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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1

    <631 – 오크노디의 테마파크(6)>

     

    “오크노디는 다르지!”

    “어떻게 다른데?”

    “베프잖아!”

     

    가끔은 즈앙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즈앙에게는 즈앙만의 생각이 있겠지!

    별 관심 없이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데 뒤에서 즈앙이 가슴을 쓸어내리듯이 깊은 안도의 감정이 담긴 한숨을 내쉬었다.

    암살자는 감정표현이 절제되어야 한다면서 알고 보면 티토소가만큼이나 감정이 풍부한 즈앙.

    이래서 즈앙이 륭 노사만큼 강해지지 못하나 보다.

    하다못해 감정을 하나로 합일해서 의지와 경지를 증폭시키기는 매개체로 삼는 명상계 최상위기능 <의식도야>라도 발동하면 성장속도가 확 오를 텐데!

     

    ‘후반부 이벤트에 즈앙의 스펙 업이 필요하면 한번 간을 봐볼까?’

     

    파티원에게 “너 해고.”를 시전하면 일정 확률로 등장하는 파티원의 각성이벤트.

    내가 해고를 당하다니!를 외치며 절망하는 대신, “난 이제 달라졌어.”를 말하며 스펙 업을 하는 기특한 현상이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 “너 해고”를 쓰면 정신력이 어중간한 즈앙이 충격받아서 말도 못 하고 망가질까 무서우니 조금만 참아봐야겠다.

    사실 원래 사용법은 용사파티의 짐꾼을 추방시키면 짐꾼이 강해져서 알아서 용사의 대업을 대신하는 짐꾼히든기믹이지만.

    신이 선택하지 않은 짐꾼은 백날 강해져봤자 대륙에 새로운 환란을 일으킬 거악으로 타락하기 쉽기에 정식사용법은 고려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슈타르나 아스타로트에게 짐꾼이 필요한 회차는 이미 반쯤 망한 상태인걸!’

     

    랜덤변인요소가 단단히 망가져서 아카데미 외부로 자주 외출하고, 전리품이 가득 쌓일 정도로 적이 많고 세계가 위태로운 회차.

    그런 회차는 당첨된 시점부터 사실상 망한 회차, 업적 달성 및 엔딩 수집, 특전포인트 벌이용으로 생각해야 한다.

    아무튼 멀쩡한 이번 회차를 살아가는 즈앙은 가면 아래로 눈을 굴리며 눈치를 보고,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지만 실은 은근 티토소가스러운 허접이다.

     

    “모처럼 온 김에 즈앙도 수집품 좀 늘려봐!”

    “그러네. 놀이기구라는 것들, 한번 타볼까.”

    “나도 탈래!”

    “그럼 셋이 같이 타자!”

     

    티토소가의 해맑은 외침에 나도 끼어들었다.

    사실 테마파크의 놀이기구에 대해서는 지젤에게 이야기를 들려줬을 뿐, 어떻게 실물이 완성되었는지는 나도 아직 타본 적이 없어서 모른다.

     

    -테마파크에 따로 원하는 시설이 있습니까?

    -테마파크 하면 역시 놀이기구죠?

    -시소라도 놓으면 되는 겁니까?

    -갈!! 그런 어린이 놀이기구로는 만족할 수 없어요! 좀 더 크고 굉장한 놀이기구가 필요하다구요!

    -하하. 제 기준으로는 꼬마숙녀도 어린이라고 생각하지만 숙녀에 대한 예의는 아니겠군요. 원하시는 사양을 말씀해 주시면 제작 의뢰를 넣어보겠습니다.

    -우선 안전바 하나에 의지해서 높은 곳에서 비명을 지르며 추락하고 다시 올라갔다가 추락하기를 반복하는 자이로드롭이 있고요, 마찬가지로 안전바 하나에 의지해서 허공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질주하면서 급강하, 회전, 연속커브 등을 체험하는 청룡열차도 있고요, 그리고 또…

     

    어째서인지 갈수록 지젤의 표정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것처럼 경악으로 물들었지만, 그만큼 놀이기구를 못 타본 어른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짠해졌다.

    근데 짠한 건 짠한 거고 몬가 찝찝하다.

    평생 놀이기구 한번 타본 적 없는 사람이 놀이기구 제작의뢰를 발주했는데 이거 안전성은 믿고 탈 수 있을까?

