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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2

    <632 – 오크노디의 테마파크(7)>

     

    [고속운행하는 자이언트드롭에서 긴급사출을 하지 않고 안전바에 매달리며 무사히 버텨냈습니다.]

    [매달리기 경험치+5]

    [잡기 경험치+5]

     

    “티토. 즈앙. 한 번 더 탈래?”

     

    으윽 소리를 내며 바닥에 엎어진 티토소가와 즈앙이 화가 나서 조명대로 때리려고 하고 잼잼펀치를 날리며 흉포한 공격성을 드러냈다.

    아쉽게도 둘은 기능상승의 이점이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하긴 재능한계가 있는 사람들은 아무 기능이나 막 올리면 그렇긴 하지!

     

    “싫음 말고! 그럼 사룡열차랑 데스필드메이즈나 마저 보러 가자!”

    “수집품 필요 없어… 아카데미 돌아갈래애…”

    “학생의 본분은 학업에 충실하는 거야. 오크노디. 우리 돌아가서 공부나 하자.”

     

    탑승 전까지만 해도 륭 노사의 프리다이빙 수련법에 익숙해서 괜찮지 않을까 싶었더니 뜻밖에도 즈앙도 티토소가만큼 불만이 커보인다.

     

    “즈앙은 이런 낙하훈련 익숙하지 않아?”

    “…충격보호마법으로 내장이 터질 충격이 코앞에서 보호받는 광경을 몇 번이나 봤다고 생각해? 중간에 마석잔량이 떨어지면 내 마나로 몸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얼마나 긴장했는데.”

    “그럼 오토필드랑 호신강기로 상시방어를 하면 되잖아. 모가 문제야?”

    “…나니까 참았지, 그 얘기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칼 맞고도 남아.”

     

    그 정돈가?

    아무튼 다른 건 죽어도 못 타겠다는 티토랑 한 번은 태우고 싶은 내가 한참 조명대를 가지고 줄다리기를 하던 와중이었다.

    발레포르 와사비 접수원 선배가 어딘가를 돌아보더니 감탄사를 흘렸다.

     

    “테마파크에 재미난 이벤트가 열렸다고 합니다.”

    “무슨 이벤트요? 퍼레이드 행진? 뷔페할인?”

    “수집품 보관창고의 수집품을 노린 도둑들이 붙잡혔습니다.”

     

    헉.

    한 번쯤 도둑이 있을 거라곤 생각했는데 정말로 도둑이 들다니.

     

    “한번 보러 가시겠습니까?”

    “음, 붙잡히지 않은 고수들이면 호기심이 생기겠지만 붙잡힌 허접들은 조금…”

    “아니야, 오크노디! 허접에겐 허접 나름의 기술이 있을지도 몰라!”

    “반면교사. 약자에게 저러지 말아야겠다고 배울 몹쓸 버릇들을 눈여겨볼 기회일지도 몰라.”

    “정말로? 놀이기구 타기 싫어서 그러는 거 아니지?”

     

    티토소가와 즈앙의 진의가 의심스러웠지만 애초에 두 사람은 놀러 온 거다.

    딱히 훈련을 하러 온 건 아니었으니 못 이기는 척 넘어가 주었다.

     

    “이쪽입니다.”

    “응? 아저씨들 어디서 본 것 같은데요.”

    “디스트로이어 님의 부름을 받아서 온 은퇴한 도적길드지부원입니다. 카넬레 시 공방전에서의 후유증으로 일선에서 물러났었습니다.”

    “그러셨구나!”

    “지금은 테마파크 경비보조 및 도적들의 예상침입로를 짜고 보안을 강화하는 보안컨설턴트로 활동 중이지요. 카넬레 시에서 디스트로이어 님과 저희를 도와주신 은혜를 이렇게나마 갚을 수 있어 영광입니다.”

    “헉. 아니에요. 그땐 저도 신세 많이 졌어요!”

    “하하. 그럼 이리로 오시죠. 죄수는 이쪽입니다.”

     

    지하감옥으로 향하는데 여기가 감옥이 맞나 싶을 정도로 동물들의 다양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 이 소리 기억해! <자이언트 킹크랩>의 집게 소리야!”

