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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

       * * *

       

       

       

       동프로이센의 카이저와 친하게 지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예를 든다면 말이다. 히틀러의 오스트리아가 독일을 정말 통일하고 싶어할 때, 그 기회가 다가왔을 때.

       

       2차 대전이 끝난 후에, 북독일 제국이든 연방이든 루이제를 보내 독일을 반으로 가르는 거지.

       

       그거 꽤 재미있을 거 같은데.

       

       실제 역사의 동서 분할과는 다른  느낌으로 말이지.

       

       

       “그래. 뭐 그쪽은 그렇다 칩시다.”

       

       

       그런데 말이다.

       

       그래서 더 궁금한 것이 있다.

       

       동프로이센에 베르몬트의 군대가 있다. 이건 폴란드가 기분 나쁠 만할 텐데.

       

       베르몬트의 서러시아군이 좀 독립적으로 보여도 러시아의 명령을 받는 군대란 말이다.

       

       그런 자들이 동프로이센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으면, 폴란드 처지에서는 굉장히 기분이 좀 그렇지 않을까.

       

       

       “폴란드가 생각 외로 조용한데. 한번은 시비를 걸 때가 아닌가.”

       “폴란드는 지금 영국 덕에 살아있는데, 그러하겠습니까?”

       “영국을 등에 업고 우리에게 시비를 걸 수 있는 일 아닙니까?”

       

       

       아니면, 이게 영국이 브레스트 리토프스크 조약을 넘겨 받은 나비 효과인가.

       

       독립한 마당에 딱 대영제국 님이 정해준 거나 다름없는 국경지역 분쟁은 하지 않으려 할 테니까.

       

       하긴 바보가 아니고서야 영국의 지원을 받는 피우수트스키가 백계 러시아를 상대로 시비를 걸 수 있을까.

       

       친영 국가로서 공산 독일 포위망에 속한 폴란드가 같은 반공 국가인 백계 러시아와 싸울까.

       

       아니다.

       

       영국이 나중에 다시 러시아를 견제하려 드는 경우도 생각하면 어떨까.

       

       여기서 동프로이센을 돕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폴란드와 충돌할 수도 있다.

       

       영국 입장에서는 우리 입장보다는 폴란드 쪽을 더 지지하려 하겠지.

       

       어쨌든 공산 독일과 직접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것은 폴란드니까.

       

       여기에 오스트리아에 러시아가 손을 뻗치는 걸 알고 있을 테니 그들로서는 심기가 불편할 거다.

       

       런던 초청이라도 받을 걸 그랬나.

       

       나중에 베라게드로이츠의 허락을 받고 해외 순방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까.

       

       결국 영국이 억제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거다.

       

       만일에 어떠한 일로 인해 영국이 폴란드와 발트, 우크라이나 등에서 빠진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데 이거. 공산 독일이 날뛸 거 같다.

       

       이거 폴란드와도 관계 개선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 폴란드도 지금 정치 시스템상, 결국 공산 독일과 맞서게 될 것이다.

       

       폴란드도 그럼 싫지만은 않을 거다.

       

       해외 순방을 간다면 가장 먼저 폴란드가 낫지 않을까.

       

       유제프 클레멘스 피우수트스키. 그 자와는 어떻게 대화의 여지는 있을 듯한데.

       

       적당히 폴란드를 지지해주면서 폴란드-리투아니아 재건하고 싶다고 하면 그거까지만 용인해주면 뭐 러시아랑 친하게 지내지 않을까?

       

       괜히 귀찮은 건 싫거든.

       

       솔직히 나중 가서 그것들이 독일에게 반갈죽 나든 말든 상관은 없지만, 독일의 최종 목적은 혁명의 적인 러시아 합중국을 잡는 것.

       

       그렇다면 완충국인 폴란드는 살아남아야 한다.

       

       폴란드마저 독일에 먹히면 오스트리아는 정말 끝이니까.

