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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

    피.

    손수건.

    그리고 피 묻은 손수건.

    손수건도 루크의 것이고, 나온곳도 루크의 주머니였다.

    그렇다면 이건 루크의 피라고 생각하는것도 이상하진 않은 일일까?

    손이 떨리고 있다.

    ‘어째서 피가 묻어있을까?’

    어디서 다쳤을까? 아니면, 혹시 몸의 어디가 안좋은건가?

    설마, 그날…?

    아니, 그럴 리는 없겠지.

    실제 그날이라고해도 그걸 손수건으로 닦지는 않을 테니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루크가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다.

    학교에서 피곤한 일이 있었을까?

    설마 따돌림인가.

    예르나는 그 생각에 미치자, 정신이 그쪽으로 확 쏠렸다.

    루가 따돌림을 당한다고?

    왜?

    이유라고하면 사실 별건 없을지도 모른다.

    그냥 남들과 다르게 생겼다는것만으로도 따돌림은 성립하는게 아니던가.

    예쁘다면 예쁜대로, 못생겼다면 못생긴대로.

    단체에 어울리지 않는 아이를 모여서 따돌리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흔했다.

    학교폭력이란 말이 왜 생겼겠는가?

    아주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니까 그렇다.

    “…….”

    생각해보니까, 루크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이 보였었다.

    어쩌면,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도…….

    아니, 단언해선 안된다.

    따돌림이 있었다는 전제로 생각해서야, 나쁜것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피묻은 손수건만 발견했을 뿐이다.

    그냥 피를 닦는데 썼을 뿐이잖은가?

    피가 왜 났는진 모르겠지만…….

    예르나는 콜록, 콜록, 하면서 각혈하는 루크가 떠오르고 말았다.

    설마, 실험의 부작용으로……!

    아니. 그건 아닐거다.

    검사결과를 떠올려봐. 루크의 종족이 이상한것 말고는 아주 정상이었다. 몸무게가 아직 심하게 적기는 하지만, 이건 맛있는 간식거리를 많이 사뒀으니 금방 찌겠지.

    쿵.

    예르나는 생각을 떨쳐내려 머리를 벽에 쥐어박았다.

    너무 상상력이 지나쳐.

    ‘자세한건, 루크가 일어나면 이야기하자.’

    지금은, 일단 잠을 자고…….

    ———

    짹, 짹.

    날이 풀려서 낮마다 들려오는 새소리가 참으로 기분좋은 아침이다.

    아침부터 일어난 저들은 어디로 날아갈까?

    새들에겐 고민이 필요할까?

    새들도 밥먹을 걱정정도는 할지도 모르겠다.

    오늘 굶으면 내일은 더 일찍 일어나야지, 그런 생각같은걸 하지 않을까.

    찰칵, 방문이 열린다.

    그쪽으로 시선을 향하자, 루크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면서 문고리를 밀며 방에서 나오고있다.

    “잘 잤니, 루.”

    예르나의 공허한 아침인사에, 루크는 반사적으로 인사를 건넨다.

    “하암……. 예르나……. 일찍 일어났구나……?”

    루크는 인사를 하던중에 보고 말았다.

    퀭-.

    예르나의 피곤에 절을대로 절은 몰골……. 

    솔직히 말이 아니었다.

    루크는 살짝 질린 표정으로 예르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아예 잠을 못잔 모양이구나. 대체 무슨 일이더냐? 잠자리가 불편했느냐……?”

    루크는 자는동안 끼워둔 뿔마개를 쏙, 쏙, 빼내면서 예르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녀의 이마를 짚는다.

    “이런, 열이 조금 남아있구나. 어디가 아픈겐가? 내가 당부한대로, 미리프꽃은 잘 달여먹었고?”

    “그건 걱정할 거 없어, 루.”

    “응?”

    예르나는 루크의 손을 살짝 마주쥐며 다정하게 이마에서 치워내면서 조금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표정에 루크는 깨달았다.

