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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4

       

        

        

        

        

        

        

        

        

       “이야, 요즘 메카 막내들 가르치는 분 아니셔. 요즘 사방팔방에서 이야기 많이 들리든데, 이거 사인이라도 부탁드려야겠네. 우리 최선임 편집자님.”

        

       “진짜 방송에서 나온 거랑 똑같네잉. 표정 좋은 거 보니 그동안 우리 고용주님이 얼마나 아껴줬는지 바로 보인다, 보여. 가족이랑 친구 문제는 잘 해결되셨습니까? 1호씨?”

        

       “…일단 제발 들어가서 말하면 안 될까?”

        

        

        

        엑스포까지 D-7, 여의도.

        

        어느덧 7월을 넘어 8월을 향해가는 서울의 날씨는 벌써부터 30도를 넘나들었고, 선크림이 없으면 금방이라도 살이 까맣게 타버릴 것만 같은 햇빛이 몰아치며, 도시는 가습기를 틀어놓은 것마냥 습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여의도의 연양갱이라고 불리우는 검은색 건물-이카루스 인터내셔널 한국 지사의 근처, 팝업스토어가 밀집되어있는 건물과 한 블록 떨어져있는 여의도 공원.

        

        도심 한복판에 존재하는 풀과 나무의 온상에서, 대략 네 명 가량의 인원이 – 한 명을 제외하고는 – 호들갑을 떨어대고 있었다.

        

        

        이들의 정체는 이른 바 세간에서는 유진 사단이라고 불리우는 곳에 소속된 편집자, 그리고 썸네일러들이었다.

        

        국내에서 가장 유어스페이스 구독자가 많은 채널을 꼽아보라-라고 말한다면 단언코 TOP 5, 가수나 연예 기획사, 방송사 등등을 제외한다고 가정하면 당당히 1위에 꼽히는 유진의 채널.

        

        유진이 선장이라면, 이들은 그 휘하의 선원이었다 – 그리고 그 사이, 느닷없이 부선장 비스무리한 것으로 강제 승급당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아이리스였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부끄러움이란 명목으로 반쯤 죽어가고 있었다.

        

        

        

       “어우야, 표정 봐. 얼굴 터지겠다. 미안해, 미안. 내가 미안해. 그냥 좀 농담한 건데.”

        

       “괘, 갠차나. 그냥 이렇게 직접 만나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부끄러워가지고….”

        

       “아이, 혜정 씨. 우리 같이 홍대 근처 옥상에서 유진 씨가 끓여준 라면도 먹은 사이잖아요. 너무 그렇게 부담 가질 필요 없습니다. 아마.”

        

       “그게 맞긴 한데, 하필 제 몸이 감정을 감당을 못 해가지고오….”

        

        

        

        후하후하 하는 심호흡 소리.

        

        그와 동시에 아이리스는 힘겹게 숨을 들이마셨고, 손으로 감싸쥐었던 얼굴에서 조심스럽게 손을 떼며 고개를 젖혔다. 어떻게든 부끄러움을 해소하고 있는 것이었다.

        

        폐에 대량의 산소가 들어차기를 몇 번, 간신히 감정을 일부 덜어낸 아이리스가 미리 꼬리로 휘감고 있던 물병을 자신의 입 앞으로 가져다댄다. 목울대가 여러 번 움직이고 난 후에야 말이 이어진다.

        

        

        

       “그, 아무튼. 이렇게 현실에서 만나게 되니 좋다. 마지막으로 봤던 게 언제더라, 옛날에 있었던 선생님네 집들이였었나….”

        

       “그리고 너는 365일 집들이 중이지.”

        

       “우우, 부르주아.”

        

       “아니, 그. 그건 유진 씨가 마땅한 거처가 정해질 때까지는 자기 집에서 지내라고 하셔가지고.”

        

       “발현자한테 집이 안 나온다고? 진짜 거짓말도 이런 거짓말이 없다. 대출도 지원금도 이만큼 나오는 거 다 아는데. 그냥 유진 쌤이랑 같이 붙어있으면 좋으니까 그런 거지. 우리도 다 이해해.”

        

       “…그걸 말로만 안 했으면 진짜 좋았을 것 같은데.”

        

        

        

        물론 딱히 틀린 말이 아니긴 했다.