       

       루마니아나 발트국가 정도로는 안 되지.

       

       오히려 그들은 공산 독일의 영향을 받을 것이 눈에 훤하다.

       

       역시 그렇다면 폴란드, 오스트리아 라인을 전선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폴란드와는 친하게 지내야 한다

       

       몇 번을 생각해도 같다.

       

       결국 공산 독일과 붙어있는 건 폴란드니까.

       

       애초에 실제 역사에서도 폴란드는 소련만 아니었으면 나치독일 상대로 더 물고 늘어질 수도 있었다.

       

       아니, 밀 수 있었을까?

       

       확실한 건, 소련이 밀고 들어온 덕에 나치독일도 쉽게 폴란드를 밀 수 있던 거지.

       

       지금의 공산 독일이. 심지어 인재 유출과 군인 쪽도 오스트리아나 동프로이센 쪽으로 많이 빠졌다.

       

       그들이 바라는, 창설한 인민군에는 인재가 얼마나 될까.

       

       만슈타인과 롬멜 같은 위인이 공산 독일군에 남아있으려나.

       

       그렇다면 역시 또 폴란드다.

       

       폴란드가 살아서 독일을 막아줘야 한다 이 말이다.

       

       공산 독일이 폴란드를 넘볼 수 있을까.

       

       애초에 함부로 침공하지 못하게. 폴란드와 러시아가 친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언제 한 번 바르샤바에 가보는 것도 방법이겠네요.”

       “많이 위험합니다. 우리 내전 때는 그래도 같은 러시아인이었지. 폴란드 놈들이 폐하를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아마 러시아를 싫어하겠지.

       

       당장 지금 권력을 잡은 피우스트스키 역시 민족주의자로 1차대전 때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군 산하 폴란드 군단을 이끌어 러시아와 싸웠다.

       

       중간에 어떤 나비효과가 있었는지 몰라도, 어쨌든 오스트리아가 패전하면서 영국에 의해 이번 폴란드의 총통이 된 모양이다.

       

       그것도 22년도에 은퇴하지 않고 지금까지 쭉.

       

       그 사람도 양면전선을 걱정했었던 몸이고, 결국 그 나치독일과 불가침 조약을 맺기도 했었다.

       

       그러나 공산독일이 튀어나오고 어쩔 수 없이 영국과 손을 잡은 이상, 독일이 아닌 러시아 쪽과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

       

       피우수트스키의 대외감각이 실제 역사와 같은 것은 지금 폴란드 국경만 봐도 답이 나온다.

       

       굳이 러시아에 시비를 걸지 않고. 영국 아래에서 수그리며 지금 가진 땅덩어리에서 폴란드 내부를 다스리고 있다.

       

       

       “공산독일을 생각하면 폴란드를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저는 폴란드로 직접 가야 합니다.”

       “독일이 베르사유조약 파기를 외치긴 했어도 그뿐일 겁니다. 그놈들은 이제 이전만 못 하고 카이저는 동프로이센에 처박혀 있지 않습니까?”

       

       

       군부는 아무래도 적백내전 승리로 약간 방심한 것 같다.

       

       저 공산 독일이라는 빨갱이 국가가 떡하니 버티고 있지 않은가.

       

       공산주의는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폴란드가 우리에게 가진 원한을 생각하면 폐하께서는.”

       

       

       그래. 내가 모르지 않다. 무엇보다 폴란드 총통 유제프 피우수트스키의 형인 브로니스와프 피우수트키는 알렉산드르 3세를 암살하려는 모임과 연관이 있어서 체포되기도 했고.

       

       하지만 말이다.

       

       국익에는 영원한 원수도, 아군도 없는 법이다.

       

       폴란드가 나대지 않는 이상, 굳이 러시아가 완충지대가 되어줄 폴란드를 다시 점령할 이유도 없고.

       

       러시아는 땅이 뜯기고도 여전히 넓고. 제2의 로마도 수복했다는 말이다.

