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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0

       

        

        

        

        

        

        

        

       “다들 아주 늘어져라 자는군요. 휴가 보내던 와중, 이미 결혼한 팀원의 집에 간혹 초대받으면 저런 광경을 볼 수 있었죠. 애들은 낮잠을 많이 자니까요.”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 선임이 팀원네 집에 방문하면 거기 안사람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나요?”

        

       “그닥 놀랍지도 않은 질문이로군요. 여러 번 겪어봐서 상관은 없어요. 게다가 그 친구들도 바가지 긁히기 전에 할 수 있는 변명이 있죠.”

        

       “뭔데요?”

        

       “저 사람은 맨몸으로 원자력발전소를 뒤집고 나올 수 있는데, 그런 사람을 자기가 어떻게 유혹하냐고 하더군요, 아하하하!”

        

       “켁….”

        

        

        

        …농담에서 어쩐지 애환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뭐어, 로렌티나가 슬슬 다시 늦은 연애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글쎄다. 내가 이 양반을 알게 된 것도 한참이나 된 일인데, 그 와중 그런 낌새가 있었다면 진즉 알아차렸겠지.

        

        나는 신나게 웃음을 터뜨리는 상어의 말에 쓴웃음을 지으며 집 안으로 웃음소리가 새어들어가지 않을까 확인했다. 현재 시각은 오후 3시 가량이었고, 낮잠을 자기에는 실로 최적화된 시간이었다.

        

        나랑 상어는 안 자지만, 한 3시간 가량 신나게 수영을 즐기며 자기도 모르게 지방을 신나게 태운 세 응애비얌들이 내 집 안에서 적당히 자리를 잡고 늘어지게 자고 있었으니까.

        

        

        

       ‘뭐어, 아침에 운동하고, 점심 많이 먹으면 졸린 게 당연하긴 하지.’

        

        

        

        당장 옛날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말이다.

        

        나 역시도 자려고 한다면 잘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로렌티나가 그걸 막았다. 보통 나를 자유방임으로 놔두는 이 양반이 이러는 걸 감안하면 일 관련 이야기일 확률이 높았으니 나도 흔쾌히 수락했고.

        

        그리하여 펜트하우스 전용 발코니, 나는 선베드 위에서 엎드린 상태였고, 로렌티나는 발코니 수영장에 몸을 담근 채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선임이 남들 집에 자주 방문하면 방문할수록 어린 아이들의 눈만 높아질 거예요. 주로 외모 쪽이라든지.”

        

       “이런. 막내가 자신만만하게 할 말은 아닌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아, 뭐. 그렇긴 한데.”

        

       “어차피 막내도 남들 눈 실컷 높여놨지만 그닥 책임지고 다니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그런가보다 하시길. 누가 이런 형태로 몸을 조형해놨는지는 모르지만, 즐길 건 즐겨야지요.”

        

        

        

        …하여간 흥미 하나로 먹고 사는 상어 아니랄까봐.

        

        아무튼 저런 걸 보면, 로렌티나의 자의식은 확실히 남들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거기다가 경도와 강도가 측정이 안 될 정도로 단단하기까지 하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실컷 떠들고 있자, 어느덧 조금씩 분위기가 잦아들더니, 상어의 붉은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하게 됐다. 무언가 내 입에서 나와야만 하는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전혀 짐작도 안 가는 게 문제였다.

        

        

        

       ‘…일단 일 이야기라는 건 확실한데.’

        

        

        

        근래 메일함을 확인해보지 않은 탓에 무슨 말을 들려줘야만 할지를 모르겠다.

        

        일 이야기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아마도 로렌티나가 이번에 한국에 온 이유와 큰 관련이 있을 거고, 그렇다면 훈련 이야기일 텐데…엑스포가 부쩍 앞으로 다가왔으니, 그에 대한 게 아닐까.

        

        어느 정도 방향성이 정해진 것 같으니 하나씩 물어보자.

        

        

        

       “…이번 엑스포에 온다거나, 뭐 그런 느낌인가요?”