        

        발현자라는 사실이 증명되기만 하더라도 연구소 같은 곳에서 상당한 지원금이 나오고 – 대신 해당 연구소 방문 후 여러 테스트를 거쳐야만 하지만 – , 발현자관리협회에서 다양한 지원도 나왔으므로.

        

        더군다나 아이리스는 EM급이었고, 다양한 신체검사에 협력하는 대가로 받는 비용을 견실하게 몇 년 정도 모으게 될 경우 서울의 번듯한 아파트에 무난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뭐어, 비얌이 너무 좋아서 비얌이 되어버린 이들에게는 비얌 둥지가 가장 적합한 법이었다.

        

        

        어느덧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근처의 팝업스토어-가 아닌 여의도의 연양갱, 다시 말해 이카루스 인터내셔널 한국 지부였다.

        

        오늘 이들의 목표는 별 건 없었다. 아이리스를 제외하면 그저 시간과 여유가 나서 적당히 얼굴도 다시 볼 겸 모인 것도 사실이었으므로.

        

        반대로 말하자면 아이리스는 할 것이 있었다는 소리였다.

        

        

        

       “그나저나 원래라면 사전 투어 신청 없이는 못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1호 편집자 덕분에 어쩌다보니 가능해졌네. 이걸 지인을 잘 뒀다고 해야 하나….”

        

       “멍하니 놀고만 있으면 동행 아니라고 해야겠다. 그래도 괜찮지?”

        

       “아이, 브이로그 열심히 찍어준다니까. 우리 못 믿어? 우리 실력 어떤지는 1호 편집자님께서 아주 잘 알고 계실텐데.”

        

       “…그건 그렇긴 한데에.”

        

        

        

        오늘 아이리스가 해야 하는 일 첫 번째, 이카루스 인터내셔널 방문을 통한 파트너 스트리머 계약 갱신과 메카 유진 교육.

        

        그리고 두 번째는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브이로그 촬영이었지만…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에서 유진의 평소 모습을 편집하여 브이로그로 만들어보지 않은 이들은 당연히 없었다.

        

        유진 사단의 전원이 동종업계 종사자들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월급 및 인센티브를 가져가고 있었고, 그에 걸맞는 엄청난 작업량을 소화해내며, 그 사이에서도 흔들림없는 퀄리티를 자랑할 정도.

        

        바로 그 때문에, 아이리스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들이 찍어주는 영상이라면 믿을 수밖에 없었으니.

        

        그리고 이들이 동행해야만 하는 나름의 핑계가 또 있었다.

        

        

        

       “일주일 정도 후면 우리도 유진 쌤한테 초대받아서 엑스포 참여하고 영상 녹화하고 다닐 텐데, 이렇게 미리미리 촬영 경험도 쌓고 그래야 나중에 엑스포 영상 편집해서 올릴 때 도움이 되지. 그치?”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진짜.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앗, 들켰다. 사실 그냥 따라오고 싶었어. 연양갱 안에 일반적으로는 안 파는 다크 존 굿즈들 있다고 하길래…으갸악!”

        

       “죽어!”

        

        

        

        물론 핑계는 핑계일 뿐이었고, 통한다는 건 아니었다.

        

        아주 느릿하게 스쳐지나가는 여의도의 전경. 이카루스 한국 지사는 여의도의 한복판에 존재하는 공원과는 비교적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고, 네 명 가량은 힘겹게 더위를 이겨내며 뜨거운 공원을 가로질렀다.

        

        주변에 즐비했던 나무와 풀들이 사라지고, 어느덧 이들이 몇 번이고 횡단보도를 가로지를 즈음, 검은 건물 하나가 아이리스 일행의 눈 앞에 슬그머니 등장했다.

        

        

        굳은 결심을 한 듯한 표정의 아이리스가 사전에 발급받은 임시 출입증을 찍고, 한껏 더위를 먹어 꽤 피로해진 표정을 지은 이들이 미리 가져온 드론캠을 작동시킨다.

        

        첫 번째 브이로그, 그리고 그녀의 의지로 켠 현실 스트리밍. 1호 편집자가 아니더라도 이미 그녀와 동행하는 이들은 얼굴이 팔린 지 오래였기에, 동행자들은 그닥 신경쓰지 않았다.