       

       이것을 적극 어필하면서 폴란드와 관계 개선을 꾀한다.

       

       빨갱이를 잡기 위해서라도.

       

       

       “그럼에도 가겠습니다. 가야만 합니다. 빨갱이의 무서움은 강력한 군대도, 국력도 아닙니다. 선동이지. 공산 독일과 공산 이탈리아가 그 증거 아닙니까.”

       “그렇기는 합니다만.”

       “지금 살아남은 국가끼리 연대를 강화해야 합니다.”

       

       

       튀르키예 쪽은 아타튀르크나 이뇌뉘 등이 있고, 우리가 일단 봐주고 있으니 공산 독일이 남러시아쪽을 공략하려고 튀르키예를 어쩌지는 못할 거다.

       

       그러니 폴란드와 관계를 개선해야지.

       

       아마 독일 빨갱이들은 결코 폴란드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다.

       

       공산주의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폴란드를 붉게 만들려고 하겠지.

       

       영국이 막는다? 빨갱이가 영불해협 넘어오지 못하도록 해군에 더 치중할 테니 육군으로 폴란드를 돕는 건 어림도 없을 거다.

       

       실제 역사보다 더 미적지근하게 반응하겠지.

       

       영국이 볼 때 공산 독일은 그냥 더러운 무언가지. 위협적인 건 아닐 테니. 그러니 결국 폴란드는 위험에 처할 거다.

       

       

       “그리고. 만일 죽을 거였으면. 그날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진작 죽었을 겁니다. 빨갱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저는 절대 죽지 않을 겁니다.”

       

       

       아무렴. 절대 빨갱이가 발호하게 두지 않겠다.

       

       

       “그럼 폐하께서는 독일이 어떻게 나올 거라 보십니까?”

       “개인적으로는 공산 독일은 라인란트 쪽을 먼저 처리하려 하겠죠. 프랑스도 지금 내부의 코뮌 문제로 라인란트에서 범람하는 붉은 홍수는 묵인할 겁니다.”

       

       

       원역사의 라인란트 재무장 느낌으로 말이다.

       

       그냥 내 멋대로 시나리오를 쓰면 그 후에 폴란드가 아닐까 싶다.

       

       그놈들 위치에서 유럽혁명 시나리오를 생각하면 순서가 그렇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 * *

       

       

       

       러시아의 차르이자 동로마 황제, 아나스타샤 차리나의 폴란드행은 군부를 비롯해 두마 의원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사실상 적백내전기부터 두마를 이끄는 몸이나 다름이 없던 사실상 의장인 콜차크와 백군부의 검은 남작은 아나스타샤의 폴란드행을 걱정했다.

       

       

       “폐하의 폴란드행을 막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그 내전에서 살아남은 분이시오. 폴란드가 우리와 전쟁을 하고 싶지 않다면 폐하를 어쩌지 못할 테고. 괜찮을 것이오.”

       “으음. 폐하께서 그 볼셰비키 때문에 너무 예민하신 것 같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지요. 눈앞에서 선대 차르와 황후, 그리고 형제 모두가 잔인하게 죽었으니. 지금의 차리나께서는 아마 세계에서 볼셰비키를 어떻게든 뿌리 뽑으려 하실 거요.”

       

       

       비록, 선대 차르의 치세가 좋았던 것도 아니고. 그 차르 때문에 혁명도 터진 것이었지만. 그래도 가족이 그렇게 죽어간다면 눈이 뒤집히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차리나는 어떻게든 러시아를 붉은 물에서 끌어 올렸다.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는 분이라는 것.

       

       폴란드에 가려는 것도 공산주의를 고립시키기 위한 준비과정일 것이다.

       

       

       “우리는 그저 폐하를 지지하기만 하면 될 뿐이오.”

