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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3

    <633 – 오크노디의 테마파크(8)>

     

    “온 김에 들어가보시죠. 자이언트드롭보다 신날 겁니다.”

     

    자이언트드롭에서의 복수라도 하려는 걸까.

    발레포르 와사비 선배가 이 악물고 딜각을 쟀다.

     

    “괜찮아요! 저희 점심부터 먹고 싶어서요.”

    “마, 맞아! 지금이라면 두 그릇도 먹을 수 있어!”

    “…뭐든 저기만 아니면 될 것 같긴 해.”

     

    아무튼 저기만 안 들어가면 좋겠다 싶은 마음!

    하지만 우리는 간과했다.

    사다코 교수님은 매번 흉악한 시험과제를 만들면서도 어떻게든 우리를 그 안에 집어넣었다는 사실을.

    자율학습이면 당연히 전부 째겠지.

    그렇다면 교수님은 어떻게 학생들이 자율학습을 하도록 만들까?

    답은 원격감시다.

    본인이 없다면 대리인을 보내면 된다.

     

    “겔겔겔!”

     

    지하감옥 어디선가 울려퍼지는 사악한 웃음소리에 티토소가의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즈앙의 손가락에 어느새 수리검이 끼워졌다.

    아카데미 재학생이 본능적으로 긴장하며 전투자세를 취하게 만드는 사악한 존재가 우리가 아는 그 존재 말고 달리 있을 리 없었다.

     

    “드디어 왔구나, 핏덩이들아.”

    “해골교관님!!”

     

    티토소가가 울상을 지었다.

     

    “왜 여기 계세요?!”

    “해골 후보가 제 발로 들어오는 곳에 내가 없다면 어디에 있겠느냐!”

    “힝. 아카데미에서 강의 안 하세요?”

    “걱정 마라. 본 교관은… 주말에만 여기로 출퇴근한다!”

     

    출퇴근이시구나.

    강의 일정 피해서 주말에 놀러 간다는 안일한 발상이 이런 봉변을 초래했나 보다.

     

    “안 그래도 심심하던 참이었다. 어느 촌 동네 사제라는 것들이 들어오는 족족 자동 재생하는 언데드 몇 마리 정화하다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기 시작하더니 근성도 없이 비상탈출버튼을 누르고 신성구슬에 감싸여 달아나는 꼴을 몇 번이나 봤던지!”

    “타, 탈출방법이 있기는 하구나…!”

    “자, 어서 이리로 오거라. 응? 왜 자꾸 생명반응이 멀어지고 있지…?”

    “기, 길이 이쪽이 아닌가요? 조금 돌아가면 도착할 것 같아요!”

     

    열심히 뒷걸음질하던 우리에게 도대체 어디서부터 보내는 건지 알 수 없는 해골교관의 전음 마법이 귀에 쏙 들어왔다.

     

    “저런, 길을 헤매고 있구나!”

    “네, 네! 찾으면 갈게요!”

     

    절대로 내 발로 찾을 일은 없을 거라는 티토소가의 완곡한 거부 의사에 해골교관이 상쾌하게 외쳤다.

     

    “그럼 내가 데려와 주마!”

    “히익?!”

     

    갑자기 지하통로 전체가 새카만 어둠에 물들더니 천장의 조명이 퍽퍽 소리를 내며 깨졌다.

     

    팟 팟 팟

     

    으스스한 푸른 영체가 복도 한복판에 떠오르더니 갈림길마다 화살표로 가야 할 방향을 가리켰다.

     

    “에이잇!! 정화의 솔라빔!!”

     

    화가 난 티토소가가 조명대를 키고 영체를 소멸시키며 본색을 드러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사악한 신성파장을 조명대에서 뿜어내다니!”

    “아카데미에서도 실컷 당했는데 밖에서까지 당할 수는 없어요!”

    “오호라. 지금 나와 숨바꼭질을 하자는 것이구나!”

     

    해골교관의 목소리가 너 잘 걸렸다는 투였다.

     

    “으앙, 멍충티토야! 교관님을 도발하면 어떡해!”

    “내, 내가 멀 어쨌다고! 그렇다고 우리 발로 찾아갈 수는 없잖아!”

    “데스필드를 만들러 온 교관님을 도발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

    “화가 난 교관님이 쫓아온다…?”

    “데스필드가 지하에 깔리잖아!”