    “대체 테마파크에서 <사이코뱃>의 초고주파음이 왜 들리는 거야? 날갯짓으로 생명체를 혼란에 빠뜨려서 벽에 머리 박고 쓰러지게 만들고 뜯어먹는 은패급 악질 몬스터잖아.”

     

    기프트 아카데미에 살다보면 한 번쯤은 들어볼 수 있는 몬스터들의 울음소리에 티토소가와 즈앙이 귀를 기울였다.

     

    “아니, 학생분들이 그런 강력한 몬스터들의 울음소리를 어떻게 다 아십니까?”

     

    도적길드 길드원의 물음에 티토소가와 즈앙은 그간의 기구한 사연을 구구절절 털어놓는 대신, 쓰라린 미소로 얼버무렸다.

     

    “반대로 이런 몬스터들이 왜 있는 건데요?”

    “물론 지젤 님이 몬스터대공원을 만들 예정이니 세계각지의 몬스터를 잡아서 격리시킬 방안을 강구하라 명했기 때문입니다.”

    “히엑! 몬스터를 가둘 수가 있구나!”

    “참고로 몬스터들의 격리방법 연구에는 전 키메라연구소 소장이자 제국의 키메라군단 군단장을 역임했던 하인리히 소장의 자문을 받고 있습니다. 오크노디 님의 지인의 부탁이라고 하니 무척이나 열성적으로 조언을 주셔서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티토소가가 갑자기 친구가 대단한 사람임을 알게 된 것처럼 깜짝 놀란 얼굴로 날 쳐다봤다.

     

    “엣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으스대자 티토소가의 눈이 다시 평소의 만만한 친구를 보는 눈으로 돌아왔다.

    …왜지?

    그냥 사이좋은 친구라서 그런 거겠지?

     

    “역시 오크노디는 대단해. 키메라군단을 포섭할 때부터 이미 이런 시설을 지을 계획을…”

    “그런 거 아니야!”

    “후후. 알았어. 그런 거 아닌 걸로 해둘게. 암살자의 입은 무거우니까 믿어도 좋아.”

     

    티토소가와 즈앙이 겨우 잠잠해지자 우리는 몬스터를 격리보호하는 격리소 사이에서 빈 철창 몇 개 사이에 가두어진 도둑들을 발견했다.

    도둑들은 입을 가리는 얼굴가리개도, 머리카락을 덮은 모자도, 하다못해 은밀한 도둑질에 필수인 야행복도 입지 않았다.

     

    “세상에! 어떻게 도둑이라는 사람들이 도적세트복도 안 입고 그렇게 경솔하게 다닐 수가 있어요? 그냥 동네 아저씨 아줌마처럼 입었잖아요!”

     

    철창 안 도둑이 내 의문에 답하였다.

     

    “도둑놈이 도둑이라고 티를 내고 다니면 무슨 의미가 있지? 일반인과 같아야 비로소 도둑놈을 자처할 수 있다.”

    “헉!”

    “평범함을 촌스럽다 말하지 마라. 이 세상 모든 범인이 우리 도둑들의 변장복이자 변신도구이니. 범인이 존재하는 한, 도둑놈은 어디에나 나타날 수 있다.”

     

    즈앙이 어이없어했다.

     

    “멋있게 말해봤자 당신들 이미 붙잡혔잖아. 허접 주제에 왤케 폼을 잡아?”

    “네 동료를 보고도 그 말이 나오는가?”

     

    도둑이 나를 가리켰다.

     

    “오크노디? 왜 감격한 얼굴을 하는 거야?”

    “나 깨달음을 얻었어!”

    “…저딴 말의 어디에서 무슨 깨달음을?”

    “세트아이템과 전용룩북은 숙련작을 도와주는 요소라서 꼬박꼬박 챙겨서 수집하고 가끔 바꿔 입기도 했어. 옷이 예뻐서 수집한 룩북도 있었고. 하지만 진정한 고인물이란 컨텐츠를 졸업하는 자. 세트아이템과 룩북도 졸업한 고인물이야말로 썩은물이 될 수 있는 거야!”

     

    ━━━

    [당신은 룩북에 대한 오랜 집착으로부터 해방되었습니다.]

    [레어능력치 달관을 습득합니다.]