        

       “방향성은 꽤 잘 짚었어요. 70점.”

        

       “어차피 휴머노이드가 자율적으로 돌아다니며 주변 순찰할 거고, 드론도 있으니까…애시당초 훈련 때문에 못 올 가능성이 더 높겠죠. 그럼 뭔가요?”

        

       “후후, 유진. 생각의 틀이 조금 구식이군요. 힌트를 하나 드리죠. 아예 반대로 생각해보시길.”

        

        

        

        …반대로?

        

        어느 부분에서 반대로 생각해봐야만 할까. 일단 로렌티나가 반대로 생각해보라는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감안하면…바로 이전에 내 입에서 튀어나왔던 말을 뒤집어보는 게 가장 가능성 높겠지.

        

        훈련 때문에 못 온다라, 이를 명제라고 가정하면 역은 성립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대우는 반드시 성립한다. 훈련이 아니라면 올 수 있다는 뜻. 하지만 상어가 이걸 노리고 반대로 생각해보라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훈련 때문에 올 수도…있단…건데.

        

        잠깐만.

        

        

        잠 깐 만 ! ! !

        

        

        

       “설마, 설마설마설마. 설마아아!”

        

       “하하하하! 아주 꼬리가 하늘로 치솟았군요, 막내! 그거예요! 바로 그 반응을 원했다고요! 아하하하, 걸작이 따로 없네요!”

        

       “아니, 잠깐만요. 저는 한 마디도 들은 게 없는데요, 여태까지!?”

        

       “그럴 수밖에요. 엑스포 자체는 막내가 담당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한국 물개 친구들이 막내랑 교섭할 필요도 없단 말이죠.”

        

       “그, 그게 맞긴 한데….”

        

        

        

        생각해보니 그 말대로였다.

        

        애시당초 나는 다크 존 엑스포를 주관하는 입장이 아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의 역할이지. 특히나 부모님의 입김이 주효할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없으면 엑스포가 성립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엑스포를 열기 위해 필요한 모든 과정에 전부 관여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진해의 물개 친구들이 교섭을 위해 어디로 가겠어, 당연히 내가 아니라 이카루스 쪽에 메일 보내겠지.

        

        

        생각이 정리되고 있는 와중 로렌티나가 덧붙였다.

        

        

        

       “듣자 하니 이번에 열리는 엑스포는 송도국제도시의 최하단 쪽이라더군요. 그곳에 있는 네 개의 대형 건물동 중에서 D동인 대형 전시회장을 훈련장으로 한다는 논의가 꽤 진지하게 오가고 있지요.”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절차상의 문제는 이미 어느 정도 해결이 된 것 같은데 말이죠.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됐길래 가능했던 건가요?”

        

       “훈련 자체를 통째로 이카루스의 군사 안드로이드 광고판으로 쓰기로 했거든요. 교전 자체는 마일즈(MILES)로 이뤄질 거기도 하고, 예상되는 건물 손상 비용을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이 지불하는 것으로 합의했지요. 그 덕분에 교섭 자체는 원만했어요.”

        

       “사전 양해만 잘 구하고, 주변으로 접근하는 사람만 제때제때 차단하면 괜찮은 광고판이 되긴 하겠네요.”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잘 생각해보면 어느 쪽도 딱히 손해를 볼 일은 없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으로서는 건물 손상 비용도 이카루스가 내준다고 하니 건물 수리 문제로 골머리를 썩는 일은 없을 거고,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은 안 그래도 불티나게 팔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매출 지표를 또다시 떡상시킬 기회겠지.

        

        훈련에 참여하는 UDT로서도 좋은 기회였다. 잡음 걱정 없이 다시 없을 대도시 시가전 경험을 쌓을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이 정도면 굉장히 일이 원만하게 풀린 것이었다.

        

        

        

       ‘…당장 과거 2019년, 로스앤젤레스 링컨 하이츠(Lincoln Heights)에서 벌어진 난장판과 비교해보면 한참이나 낫단 말이지.’