     

    “하하. 역시 VVIP 고객님다운 결단력이군요. 바로 극악코스에 도전하시다니.”

    “극악코스요?”

    “자이언트드롭. 사룡열차. 데스필드 메이즈. 본 테마파크의 가장 가치 있는 수집품이 걸린 삼대놀이기구에 도전한다는 의미로 극악코스라고 불립니다. 바로 어제 제국에서 어중칠검 히스클리프가 도전하고 후기를 남기고 가셨습니다.”

    “와, 후기! 보고 싶어요!”

    “여깄습니다.”

     

    티토소가와 즈앙과는 다르게 역적가문 출신임을 알고도 태도가 바뀌지 않는 내게 고마움을 담아 눈인사하며 접수원 발레포르 와사비 선배님이 마나보드를 펼쳤다.

    마나보드 위로 극악코스 중 첫 번째 관문 자이언트드롭에 도전한 도전자들의 후기가 떠올랐다.

     

    ━━━

    [자이언트드롭]

    -어중칠검 히스클리프 : 륭 노사가 떠오르는 악마적인 놀이기구였다.

    -검왕 라인하르트 : 결심했다. 이 놀이기구에서 나가는 즉시, 자이언트 슬레이어가 되겠다고. 이런 사악한 거인은 멸종해야 마땅하다.

    -오모시로이 : 제법 오모시로이했다. 덕분에 재밌는 시험이 생각났다. 원작자에게 감사를 표한다.

    ━━━

     

    “…”

    “…”

     

    갑분싸가 된 우리들!

    티토소가가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이 오모시로이라는 분이 날개가 달리거나 몸이 놀이기구만큼 크고 그러셨나요?”

    “아닙니다. 굉장히 잘생긴 남성분이셨습니다.”

    “아, 동명이인이구나.”

    “재미있는 놀이기구라고 극찬하면서 조금 더 속도에 완급조절을 주고 연속낙하횟수를 부여하면 좋을 거라는 피드백을 남겨주시기도 하셨다고 기록이 되어있군요.”

    “누가 봐도 교장님인데?!”

    “폴리모프라도 했겠지. 용은 변신마법 잘 쓰잖아.”

     

    즈앙이 갑자기 으엑 하고 헛구역질했다.

     

    “왜 그래? 입덧이야?”

    “죽을래? 입덧은 무슨… 그냥 기분 나쁜 상상을 해서 그래.”

    “무슨 상상인데?”

     

    즈앙이 인상을 와락 쓰며 말했다.

     

    “보통 변신마법은 자신의 체형을 기준으로 가까운 형태부터 변하기 시작해서 마나로 틀을 짜서 점차 변신규모나 정밀성을 업그레이드하잖아.”

    “그렇지?”

    “만일 교장처럼 강한 존재가 작정하고 범위를 키우면 얼마나 거대한 형상으로 변신할지 상상하다가 우리가 밟고 있는 땅 전체가 변신한 드래곤의 몸이라고 상상해 버렸어.”

    “그게 머 어때서?”

    “내가 몸의 어느 부위를 밟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얼굴이나 몸통이면 막 짓밟기라도 하겠지. 근데 코 앞을 밟고 있다가 재채기를 하면 어떡해?”

     

    히에엑. 정말 무서운 상상이다.

     

    “그런 못된 상상은 하지 마!”

    “오크노디가 먼저 입덧 같은 이상한 소리로 괴롭혔잖아. 원랜 말 안 하려고 했어.”

     

    문제의 놀이기구의 실물을 보러 가는데 사실 가기도 전부터 원근감을 찢고 미친 듯이 거대하게 솟구친 무언가를 보며 생각이 들었다.

    딱 봐도 저게 자이언트드롭이구나.

    거대한 거인의 형상이 구름을 찢고 대기권 저편에서 손을 들고 있는데 100m는 말도 안 되고 1000m는 가볍게 될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이딴 게 건축기간 일주일…?

     

    “안정성은 믿으셔도 좋습니다. 테마파크의 상징이자 도전자들의 성지가 될 거라며 지젤 님의 특별지시 아래에 암흑상회에서 돈을 아주 많이 들였습니다.”

     

    -테마파크에서 젤 중요한 시설이요? 당연히 젤 높이 솟구친 자이로드롭이죠!

