무조건 올리자 주의라서…

    잡설이 길었네요.
    언제나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연참입니다. ‘-^*

    변경된 표지의 인물은 ‘주나용’ 입니다. 인물 모음집에 넣어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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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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