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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0

    <630 – 오크노디의 테마파크(5)>

     

    디토 교수님에게 취업의 기쁨을 알려주고 돌아온 아카데미.

    오랜만에 얼굴을 본 철부지 티토소가가 와아아! 하고 소리를 치며 달려왔다.

    구르기 수련을 하던 나는 티토소가가 달려오는 속도보다 빠르게 멀어지기 시작했고, 열심히 쫓아오다가 넘어진 티토소가가 울먹이기 시작하는 모습에 화들짝 놀라서 되돌아갔다.

     

    “나왔어!”

    “오크노디!”

     

    티토소가가 언제 울상이었냐는 듯이 활짝 웃으며 물었다.

     

    “밖에 오크노디가 테마파크 개장했다면서? 나두 주말에 놀러 가면 안 돼? 응? 응?”

    “공부는 어쩌고?”

    “그건 괜찮아! 친절한 선배님들이 교단의 고위관계자들이랑 만날 때 자기들 인사만 시켜주면 숙제를 대신 해준대!”

     

    …가끔 드는 생각이지만 티토소가는 순진한 얼굴 아래에 굉장한 어둠이 잠들어 있지는 않나 의심이 든다.

    허접스러운 행동과 달리, 너무나도 간단히 사람을 부려먹는 모습이 완전 악당이야!

     

    “그럼 머 괜찮겠지!”

     

    근데 고생이야 눈도장 찍고 싶어하는 선배들이 하지, 내가 하는 건 아니잖아?

    겸사겸사 즈앙에게도 권유했더니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냐며 당당하게 참여의사를 밝혔다.

     

    “근데 테마파크는 보통 뭐가 있어?”

    “즈앙은 몰라?”

    “암살자는 임무를 위해 파견되거나 현지에 잠입하면 모를까, 보통 놀러 다니지는 않으니까.”

    “그렇구나! 음, 보통은 바이킹이 있어!”

    “북부해적이?”

    “해적은 아니고 해적선이 있어!”

    “더 굉장하네.”

    “그런가? 다음으로는 공중 높이 솟아올랐다가 지면으로 곤두박질치는 자이로드롭이라는 기구가 있어.”

    “어디까지 올라가는데?”

    “글쎄. 한 100m?”

    “…그 정도 높이면 보통은 죽지 않아?”

    “안전장치가 있어!”

    “그걸 왜 타는데?”

     

    그러게.

    그런 놀이기구는 왜 타는 걸까?

     

    “나도 직접 타본 적은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타본 사람들 말로는 스릴이 즐겁대!”

    “위험을 즐기는 전사의 소양을 지닌 사람들을 위한 훈련기구네.”

     

    몬가 내가 생각하는 테마파크의 이미지가 잘 전달되지 않는 기분이 든다.

     

    “그냥 스릴을 즐기려고 타는 거야?”

    “아니야! 여러 기구를 탑승해서 방문스티커를 모으면 수집품을 증정하고, 도전종목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면 성과별 수집품을 성과메달처럼 주게 했어!”

    “흐음. 그래? 그럼 단검을 던져서 표적을 맞추는 놀이종목도 있어?”

    “물풍선에 다트 던지기가 있어!”

    “도망치는 표적의 인대를 끊어서 사로잡는 놀이는?”

    “비슷한 놀이로 두더지 잡기가 있어!”

     

    대충 원하는 바랑 비슷하게 들렸는지 즈앙은 만족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전송마법진을 타고 도착한 트로이 왕국.

    신성중앙제국의 북부공작 유다 공의 영토에 진입하기 전에 자리한 외딴 섬 비슷한 소국들 중 하나인 트로이 왕국.

    몬스터의 침공을 막기 위한 완충지대로 놓인 소국 중 하나인 트로이 왕국은 1회용 방패라는 허술한 이미지와 달리, 건물도 층고가 부쩍 높아지고 부유한 느낌이 들었다.

     

    “어서오십시오. 암흑테마파크 수집센터에 입장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어? 유령호텔 접수원이다!”

     

    마중 나온 접수원을 보자마자 신기해서 인사와 함께 궁금증 폭탄을 마구 쏟아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아저씨 유령호텔에서 해고됐어요? 전엔 얼마 벌었어요? 지금은 얼마 벌어요? 유령호텔 접수원이랑 테마파크 매표소 안내원도 동종업계 이직으로 인정받아요? 이 일 재밌어요?”

