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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2

       

        

        

        

        

        

        

        

        

        

        

       “매번 하는 말이지만, 아이리스도 얼마 전에 비하면 참 이리저리 많이 좋아졌어요. 표정이 아주 확 살아났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얼마 전에 저희들끼리 했었을 때는 다 죽어갔었지만요.”

        

       “…그건 진행 템포가 너무 빨라서 그랬던 거잖아요.”

        

        

        

        한편, 아이리스가 아르테미스 생명과학연구실-이었던 곳을 신명나게 쏘다니고 있을 무렵, 어느샌가 사라진 로렌티나를 제외하고, 나를 포함한 세 명의 비얌 발현자들은 송도로 향하고 있었다.

        

        어느덧 엑스포가 고작해야 일주일 하고도 며칠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점. 이리 말해도 되나 싶긴 했는데, 이제는 하모니와 다이스도 비얌이니까…좀 더 깊은 카르텔로 인도해줄 때가 되었다.

        

        구체적으로는 엑스포 개최 전 얘네들을 본격적으로 관계자로 등록하는 과정이라고 해야만 하려나. 절차상으로도 위치상으로도 문제는 없었다. 이 두 명은 파이널 챔피언십 관계자기도 하고.

        

        부모님의 정체도 알고 있고.

        

        

        아무튼 나름 일을 하러 가고 있었지만, 이 두 명의 얼굴에는 아주…미소가 귀까지 걸리겠다, 걸리겠어.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이번 엑스포의 주인공이 누군지를 생각해보면 간단하지.

        

        이 즈음부터 엑스포 건물에 세 명이 아닌 네 명을 위한 메카 몬낸이들의 소체가 들어설 때였고, 사전에 무사히 작동하는지도 확인을 해봐야만 했다. 특히나 이번엔 나스티도 합류했으니까.

        

        주변 구경도 좀 시켜줘야겠지…만.

        

        

        

       “흐히히, 메카 비얌들 보러 간당….”

        

       “벌써 기대되네요.”

        

       “…그런 변태같은 표정으로 기대하고 있으면 엑스포 건물 안 가고, 차선 바꿔서 서해안고속도로 타고 땅끝까지 갈 거예요.”

        

       “우왁, 표정관리. 표정관리.”

        

       “그건 그렇고, 아이리스는 안 데려와도 괜찮아요?”

        

       “매뉴얼은 적어두고 왔으니 괜찮아요.”

        

        

        

        이 비얌이 너무 좋아서 비얌이 되어버린 비얌성애자들이 더 불안하단 말이지.

        

        우라늄과 플루토늄도 다같이 모아놓으면 임계점에 도달하는 마당에, 사고뭉치들을 여럿 모아놓으면 어떤 화학적 반응이 발생할지 감도 안 잡힌다. 그나마 마브가 상식인이니 그걸 믿어보도록 하자.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하모니의 지적은 꽤 타당했지만…뭐어, 스케줄이 안 맞으면 이렇게 되는 일도 비일비재한 법이다. 나중에 방송이 끝났을 때 오고 싶으면 올 수 있도록 조치는 취해뒀긴 하지만.

        

        

        그건 그렇고, 아이리스에 대한 말은 그닥 뜬금없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아까도 얼추 말했지만, 우리는 현재 무인으로 운행되고 있는 자동차의 의자에 앉아서 아이리스가 아르테미스 연구소를 쏘다니고 있는 광경을 구경 중이기 때문이었다.

        

        다들 한 마디씩 덧붙인다.

        

        

        

       “계속 보면서 느끼는 건데, 확실히 저렇게 소형 오염체들이 끝도 없이 몰려들게 되면 근접 무기로도 한계가 있는 것 같긴 하네요. 로렌티나 언니 있었을 땐 진짜 편했는데.”

        

       “아, 그거…아니, 그 뭐야. 그 작살 공격 진짜 말도 안 되지 않아요? 소형종이고 대형종이고 전부 원킬내는 위력에 연속 공격도 가능하다니, 팔의 구조가 도대체 어떻게 되어있길래….”

        

       “제가 옛날에 글로리 앤 아너 할 때 저 사람한테 한 번도 근접 전투로 못 이겼다고 한 이유를 알겠죠?”

        

       “아니, 이기거나 지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상어 언니의 앞에 서는 것부터 문제 아닌가요…?”

