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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

       

       “저기서 신탁을 받을 거라는 소리지?”

       

       “예, 맞습니다.”

       

       신전위로 찬란한 빛들이 솟구치고 있었다.

       

       그리고 신전의 밖에는 성기사들이 그곳을 지키는 중이었고.

       

       “흐음…”

       

       무슨 성기사들을 이렇게도 많이 대기시켜 놓은 건지···.

       

       돌아야 할 곳이 한 두곳이 아니었다.

       

       병력이 대기 할 만한 곳에는 모두 성기사들이 있었으니까.

       

       “많이도 준비해 놨네.”

       

       그들을 모두 정리하고 오려니 시간이 제법 걸렸다.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여기도 한 무더기 있는 것 같았다.

       

       “보자…저놈이랑…저놈도…”

       

       스윽 –

       

       고개를 돌리니 내 뒤를 따르고 있는 성기사들이 보였다.

       

       움찔.

       

       “하…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이들의 태도는 더없이 공손했다.

       

       자기들이 따르던 사람들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으니 죄인의 심정이겠지.

       

       거기다 일리아의 음성을 들은 것 같기도 했고.

       

       “우리도 많네?”

       

       저들이 준비해 놓은 병력들이 고스란히 들어온 상황이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사람 점잖은 줄 알았더니…”

       

       숨어 있던 병력들 보다 명백히 많은 인원.

       

       언제든 신전으로 향할 수 있게 대기하고 있던 교황아저씨의 성기사들이 있었다.

       

       “야, 알루어드.”

       

       “예, 크리스님.”

       

       “집어 줄 테니까, 싹 다 잡아.”

       

       저 사람들은 자기들의 무리에 배신자가 끼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서로 눈치를 보는 걸 보니, 대충은 알고 있지 싶었다.

       

       “저기 기둥 옆에 세놈이랑.”

       

       척- 

       

       척-

       

       알루어드의 지시에 따라 성기사들이 움직였다.

       

       “저기 신전 앞에 있는 사람 중에…저기 있는 사람은 전부 나쁜 놈들이야.”

       

       “저…전부 말입니까?”

       

       “맞아. 그리고… 저쪽 기둥 밑에 가운데 다섯놈.”

       

       척 –

       

       섞여 있는 간자들을 찾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저렇게 중구난방으로 섞여 있는 것이겠지.

       

       내 눈에는 너무 잘 보였지만.

       

       “저쪽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잡겠습니다.”

       

       “아니, 저기는 우리 편이야. 잘 이야기 해봐.”

       

       한쪽의 무리들은 아주 속이 시커먼 것이 꿍꿍이가 있어 보였다.

       

       느껴지는 느낌 자체가 간사하기 이를데가 없는 사람들.

       

       “저놈들부터 잡아야 해.”

       

       달려 나가려는 성기사를 한 명 붙잡았다.

       

       “아저씨는 여기 있어요.”

       

       “…예?”

       

       이 사람은 재수가 더럽게 없었다.

       

       따지자면 삼재라고나 할까.

       

       그것도 삼재가 끝나가는 기간이라 하나하나 다 조심해야 했다.

       

       “가면 다쳐요.”

       

       원래 말년에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 법.

       

       딱 보니 온갖 횡액이란 횡액은 다 몰고 다니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상한 곳에 깊게 휘말렸겠지.

       

       “그건 그렇고…”

       

       신성력이 문제였다.

       

       흩어진 신성력은 사라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

       

       신성력들이 하늘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알루어드도 다른 신관들도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았지만···.

       

       그 흐름이 너무나 명확하게 느껴졌다.

       

       “공수가 내려오려는 느낌이 아닌데…”

       

       신성력에 깃든 염이라고 해야 하나···.

       

       말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는 느낌.

       

       아직은 그 형태가 모호했다.

       

       아무래도 양이 부족하지 싶었다.

       

       신전에서도 끊임없이 신성력이 하늘로 올라가 자리를 채우고 있었으니까.

       

       “이거 좀 이상한데…”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잘못하면 큰일이 날 수도 있는 문제이니.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신전 앞을 보면서 방울을 들어 올렸다.

       

       딸랑 –

       

       몸이 살짝 휘청거리며 눈앞이 흐릿해졌다.