       “폴란드가 폐하의 손을 잡으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폐하께서는 지금의 폴란드를 이끄는 유제프 피우수트스키를 높게 평가하고 계신 만큼, 이미 미래를 본 게 아니겠소?”

       

       

       현실적으로는 폴란드가 러시아의 손을 잡는다고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애초에 콜차크나 검은 남작도 폴란드의 독립을 인정하는 것이 영 마땅치 않지만. 그 차리나께서 결정하셨다면, 폴란드를 완충지대로 삼는 게 좋다는 뜻이리라.

       

       

       * * *

       

       

       폴란드 제2공화국

       

       폴란드 제2공화국의 총통 유제프 피우수트스키는 측근이자 외무장관으로 임명한 가브리엘 나루토비치로부터 제 귀를 의심할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아나스타샤 차리나가 직접 폴란드까지 오시겠다?”

       “진지하게 폴란드와 러시아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고 싶어 직접 찾아오겠다 했습니다.”

       “군대를 끌고 오지 않고 직접?”

       “표면상으로는 공산주의 포위망을 위해서라고 하더군요.”

       

       

       러시아의 차리나가 직접 폴란드에 오고 싶다고 한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유제프 피우수트스키에게 러시아는 폴란드의 영역,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밀어내야 하는 원수 같은 국가였다.

       

       당장 대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러시아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헝가리 군대 아래에서 러시아와 싸웠으니까.

       

       그 오스트리아에 뒤통수 맞고 갇혀있다가 영국 덕에 이 자리에 있다는 건 웃지 못할 이야기다. 

       

       지금은 영국의 질서를 따르면서 공산 독일과 국경을 맞댄 상황이라 러시아를 노리긴 힘들지만. 언제고 러시아 쪽으로 확장하고 싶다. 그런 야심을 품고 있었다.

       

       다만 그는 야심이 있는 만큼, 그 누구보다 대외관계에 예민했다.

       

       지금 상황에서 영국이 공산 독일을 상대할 방패로 내세울 러시아와 폴란드가 대립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터.

       

       그럼, 그 러시아의 속내를 봐야 한다.

       

       

       “차리나가 직접 온다라.”

       

       

       그 부모는 나라를 말아 먹었는데. 딸은 나락으로 떨어진 러시아를 멱살 잡고 끌어올렸다.

       

       젊다고, 여인이라고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프랑스에서도 차리나를 러시아판 잔다르크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니.

       

       그 나이에 직접 전장에서 뛰고, 심지어 이 폴란드로 들어오겠다고 한다.

       

       군대를 끌고 오는 것도 아니고 잘 지내보자고 직접 온다.

       

       

       “흐음.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요. 차리나의 지금까지의 행보로 보면 진심일 수도 있습니다.”

       “콘스탄티노플을 수복하고 대놓고 확장 주의적 행보를 보이는데?”

       

       

       당장 자기들 위신을 세우려고 폴란드를 노릴 수 있지 않을까.

       

       독립해버린 폴란드는 어쨌든 러시아 처지에서는 잡아먹고 싶을 텐데?

       

       차르의 권위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독자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실, 굳이 주인공이 움직이지 않고 장관들이 폴란드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대역물을 보면 아무래도 대체역사로 세계 정세가 변하다보니 외국 이야기가 많아져 자연스럽게 주인공 비중이 적어집니다.
    대역 작품을 몇 번 쓰면서 작가 본인도 그걸 느꼈습니다.
    그것도 밑바닥이나 적당한 위치의 주인공이 아닌 왕같은 자리면 더 그렇죠.
    그래서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일은 주인공이 직접 나설 듯합니다.

    확실한 건 이 역사의 폴란드는 동정받을 일이 없습니다.

    연참 관련 댓글이 있으신데. 하는 일도 있고 플러스 작품 다작 연재라 비축분이 모이지 않아 무리입니다…
    이 작품도 원래 옆동네와 함께 주 5일 연재인데 일일연재 하고 있으니. 그걸로 봐주시면…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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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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