     

    내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음차원의 문이 열렸다.

    죽은 자의 힘이 더 강해지는 공간.

    이제 이곳은 자연마나가 고갈되면 조금씩 언데드계의 사악한 기운에 산자의 생기가 소실되고, 온갖 언데드가 자연발생하며 죽으면 언데드로 전락한다.

    더욱 간단히 말하자면 <영역전개>가 이루어졌다.

    고수만 다룰 수 있는 영역전개.

    당연히 해골교관님은 엄청나게 강했고, 우리는 강자의 영역에 갇혔다.

     

    “아니, 데스필드 감독관님! 함부로 영역을 민간영역에 전개하시면 어떡합니까? 이 일은 사다코 교수님께 정식으로 항의할 겁니다!”

    “겔겔겔! 할 수 있다면 해봐라. 산 놈이 아무도 없으면 항의도 아무도 할 수 없겠구나!”

     

    은퇴한 전 도적길드 길드원이자 현 보안컨설턴트의 외침에 몬스터들이 벽과 천장을 뚫고 스물스물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힝잉잉! 교관님을 도발해서 더 위험하게 만들면 어떡해요!”

    “아니, 애초에 티토소가 양이 저희까지 위험에 빠뜨리지 않았습니까!”

    “그만. 위기 상황에서 내분을 일으키는 행동은 현명하지 못해.”

     

    암살자인 즈앙은 그나마 침착함을 유지했다.

     

    “오크노디. 사다코 교수님의 강의에서도 늘 좋은 성적을 낸 너라면 여기서 탈출하는 방법도 알 수 있지? 의견을 들려줘.”

    “음. 미안! 테마파크도 처음 짓는데 데스필드메이즈라는 놀이기구도 신규이벤트라서 아무것도 몰라!”

    “그렇다지 않습니까! 세상에. 도적길드에서 근무할 적에 영지가 털렸다고 불같이 화가 난 영지기사단에 쫓길 때보다 위험한 상황이 은퇴 후에 발생하다니!”

    “우왕. 아저씨도 소싯적엔 한 가닥 하셨구나. 머 훔치셨어요?”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고작해야 영주의 비리장부와 감독관 매수기록, 영지민을 노예로 팔아넘긴 기록과 지하감옥의 노예들, 은닉한 비자금과 영주의 딸밖에 훔치지 않았습니다.”

    “진짜 별거 안 훔치셨네!”

     

    저런 소소한 잡범까지 데스필드에 갇히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가혹하다.

     

    “해골교관님! 이분은 너무 무고하고 불쌍한데 그냥 돌려보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렇구나. 착한 인간을 언데드로 만들면 언데드군단의 기강이 해이해지고 잔혹한 균열이 무너지겠지. 저런 착해빼진 녀석은 언데드가 될 자격이 없다!”

    “힝잉잉. 저도 착해요. 착한 아이 티토소가도 올려보내 주세요!”

    “겔겔겔. 강의가 듣기 싫어서 자는 척하는 못된 아이는 착한아이가 아니다!”

    “…강의시간에 자는 척하기가 앞의 도둑질보다도 나쁜 짓이었어?”

     

    즈앙의 어처구니없는 감상이야 어쨌건, 교관님은 자비심을 발휘해서 어디선가 날린 수정구슬로 은퇴한 도적아저씨를 감싸 외부로 날려보냈다.

     

    “자, 따라가자!”

     

    그리고 나는 추적마법을 건 구슬의 이동경로를 그대로 따라가기 시작했다.

     

    “오. 재학생치고는 아주 영리하군요. 981기 수강생이라면 2학년일 텐데요.”

    “전 3학년이에요. 월반했거든요!”

    “어쩐지 범상치 않은 센스라고 생각이 들더니 3학년이라면 그럴 수 있죠.”

     

    발레포르 와사비 선배가 감탄을 했다.

     

    “…선배. 감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구슬의 이동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한 손 거들어줘.”

    “후우. 엉겁결에 미로에 휘말리긴 마찬가지니 어쩔 수 없겠군요.”

     

    와사비 선배가 한 손을 내지르자 눈앞에 솟구치던 격벽이 손바닥 모양으로 뻥 뚫렸다.

     

    “와, 여래신장!”

    “제 기술 이름은 여래신장이 아닙니다. 와사비 장법입니다.”