        

        스트리밍이 켜지고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묘한 표정으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아이리스를 향해 누군가가 덧붙였다.

        

        

        

       “…그건 그렇고. 사실상 아이리스는 유진 쌤한테 반쯤 협박당한 거 아냐? 싫으면 거절해도 될 텐데.”

        

       “아잇, 싫다고 한 적은 없거든. 그저 그땐 좀…당황했을 뿐이지. 진짜 싫었으면 나중에 거절했을 거라고.”

        

       “얘는 비얌이 된 이후로 완전 메가데레가 다 됐어. 생긴 건 무슨…누구 하나 감금해도 그럴 수 있을 법한 비주얼인데.”

        

       “그거 음해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순애라고.”

        

       “비얌순애?”

        

       “….”

        

        

        

       -ㅗㅜ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 뭐임 오자마자 얼굴시뻘개진 아이리스쉑 있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데 얘는 방송켠지 몇분만에 암컷무브 중이냐 ㅋㅋ

       -비얌순애? 이거 미식이네요

       -얜 진짜 찐사랑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신발언)정신적으로는 이성애 맞다

        

        

        

        물론 그 대답의 결과는 아이리스라는 이름의 백설기가 홍시가 되는 것으로 끝났다.

        

        그러는 와중 엘리베이터가 멈춰서고, 각자가 사전에 논의된 대로 이동을 시작했다 – 아이리스는 메이드복으로 갈아입기 위해서였고, 같이 온 편집자들은 그 사이 주변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당연하겠지만 메이드복은 이전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이 바뀐 이후 구매하게 된 물품이었고, 그녀는 그 생경한 감촉과 가슴에 낀다는 사실이 무엇인지를 강제로 체감할 수밖에 없었다.

        

        

        꼬리를 뒤로 빼기 위해 옷에 뚫린 구멍. 손가락의 감각을 통해 단추를 채우고, 자신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하늘하늘한 메이드 에이프런을 거울 너머로 확인한다.

        

        가상현실이 아닌 현실에서의 착용은 끝났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으나, 이미 너무나도 멀리 와버린 시점 – 그러나 오늘은 자신감을 상승시켜줄 비장의 무기도 있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한 번 심호흡을 한 후, 복도를 걸어 같이 온 일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엄멤메.”

        

       “와, 이상하거나 웃기면 웃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어울려서 뭐라 말을 못 하겠네.”

        

       “…오히려 그 반응이 더 부끄럽거든?”

        

       “이야, 이건 박수 한 번 치고 봐야겠다. 말이 안 되네.”

        

        

        

       -뿌와아아아아앙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걸보고 어떻게 웃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아이리스도 엑스포때 메이드로 온다는 소리죠?(환청)

       -와 이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탄만 나오긴 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

        

        

        

        당연하겠지만, 좋은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허나 감상은 거기까지였고, 아이리스를 포함한 이들이 일종의 홀로그램 룸으로 향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많은 패널로 둘러싸인 룸에서부터 수백 개의 옅은 레이저가 쏟아져나오고, 방의 바닥 전체가 조정되는 사이, 어느샌가 이들은 일종의…실습실 비스무리한 형태로 덧씌워진 공간 사이에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지이잉!

        

        

        

       “…접속은 문제없는 듯하군요. 오랜만입니다, 아이리스.”

        

       “어디 보자, 오늘의 모인 이유가…인간의 접대 문화를 배우는 거라고 했지? 잘 부탁해.”

        

       “반가워. 근데 기억하기론 오늘 나스티도 불렀었던 것 같은데, 얘도 오늘…뭐야. 빨간 모자? 그런 게 있었다고 들은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어…뭔가 불안합니다. 뭔가 일어날 것 같은데.”

        

        

        

        메카 비얌들이 대거 등장했다.

        

        투영을 통해 반쯤 원격으로 이뤄지는, 동시에 남은 반은 직접 가르치는 것과 별다를 것 없는 모습. 요컨대 장소에 그닥 구애받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꼭 좋은 시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목과 머리에 무언가를 장착한 아이리스가 단전에서부터 호흡을 끌어올려 내뱉는 순간이었다.

        

        

        

       “메이드 부트캠프에 온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이 자리에 선 메카 비얌 분들은 아직까지는 애송이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일주일간 이어질 캠프를 끝마치는 순간 주인님을 위한 충실한 종으로서의 마음가짐을 알게 될 겁니다!”