    그것은 하고싶은말이 있어보이는 표정이다.

    루크는 그녀의 심상치않은 분위기에 덩달아 진지해지고 말았다.

    “대체 무슨 일인가, 예르나.”

    예르나는 우물쭈물, 하다가 다짐했다는 듯 말했다.

    “요즘……. 힘든거 있어?”

    “힘든것? 전혀 없다. 그대가 걱정할거 전혀 없으니…….”

    “하나도 없어? 내겐 숨기지 않아도 좋아. 절대 널 포기하거나 하지 않으니까. 반드시 도와줄테니까.”

    “……?”

    루크는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예르나가 무엇때문에 이리도 걱정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힘들다는 티를 낸적도 없다……고 생각했다.

    학교에 다닐땐 그 구속감탓에 조금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무런 고난도 역경도 없다. 아주 순조롭게 현대의 삶을 영위하는 중이거늘…….

    루크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턱을 문지르고있자, 예르나는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혹시 따돌림당하는데 따돌림인줄 모르는게 아닐까?

    그동안 도를 넘은 학대를 당해서, 어린아이의 악의 정도는 그냥 괴롭힘인줄도 모르는걸지도.

    “학교에선 아무일도 없었어?”

    학교?

    학교에선 아무일도…….

    아.

    루크는 음악동아리실에서의 난장판이 떠올랐다.

    귀신에게 저주받은 피아노라니, 그저 파이가 혼자서 연주를 했던것 뿐이었다.

    영체형 몬스터랑 정령은 아주 다른 존재다.

    인간에게 악의를 갖고, 명계의 일원으로 만들려고하는 고스트따위와,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정령을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 일로 원치않게 학생들사이에서마저 유명해져버린 사건은 곤란했던 것이었다.

    그걸 말하는건가.

    루크는 그 이야기를 주절주절 털어놓았다.

    “어제 점심을 먹은 후에……. 음악실에 귀신이 나왔다고 해서 보러갔었다. 피아노가 제멋대로 연주되고 있다더군.”

    “하지만, 그건 귀신이 아니고 나의 정령, 파이였다. 그냥 저 혼자 신나서 피아노를 치던 거였지. 내가 다가가 그만두라하니 그만 두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마치 내가 피아노에 붙은 귀신의 저주를 해주한 모습처럼 보였는지, 아이들은 나를 무슨 대단한 일을 한 것인 양 떠받든게다.”

    “곤란한 일이었지……. 그래서 음악실도 못 쓰게 된게다.”

    루크의 설명을 들은 예르나는 피곤해서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움직이면서 생각했다.

    정령 얘기는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귀신을 퇴치했단 말이려나.

    귀신? 학교에 고스트가 나타났다는 얘길까?

    그런 영체형 몬스터는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한 몬스터이긴 하다.

    위험도는 당연히 개체별로 다르긴 하지만 마법을 사용하면 퇴치하지 못할것도 없다.

    약한 개체는 약간 커다란 벌레랑 별반 다르지 않으니까.

    예르나는 문득, 루크가 드디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준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들떴다.

    저번에 이야기는 솔직히, 보호자호출을 받게된 이유같은거였고.

    “루, 너. 귀신도 퇴치해?”

    “못할 건 없다만……. 그건 정령이었대도.”

    “그래, 그래.”

    아무튼 퇴치했다는 얘기겠지.

    마법을 써야 퇴치할 수 있지만, 루크는 서클을 다룰 수 있다고 했다.

    심장의 서클을 이용해 마음대로 마나를 다룰 수만 있다면야, 영체형 몬스터퇴치는 별로 어렵지 않겠지.

    그 서클을 루크가 자유자재로 이용한다는게 비정상적인거지만…….

    ‘역시 그게 인체실험의 영향인가…….’

    예르나는 또 머리가 지끈거리는걸 느끼며 신음을 흘렸다.

    “으윽…….”

    ‘피곤해……. 출근도 해야하는데, 나는 왜 이러고 있는걸까.’