        

        

        

        …그도 그런가?

        

        하기야 뭐어, 무슨 작살을 권총 탄환에 준하는 속도로 내뻗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 듣자 하니 팔이 일종의…활시위처럼 움직이는 느낌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나도 간신히 보고 방어하는 수준이긴 하기도 하고, 넓게 베어내는 것보다 찌르고 빠지는 것이 훨씬 빠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지.

        

        아무튼 그건 그렇고, 이런 말이 왜 갑자기 나왔는지에 대해 설명하자면, 로렌티나와 함께 GTFO를 할 때…그녀는 그야말로 모든 오염체들의 사신으로 군림했기 때문이었다.

        

        최고 어려움 난이도일 때 샷건 터렛도 못 막을 정도로 파도처럼 밀려오는 소형종 웨이브를 단창 한 자루만 들고 으깨버렸으니까.

        

        

        

       “로렌티나가 저기 끼어있었으면 호러게임이 아니라 생명과학연구소 투어가 됐었겠네요.”

        

       “그것도 어떤 의미로는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긴 한데…어제 기지로 복귀하셨으니까요. 그건 조금 아쉽긴 하네요.”

        

       “어차피 엑스포 하는 와중에도 볼 수 있고, 앞으로 꽤 오랫동안 머무르게 될 걸요. 이래도 아직 아쉽다고 느껴지나요?”

        

       “헉.”

        

        

        

        두 명의 얼굴이 사색이 되는 걸 보는 건 꽤 즐거웠다.

        

        그 말대로, 이번에 한국에 온 로렌티나는, 그리고 선임이 이끄는 해머헤드 타격팀은 엄밀히 말하자면 장기파병으로 온 것이었으니까. 방금 말했듯이 최소 1년 가량은 한국에 머무르게 될 것이었다.

        

        거기까지 말해주게 되면 얘네들의 반응이…여러모로 볼 만하겠지. 아마 몸을 신나게 비틀지 않을까. 하지만 상어는 일종의 자연재해였기도 하고, 내가 구르는 건 아니니까 뭐어.

        

        그리 생각하며 주변을 확인한다. 근방에 수많은 아파트가, 그리고 철저하게 바닥부터 설계한 듯한 정돈된 외관 및 근미래적으로 생긴 여러 건물들이 보이는 걸 보면…슬슬 다 왔나보구만.

        

        주차장 시스템과 자동차가 연결되었으니, 알아서 주차될 자동차를 내버려두고 입구 근방에서 하모니와 다이스와 함께 하차할 시간이었다.

        

        

        

       “어으, 날씨 좋다. 여름 나는 게 엄청 편해진 건 진짜 좋은 것 같아요. 햇살이 좀 따갑긴 하지만, 습도가 높아서 끝내주네요.”

        

       “대신 가을부터 슬슬 서늘해질 거예요. 겨울엔 집에만 처박혀있게 될 거고.”

        

       “…근데 진짜 그 정도로 심각해요?”

        

       “몸이 차가워지면 10분 안에 소화불량이 찾아올걸요. 소화기관이 제대로 동작하지 못하면 음식이 위 안에서 부패할 수도 있고요.”

        

       “헉….”

        

        

        

        옛날의 내가 실제로 겪었던 경험이었다.

        

        겨울만 되면 기껏 먹은 건 전부 게워내기 일쑤였고, 몸은 잘 움직여지지조차 않았으니까. 애시당초 파충류가 겨울에 되면 동면에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갑자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하모니와 다이스의 표정이 영 좋지 않은 형태로 변했지만, 뭐어. 현실은 현실이니까.

        

        

        그리 생각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확인해볼 공간은 A동이었고, 그 안에는 지난 번 엑스포처럼 질의응답장이 존재했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질의응답 때 저명한 석학들과 유명인사들, 그리고 군부 인사들로 구성되어있었지만, 이번에는 추첨을 통해 랜덤으로 뽑는다는 점. 일종의 팬미팅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하지만 오늘은 우리밖에 없었고, 시설 구성도 아직은 완전히 준비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건물 안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거의가 공사인력 및 시설관리 스태프들이었다.

        

        

        

       “아이구야, 다들 고생이 많으십니다.”

        

       “우왓, 유진 님. 반갑습니다. 그리고 뒤의…반신반의했는데, 역시 진짜였네요. 발현자 되신 걸 축하한다고 해야만 할지.”