        

        

        

        정확하게는 2019년 2월 3일이었나, 4일이었나.

        

        아무튼 월요일 밤, 미 육군은 딱히 별도의 공지 없이 일련의 시가전 훈련을 실시했고, 수천 명에 달하는 로스앤젤레스 주민은 뜬금없이 저공비행하는 헬리콥터 소리, 총격, 폭발음을 경험하게 되었단 말이지.

        

        애초에 ‘모의 침공 훈련’은 미국에선 그닥 드문 일은 아니었다. 2013년 보스턴 시에서는 기관총이 장착된 장갑차가 거리를 순찰했고, 2014년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수천 명의 미 해병대원이 훈련을 실시했으니까.

        

        2015년에 캘리포니아, 유타, 콜로라도, 텍사스 등 남부 9개 주가 참여한 훈련인 코드네임 ‘Jade Helm 15’, 2016년 미 공군 주방위군이 주관한 플로리다 주 탬파 시 모의 침공 훈련….

        

        전부 제대로 된 안내 없었기에 온갖 난장판이 벌어졌고, 많은 경우 911과 비슷한 상황인 줄 알고 두려워하는 미국 시민들에 의한 신고 수천 개가 쏟아졌다나 뭐라나.

        

        

        다 상어한테 들은 이야기다.

        

        

        

       “아무튼, 그렇게 됐답니다. 일정이 제대로 확정될 즈음에는 막내에게도 연락이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완벽히 계획이 확정된 건 아닌 모양이로군요.”

        

       “뭐어, 작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까지는 통보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언제 얼마만큼 시설을 점유할지에 대해서는 말해줘야만 할 거고…아무튼 즐겁게 관람하도록 하죠. 진과 레인, 마브, 나스티까지 전부 특등석에서 볼 수 있겠어요.”

        

       “가이아는…그건 막내가 알아서 하겠지요. 보아하니 이번 엑스포에서 관련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를 테니까.”

        

       “눈치도 빠르셔라.”

        

        

        

        아무튼, 그렇게 고작해야 며칠 정도지만, 상어 덕분에 좀 더 빠르게 엑스포 관련 정보를 전해들을 수 있게 되었다.

        

        UDT와 상어를 상대하도록 메카 비얌들을 내보낼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지만, 아마 가능할 리 없겠지. 당연히 단순한 망상이었다. 

        

        내가 해줄 말은 별 거 없었다. 그냥 다치는 사람 없이 무사히 잘 끝나면 좋겠다 정도.

        

        

        물론 상어는 다른 생각을 흉중에 품고 있었다.

        

        

        

       “저기서 곤히 자고 있는 친구들을 진해에 데려다 놓으면 재밌지 않겠나요?”

        

       “제발 미친 소리 좀 그만해요.”

        

        

        

        그럴 줄 알았지, 진짜로.

        

        납치 멈춰!

        

        

        

        

        

        

        

        

        

        

        

       “…에으, 안 돼에….”

        

       “끌려가기 시러….”

        

       “상어가 와아….”

        

        

        

        그리고 그로부터 수십 미터 떨어진 비얌 하우스, 침대.

        

        발현자가 되며 좋아진 감은 언제든 경고의 형태로 나타나기 마련이었다.

        

        일상이었다.

        

        

        

        

        

        

        

        

        

        

        

        

        

        

        

        

        

        

        

        

        

        

        

        

       “…아, 맞다. 얼마 전에 주변 돌아다니다 사내 메신저의 메시지 봤는데, 거기에 흘려듣기 어려운 내용이 하나 있었슴다.”

        

       “뭔데뭔데, 설마 특별 인센티브 같은 거야?”

        

       “그럴 리가 있겠슴까. 생각보다 특별한 건 아님다. 뭐라고 해야 하나…간단하게 말하자면, 아무래도 스텔라 유니버스가 아이리스에 꽤 관심이 있었던 것 같슴다.”

        

       “전혀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그로부터 얼마 후, 가상현실의 어딘가.

