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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3

        

         

       박진성은 여러모로 쓸모가 있는 인물이었다.

         

       일단 주술사치고 꽤 정상적으로 보이는 외모나 행색도 그러했고, 상류층과 연결이 되어있다는 것도 그렇다. 게다가 명성에 초연한 느낌이 강한 다른 주술사들과는 달리 방송에도 뜻이 있어 보이니 이것 역시 꽤 좋았다.

       방송에 뜻이 있다는 것은 공명심.

       즉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싶다는 욕망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젊은이만이 가질 수 있는 욕망이요 특권.

       사나이로서 당연히 품을법한 웅심이요 뭇 영웅들이 가졌던 마음가짐.

         

       중국인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포부가 큰 사나이를 좋아했다.

       그것이 허풍이 아닌 이상, 중화인민은 웅심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중화의 대국(大國)은 이 젊은이가 원하는 것을 손에 쥐여줄 수 있었다.

         

       물론 방송에서나 상류층에게는 중국에 대한 좋은 평가를 떠들어야 하겠지만….

       그거야 중국의 도움을 받았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고 도움을 주는 이를 욕되게 하는 것은 등 뒤에 비수를 꽂는 것과 같은 것이니까 말이다.

         

       ‘흠. 이 젊은 주술사도 이런 소국보다는 대국에서 지내기를 더 원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중국은 대국이며 모든 물산이 풍부하다.

       세상에 없는 것이 없으며, 기나긴 역사 속에서 수많은 유산을 쌓아왔다.

       평생 돌아다녀도 맛보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음식이 있고, 겹겹이 쌓아 올려진 문명의 유산들은 그 자체로 경외감이 들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익히고자 한다면 능히 자신의 수명을 다 투자해야만 할 수준이리라.

         

       그런 곳에 젊은 주술사가 오고 싶지 않을 리가 없을 것이다.

       분명 회유를 한다면 못 이기는 척 그들에게 선을 대겠지.

       여타 다른 이들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흠. 그나저나 지하 분위기 한번 끝내주는데. 진짜로 강시가 튀어나올 것만 같군….’

         

       뭐….

       그러한 회유도 이번 임무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일이다.

       그들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공통점을 만들어 접근하거나, 약점을 잡고 쥐고 흔들면서 공산당에 협력하도록 만들어야 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이 젊은 주술사를 꽌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번 지하실에서의 정찰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고 보니 이득이 많군. 난이도에 비해서 공산당에서는 이번 임무를 꽤 중요시하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이번 작전은 진급에 확실히 도움이 될만한 경력.

       거기다가 높으신 분들이 어느 정도 관심을 보이는 작전이기에 성공한다면 그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도 있다.

       거기다가 사회 신용 제도 행동 점수에 꽤 높은 수준의 가점이 들어가기까지 하니, 확실하게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기까지 한다.

       여기에 더해 일이 잘 풀려서 박진성 주술사가 친중파가 된다면…잘만 하면 주술사라는 사람과 꽌시를 맺을 수도 있다. 주술사와의 꽌시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으며, 상류층과 연결해주는 사다리가 될 수도 있으니 이것 역시 큰 이득이다.

         

       그러면서 난이도는 꽤 낮은 편이기까지 하다.

         

       괜히 이 임무를 하고 싶다고 자원하는 이들이 많았던 것이 아니지….

         

       ‘게다가 나는 꽌시로 미리 정보를 얻었다고. 이 주술사가 불을 주로 사용하는 주술사라는 걸 말이야. 하하하. 화염술사라면 서울 한복판, 그것도 자기 건물에서 강력한 화염 주술을 사용하기 힘들 테니…. 이거 참. 정말로 운이 좋아.’

         

       기쁜 일이다.

       임무를 수행하는데 난이도가 낮다는 건 꿀 임무라는 뜻이니까.

       게다가 이 지하실도 조금 분위기가 음산하기는 한데 뭐 딱히 위험한 게 있어 보이지는 않고.

       솔직히 트라우마를 자극하기는 하는데 그거야 뭐 참으면 되는 문제다.

       소학교에 다니는 애들도 아니고 어른이지 않은가.

       게다가 뭐 딱히 위험해 보이는 것도 없는 것 같고.

       게다가 뭐 지하도 조금 특이하기는 한데 뭐 딱히 위험해 보이는 것도 없어 보이고 말이다.

       모든 것이 술술 잘 풀려가고 있는 기분이 드니 이거 참 좋은 일이다.

       분명 작전 중인데, 임무 중에 이렇게 마음이 들뜨면 안 되는 건데 참.

       너무 꿀 임무라서 들뜨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해야 할까….

       이거 원 훈련을 거치면서 강철같은 사나이가 되었다고 자부를 하였는데도 이렇게 들떴다는 것은 정신 수양이 좀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자책이 들기도 하고, 아니면 모든 것이 원만히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방심하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딱히 위험한 것도 없어 보이니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난이도가 낮은 임무에.

       위험하지 않은 지하실.

       거기에 작전이 성공한 다음 돌아올 커다란 보상.

         

       모든 것이 잘 풀리고 있다.

         

       [ 주술사의 거처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별거 없네. 산책하는 기분이야. ]

         

       그의 동료도 똑같은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김이 빠졌다고.

       너무 쉬워서 긴장이 탁 풀린다고 말이다.

         

       그래.

       젊은 주술사가 뭐 해놔 봐야 뭐 얼마나 거창하게 해놨겠는가.

       주술 불모지 출신 주제에 뭘 얼마나 대단한 것을 깔아놨겠냐 이 말이다.