        

       “아유, 그럼요. 축하죠, 축하. 아주 만족하고 있어요. 히히.”

        

       “…으이구.”

        

        

        

        축하해야할 일 맞나….

        

        아무튼 그리 생각하며 오늘 점검할 곳을 살핀다 – 아까도 말했듯이 오늘 A동으로 온 이유는 질의응답장 방문을 위해서였고, 우리는 콘크리트 냄새가 서서히 빠지고 있는 컨퍼런스룸 문을 열었다.

        

        불을 켜자마자 보이는 거대한 강당. 정가운데에는 꽤 큰 무대가 있었고, 그 뒤로는 출연진이 드나들 수 있는 출입구가 존재했다. 그리고 오늘의 목적지는 바로 그곳이었다.

        

        또각거리는 발소리를 뒤로 한 채 출입구를 가로질러 얼마나 걸었을까,

        

        

        

       “…아, 옛날에 봤던 코핀이다. 하나 더 늘었네요.”

        

       “여러분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나스티도 오늘 볼 수 있을 거예요. 이제 좀 만족하나요?”

        

       “흐히히.”

        

        

        

        저 묘한 웃음소리는 도대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아무튼 이 이상 지체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나는 하모니와 다이스가 코핀에 시선이 팔린 사이 이카루스 워치를 착용 중인 왼쪽 손목을 슬그머니 돌려 특정 행동 신호를 입력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기이잉!

        

        

        

       “우와, 동작한다!”

        

       “30초 안으로 동기화가 끝나고 코핀이 열릴 테니까, 미리 옆으로 나와있으시길.”

        

       “드디어!”

        

        

        

        코핀이 각자의 색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청록색, 파란색, 보라색, 그리고 노란색. 그 순간 코핀 중앙의 UI에 표기되는 퍼센테이지. 0부터 시작했던 그것이 100을 찍기까지는 20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각자 다른 표정을 지은 채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을까-

        

        

        

       “…오, 오, 열린다.”

        

       “잠꾸러기들이 깨어났군요. 제 고향인 한국에 어서오시길.”

        

       “…아우, 길었다. 그건 그렇고 진짜 아키타입의 지인들이 몽땅 몸이 변했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었구나. 이렇게 보니 엄청 생경한 걸.”

        

       “드디어…드디어 나왔습니다! 이제부터는 나스티의 세상-아부부압!”

        

       “끼약, 귀여워어-!”

        

       “무, 무슨! 잡혔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아, 나스티가 결국 잡혀버렸다.

        

        내 키와 동일한 172cm의 거체가 셋, 그리고 키가 고작해야 150cm도 안 되는 쪼꼬미가 한 명. 그리고 쪼꼬미 – 나스티는 발현자의 힘을 거스를 수가 없었다.

        

        그런 넷째 수난시대의 시작을 뒤로 한 채, 나는 은근슬쩍 가져온 드론캠을 작동시켰고-

        

        

        

        

        

        

        

        

        

        

       “…앗, 신님 방송 켰슴…우왁, 메카 비얌 합동 방송? 그것도 현실에서?”

        

       “에, 아무래도 엑스포 열리는 송도에서 켠 것 같은데.”

        

       “저건 치트야, 치트.”

        

       “…나도 갔어야 하나?”

        

        

        

        한편, 그로부터 몇 분 후.

        

        수많은 난관을 돌파하며 몇 개의 미션을 클리어한 뒤, 잠시 쉬고 있던 멀티-비얌 합방은 진또배기 비얌 합방에 시청자 순위가 저 아래로 밀려나고 말았다.

        

        불가항력이었다.

        

        

        

        

        

        

        

        

        

        

        

        

        

        

        

        

        

        

        

        

        

        

       “나 피 2%야! 산성안개 수치 맥스! 우리 터빈이랑 계전기 누가 들고 있어!?”

        

       “끼약, 오염체 무리 이쪽으로 온다아-! 누가 내 등짝에서 터렛 좀 꺼내서 바닥에 박아줘!”

        

       “으악, 나 좀 있으면 다운이야…엥?”

        

       “다 뒤졌어어어-!”

        

        

        

       -아니 아이리스씨???????