    “아쉽게도 저는 상부의 지시로 업무제휴 차 파견된 인력입니다. 적절한 인력이 충원된 뒤로는 다시 보직이 변경될 예정입니다.”

    “그러시구나!”

     

    즈앙이 옆에서 핀잔을 건넸다.

     

    “오크노디. 그렇게 귀찮게 굴면 어떡해. 일하시는데 민폐가 되잖아.”

    “그런가?”

    “아닙니다. 제 업무는 테마파크 CEO 지젤 님의 VVIP 고객 오크노디 님과 동료분들을 모시는 일이니, 부담 없이 무엇이든 여쭈셔도 됩니다.”

    “그럼 제가 물어도 돼요?”

    “오크노디 님께 폐가 되지만 않는다면 기꺼이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난 괜찮아!”

     

    티토소가가 신이 나서 물어봤다.

     

    “혹시 <고대영창마법과 중세써클마법, 현대술식마법의 장단점>을 3개씩 뽑아서 정리해 주실 수 있어요? 참고 자료나 출처 표기는 국제마도대해본에 기재된 정식 마도논문에 한정해서요!”

    “바보. 과제를 이런 데서 해결하면 어떡해?”

    “혹시 모르잖아!”

     

    즈앙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눈치였지만 뜻밖에도 접수원은 순순히 티토소가의 요망에 응했다.

     

    “고대영창마법은 마법적 작용에 대한 이론적인 이해는 없으나, 가장 거대한 구현력을 동원하였습니다. 영창마법은 시대를 초월한 지식을 담고 있으며 시대나 기술의 발전에 영향을 받지 않지요. 알렉산드라 샐러드가 집필한 <마법사의 기원:고대영창의 잠재력>을 참고하면 될 겁니다.”

    “히에엑! 정말로 대답해 주셨어!!”

    “고대영창마법의 단점으로는 해독과 이해가 어려우며, 같은 구현을 위해서는 같은 계기와 경험, 사고방식을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아야만 합니다. 그렇기에 당사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전수를 받지 않으면 마법이 대를 잇기 어렵고 마법서를 얻어도 뜬구름 잡는 소리가 참 많지요. 같은 저자의 <고대영창의 비밀:해독의 어려움>을 참고하면 될 겁니다.”

     

    우드위키에 검색이라도 한 것처럼 술술 나오는 접수원의 대답!

    너무 감동한 나머지 행복의 노랑빛을 깜빡깜빡 반짝이며 기뻐하는 티토소가에게 접수원이 귀여워 죽겠다며 하하 웃었다.

     

    “물론 세 가지의 답을 다 드리진 않을 겁니다. 나머지는 제가 드린 답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스스로 깨우치고 답을 얻으실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실제로도 이런 이론공부는 배우는 것만으로도 [마나학 경험치+1]을 띄우기 딱 좋다.

    교수님의 과제로 제출해도 문제가 없을 진짜배기 모범답안이다.

     

    “아니 접수원이 이런 건 왜 아는 거야?”

    “유령호텔처럼 뒷세계의 온갖 인간군상의 고객들을 받는 비밀스러운 호텔에서 접수원을 채용하려면 무얼 먼저 보는지 아십니까?”

    “혈연.”

    “하하. 한방 먹었군요. 혈연도 맞는데 다음으로는 학연을 봅니다.”

    “…설마?”

    “예. 보통은 같은 아카데미 출신의 인재를 고용하죠. 유령호텔의 오너께서 다행히도 기프트 아카데미 졸업생이기에 같은 기프트 아카데미 출신자를 우대하십니다. 저 또한 사장님과의 학연의 혜택을 보았죠.”

     

    내심 접수원을 만만하게 여기며 가볍게 대하던 즈앙의 태도가 조금 조심스러워졌다.

     

    “접수원 아저씨는 몇 기 입학생이야?”

    “입학기수라. 아마 965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졸업은 972년으로 다소 늦었기에 조금 부끄럽기는 하군요. 4년제 아카데미를 7년이나 걸려서 졸업했으니 말입니다.”

    “…접수원 선배님, 혹시 싸움도 잘해?”

    “접수대로 들어오시죠. 좋은 구경거리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아저씨에서 선배님으로 격상한 호칭에 접수원이 접수대로 들어와 창문을 열었다.

    접수대에 들어오기 전에는 분명 환한 대낮이었는데 창밖에는 새카만 어둠만이 가득했다.

     

    “사실 이 접수대는 유령호텔과 이어져 있습니다. 호텔에서 숙식하는 저를 위해 개설한 통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창밖은 왜 저래?”