        

       “푸우웃-!”

        

       “에, 에?”

        

        

        

       -???????????????????????

       -아니시1팔깜빡이좀켜고이미지변신좀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무친련아!

       -조교모자는 도대체 어디서 가져온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군필여고생(현직)

        

        

        

        삑삑삑! 삑삐빅삐빅!

        

        그런 청명한 소리와 함께 아이리스는 메이드복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새빨간 모자를 머리 위에 뒤집어썼고, 과거 자신의 본능을 깨웠다.

        

        아무한테도 굳이 말하지 않았던 사실 – 그녀는 훈련소 조교였다.

        

        핏줄을 타고 흐르는 아이리스의 과거가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죠.”

        

       “메카 막내들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하긴 했는데, 아예 뒤집어엎고 나올 줄은 몰랐군요.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제 과거에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

        

       “유진 씨의 과거는 참 궁금하단 말이죠. 보아하니 아무리 물어봐도 절대 안 알려줄 것 같긴 한데.”

        

       “두 분이 로렌티나를 따라 오퍼레이터가 되면 알려드리지 못할 것도 없는데.”

        

       “끄악, 그건 안 돼요!”

        

        

        

        그럼 그렇지.

        

        나는 언제나 그렇듯 호들갑을 떨어대는 두 명을 뒤로 한 채, 오늘 무사히 교육을 끝내고 돌아온 아이리스에게 칭찬 아닌 칭찬을 건넸다.

        

        당연하겠지만 오늘의 일은 여러 의미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어떻게 보면 진정한 의미로의 군필여고생이 아닐까. 그 힘든 조교 역할을 1년 6개월…아, 지금은 1년인가. 아무튼 고생 많았겠구만.

        

        좌우지간, 지금 인터넷은 대 아이리스 시대였다. 커뮤니티를 조금만 돌아다니더라도 새빨간 조교 모자 비스무리한 걸 착용한 메이드복 편집자님을 캡쳐한 짤이 돌아다니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인터넷 스타가 된 걸 축하해요. 축하 파티라도 할까요?”

        

       “아으, 안 그래도 이거 때문에 군대에서 알게 된 선임이랑 후임한테 신나게 연락 오고 있다구요. 진짜 미치고 환장하겠네. 일일이 답장하느라 일하기도 힘들고….”

        

       “그래도 답장해주는 걸 보니 현역 때는 상당히 친하게 잘 지냈나보군요. 좋은 일이에요. 아는 사람들은 종종 도움이 되기 마련이고.”

        

       “…대신 종종 현실을 강제로 대면시키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더라구요. 요즘 여러가지로 생각하고 있는 게 많아서 더 그런 것도 있고.”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글쎄요. 예비군이나 집 문제는 그렇다고 쳐도, 복학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나 싶긴 해가지고….”

        

        

        

        아.

        

        그보다 예비군이라, 아이리스가 총 들고 돌아다니게 되면 그건 굉장히 웃긴 일이겠구만. 물론 앞으로 우리 편집자님이 예비군을 갈 일은 없을 테니까 신경쓸 부분은 아닐 거고.

        

        집 문제는…뭐어, 세 개의 문제들 중 내가 해결해줄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은 문제지만, 그건 편집자님의 의사에 맡기고. 결국 문제는 복학이긴 한데….

        

        

        

       “저는 딱히 대학을 나오지는 않았으니…9월 즈음이 2학기 시작이었나요? 제가 보기엔 어쨌든 방침이 정해질 때까지 무기한 휴학에 들어가야만 하지 않을지.”

        

       “불가능한 건 아닌데, 그러자니 아예 처음부터 여성 쪽의 연기를 다시 배워야 하는 것도 있고, 이래저래 곤란한 일이죠.”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세요. 제가 보기에는 자퇴를 결정하기 전까지 이대로 스트리밍 활동에 매진하기만 해도 남들 퇴직금의 수십 배에서 수백 배는 더 벌어들일 수 있을 테고. 그 즈음에서 원하는 일을 하는 게 더 낫겠죠.”

        

       “생각해보니…그도 그러네요. 돈이 많다는 건 무지 좋은 거였네요.”

        

        

        

        …그런가?