       -아주 날라다니네 날라다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흰비얌한테 계전기랑 터빈이랑 하드드라이버 싸그리 들려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가 됐네 ㅋㅋㅋ

       -와 플라즈마빳따 한방에 웨이브한방삭제 ㅋㅋㅋㅋㅋ

       -얘 왜 이렇게 화났냐? 설마 오리지널비얌이랑 같이 엑스포못가서그런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콰아앙!

        

        눈 앞은 산성 안개로 가득하고, 맵은 보기조차 힘들며, 보안문과 격벽이 요구하는 스캔은 어디로 튈지조차 모른다. 그런 아비규환 사이로 오염체들의 기괴한 울부짖음이 켜켜이 쌓여가고만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를 초인이 종횡무진 누빈다. 앞과 뒤, 양쪽에서부터 차례차례 몰려오는 오염체들의 공격이 날아오기 전 지축이 울리는 듯한 엄청난 진동이 터져나오고, 동시에 피육음이 울린다.

        

        잔상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며 아군을 수호하고, 오염체를 산산조각낸다. 해머가 파공성과 함께 휘둘러질 때마다 족히 일곱에 가까운 오염체가, 혹은 그에 준하는 숫자의 팔다리가 붕붕 날아올랐다.

        

        그리고 잠시나마 시선이 멈췄을 때,

        

        

        

       “엑스포의 원수-!”

        

       “…틀렸슴다. 이미 이성의 퓨즈가 타서 끊긴 것 같슴다.”

        

       “…아, 생각해보니 합방 중이었지. 미안해요.”

        

       “됐으니까 주변이나 빨리 정리해줘어-!”

        

        

        

       -으이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진 : (한심)

       -진짜 바보들 뭉탱이구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쪽 비얌들은 터미네이터가 따로 없는데 여기 비얌들은 덤앤더머야….

       -3대800치는 덤앤더머가 어딨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성 안개 속에서도 선명하게 알아볼 수 있는 짙은 적색의 안광이 몇 번이나 발광한다.

        

        그것이 앞으로, 뒤로, 그리고 옆으로 움직일 때마다 주변을 둘러싸듯 다가오는 오염체들이 뭉텅이로 사라지고, 아이리스는 점점 지옥에서 막 기어올라온 뱀의 악마와 같은 비주얼로 변했다.

        

        현실이었더라면 차가운 지하의 공기와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체온이 맞물려 온 몸에서 김이 피어오를 정도였고, 이는 인게임이라고 해서 딱히 다르지는 않았다.

        

        되려 휴머노이드라는 특성으로 인해 40도 이상으로 과열된 기체가 어마어마한 폐열을 전신으로 방출하기 시작했고, 주변을 완전히 정리한 아이리스가 그 자리에서 멈추자 그 광경은 더욱 잘 보였다.

        

        

        

       “…엄멤메.”

        

       “무슨, 그 뭐시냐…애니메이션에서 저런 거 본 것 같슴다.”

        

       “글로리 앤 아너에서 유진 신님이 왜 군신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는지 알 것 같네에….”

        

        

        

       -와 무슨 비주얼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도 과거에 태어났으면 역사서에 이름 한줄 남겼을텐데 하빌 비교대상이 오리지날비얌이네 ㅋㅋ

       -하루에1번팩트상기)남자였다

       -에이 거짓말하지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히려좋아 ㅋㅋ

        

        

        

        전신에서 증기와 아지랑이를 뿜어대며 제자리에 선 아이리스가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실상은 휴머노이드라 딱히 실제로 숨을 쉬는 것은 아니었지만, 입이라는 훌륭한 열기 배출 통로를 통해 방출되는 열기는 언뜻 호흡과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눈부실 정도의 광경. 하지만 소니아 일행은 속지 않았다. 가변형 난이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괴악한 난이도의 주범은 바로 저 백사였기에.

        

        그리하여 세 명은 아이리스의 엄호에 감명…을 받지는 않았고, 숨을 내뱉으면서 격벽을 열기 위해 힘겹게 가져왔던 계전기를 발전시설에 설치하고, 산성 안개 제거를 위해 터빈을 작동시켰다.

        

        

        어느덧 탈출 지점까지 다 와가는 시점에서, 족히 80kg에 달하는 정사각형 금속체 – 다른 말로는 대형시설용 데이터 저장장치를 힘겹게 내려놓은 소니아가 바닥을 굴렀다.