     

    어딘지 모르게 죄책감이 느껴진다.

    앞으로 이 시설을 이용할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과를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 일루와 티토야!”

    “힝잉잉… 오크노디이… 이거 안 타면 안 돼?”

    “너가 타고 싶대서 왔잖아!”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단 말야.”

    “난 훈련장 생각나고 괜찮은데.”

     

    절벽에서 프리다이빙 훈련을 해왔던 즈앙이야 친숙함을 느끼지, 티토소가는 억지로 태웠다간 심장마비라도 올 기세였다.

     

    “치. 어쩔 수 없지. 실제 놀이기구도 어린이나 노약자, 심신미약자는 탑승하지 말라고 하니.”

    “응…? 오크노디. 그럼 우리 못 타는 거 아니야?”

    “우리가? 놀이기구를?”

     

    에이 설마.

     

    “어른보다 더 강하면 타도 되겠지!”

    “아, 죄송합니다. 안전규정을 적용하는 사례가 적다 보니 깜빡했군요. 신장 150cm 이하는 안정규정에 의해 탑승하실 수 없습니다.”

     

    …이런 굴욕, 아카데미 입학 전 비공정의 도박장 입구컷에 걸린 이래로 굉장히 오랜만이다.

     

    “뭔가 화가 나! 화가 나니까 접수원 선배가 이거 대신 타세요!”

    “네? 제가 말입니까?”

    “VVIP의 요구는 다 들어줘야 한다면서요! 제 요구는 선배가 우리 몫까지 대신 저거 타는 거예요!”

     

    발레포르 선배가 고개를 거의 수직으로 꺾어가며 구름 저 너머를 올려다보다가 착잡한 한숨과 함께 안전바를 열고 자리에 착석했다.

     

    쿠구궁, 구구구구궁

     

    둔중한 소리와 함께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하는 원형의 도넛처럼 배치된 좌석들.

    높아지는 좌석들만큼 거대한 강철거인의 팔 또한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히에엑! 설마 저게 움직여?”

     

    겁에 질린 티토소가의 시선.

    설마는 이내 사실이 되었다.

    최고점에 도달함과 동시에 쾅 하고 좌석을 감싼 구조물을 내리치는 금속거인의 손.

    느릿느릿 올라갔던 속도가 무색하게 엄청난 속도로 자이언트 드롭이 곤두박질쳤다.

     

    [기권시간]

     

    매운맛을 경험한 탑승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탈출버튼을 누르고 긴급사출 되었다.

    하지만 VVIP의 열렬한 기대를 담아 탑승한 선배는 묵묵히 견뎠고, 자이언트드롭은 밑면을 걷어차는 거인의 발길질에 급상승을 하였다.

     

    쿵 쾅 쿵 쾅

     

    걷어차고 내리치고 걷어차고 내리치고.

    학대에 가까운 시련의 10분이 지난 뒤, 좌석에서 비틀거리며 걸어나오는 선배를 보며 티토소가와 즈앙이 인정의 물개박수를 쳤다.

     

    “멋있었어요 선배님! …즈앙. 근데 왜 이렇게 말하라고 시키는 거야?”

    “이 정도 립서비스도 안 했다간 졸업생 선배한테 밤중에 단검에 찔려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아서.”

    “그, 그렇구나!”

     

    티토소가의 박수가 두 배 더 빨라졌다.

     

    “근데 박수를 왜 벌써 쳐?”

     

    내 순수한 의문에 이번에는 즈앙이 어리둥절했다.

     

    “자이언트드롭 끝났잖아. 내린 지금 안 치면 언제 치게?”

    “우리 세 명 분의 몫까지 즐겨야하잖아. 그럼 세 번은 타야 하는 거 아닐까?”

     

    비틀비틀 다가오던 선배의 걸음이 우뚝 멎었다.

     

    “…오크노디. 내가 아무리 베프라도 이건 실드를 못 쳐주겠어.”

     

    즈앙이 정색하며 말했다.

     

    “당사자의 의견은 다를 수도 있잖아!”

     

    그렇죠 선배?

    선배는 내 시선에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규정을 바꿔서라도 여러분이 한번 탑승할 수 있도록 제가 가진 모든 권한을 동원해 보겠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내가 받은 고통을 너희도 받아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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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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