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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

       “메테오요? 그야 하늘에서 운석을 소환하는 것이니만큼 저희 소환학파의 전유물…….”

        “뭐라!? 지금 장난하나? 메테오는 운석(隕石)이다! 당연히 우리 땅 마법으로 생성한 돌을 던지는 게 상식 아니냐!”

       

        누군가 상식 운운하며 이견을 내세우자 곳곳에서 샴페인 잔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각 학파를 대표하는 마법사들이 고성을 지르며 메테오 마법에 대한 자신들의 이론을 설파하기 시작했다.

        루벤이 굳은 표정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런 논리라면 땅에서 솟아나는 마그마는 땅 마법인가?”

        “크아아악!”

        “메테오는 엄연한 불 마법이다. 더 이상 이견이 없는 게 정설이니 다들 진정…….”

        “그깟 마찰열 따위로 뜨거워진 걸 갖고 불이라고? 하하! 차라리 불의 정령이 깃들어 있으니 정령마법이라 하게!”

       

        마법사들의 역린이라 할 수 있는 주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건 기껏해야 나 같은 해주학파 뿐이었으니까.

        그가 아무리 고명한 마법사라도 반발을 피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메테오는 탑주께서 직접 창개(創開)하셨다 알려진 몇 안 되는 마법 중 하나요!”

        “허어,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탑주의 학파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려보자는 건가?”

        “메, 메테오는 얼음 마법이라고 생각해요……!”

        “어째서?”

        “거대한 운석이 대륙에 떨어지면 빙하기를 몰고 올 테니까요.”

        “…….”  

       

        그게 대체 무슨 소리니.

       

        글레시아 학파 대표의 급진적인 주장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점성학파는 중력과 천체의 운행을 다루니 메테오가 자신들의 것이라고 자랑스레 떠들었고.

        딱히 내세울 것 없는 연금학파는 은근한 무시의 시선을 받곤 메테오가 사실 ‘현자의 돌’이라는 무리수를 던졌다.

       

        “그건 너무 억지잖아.”

        “하다 못해 지방 학회에서라도 받아들여질만한 주장을 하시오.”

        “무슨 소리! 최초의 메테오가 대륙에 떨어져 연금술의 발판이 마련된 거다! 아니라면 그 많은 광물들이 어찌 이리 흩어져 있겠어!”

        “니, 니들 다 닥쳐……!”

       

        그때, 마법사 하나가 부들부들 떨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드레스 자락을 뜯어내 카펫 위에 펼친 여인은 뷔페 음식을 꿍쳐놓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공물과 영광을 쏟아냈다.

        그것이 재단이라는 것을 깨달은 마법사들이 기겁하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메테오는 시, 신벌(神罰), 경전에도 적혀 있는 전통 신성 마법이니까. 가, 감히 불신자 새끼들이 성신의 은혜도 모르고 태양을 저버리다니……!”

        “미친, ‘광신자’ 헬리야잖아!”

        “무지몽매한 것들은 신의 뜻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저 새끼 말려!”

        “말로 해서 될 게 아냐! 쟨 ‘삭일전쟁’ 시기에 악의의 층에 들어온 들어온 제대로 정신나간 년이라고!”

        “비켜, 난 여기서 나가겠어!!”

       

        웨에에에엥!!

       

        헬리야라고 불린 여인의 기청과 함께 불야성의 하늘이 밝게 타올랐다.

        창밖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메테오에 일부는 경비들을 밀치고 부르크 하우스를 빠져나갔지만 분노한 몇몇은 맞상대를 위해 자신들의 신비를 사용했다.

        공격을 감지한 방어 마법에 의해 비상벨이 울리자 무도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별 생각 없이 던진 돌이 실체가 되어 머리 위로 쏟아지게 된 상황.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혼란을 일으키는데는 성공한 나는 소란을 틈타 무도회장 밖으로 나왔다.

       

        “마법사들은 참 별 것도 아닌 걸로 열을 낸다니까. 메테오는 용 사냥꾼들이 하늘에서 던지던 투창에서 따온 건데 말이지.”

        — ㅁㅔ테오는 소환 ㅁㅏ법ㅇㅣㅇㅑ

        “살살아, 너 까지 왜 그래. 마법사 시간에 안 배웠어?”

       

        이상하군, 분명 나는 모험가 시절 그렇게 들었는데 말이지.

        첫 사냥에 나섰을 때 동료가 했던 말이었다.

        용은 존재 자체가 마법을 다루는 주인이기에 정면에서 마주치면 마력을 점유하는데 반드시 실패한다고 했다.

        유일한 공략법은 하늘을 나는 도중 용들의 시야 바깥, 즉 창공으로부터 공격하는 것이었다.

        그 중 하나가 메테오이며, 나 역시 반드시 그들보다 높은 곳에서 창을 던져야 한다고 했다.

       

        지금도 무릎이 쑤셔 잠들기 어려운 새벽.

        갤러리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기억이었기에 확실했다.

       

        — 그런 ㄴㅐ용은 없ㅇㅓ

        — ㅁㅔ테오는 소환 ㅁㅏ법ㅇㅣㅇㅑ 주ㄷ닥 악ㅁㅏ고 🙁

       

        그렇다면 이건 나에 대한 도전이군.

       

        “내가 아는 악마는 4대 보험이랑 주휴수당, 최저시급 안 챙겨주고 당일 연차 사용 불가에 공휴일에 연차 차감하는 고용주인데 살살이 네 눈에는 그렇게 보인단 말이지?”