       

       “뒷감당이 두렵네…”

       

       점점 읽히기 시작하는 염.

       

       집중에 집중을 거듭한 나는 그 실체를 확인하고는 입을 떠억 벌리고 말았다.

       

       “입을 열어 준다는 게…이런 거였어?”

       

       

       ***

       

       

       경건한 현장이었다.

       

       모두가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고 있었고, 전신에서는 신성력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제단에 놓인 성물에게로 흘러 갔다.

       

       대대로 성자와 성녀가 사용했던 검.

       

       신이 내려준 상징.

       

       성물이었다.

       

       ‘결국 신탁은…’

       

       교황의 두 손이 서로 꽉 쥐어졌다.

       

       잡념이 끼어서는 안 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신탁이 내려오지 않는다면 벌어질 참상은 뻔했기 때문이다.

       

       ‘부디 저들이 선을 넘지 않기를…’

       

       본격적으로 속내를 드러낸 베르테.

       

       뒤통수가 찌릿할 만큼 베르테의 시선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미 교황도, 이곳에 있는 사람들도 알고 있었다.

       

       신탁이 내려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시간이 흘렀음에도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교황이 다시 기도에 열중하려는 찰나.

       

       집중을 깨고 베르테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아…! 신이시여…! 어찌하여 저희의 목소리를 외면 하나이까…!”

       

       흠칫.

       

       “저희의 마음이 모자랐기 때문입니까…그것도 아니면…”

       

       한번 숨을 고른 베르테가 마저 입을 열었다.

       

       정말로 가슴 아파하는 얼굴로.

       

       “저희들이 이단과 어울렸기 때문입니까…”

       

       “무엄하다! 지금이 어느때라고 입을 여느냐!”

       

       클라인의 불같은 분노가 뿜어져 나왔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저로서도 슬픔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참으로 가증스러운 표정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참된 성직자라 칭찬을 금하지 못했으리라.

       

       “신탁이 내려오지 않는다는 것은 곧…”

       

       베르테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신께서 저희를 외면해야 할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당장 그 입을 다물라.”

       

       “가령…클라인경의 제자인 한스님께서 가지고 계신 부정한 물건 같은 것 말이지요.”

       

       베르테의 말에 클라인과 한스의 몸이 굳어졌다.

       

       그것은 성검을 바라보고 있는 교황 역시 마찬가지였다.

       

       철저히 비밀에 붙였던 일을 알고 있는 것은 세 사람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죄 없는 영혼을 병 속에 가두어 둔 것을 알고 있습니다.”

       

       “…”

       

       “그런 짓을 한 신관이 있으니 신탁이 내려올리가 있겠습니까?”

       

       베르테의 눈이 노골적으로 교황의 등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을 묵과한 신관도 마찬가지이지요.”

       

       울려 퍼져야 할 기도 대신에 웅성거림이 번져나갔다.

       

       교황을 기준으로 베르테의 쪽에 서 있는 자들이었다.

       

       “….”

       

       클라인은 알고 있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해도 저들의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계획적으로 벌어진 일인 듯했다.

       

       ‘준비한 것이 이것이었는가.’

       

       영혼을 정화하기 위해 데려온 것이 이렇게 될 줄이야.

       

       참 까다로운 일이 아닌가.

       

       분위기가 점점 베르테쪽으로 흘러 갔다.

       

       “네크로맨서들이 준동하는 이런 시기에 쉬이 넘어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맞습니다.”

       

       “무고한 영혼을 억류하다니요?”

       

       “네크로맨서들이나 하는 짓이 아닙니까?”

       

       베르테가 교황을 향해 읍소했다.

       

       “교황이시여, 신탁을 받기 전에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나이다.”

       

       다른 누군가가 끼어들 새도 없이 베르테가 말을 이었다.

       

       “신탁을 받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일이라 생각되옵니다. 부디 발언을 허락하여 주소서.”

       

       “…”

       

       교황이 천천히 몸을 돌려 베르테를 바라봤다.

       

       신성한 자리를 망쳐 놓는 행동은 엄중히 벌해야 마땅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 다음의 일이다.

       

       이 자리에서 분란을 만들고 싶지는 않은것이 교황의 마음이었다.

       

       “말씀하시오.”

       

       베르테가 숙였던 머리를 일으키며 손짓했다.

