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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

       

       

       “···어쩌지.”

       

       [어떻게든 유시우랑 떨어트려 놓아야 해요! 실패하면 극단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단 말이에요!]

       

       

       작가님이 나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주인공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예정이니 당연히 그럴 만도 하겠지.

       

       그런데 네가 저지른 거잖아···.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미 벌어진 일. 어떻게든 수습하는 게 먼저다.

       

       

       “어느 정도로 강한데요?”

       

       [어, 어···. 그게, 음···. 출력을 보아하니 상위권 정도···? 이미 관측되어버려서 수정은···조금···.]

       

       “하아···.”

       

       [···우, 우윽.]

       

       

       한숨이 새어 나오는 걸 참지 않았더니 작가님이 기가 죽은 듯한 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세계관 상위권이라니, 욕먹어도 싸잖아.

       

       아카데미 소설 특성상 보통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완결이 날 것처럼 밀도 높은 반년을 겪은 건 이해할 수 있다. 대부분의 소설이 그러하니까.

       

       애초에 사건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기도 하고.

       

       하지만 1학년 방학식 이전에 세계관 상위권이랑 싸우는 주인공이 있냐고 물어보면 단연코 없을 거라고 말할 수 있다. 이미 완성된 먼치킨 주인공이 아니라, 성장형 주인공이 말이야.

       

       주인공이 세계관 최강자가 아니라 성장형 주인공인데.

       

       그런데 성장을 다 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세계관 내 파워밸런스 상위권의 적을 만난다? 상당히 위험하다.

       

       주인공이 정말 저 빌런을 이긴다? 그대로 파워 밸런스가 망가진다.

       

       엄청나게 강하다는 적이 다 성장하지도 않은 주인공에게 져 버리면, 그 순간 다음에 나올 적들은 주인공을 위험하게 만들기 위해 필연적으로 저 빌런보다 강하게 나올 수밖에 없잖아.

       

       그렇다고 주인공이 빌런을 이기지 못하고 패배한다? ···이건 더 문제라고.

       

       빌런에게 진다 = 대부분 죽는다. 이건 굳이 말 안 해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까.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살아남았다는 이유를 대야 하는데, 어떻게?

       

       뜬금없이 빌런이 유시우에게 반했다고 할까?

       

       하, 개연성 없다고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이지.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 정말요?]

       

       “네에. 강함 순으로 싸움의 결과가 정해지는 건 아니니까요.”

       

       

       가장 기본적인 예시로는 상성.

       

       아멜리아와 시우를 예로 들 수 있겠지. 아멜리아가 아무리 빨라도 직감이 있는 시우를 제압할 수는 없으니까.

       

       그 외에는 협공, 약체화, 강화 등이 있다.

       

       

       “도로시가 시우를 강화하고, 저 빌런이 모종의 이유로 약해진다면 어떨까요?”

       

       [···!]

       

       “아니면 보스를 다른 강자에게 맡기고, 간부 하나를 붙여주는 방법도 있어요.”

       

       [도, 독자님!]

       

       “이런 간단한 이야기에도 그렇게 흥분하시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크, 큰일 났어요!]

       

       “네?”

       

       

       황급히 나를 부르는 작가님의 목소리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작가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

       

       어떻게 해야 유시우가 저 빌런을 이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사이에 시간이 꽤 흐른 걸까?

       

       전황이 상당히 변해있었다.

       

       

       “어, 어라···.”

       

       [어어, 어, 어떡하죠···?! 지, 진짜 생각보다 훨씬 강한데! 아아악, 설정 짜둔다는 걸 미루다가···! 마, 망했다!]

       

       

       호각을 이루던 학생들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밀리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깨달았다.

       

       저 용의 뿔을 달고 있는 여자가 벌인 짓이다. 확실해.

       

       이대로 두면 위험하다.

       

       학생들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게 위험하다는 뜻이 아니다. 중간보스라는 운명 때문인지, 위버멘쉬의 보스가 유시우가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어쩔 수 없네요. 조금 전개가 망가지는 걸 감수하더라도 저걸 막아야···.”

       

       [도, 독자님! 조심! 뒤!]

       

       “?!”

       

       

       – 콰드득···!