    “저희 호텔은 외부차원에서의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차원순력으로 정식출입문 외의 통로를 모두 차단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실력이 충분하다면 닫힌 통로로 이런 재주를 보일 수도 있지요.”

     

    접수원이 손끝에서 서로 다른 세 개의 차원의 정령마나를 불러오더니, 한계까지 응축된 마나를 쏘아 창밖에서 터뜨렸다.

    각기 다른 차원이 서로의 차원력으로 공간을 헤집으며 본차원과 연결하려고 드니, 그 강력한 차원력에 차원순력의 방벽이 헤집어지며 구멍이 뚫렸다.

    그 너머로 드러나는 광경은 기존의 새카만 어둠 대신, 높이 솟구친 거대한 유령호텔의 입구였다.

     

    “언제 어디서나 <차원문 주문>처럼 거창한 생성주문을 외우지 않아도 원하는 차원으로 넘나드는 재주. 신기하지 않습니까?”

    “그게 뭐가 대단한데?”

    “출퇴근 시간이 제로입니다.”

     

    즈앙이 진심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암살자는 출퇴근이 자유롭잖아! 왤케 부러워해?”

    “밖에서 임무를 끝마치면 천령산맥의 그 절벽으로 매번 돌아간다고 생각해 봐.”

    “아. 그건 좀.”

     

    솔직히 아카데미 돌아가는 길도 너무 멀어서 가끔 밖에서 눌러앉을까 생각하는데 출퇴근시간 제로, 장거리 즉시 이동 기술은 고인물인 나도 탐이 난다.

    물론 그런 대단한 마법은 들어도 쓸 줄 모르는 티토소가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질문을 했다.

     

    “중세써클마법이랑 현대술식마법은 머 없어요?”

    “써클마법은 구현과 상상, 체득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내면의 소우주를 형성하고 일정한 규칙으로 마법을 배열하는 원시술식마법입니다. 영창마법보단 쉽지만 술식마법보단 미개하죠.”

    “술식마법보단 미개… 다음은요?!”

    “또한 규모가 크면 상상과 경험이 부족해서 영창마법보다 경지상승이 힘듭니다. 리처드 포크본 저자의 <써클마법의 이해>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필기를 마친 티토소가는 문득 어떤 사실을 깨닫고 경악했다.

     

    “선배님… 지금 제 필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신 거예요?!”

    “그렇습니다만?”

    “교수님들은 그러지 않았는데! 선배님은 왜 기다려주시는 거예요?”

    “물론 학생시절 때, 저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저런 어른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선배님…! 저, 선배님이 존경스러워 졌어요! 카넬레 시의 시장직 세습후보자로서 선배님의 은혜에 꼭 보답하고 싶으니 부디 성함을 알려주세요!”

     

    티토소가의 감격어린 외침에 선배님이 난처한 웃음을 흘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름까지만 말하면 되겠습니까?”

    “성도 있으세요?! 어느 가문 출신이신데요?”

    “가능하다면 별로 제 입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부디!”

    “후우. 어쩔 수 없군요. 제 이름은 발레포르. 발레포르 와사비입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언제였냐는 것처럼 티토소가와 즈앙이 동시에 얼어붙었다.

     

    “와사비 가문이라면 제국의 그 삼대역적가문의…?”

    “맞습니다.”

    “히에엑! 그, 그럼 와사비 가문 사람들은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 중 하나에 와사비를 숨겨놓고 와사비 폭탄을 먹게 만든 다음에 물을 마시지 못하게 만든다는 소문도 사실이에요?”

    “안타깝게도 저의 선대까지만 해도 그런 악습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즈앙이 가면을 단단히 고쳐 쓰고는 허리춤의 물주머니를 꼭 끌어안으며 뒷걸음질 쳤다.

     

    “난 저 선배가 주는 음식은 하나도 안 먹을 거야. 아무리 착한 척을 해도 절대로 속지 않아.”

     

    출신이 이렇게나 무섭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착하고 존경스러운 선배님이었는데 이제는 모두의 두려움을 받는 역적가문의 후손 취급이다.

    근데 저게 그렇게까지 호들갑 떨 일인가?

     

    “그럼 나는?”

    “응?”

    “재단은 훨씬 나쁜 짓 더 많이 하잖아.”

     

    가면 아래 즈앙의 눈이 가파르게 떨다.

    마치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처럼 요란한 모습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초밥에 와사비폭탄을 숨겨놓는 와사비 가문
    삼대역적가문의 일원다운 잔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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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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