        — ㅊㅓㄴㅅㅏ 🙂

       

        살살이의 반란을 가볍게 제압한 뒤, 위치노트를 치켜들고 시엔과의 통신을 시도했다.

        부르크 하우스가 워낙 커서 위치정보는 잡히지 않았으나, 몇 번의 시도 끝에 성과가 보였다.

        나는 ‘접속 중’ 표시가 뜬 그녀의 계정으로 메시지를 보내 보았다.

       

        ====

        — 초전도체은발미소녀 : 띵동

        — 초전도체은발미소녀 : 나 지금 네 후배랑 부르크 하우스에 있는데 지금 어디야?

        — 수련이 최고야 : 녀3ㅔ[ㄱ』()*!!?

        — 초전도체은발미소녀 : 여긴 통신 상태가 나빠서 글자랑 사진이 다 깨져서 보여

        — 초전도체은발미소녀 : 좀 높은 곳에 올라가서 다시 보내 봐

        ====

       

        요령을 전해주자 다시 답장이 도착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알아볼 수 있는 상태였다.

       

        ====

        — 수련이 최고야 : 클락, 네가 왜 여기 있어!!?

        — 초전도체은발미소녀 : 네가 구조요청 보냈잖아

        — 수련이 최고야 : 그건 정보부에 연락 좀 전해달란 거였지 너보고 직접 오란 소리가…….

        — 초전도체은발미소녀 : 어차피 왔으니까 위치나 불러 봐

        ====

       

        4층 별관의 여자화장실.

        나는 릴리벨과 합류해 시엔에게 전달받은 장소에 도착했다.

        끝 칸으로 들어가 천장을 두드리자 가장자리에 있던 타일이 열렸다.

        어둠 속에서 아스라이 빛나는 연녹색 동공이 새초롬히 깜빡였다.

       

        무사한 것 같아 다행이군.

       

        “……네가 구해주러 올 필욘 없었어.”

        “왜 거기서 그러고 있어?”

        “뒤를 캐던 걸 들켰으니까. 부르크하우스에서 나가는 순간 그놈들이 쫓아올 거야.”

       

        플라멜의 연금술사들을 말하는 거겠지.

        4인 가족 같은 해주학파가 특이한 것일 뿐, 대부분의 학파는 내부에서도 구성원끼리의 알력다툼이 치열하다.

        특히 순혈 가문이라면 주위에 추종하는 이들이 많을 텐데.

        생각보다 더 큰 위험에 처한 게 아닌지 걱정되었다.

       

        “그래서 평생 거기 있게?”

        “내려갈테니까 비켜.”

        “받쳐줄까?”

        “지금 치마거든!? 고개 숙…… 아니, 아예 밖에 나가 있어!”

       

        시엔의 축객령에 화장실 밖으로 쫓겨났다.

        잠시 후, 몸 단장을 마치고 나온 그녀는 무도회장에 걸맞게 아름다운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도시에 거대한 불덩어리가 떨어지는 광경에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넋 놓고 감상하던 것도 잠시.

        정신을 차린 시엔이 릴리벨에게 쪽지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정보 2과의 나머지 대원들이 여기 적힌 주소에 숨어있어. 작전을 진행하긴 어려우니 급행으로 먼저 데리고 가.”

        “선배는 같이 안 가심까? 정보가 노출되었다 들었는데, 그렇다면 이 이상 악의의 층에 머무르는 건 무림다.”

        “플라멜 가문에 대해 조사할 사항이 아직 남아있어. 그리고 내 걱정은 안 해도 돼. 흠, 얘, 얘랑 같이 다닐 거니까.”

        “클락 님이라면…… 알겠슴다.”

       

        이곳까지 오는 과정에서 내 능력을 확인한 릴리벨은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나는 헛기침을 하는 척 하며 슬쩍 시선을 피하는 시엔에게 꿍꿍이속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쉽게 남에게 의지하는 성격이 아니다.

        공역으로 가는 급행에서는 어쩔 수 없이 작전을 수행하는데 도움을 받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예상대로 릴리벨이 떠나 단 둘만 남게 되자 시엔은 곧장 출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갑자기 몸을 홱 돌리며 뒤따라가던 내게 물었다.

       

        “아무것도 못 본 거지?”

        “응?”

        “내가 보낸 사진 말야. 하나도 제대로 전송 안 됐지?”

       

        사진이라고?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반응을 확인한 그녀가 안심한 듯 가슴께에 손을 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귀를 새빨갛게 물들인 채 다시 출구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다, 다행이다……! 니가 답장 안 하니까 그런 거잖아!”

        “왜, 뭐였는데?”

        “넌 몰라도 돼! 만일을 위해서 물어보는 건데, 그거 절대 복구 안 되는 거지?”

        “아마도?”

       

        아무래도 평소 하던대로 자기 사진을 찍어서 보낸 듯 한데, 안타깝게도 모두 검은 배경이었다.

        이번에는 시엔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건 아니었지만 그녀 입장에선 답답했겠지.

        그 수위가 어디까지 올라갔는지는 모르겠으나 며칠 주기로 보내온 사진은 한 두장이 아니었다.

        게다가 평소 다양한 착장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엔 화장실에 숨어있느라 드레스 한 벌밖에 입고 있지 않았는데…….

       

        이건 나중에 이자젤한테 복구가 가능한지 물어 봐야겠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 일러는 시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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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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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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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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