        

        나로서는 슬슬 재화에 대해 무감각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에…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지, 거기에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지를 신경쓰지 않게 된 지 대략 1년 정도 지났나.

        

        아무튼 그건 그렇고, 생각 외로 기존 대학교 문제는 그런 느낌으로 잘 해결되었다. 남은 것은 이제 집 문제려나.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이어지는 말.

        

        

        

       “…사실 다이스 씨처럼 유진 선생님의 옆옆집에 살거나 그러고 싶긴 한데, 매물도 없고, 아직 까마득한 이야기라서…그나마 가장 가까운 아파트가 있긴 한데, 20억을 언제 모아요.”

        

       “뱀의 독을 구매하고 싶다고 요청하는 사람들은 없었나요? 아이리스는 완전히 새로운 계열의 독이니만큼 비싸게 사고 싶어하는 외국의 의학연구소가 줄을 설 텐데요. 지혈 매개변수 분석용으로도 쓰이고, 응고 시약으로도 쓰일 테죠.”

        

       “그, 지난 번 방송에서는 대충 응혈독이란 것만 밝혀졌고, 어느 정도인지는 하나도 말 안 했으니까요. 아마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거나 하면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으려나요.”

        

       “뭐어, 밑져야 본전이지요. 일단 얼마나 나오는지부터 봅시다.”

        

        

        

        그와 동시에 컵 하나를 가져온다.

        

        추후 완전히 소각해버릴 수 있는 종이컵이었고, 독은 뭐어, 어차피 단백질 혹은 펩타이드계니까 적당히 끓인 다음 화장실에 버리면 그만이다. 아니면 전자레인지에 돌려버리면 될 터.

        

        그리 생각하며 아이리스의 앞에 종이컵을 내려놓았고, 그녀는 조금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으며, 다이스와 하모니는 흥미진진하게 그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거 물면 되죠?”

        

       “네.”

        

       “그럼…아앙.”

        

       “…오, 뭔가 야한데요. 머리카락 옆으로 쓸어올리는 것도 그렇고.”

        

       “이상한 소리 하지 마세요.”

        

        

        

        물론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남이 손에 든 길다란 막대형 아이스크림이나 라면 뺏어먹을 때 머리카락 옆으로 걷는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근데 쓸데없이 얼굴을 붉혀서 그런지 더 그랬다.

        

        아무튼 길다란 송곳니가 종이컵의 위에 놓여졌고, 흡사 치과에서 입 헹구는 물 나오는 것마냥 노란 독액이 서서히 컵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근데….

        

        

        

       “어, 어?”

        

       “헉, 넘친다! 넘쳐!”

        

       “보통 종이컵 용량이 200ml고, 러셀살무사가 보통 20~30ml 정도를 뿜어내니까…아니, 그보다 언제까지 내보낼 생각인가요?”

        

       “말만 하지 말고 얼른 새 종이컵 꺼내요, 증말!”

        

        

        

        다이스가 호다닥 예비 종이컵으로 교체.

        

        그리하여 얼마나 지났을까, 무려 400ml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응혈독이 – 물론 총체적인 양은 그 이상이었다. 책상에 흘린 게 많았기 때문이었다 – 테이블 위에 놓여졌다.

        

        아이리스는 송곳니와 입을 휴지로 슥슥 닦으며 내 눈치를 슬슬 피했고…대충 뱀독이 3.8리터에 억 단위로 팔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음….

        

        큭큭 웃으며 중얼거렸다.

        

        

        

       “저 종이컵 안에 같은 무게의 금보다 열 배는 비싼 액체가 담겨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미묘하군요. 머잖아 돈을 갈퀴로 쓸어담겠으시겠어요, 우리 편집자님.”

        

       “…그럼 유진 씨네 옆옆집으로 이사와도 되는 거죠?”

        

       “…그래요, 맘대로 하세요.”

        

        

        

        내 옆집이 도대체 뭐라고 다들 이렇게 꿀을 바른 것마냥 구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차라리 뷰 좋은 곳에 펜트하우스를 올릴까. 그런 생각이 무럭무럭 드는 하루였다.

        

        아이리스가 떼부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디서 들었는데 어떤 뱀의 독은 1갤런(대략 3.8L)당 대략 75만 달러라고 하네요

    물론 뱀 독을 4리터씩 모으려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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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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