       

       

       작가님의 목소리에 황급히 몸을 옆으로 굴리자 등 뒤에서 날아든 공격이 섬뜩한 소리를 내며 옥상의 바닥을 부숴버렸다.

       

       뭐, 뭐지···?!

       

       기습을 한 적은 있어도, 당한 적은 처음이기에 잔뜩 당황하고 있던 와중에, 흙먼지를 날리며 나를 습격한 녀석이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뭐야, 너. 뒤에 눈이라도 달렸냐?”

       

       “···제가 좀 운이 좋아서요.”

       

       “하긴, 이 정도는 되어야 아라크네지. 안 그래?”

       

       [?!]

       

       “···그걸 어떻게?”

       

       

       하얀 머리카락과 검은 머리카락이 마치 무늬를 그리는 것 같은 특이한 헤어스타일의 남성.

       

       같은 색깔로 이루어진 꼬리.

       

       ···대충 알 것 같은데. 방금까지 그 위치를 알 수 없었던 위버멘쉬의 마지막 간부.

       

       호랑이.

       

       이 자식이 왜 여기에 있어? 비밀의 방을 찾고 있는 게 아니었나?

       

       아니, 애초에 내가 아라크네라는 걸 어떻게···!

       

       

       “좋아, 정답이군. 찾았다, 아라크네.”

       

       “···떠본 건가요?”

       

       “아니? 이런 난리 통에 옥상에서 여유롭게 전황을 지켜보고 있는 놈이 아라크네가 아니면 뭐야? 아니어도 죽이면 그만이고.”

       

       “···.”

       

       

       딱히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해 입을 다물었다.

       

       하긴, 그의 말이 맞았다. 빌런과 학생. 그리고 선생들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교복을 입고 있는 내가 빌런들과 싸우고 있지 않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수상한 상황이니까.

       

       

       “미르가 말했지. 사사건건 방해하고 다니는 놈들이니, 분명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를 방해하러 올 거라고. 그러니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다니라고.”

       

       “···.”

       

       “솔직히 반신반의 했지만···. 정답이었군. 무슨 기분이지, 아라크네?”

       

       “지금의 기분이요? 비켜주셨으면 하는데요. 빨리 가봐야 해서요.”

       

       

       나의 희망 사항을 살며시 전해보았다.

       

       그리고 내 예상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반응이 돌아왔다.

       

       

       “그럴 수는 없지. 또 무언가 방해를 할 거 아냐?”

       

       “···.”

       

       

       전혀 비켜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큰일 났다. 싸움이 벌어진다면 위험해.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 내 뒤에는 작가님이 있으니까. 작가님도 급할 테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를 도와주겠지.

       

       하지만 여기서 시간을 소모해버린다면 주인공이···!

       

       

       “네가 우리를 싫어하는 건 알지만, 우리도 마찬가지야. 이렇게까지 당했으니 어떻게든 돌려주지 않으면 참을 수가 없거든.”

       

       “비키세요. 지금, 당장.”

       

       

       초조함이 온몸을 뒤덮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어떻게든 합류해서 유시우를 도와주어야 했다. 만약, 만약 주인공이 죽어버리기라도 한다면···!

       

       

       “네가 뭘 하고 싶어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초조한 모양이지. 많이 급한가 봐?”

       

       “비키라고, 했어!”

       

       “이번에는 우리가 너희들을 방해할 시간이다, 아라크네.”

       

       

       호랑이가 영악하게 웃었다.

       

       

       “죽는 한이 있어도 물고 늘어져 주마.”

       

       

       모든 것은 계획을 위하여.

       

       

       

       ***

       

       

       

       “···이곳이 창시자의 무덤. 창시자의 요람.”

       

       

       미르는 엄청나게 넓은 아카데미 부지를 바라보았다.

       

       온몸을 뒤덮은 바람이 미르의 기분을 대변하는 듯 선선하게 불어오고 있었다.

       

       

       “드디어 용광로의 실체를···확인하는구나.”

       

       “그런데 미르. 용광로는 비밀의 방에 있다며? 어떻게 찾을 거야? 수백 년 동안 아무도 못 찾았다면서?”

       

       “그거야 쉽지, 애니. 지금껏 아무도 그걸 발견하지 못한 이유는 찾는 방법이 소극적이어서 그런 거야.”

       

       “소극적?”

       

       

       미르가 손에 바람을 응축하기 시작했다.