    “저 사람의 와사비는 대체 얼마나 흉악한 거길래 벽이 뚫려…?”

     

    도적아저씨의 이동경로를 차단하는 미로의 등장에도 선배의 장법이 거침없이 벽을 무너뜨렸다.

     

    “와사비는 본디 도저히 섭식 불가능한 강도와 유독성을 지닌 마수고기를 녹여서 배양액의 형태로 만들기 위해 개발된 최상급 극독의 명칭입니다.”

    “…그거 초밥에 들어가는 거 아니었어?”

    “선대의 와사비를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기에 음식에 감칠맛을 더하는 수준의 민간용으로 만들어 배포한 것이 오늘날의 와사비입니다.”

    “그 정도면 삼대역적가문이 될 이유는 없어 보이는데. 와사비폭탄을 먹어도 그냥 입맛을 버린 정도잖아. 선배님 가문은 왜 역적가문이 된 거야?”

    “안타깝게도 선대에서는 와사비를 독으로 사용해 서부방면 영지귀족들을 몰살하려는 그릇된 시도를 저지르셨습니다. 그나마 선조님의 와사비만큼의 위력을 끌어 올리진 못해서 암살미수에 그쳤기에 제가 이렇게 살아있을 수 있었지요.”

     

    긴 이야기의 교훈은 간단했다.

    와사비 선배의 와사비 장법은 굉장히 강하다.

    하지만 와사비 펀치 원툴로는 탈출에 한계가 있었다.

     

    “물러서십시오. 이 벽은 무언가 다르군요.”

    “겔겔겔! 데스필드 메이즈의 미로는 미로를 뚫고 통과하는 반칙행위를 용납하지 못하지. 너희가 벽에 입힌 피해는 모두 분석되어서 미로를 뚫을 수 없도록 전용반사역장을 생성한다!”

    “…!”

     

    시험 삼아서 선배가 와사비 장법을 날리자 같은 독성으로 코팅된 외벽이 와사비 장법의 위력을 고스란히 흡수하였다.

    그리고는 넘쳐나는 힘이 벽의 곳곳에서 볼록 튀어나오더니 역으로 우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히에엑!”

    “칫. 뒤로 물러나, 티토.”

     

    즈앙이 단검 네 개를 날리며 단검 사이로 재빠르게 비전암살마법을 걸었다.

    끈끈한 점성을 지닌 점착물질이 마나를 끌어당겨 단검 사이의 소규모 집적진에 흡수하고는 네 개의 단검이 입구를 조인 자루처럼 힘을 감쌌다.

     

    퉁.

     

    지면에 떨어진 점착자루에서 녹색 연기가 천천히 피어올랐다.

    그에 비례하여 바닥도 와사비 독성을 띠기 시작하니, 바닥에서 생성되다가 허물어지던 스켈레톤 몇 기가 녹색 빛으로 물들며 와사비 스켈레톤이 되었다.

     

    “으앙. 오크노디, 우리 이제 어떡해? 아카데미 밖이라고 교관님이 우릴 정말 언데드로 만들지도 몰라!”

    “선배는 졸업생이니 어떻게든 방법이 있지 않아요?”

    “후우. VVIP를 모시는 처지에 고객님이 다치면 제게도 피해가 가겠지요. 설마 이런 곳에서 이 정도의 실력자와 조우하다니… 조금 진심이 되어보죠.”

     

    사다코 교수님의 전속교관.

    데스필드 감독관 해골교관.

     

    기프트 아카데미 972년도 졸업생.

    발레포르 와사비 접수원 선배.

     

    두 강자의 가슴이 웅장해지는 싸움이 벌어지려는 참에 나는 티토소가와 즈앙의 옷깃을 조용히 잡아끌며 두 사람을 불렀다.

     

    “역시 오크노디! 믿고 있었어. 텔레포트 스크롤이라도 있는 거야?”

    “암살자답게 은신망토라도 있을지도 모르지. 분명 헤스티아에게 빌려줬던 기억도 나. 같이 뒤집어쓰고 탈출하자는 거지?”

    “응? 아닌데. 구경할 때 허니버터팝콘 먹을지 칠리스윗팝콘 먹을지 물어보려고 한 건데?”

     

    배낭배낭에서 꺼낸 팝콘을 본 친구들의 표정이 배신감에 물들었다.

    나 뭐 잘못했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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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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