       

       그러자 달려나오는 사제.

       

       주름이 진 얼굴로 그가 입을 열었다.

       

       “얼마 전에 네크로맨서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입수했습니다.”

       

       사제가 꺼내 드는 물건을 본 클라인과 한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투명한 술병.

       

       그리고 그 안을 채운 씨앗들.

       

       병에 칭칭감긴 끈과 그사이에 끼어 있는 종이는 익히 잘 아는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클라인이 한스를 바라봤다.

       

       “….크리스님의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제 품속에 있습니다.”

       

       작게 속삭이는 말.

       

       클라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말했다.

       

       “꺼내지 말고 가만히 있거라.”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는 뻔했으므로.

       

       저들은 그 물건을 흉내낸 것을 가지고 온 것이다.

       

       사제의 말이 이어졌다.

       

       “사악한 흑마법으로 만들어진 이 아티팩트의 안에…”

       

       “….”

       

       “영혼이 봉인 되어 있습니다.”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역시나 베르테의 진형에 서 있는 자들이었다.

       

       “영혼을 타락시켜 몬스터로 만드는 마법이지요.”

       

       “허어…”

       

       순간, 사제가 들고 있던 병의 뚜껑을 열어젖혔다.

       

       “지금 뭐 하는 짓입…”

       

       열린 병에서 흘러나오는 탁한 기운.

       

       이윽고 그 병이 깨지며 요란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쨍그랑 –

       

       사제의 손에서 터져 나간 병.

       

       그곳에서 소름 끼치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

       

       “…베..벤시…!”

       

       모습을 드러낸 벤시는 몸을 떨고 있었다.

       

       신성력이 가득한 이곳에서 온전히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리라.

       

       사제가 손을 뻗으려다 멈칫하고는 입을 열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이곳에서 몬스터는 힘을 쓰지 못하니 말입니다.”

       

       “….신탁을 받는 자리에서 이 무슨 무례한 짓이냐!”

       

       클라인의 불호령이 떨어졌지만 신관의 태도는 여유로웠다.

       

       “이처럼 병에 영혼을 가두어 서서히 몬스터로 변화 시키는 것이 이 마법의 본질입니다.”

       

       그 말을 들은 한스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영혼을 정화시키기 위해 잠시 안식처를 마련한 것이 병의 역할이었다.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 클라인이 그런 한스를 막아 세웠다.

       

       “가만히 있거라.”

       

       “하지만 스승님…!”

       

       “마침, 한스 사제에게도 볼일이 있으니 잘되었습니다.”

       

       사제가 득의양양한 얼굴로 한스를 가리켰다.

       

       “이 흑마법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 저희는 놀라고 말았습니다.”

       

       흠칫.

       

       “바로 한스 사제가 저 병과 똑같이 생긴 것을 들고 다니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말이 끝나자 득달같이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저 말이 사실이오?”

       

       “클라인 경께서는 이것을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신관이라는 자가 저런 물건을 품고 다니다니!”

       

       입을 다물고 있는 신관들이 답답한 얼굴로 클라인을 바라보았다.

       

       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 것일까.

       

       교황 역시 같은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들이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이 자리는 원래 그런자리였기 때문이다.

       

       기도외에는 다른 것이 울려서는 안 되는 자리.

       

       클라인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성하께 아뢰옵니다.”

       

       교황과 클라인의 눈이 마주했다.

       

       웃기지도 않는 이 연극을 끝낼 때가 온 것이다.

       

       성녀의 계시에 나온 인물을 네크로맨서로 몰아가다니.

       

       클라인이 두 주먹을 쥐며 앞으로 나섰다.

       

       “오늘 이 자리를 빌어 배신자들을 모두 처단….”

       

       콰아앙 –

       

       말이 끝나기도 전, 문이 거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돌아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갑자기 웬 잡귀 냄새가 나나 했더니…처녀귀신이 하나 들어 앉아 있었네.”

       

       벤시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 강렬한 눈빛이 사람들을 훑었다.

       

       “잡놈들이 가지고 있는 신성력은 또 많아요.”

       

       딸랑 –

       

       “이 정도면 곧 태어날 성녀의 환영식으로 충분하겠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뭔가 질질끄는 느낌을 줄것 같아서 연참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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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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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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