       

       응축되면 될수록 점점 미르의 손안에서 바람이 미쳐 날뛰었다.

       

       

       “그래. 다들 비밀의 방을 찾겠다면서,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어.”

       

       

       미르는 한계까지 응축된 바람을 아카데미의 본관 안에 던져넣으며 웃었다.

       

       

       “아카데미가 부서지든 말든, 나는 비밀의 방만 찾으면 그만이거든.”

       

       

       바람의 흐름이 그 위치를 안내해줄 거야.

       

       

       “그렇구나. 그런데 마나 같은 걸로 막혀있어서 못 들어가면 어떡해?”

       

       

       억압되어있던 바람이 순식간에 풀려나며 아카데미의 이곳저곳을 헤집어댔다.

       

       ···우와, 튼튼하긴 하네. 아카데미.

       

       보통 안에서 저런 게 날뛰면 무너져야 하는 거 아냐? 엄청 멀쩡한데.

       

       

       “그렇다면 오히려 좋지. 바람이 통하지 않는 장소에 비밀의 방이 있다는 거니까.”

       

       “헤에.”

       

       “···그리고, 걱정은 할 필요 없을 것 같아. 찾은 것 같거든.”

       

       

       드디어 미르의 염원이 이루어지는 걸까?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자 잔뜩 상기된 얼굴로 미르가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드디어, 드디어 찾았다. 이때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잘됐네, 미르.”

       

       “고마워. ···그럼, 가볼까. 새로운 세상의 시작으로.”

       

       “응.”

       

       

       나는 마냥 기뻤다.

       

       미르가 드디어 원하던 바를 이루었으니까. 그녀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계획을 세웠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미르의 행복을 방해하는 녀석들이 보이자, 절로 기분이 나빠졌다.

       

       

       “하아, 하아···.”

       

       “시, 시우···! 왜, 왜 갑자기 방향을···히익?!”

       

       “···너희 뭐야.”

       

       “너, 너희를···. 하악, 하악···. 막으러, 왔다···!”

       

       

       미친놈인가?

       

       온몸에 잔상처가 가득하다. 아마 미르가 오는 길에 뿌려댄 바람에 맞은 거겠지.

       

       그걸 맞고도 저렇게까지 움직일 수 있다는 건 가상하지만, 분명 누가 한 공격인지 눈치챘을 텐데.

       

       그러고도 따라오다니. 정신이 나간 건가?

       

       

       “기분 좋은 상황에 방해하다니.”

       

       

       미르가 원하는 신세계의 첫 제물로 삼아주마.

       

       분노에 휩싸여 저들을 공격하려던 찰나, 미르가 나를 제지하고는 품속에서 종이를 꺼내 무언가 휘갈겼다.

       

       

       “이게 무슨···지도? 이거 설마···.”

       

       “먼저 비밀의 방에 가 있겠니, 애니?”

       

       “뭐? 하, 하지만···.”

       

       “걱정하지 마. 용기가 가상해서 잠깐 놀아주고 싶어졌을 뿐이니까.”

       

       

       그제야 깨달았다.

       

       미르는 생각보다 훨씬 흥분한 상태였다. 보이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염원해왔던 물건의 앞에서 갑작스레 방해한 저 녀석들에게, 엄청나게 화가 난 모양이었다.

       

       어린아이가 초콜릿을 먹기 위해 입을 벌리고 있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방해받은 것처럼.

       

       눈앞에서 방해받았다는 사실에, 잔뜩 화가 난 모양이었다.

       

       

       “···천천히 즐기고 와, 미르.”

       

       “뭘. 금방 끝날 거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 님,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셨길 바랍니다.

    무언가 달라진 점을 눈치채셨나요?

    네, 맞습니다. 노벨쨩이 만들어준 표지가 완성되었습니다!

    바리에이션 버젼마저 준비해준 노벨쨩의 정성···. 잊지 않겠습니다···. 공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좋은 소식과 더불어 조금 슬픈 소식도 하나 전해드리겠습니다.

    실눈흑막 콘은 다음주 수요일에 검수를 받을 예정입니다. 즉, 시간이 조금 걸릴 예정이에요.

    만약 검수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거기서 일주일정도 더 걸릴 예정입니다. 새로 만들어야 하니까요.

    다음화 보기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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