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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

       

       

       

       

       

       63화. 악몽의 마귀 ( 6 )

       

       

       

       

       

       일렁거리는 불꽃의 날개가 크게 자라나며 존재감을 자랑했다. 보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경외심이 들게 하는 모습. 

       불의 날개가 펄럭이며 작은 불씨를 사방에 흩뿌렸고, 불타오르는 고리는 찬란한 빛을 자랑했다.

       

       천사가 케니스의 몸에 임한 걸까?

       아니면, 케니스가 천사로 승천한 것일까.

       

       신성하고 거룩한 불의 천사의 앞에,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경외를 표했다.

       

       

       “오오…”

       

       “천사님, 천사님이시다.”

       

       “우리를 불로써 구원하실꺼야!”

       

       “천사님이 나를 봐주셨어!! 나를 영광의 전장으로 인도해주실꺼야!!”

       

       “네가 아니라, 뒤에 있는 날 보신거야!”

       

       

       멀리서도 뚜렷하게 보이는 날개의 존재감. 병사들이 케니스의 모습을 보며 술렁거렸다. 중간중간 ‘불의 천사’ 라고 부르며 찬양하는 말이 들려왔다.

       케니스는 정신이 번뜩 들었다.

       

       

       ‘천사? … 누가? 내가? … 왜?’

       

       

       열변을 토하다 정신을 차리니,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기도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는 상황.

       태연한 척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샅샅이 훑어본다.

       

       

       ㅡ 펄럭펄럭

       

       ‘어? 어어? 어어어?!’

       

       

       살짝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불의 날개. 각도로 보나, 느낌으로 보나 그녀의 등에 자라난 날개가 확실하다. 아니, 날개가 자라났다고?

       

       시험 삼아 날개뼈를 움직인다는 느낌으로 꿈틀거리자, 날개가 힘차게 펄럭거린다. 그녀의 등에 자라난 날개가 맞다.

       

       

       ‘내, 내 등에 날개가?’

       

       

       케니스의 눈동자가 작게 떨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왜 갑자기 등에 날개가 생겼는지.

       케니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빙글빙들 돌기 시작했지만, 고개를 숙인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어,어어 어떡하지? 어쩌지?! 이게 무슨 일이야.?’

       

       

       사람들은 케니스를 향해 기도하고 찬양했고, 불의 천사가 된 케니스는 날개를 펄럭이며 늠름하게 서 있는 시간이 이어졌다.

       

       겉보기에는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은빛 사슬에 꿰뚫려 무릎 꿇은 마귀와 기도하며 열광하는 병사들, 그리고 엄숙하게 서 있는 천사.

       

       … 실상은 그렇지 않았지만.

       

       

       ‘시, 신의 뜻인가? 내가 처, 천사가 된 거야?’

       

       

       어쩔 줄 몰라 하는 케니스와

       

       

       “천사님이 불로써 우리를 구원하신다!”

       

       “불의 세례를 받아라!!”

       

       

       과하게 달아오른 병사들만이 존재했다.

       

       

       “하아…”

       

       

       대충 돌아가는 꼴을 눈치챈 프리가의 한숨이 깊어졌다. 병사들의 소란이 광란에 가까워질 정도로 커질 무렵ㅡ

       

       

       ㅡ 차르륵!

       

       

       서슬 퍼런 쇠사슬 소리가 전장에 퍼졌다. 뜨겁게 달아오르던 분위기는 물을 끼얹은 것처럼 점차 가라앉았다. 

       조용하고, 차갑게 내려앉은 분위기.

       

       절망과 무력함이 가득한 차가움이 아니었다. 

       차가운 쇠붙이처럼 날카롭게, 냉철한 이성으로 가라앉은 병사들의 눈빛.

       

       

       “천사님! 마귀가! 마귀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름 모를 병사가 케니스를 향해 다급하게 외쳤다. 그 말처럼, 사슬에 꿰뚫려 무릎 꿇고 있던 마귀가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었다.

       마귀가 꿈틀거릴 때마다, 사슬이 차르륵ㅡ하고 쇳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빙글빙글 돌던 케니스의 눈동자가 빠르게 되돌아왔다. 어째서 자기 등 뒤에 날개가 자라고, 머리에 고리가 생긴 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또한 신의 뜻이리라.

       

       그렇다면ㅡ

       

       

       ‘그저 싸울 뿐…!’

       

       

       신께서 허락하신 기적과 함께, 온 힘을 다해 싸울 뿐이다.

       

       

       ㅡ 펄럭!

       

       

       케니스의 날개가 위아래로 힘차게 날갯짓 했다. 불의 날개가 맑은 불씨를 흩날리며 있는 힘껏 움직였다.