        

        세 명의 유사 비얌들이 모여있는 방 안. 그 어디로도 이야기가 새어나갈 염려가 없는 방 안에서 외부에 나가기에는 상당히 프라이빗한 안건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스텔라 유니버스 3기생 세 명, 동시에 요즘 들어 비얌이라는 간접적 여파에 의해 엄청난 떡상을 겪고 있는 이들 – 소니아와 살루스, 그리고 에블린.

        

        그 중에서도 이번 안건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은 소니아였다.

        

        

        

       “제대로 행간을 살필 수는 없어서 단정하긴 좀 그런데, 분명히 메일에 ‘아이리스 합류 불발’이라는 내용이 써있었슴다. 보아하니 광고든, 혹은 스텔라 유니버스 합류든…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뺀찌먹은 것 같슴다.”

        

       “…뜬금없네, 그거. 광고야 할 이유가 없고, 아마 후자겠지? 근데 후자도 약간 좀…의미가 없지 않나아. 지금도 순항하고 있는데 구태여 수수료 내면서 들어올 리가 없지이. 게다가 아이리스 정도라면 스케줄 매니저 금방 붙일 걸.”

        

       “그래도 뭐어,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말도 있잖아? 한 번 찔러보는 건 가능하지 않아?”

        

       “그건 남한테 넘어갈 바에 기회 자체를 없애버릴 때나 쓰는 말임다, 살루스.”

        

        

        

        그런 사소하다면 사소한 대화가 이어지는 와중, 이들의 머릿속에는 스텔라 유니버스에 입사한 이후로 겪었던 모든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아예 현실성 없는 제안은 아닐 확률이 높았다 – 적어도 이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통칭 N기생이라고 불리우는 스텔라 유니버스 소속 홀로그램 아이돌은 보통 절반을, 본격적으로 인기가 많아지기 시작하면 40%, 혹은 그보다 좀 더 적은 수익을 회사에게 지불하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오디션을 통해 후보가 선출되면, 회사는 데뷔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후보에게 후불이라는 명목으로 아낌없이 주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그런 지원 없이 외부에서 섭외해온 인사라면 당연히 수익 비율은 홀로그램 아이돌에게 극도로 유리하게 돌아가기 마련이었지만-

        

        

        

       “…사실 회사가 물어다주는 광고라든가, 스케줄 매니저라든가, 후자는 몰라도 전자는 필요없지 않슴까? 유진 신님 밑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들 줄을 서서 광고를 요청하고 다닐 텐데 말임다.”

        

       “그도 그렇긴 한데, 솔직히 아이리스쨩…스텔라 유니버스든 어디든, 다른 MCN 오디션 아무데나 던져놔도 수석으로 합격했을 걸. 그 사람 반 년도 안 되서 구독자 20만 명 찍었다구.”

        

       “아바타랑 일러스트, 액세서리랑 꼬리 아바타 전부 지인들이 만들어줬다고 했었나아…근데 그걸 감안해도 말이지. 스스로 짠 컨셉 잘 지키면서 스트리밍에 적용하는 건 무지 어렵지이.”

        

       “맞슴다, 맞슴다. 솔직히 말투 입에 붙이는 것도 힘들고, 아바타에 적응하는 것도 어렵지 말임다…”

        

        

        

        오직 홀로그램 아이돌만이 가지고 있는 고충, 그리고 남자임에도 – 엄밀하게는 남자였음에도 – 그런 난관을 돌파하고 버미육으로 성공한 아이리스.

        

        바로 그 때문에 3기생도 이들과 연관이 없는 홀로그램 아이돌이었던 아이리스와 함께 합방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유진이라는 거대한 혜성이 다크 존을 강타함에 따라 비얌 컨셉을 잡고 행동하는 유저들은 길을 가다가 발에 채일 정도로 많아졌지만, 자기만족이 아니라 별도로 유명세를 얻는 데 성공한 사람들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리고 엄밀하게 말하자면 자력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리스는 자신의 눈 앞에 깔린 레드카펫을 개인의 입담과 연기로 소화해내는 데에 성공했으니까.