    [달관 +20]

    ━━━

    *달관* : 무언가를 향한 오랜 집착과 중독에서 벗어난 당신은 달관의 힘을 이용해 심신의 제약으로부터 일시적으로 해방될 수 있다.

    ━━━

     

    “아니 왜 더 강한 애만 깨달음을 얻는 거야. 얻으려면 우리가 얻어야지. 빨리 우리도 깨달음 내놔.”

     

    즈앙이 단검을 들고 쿡쿡 찌를 기세로 도둑을 협박했지만, 감옥 안 도둑은 여유롭게 말했다.

     

    “백날 협박해봐라. 깨달음을 구걸하는 것 말고 철창 밖의 네가 뭘 할 수 있지? 우리와 같은 도둑이 되어 감옥에 갇히기라도 할 셈인가?”

    “아. 저분들 풀어드려도 돼요!”

    “알겠습니다.”

     

    덜컹. 끼이익.

     

    발레포르 와사비 선배가 쇠창살을 열어주었다.

    도둑들이 입 꾹 닫고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충격받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깨달음을 베풀어 준 답례예요! 한번은 풀어드릴 테니 앞으로는 도적길드 망신시키지 말고 오래오래 건강한 도둑으로 사세요!”

    “우리 여기서 한 걸음만 나가도 저 애한테 칼부림 당할 것 같은데?”

    “당사자와 트러블이 있으면 원만한 협의를 하셔야죠? 응원할게요. 파이팅!”

     

    배낭배낭에서 꺼낸 응원도구용 치어리더수술을 꺼내서 폴짝폴짝 뛰며 응원을 해주었다.

     

    “머야 그거? 엄청 귀여워! 나도 할래!!”

    “빨간 거 가질래?”

    “금색 가질래!”

    “이렇게 뛰면서 외치는 거야. 힘내라 힘!”

    “힘내라 힘!”

    “아자아자 파이팅!”

    “아자아자 파이팅!”

     

    금색 수술을 든 티토소가가 왼쪽에서 폴짝폴짝 뛰고, 은색 수술을 든 내가 오른쪽에서 폴짝폴짝 뛰는 가운데, 도적 한 명이 우리의 응원을 받고 용기를 내어 자리에서 일어섰다.

    용기를 낸 도적이 저벅저벅 걸어가더니 창살 앞 즈앙과 마주섰다.

     

    끼이익. 철컥.

     

    그리고는 창살을 닫고 자물쇠를 다시 채웠다.

     

    “우리 그냥 여기서 살아볼게. 오늘부터 여기가 우리 집이야.”

     

    저런.

    응원한 보람도 없는 모습에 실망해서 수술을 다시 배낭배낭에 집어넣었다.

    에휴.

    요즘 것들은 이래서 안 된다니깐.

    도전심도 없고 승부욕도 없고.

    배짱을 보이면 한 번쯤은 즈앙의 공격에서 몸을 지켜주려고 했더니 너무 한심해서 있던 고마움도 다 사라졌다.

     

    “저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돼요?”

    “데스필드 메이즈의 실험재료로 투입될 예정입니다.”

    “네에? 그거 극악코스로 이미 운영 중이라면서요.”

    “강제귀환 버튼을 누르지 않고 오기를 부리던 도전자 몇 명이 데스필드에 잡아먹히는 사고가 있어서, 정확히 어느 구간에서 도전자가 사망하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히에엑! 그런 곳에 저흴 데려가려고 한 거예요?! 선배 너무해!”

     

    티토소가가 비명을 꽥 질렀지만 선배는 오히려 티토소가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세 분은 이 데스필드를 돌파할 확률이 가장 높은 방문객입니다. 왜 그리 두려워하시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네에? 저희가 왜요…? 설마 너무 예뻐서?”

     

    김칫국을 한 사발 들이마시는 티토소가의 물음에 선배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데스필드메이즈는 사다코 교수님의 자문을 구해가며 제작했기 때문입니다. 사다코 교수님이 자신의 제자들이 언젠가 방문할 것 같으니 특별히 신경 써서 제작했다고 하시더군요.”

    “…”

     

    지금만큼은 나도 티토소가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이렇게 들어가기 무서운 놀이기구는 처음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거인 놀이기구가 주는 두려움 < 사다코 교수님의 놀이기구가 주는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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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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