        

        고작해야 수십 미터 앞에서 흔들리는 탈출 스캔 장치. 이젠 더 이상 방해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진이 다 빠져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 아이리스의 꼬리가 소니아의 허리를 감았고 – 이내 들어올렸다.

        

        

        

       “으아아아, 더 이상 못 가겠슴다…아무나 굴리든 들든 스캔지점까지 좀 옮겨-우와아악, 들린다!?”

        

       “에, 뭐야…우와, 아이리스가 꼬리로 소니아를 감아올렸는데?”

        

       “나도 해줘! 나도…앗, 표정. 얼굴이 터질라그래.”

        

       “끄으응…!”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윾진은 한명 되게 쉽게 감아올리든데 아이리스 얘는 얼굴 시뻘개졌네 ㅋㅋㅋㅋ

       -그건…비얌이에요….

       -비얌도 꼬리 단련했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저…갈길이멀다! 신입비얌!!!!

        

        

        

        물론 쉽게 된다고는 하지 않았다.

        

        누구 말마따나 얼굴이 새빨개진 아이리스는 허리 언저리까지 소니아를 감아 들어올렸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들고 움직이긴커녕 잠깐의 정적 이후 다시 그녀를 바닥에 드랍해버린 것이었다.

        

        켁 소리와 함께 저만치 굴러간 소니아와 스스로 흔들리며 움직인 탈출 스캔 장치가 슬그머니 맞닿는 가운데, 아이리스는 후우 하고 숨을 고르며 덧붙였다.

        

        

        

       “아으, 안 되겠다. 지금의 나는 아직 멀었어….”

        

       “저 그렇게 안 무겁슴다-!”

        

       “어제 SNS에 야밤에 먹은 치킨 올린 거 보면 케찰코아틀이 아니라 돼지가 분명하긴 하지, 으응.”

        

       “아유, 일단 다들 탈출 스캔지점으로 좀 올래? 이제 슬슬 이 동네에서 나가야만 하지 않겠니?”

        

        

        

        당연하겠지만, 분위기를 환기하는 사람도 한 명 정도는 필요한 법.

        

        그리하여 이들은 반드시 가지고 복귀해야만 하는 데이터 저장 장치를 힘겹게 든 채로 스캔 발판 위에 올라섰고, 스캔이 완료된 순간 저 멀리 천장에서부터 엘리베이터 한 대가 느릿하게 내려왔다.

        

        한숨을 내쉬고, 방송 시간을 본다. 벌써 8시간이 흘렀다. 현실로 대입하자면 거의 3시간 가까이 방송을 한 것이었고, 다시 말해 거의 그 정도 가까이 지하에 처박혀있던 것.

        

        미션을 10개나 밀었기에 정신적 피로가 상당히 누적된 시점.

        

        

        그렇게 네 명의 인원이 힘겹게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순간-

        

        느닷없이 유진의 도네가 날아왔다.

        

        

        

       <Eugene(Official)님의 헌금 50,000원을 신님에게 봉헌합니다…그대의 은혜에 감사를.>

       -꼬리에 감아 들어올리는 게 안 되는 이유는 근육량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코어 근육도 좀 부족해서 그렇고요. 나중에 요령을 알려줄 수는 있지만, 운동 더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

        

       “앗, 에…고맙습니다, 주신님…?”

        

       “와, 비얌이 되니까 이런 꿀팁도 받고…부러워 죽겠다, 죽겠어.”

        

       “지금이라면 화 안 낼 테니 빨리 꼬리 공유하십쇼, 얼릉. 저 오래 기다리는 거 안 좋아함다.”

        

       “야, 다들 붙잡아! 꼬리 떼!”

        

       “우와아악-!”

        

        

        

       -꼬리는…사람을 바보로 만든다…메모….

       -미친사람들이야 아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카루스가 엘리베이터에서 난동부리면 다시 추락하는 기능도 넣었어야됐는데 아깝농 ㅋㅋ

       -아니 비얌쉑 자기방송하면서 지 편집자가 하는 방송도 보고있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로보로스의 눈은 어디든 있다….

        

        

        

        당연하겠지만, 엘리베이터는 이들의 난장판을 원활히 견뎌낼 여력이 없었다.

        

        실시간 토탈 시청자 수 45만 명 가량이 엘리베이터의 추락을 목격하기까지 12초 전의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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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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