    이젠 머릿속이 그저 멍하다.

    안도감과 피곤으로 고개가 툭, 떨어지고만다.

    루크는 그런 예르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느냐? 피곤해보이는데, 대체 왜 잠을 안자고 있었던겐가.”

    “그건……!”

    예르나는 문득, 고개를 번쩍 들었다.

    “루, 그럼 따돌림같은건 없었던거지?”

    “따돌림? 그야 당연하지 않겠느냐.”

    루크는 애초에 학교도 제대로 안 다녔다.

    따돌림을 당할 시간조차 없었으리라.

    “그럼, 이건 대체 뭐하다가 묻은 피니?”

    예르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손수건을 꺼냈다.

    “그, 그건……. 그대가 내 주머니에서 꺼낸겐가?”

    루크는 놀란듯이 눈을 크게 떴다.

    아차.

    예르나는 자신이 너무 직설적이었다는걸 깨달았다.

    아주 오랫동안, 잠도 자지 않고 어떻게 우회적으로 물어볼까를 고민했는데, 막상 피곤하니 직설적인 말밖에 떠오르지 않은것이다.

    예르나는 허둥대면서 말을 주워담는다.

    “아니, 그냥……. 피냄새가 나길래, 나는 걱정이 되어서…….”

    루크는 그녀가 당황한채 허둥대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피묻은 손수건이라, 확실히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결국 그녀가 잠을 설친 이유는 자신의 탓이었다.

    미리 이야기를 했어야했나.

    루크는 어깨를 으쓱, 하면서 말했다.

    “예르나.”

    “으, 응?”

    “그건 내 피가 아니라네.”

    “뭐……. 라고……?”

    예르나는 자신이 떠올린 모든 경우의 수가 단 한마디로 부정당함을 느꼈다.

    루크의 피가 아니라니?

    “그럼, 이건 뭐야?”

    “그건……. 그대가 염려할것 하나 없는 일이었다네.”

    “뭐?”

    루크는 휴대폰을 향해 걸어가 집어들고는 조작했다.

    잠시후, 루크는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이었지.”

    한 아이를 둘러싸서 괴롭히는 4명.

    척보니까 이제 9학년쯤 되어보이는데, 삥뜯는걸로밖엔 안보인다.

    루크는 거기서 맞고있는 약해보이는 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여기 이 청년을 도와주었다네.”

    “아…….”

    예르나는 긴장이 탁, 풀리고 말았다.

    “그럼 그 피는…….”

    “그때 묻은게지. 내 피가 아니라네.”

    “그렇구나…….”

    긴장이 풀리니까 맥도 풀린다.

    예르나는 소파에 푸욱 기대면서 생각했다.

    ‘그럼 그 피는 맞고있던 아이가 흘린걸 닦아준거겠지. 루는 착하니까.’

    그러다 문득, 예르나는 몸을 튕겨 일어나며 루크의 앞에 앉고는 팔을 붙잡았다.

    “잠깐, 그럼 위험했잖아. 루! 어디 다친덴 없어?”

    “물론……. 보시다시피, 다친덴 하나도 없다.”

    “휴우…….”

    아마 루크는 똑똑한 아이니까, 분명 경찰을 부르거나 했을거다.

    ‘잠깐, 그러면 보복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예르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루, 나중에 그 녀석들이 부르거나 괴롭히면……. 아니, 어디서 보이면 꼭 이 언니한테 연락해. 알겠지? 내가 잘 처리할테니까.”

    루크는 살짝 당황해서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어……. 그, 그러도록 하지……? 고맙다.”

    루크는 생각했다.

    ‘이 시대는 강도에겐 이중처벌도 서슴치 않는건가……? 조금 엄격하구나.’

    과거의 통념으로도 그건 좀 불쌍하니까, 어디서 보여도 예르나에겐 따로 알리지 않는게 좋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제대로 얘기를 해요.

    ……제대로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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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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