       

       밝은 별 하나가 지상에서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하늘 높이, 저 별과 달에 닿을 듯 높게 날아오른 소녀는, 긴 꼬리를 만들며 마귀를 향해 떨어졌다.

       

       

       ㅡ 콰앙!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지상에 임한 신의 대리인. 축복 받은 자.

       혹은 용사.

       

       케니스가 신검을 뽑아 들었다. 언제나처럼 은은한 보랏빛으로 빛나는 신검에 화륵ㅡ하고 불이 타올랐다. 따뜻한 불이다. 

       어둠을 내쫓고, 악마를 처단하는 성스러운 불.

       

       

       – “키ㅡ히이이익!!”

       

       

       이윽고 사슬을 끊으며 온전하게 풀려난 마귀가 케니스를 향해 괴성을 토했다. 잔뜩 분노한 마귀의 괴성이 전장을 울렸다.

       

       상대는 싸울 수록 강해지는 불사의 괴물.

       

       그에 맞서는 자는, 검을 든 한 명의 소녀.

       

       

       ㅡ 스르릉

       

       

       신검이 서슬 퍼런 소리를 울렸다. 검을 타고 오르는 성화가 일렁인다. 이 세상 모든 악을 정화하고 불태울 성화다. 신께서 지상에 내리신 성스러운 불꽃.

       

       

       – “끼히ㅡ이익!”

       

       

       광란에 찬 마귀가 케니스를 향해 돌진했다. 네 발로 땅을 박차고 달려드는 모양새가 영락없는 짐승의 꼴이었지만, 케니스는 방심하지 않았다.

       

       

       “차ㅡ앗!”

       

       ㅡ 카앙!

       

       

       신검과 마귀의 손톱이 불똥을 튀며 부딪혔다. 케니스의 전력을 다한 휘두르기에 밀려난 마귀가 휘청거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케니스.

       

       

       ‘빈 틈!’

       

       

       날카로운 일섬. 마귀의 어깻죽지를 반쯤 갈라냈다.

       마귀의 한쪽 팔이 날카로운 절단면을 보이며 덜렁거렸다.

       절단면에는 성화가 이글거리며 시체 태우는 냄새를 풍겼다. 성화가 타오르는 상처는 더 이상 재생하지 않았다.

       

       

       – “끄히ㅡ익!! 끼히엑!!”

       

       

       성화가 괴로운지 마귀가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날뛰었다. 불을 끄기 위해 마구 구르고 두들겼지만, 도리어 성화는 야금야금 마귀의 몸을 타먹고 올라갔다.

       

       

       ㅡ 써걱!

       

       

       툭 하고 마귀의 한쪽 팔이 통째로 떨어졌다. 마귀는 성화가 붙은 자기 한쪽 팔을 스스로 잘라 냈다. 

       이윽고 잘라 낸 어깨 부위가 꾸물거리더니, 다시 팔이 재생됐다.

       

       

       “이런…”

       

       

       마귀의 자라난 팔을 본 케니스의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스스로 상처 부위를 자르고 재생하다니. 

       하지만 성화가 마귀에게 통한다는 걸 확인했다.

       

       신검을 잡은 케니스가 달려들 자세를 취하자ㅡ

       

       

       – “키ㅡ힉.”

       

       

       마귀의 양손이 꾸물꾸물 변하더니, 거대한 검의 형상을 이루었다. 두 개의 날이 이중나선을 만들어가는 독특한 모양새의 대검.

       

       마귀가 케니스의 신검을 흉내냈다.

       

       

       “이! 마귀가!”

       

       

       발끈한 케니스가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감히 마귀가 신검을 따라 하다니.

       이건 끔찍한 신성 모독이였다!

       

       

       “네 죄를 속죄해라ㅡ!”

       

       

       뜨겁게 타오르는 날개가 그녀의 속도에 힘을 실어줬다. 허리축을 돌려 강하게 휘두르는 횡 베기. 검을 따라 뜨거운 불꽃이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나갔다.

       

       

       ㅡ 콰앙!

       

       

       거대한 불의 꽃이 피어올랐다. 마귀가 어설프게 따라 한 대검이 신검과 부딪혔지만, 곧 성화에 먹혀 타들어 간다.

       

       

       – “키이익?!”

       

       

       당황한 마귀가 뒤로 물러나지만, 케니스가 재빨리 따라붙었다. 한번 잡은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성화가 타오르는 상처를 스스로 잘라 낸다면, 자를 틈도 없게 몰아붙이면 그만이었다.

       검이 물 흐르듯 부드럽게 이어지며 마귀를 따라간다.

       

       신검을 뒤따르며 타오르는 불꽃. 그 모습은 불의 형상을 한 꽃이 피어나는 것과 같았다. 마귀의 몸이 점차 성화에 먹혀들어 갔다.