         

       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주술 불모지 출신이니까.

       젊은 주술사니까.

       그러니까 뭐 하고 싶더라도 할 수 있는 게 없고 아는 것도 없으니…한계에 부딪힌 것이겠지.

         

       괜찮다.

       중국은 대국이고, 그 한계 너머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줄 힘이 있으니까.

         

       하하.

       정말 난이도가 낮은 임무다.

       위험하지도 않고.

         

       보상이 기대된다.

         

         

         

        * * *

         

         

       당신은.

       당신의 사고(思考)가 정말로 오롯이 자신에게서 나온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가?

         

       정말로 그것은 당신의 것인가?

       외부의 요인의 영향을 하나도 받지 않고 오직 자신의 머릿속에서만 조립해서 만든 것이라고 진실로 확신할 수 있는가?

         

       사람의 사고라는 것은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

       그래서 사고를 유도할 수 있으며, 생각을 누군가가 원하는 대로 하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적절한 자극과 환경이 있다면 사람은 너무나도 쉽게 사고가 유도된다.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확신하면서 꼭두각시가 되어 춤을 추게 되는 것이다.

         

       보아라.

       그 대표적인 예시가 이곳에 있나니.

         

       여기 외부의 자극에 생각이 유도되고 있는 이들이 둘이 있다.

         

       [ 분위기가음산하기는한데실속이없네이거원긴장을한게무의미한거같아. ]

         

       파이프에서 입이 나와 속삭인다.

       벽에서 입이 나와 속삭인다.

       입만 덩그러니 달린 머리통이 귓가로 다가와 속삭인다.

         

       [ 난이도가낮은임무인데이거자원하기를잘한거같아오늘정말공산당을찬양하고싶군. ]

         

       어찌 두려움도 없이 이곳에 발을 들였는가?

       좋지 않은 것이 모이고 쌓인 이곳으로 감히 발을 들였는가?

         

       중국 요원들의 눈은 흐리멍덩해져 있었고, 거침없이 임무를 하던 그들의 움직임은 흐느적거리는 움직임에 가까워져 있었다.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은 어디를 보는지 알 수가 없었고, 흐물거리는 다리는 계속해서 같은 자리를 맴돈다.

       정신이 그곳에 깊게 매여있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곳을 차마 떠나지 못하고 원을 그리기도 하고 앞으로 쭉 나아갔다가 몸을 돌려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기도 하면서 그들은 제대로 안쪽까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갇혔다.

         

       이들은 갇혀버렸다.

         

       홀려서 흐릿해진 정신 속에 갇혀버렸고, 귀신 놀음에 속아서 지하실에 갇혀버렸다.

         

       창살도 없고 족쇄도 없다.

       포박도 없고 그들을 붙잡는 손도 없다.

         

       다만 이 자리를 떠나지 못함은 두꺼운 창살과 문이 있는 것과 같고, 지하실을 벗어나지 못함은 묶여있는 것보다도 지독하니 이것은 말 그대로 갇혀버린 것이라.

         

       이들은 홀려버렸다.

       귀신이 만든 탁 트인 미궁에 그들은 붙잡혀버린 것이다….

         

       [ 근데지하실이좀특이하게생겼는데이것도나중에위에보고를하는게좋을것같다는생각이든단말이지. ]

         

       [ 주술사가나중에친중파가되고나하고꽌시를맺으면지하실에대해서좀물어볼까좀궁금해지기는하는데그래도중요한것은임무를완벽하게해내서좋은보상을받는일이겠지이거참난이도낮은임무주제에얻는건많으니너무기쁘군보상이기대가된단말이지이지하실에서특별한거라도찾게된다면내공을더내세울수있을것같으니위에있는놈들이실패하고내가뭔가대단한것을찾았으면좋겠는데. ]

         

       [ 가능한일이겠지보통보물과은은땅속에숨기는것이동양의전통이아니던가그러니까귀중한물건은분명히이지하실어딘가에있는것이틀림없어어쩌면벽이나바닥에비밀금고가있을수도있겠군기감을좀더활성해보는건어떨까. ]

         

       속삭인다.

       입이 속삭인다.

         

       새빨간 색의 입술이 달싹거린다.

       보랏빛이 감도는 입술이 달싹거린다.

       다 썩어서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는 입술이 달싹거린다.

       나방파리가 뭉쳐서 만들어진 입술이 달싹거린다.

       구더기가 꿈틀거리면서 만들어진 하얀 입술이 달싹거린다.

         

       이곳은 위험하지 않다.

       이것은 난이도가 낮은 임무다.

       지하실은 조금 특이하지만 이상하지 않다.

       임무가 끝난 다음 좋은 보상을 얻을 것이다.

       엄청난 이득을 얻을 생각에 나는 기분이 좋다.

       나는 여유롭다.

         

       [ 여기는안전하다. ]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그들의 생각을 대변하고.

       그들의 전음을 엿듣고 그들의 전음을 흉내 내며 교란한다.

       그들의 목소리를 흉내를 내며 서로를 흉내 낸다.

       마음속 생각을 모방하려는 듯 흉내를 내서 속삭인다.

         

       그렇게 단순한 사고 속에 갇히게 만들고, 홀린 정신 속에서 깨어나기 힘들게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미궁에서 헤매는 이들에게 마침내 그것이 찾아온다.

         

       또각.

       또각.

       또각.

         

       하이힐 소리.

       굽이 딱딱한 계단에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가 난다.

         

       일정한 간격으로 퍼지면서.

         

       또각.

       또각.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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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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