        

        

        물론, 여기까지는 2주 정도 전의 이야기였다.

        

        이미 구독자 수가 150만을 돌파한 아이리스는 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올라가버렸고, 친분은 남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같이 할 거 없냐고 물어보는 것도 이상한 것이 당연했다.

        

        그리하여 이들은 필사적으로 핵심 – 어떻게 하면 아이리스랑 다시 같이 다닐 수 있을까 – 을 숨기며 고심했지만,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 기회는 반대 방향에서부터 접근할 수도 있다는 점.

        

        

        

       ───삐비비빅!

        

        

        

       “우왓, 깜짝이야. 뭐야?”

        

       “위쪽에서 온 연락임다. 안 그래도 다 모여있으니 지금 여기서 영상통화 해도 될 것 같슴다.”

        

       “갑자기 뭔 일이래. 좋은 일로 연락한 거였으면 좋겠는데.”

        

        

        

        통화 수락.

        

        그와 동시에 마치…모 비밀결사마냥 수상쩍은 암흑 사이에서 01이라고 쓰여있는 패널이 모습을 드러냈고, 무거운 분위기와는 완전히 별개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아, 3기생들 다 모여있었군요. 좋아요, 좋아…3기생들은 서로 사이가 좋은 걸 넘어 거의 같이 다녀서 좋단 말이죠. 아무튼 여러분들 전원에게 전달할 사항이 있어서 이렇게 직접 왔습니다.”

        

       “무슨 일인가요, 대장. 목소리를 들어보니 뭔가 나쁜 일로 온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렇죠, 그렇죠. 여러분들에게도 결코 나쁜 일은 아닙니다…만, 약간 호러스러운 분위기를 감당하기 어렵다면 조금 곤란할지도 모르겠네요.”

        

       “엑, 공포게임이야? 설마 공포게임 합방이라든가, 광고라든가, 그런 건 아니지? 난 그런 건 쥐약이라구우.”

        

       “일단 진정하고 들어보는 게 어떻슴까. 아직 뭔지 말도 안 나왔슴다, 에블린.”

        

       “좋은 지적이에요, 소니아. 역시 3기생의 브레이크로군요.”

        

        

        

        크흠크흠.

        

        그런 소리와 함께 통신 건너편의 사람이 입을 열었다.

        

        

        

       “빠르게 본론부터 들어가죠. 그러니까 저쪽…여러분들에게 더 친숙하게 말하자면, 유진 사단이겠군요. 그쪽의 스케줄 매니저로부터 요청이 왔습니다. 3기생과 함께 해보고 싶은 게임이 있다고 하더군요.”

        

       “우와아아-!”

        

       “크으, 역시. 신을 모시는 신녀에게 조아릴 수밖에 없슴다….”

        

       “…방금 했던 말 취소입니다, 소니아. 아무튼 이제부터가 중요한데, 아이리스가 요청한 게임에 대해서입니다.”

        

        

        

        번쩍.

        

        그와 동시에 허공에 떠오르는 네 개의 영어 알파벳, 그리고 그 아래 펼쳐지는 게임의 장르 – FPS, 호러, 그리고 협동. 생명체라기에는 너무나도 기괴하게 생긴 존재를 짓밟은 네 명의 사람이 셋의 시야에 들어왔다.

        

        Going in, Tracking it, Finding it, and Out – 줄여서 GTFO.

        

        찾고, 추적하고, 찾아낸 후, 탈출하라.

        

        어려운 난이도와 섬세한 상호작용, 그리고 특정 팬층에게 컬트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하드코어 호러 FPS가 아이리스의 픽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셋 중 누군가의 입이 열리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이리스, 취향 너무 하드하다구….”

        

        

        

        그 자리에 있는 누구도 부정하거나 반박하지 않았다.

        

        세 명이 아이리스와 함께 수상쩍은 지하 시설로 끌려가기까지 하루 전의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제 휴대폰 액정을 깨먹었습니다

    진짜 단전에서부터 분노가 치솟아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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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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