       

       다리, 어깨 그리고 몸통. 성스러운 불꽃이 타오르며 마귀를 먹어 치우고 타오른다.

       

       

       – “끼ㅡ히익!! 끄힉!”

       

       

       폭풍처럼 이어지는 검격. 그중심에는 불의 날개를 달고 있는 케니스가 있었다. 마귀의 팔이 툭 하고 떨어진다.

       다리가 불타고, 옆구리에 구멍이 뚫렸다.

       처참한 모습이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케니스의 검격을 따라 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마귀.

       

       직감적으로 느꼈다.

       더 강한 일격이 필요하다. 성화가 억누르고 있는 재생력을 뛰어넘고, 마귀의 숨통을 단번에 끊을 만큼 강력한 일섬.

       

       

       “흐읍ㅡ”

       

       

       뒤로 크게 물러난 케니스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케네스의 날개가 펄럭이며 크게 날아오른다. 일순간 날개가 크게 펼쳐지며, 케니스를 위로 끌어올렸다. 

       날아오르듯 뛰어오르며 있는 힘껏 검을 들어 올렸다.

       

       위에서 아래로.

       

       땅을 가르고, 하늘을 베는 걸 떠올린다.

       

       지금 필요한 건ㅡ

       

       자기 모든 힘을 쏟아부은 한 번의 휘두름.

       

       

       ‘더 빠르게!’

       

       벼락처럼 빠르게.

       

       

       ‘더 강하게!’

       

       불꽃처럼 뜨겁게.

       

       

       ㅡ 촤악!

       

       

       검을 타고 흐르는 성화가 아름다운 꼬리를 그리며 떨어져 내린다. 하늘의 태양처럼 눈부신 불꽃이 하늘에서 떨어지며 마귀를 반으로 갈랐다.

       

       

       – “키ㅡ이… 힉…”

       

       

       비명을 지르던 마귀의 숨소리가 점차 잦아들었다. 마귀의 중앙을 가르는 붉은 선이 생겨났다.

       그리고 선을 도화선 삼아 성화가 타오르며 마귀를 집어삼킨다. 마른 장작을 삼키는 모닥불처럼, 성화가 마귀의 몸을 집어삼키며 강하게 타올랐다.

       

       

       “후우ㅡ”

       

       

       땅에 내려앉은 케니스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등 뒤에서는 날개가 펄럭이며 밝은 불씨를 뿌렸다.

       거대한 대검을 타고 흐르는 성화가 줄기줄기 흩뿌려지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마귀를 먹어 치우고 타오르는 성화가 바람에 따라 꽃잎처럼 흩날리며, 케니스의 주변을 감싸 안았다.

       

       

       “불의 천사님…”

       

       “불로써 우리를 구하러 오신 분…”

       

       

       머리 위에는 불타는 고리를 띄우고, 성화의 날개로 지상을 굽어본다. 

       손에 든 신검에는 악을 멸하는 불꽃이 일렁이니.

       

       그야말로 신벌의 지상대행자요, 악을 징벌하는 자였다.

       

       불꽃이 타오르는 전장에 정막이 감돌았다. 

       병사들은 불타는 신검을 든 케니스를 보며 기도를 올렸고, 사도들은 경외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엄청나네…”

       

       “진짜 굉장했어요.”

       

       

       프리가의 질린 듯한 감탄. 루엘이 눈을 반짝이며 동의했다.

       마귀의 시체를 태우는 성화가 타닥거리는 소리가 전장을 채웠고, 케니스가 색ㅡ색ㅡ 가쁜 숨을 내쉬었다.

       

       

       “후ㅡ 후우ㅡ”

       

       

       머리 위의 고리가 픽ㅡ하고 꺼진 것이 느껴진다. 등에서 타오르던 날개도 사라져가고, 검에 깃든 성화도 점차 꺼져간다.

       아마 신께서 자신에게 허락한 힘이 끝나가고 있는 것이리라.

       

       케니스는 점차 자신의 의식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잠시지만, 천사의 힘을 인간의 몸을 썼던 것에 대한 대가일까? 눈이 무겁게 감겨 오며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점차 흐려지는 시야 너머로, 자신에게 달려오는 데모닉이 보였다.

       

       

       ‘아… 빠’

       

       

       작게 미소가 지어진다. 동시에 신을 향해 한 가지 기도를 올렸다.

       

       

       ‘다른 분들이… 무사.. 히’

       

       

       자비와 자애로 가득하신 분이시여.

       

       부디 다른 이들에게도 기적을 베푸시고, 한줌의 미소를 허락하소서.

       

       여섯 번째 신이시여.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악! 싸랑합니다 독자님들!! 한 주의 마무리 즐겁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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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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