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35

    <635 – 오크노디의 테마파크(10)>

     

    디스트로이어는 사다코 교수와 오래도록 협력하며 재단의 어둠과 비밀을 파헤쳤다.

    재단 이사장 직속삼장 중 하나인 집사장이 <밟기>의 이중극의를 깨우쳤음을 알아차린 것은 최대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허나 이 과정에서 더 큰 도움이 된 것은 사다코 교수의 하수인들이었다.

     

    ‘인간이라면 필수적으로 소모할 수밖에 없는 소모품의 종류, 물자의 이동, 현지접선인을 추려내는 것은 도적길드가 해냈지만 결국은 거기까지였지.’

     

    마력재해마저 넘나들며 인지의 너머에서 활개치는 존재를 찾아낸 것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미 죽은 존재들을 눈으로 사용한 사다코 교수였다.

    해골교관은 지난 집사장 수색전에서도 활약한 바 있었던 인물이었다.

     

    -저 교관은 무언가 ‘급’이 다르군. 정체가 뭐지?

    -거인.

    -…아무리 보아도 평범한 인간형의 크기 같은데.

    -압축했어.

    -애초에 지상에는 거인이 없을 텐데, 기껏해야 거인족의 말예인 4m급의 오우거 따위나 남아있지 않나?

    -언더월드. 지하엔 아직 많아.

     

    언더월드의 의미가 말 그대로 언더월드였음을 깨달은 것은 선황이 금역에 감추어진 언더월드 봉인문을 해제한 이후였다.

    그렇다면 사다코 교수는 선황이 문을 열기도 전부터 언더월드를 인지하고 드나들었다는 말이 된다.

    언제부터였을까.

    봉인문이 세워진 이후?

    봉인문이 세워지기 전?

    이후라면 봉인을 넘나들며 선황의 눈조차 속일 은신과 봉인돌파능력이 두렵다.

    이전이라면 가늠할 수 없는 세월 동안 힘을 쌓아온 그 수명과 저력이 두렵다.

    그런 사다코 교수가 언더월드에서부터 거느려온 교관의 강함은 교수가 직접 고른 직속교관, 평범한 조교들과는 격을 달리 하는 강자일 수밖에 없다.

    대해적 엘 드라코가 함대전에 능한 자신의 부관을 조교로 채용한 것처럼 저 남자 또한 사다코의 언데드 군세의 2인자, 혹은 3인자 정도 되는 위치의 강자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호오. 확실히 예사로운 강함이 아니야.’

     

    다중속성, 공격흡수, 절대방어.

    삼단사기기술이 합쳐진 <데스필드 공격흡수 전용반사역장>은 한 번 막아낸 기술을 역으로 자신이 사용하는 방어계 극상위기술이다.

    공포 혐오 비애 절망 허무.

    음차원의 다섯 원소가 들끓는 특대형 마나구체.

    공격기술 또한 심신양면을 공략하여 방어를 무효화시키는 엄청난 돌파력을 지닌 침식계 최상위기술로 손꼽을 수 있다.

    심지어 거인의 압축된 그릇답게 해골교관 본인이 발휘할 수 있는 힘과 마력 자체도 굉장하다.

     

    데스필드.

    사기가 극한으로 뭉쳐 생성되는 영역.

     

    그것을 인위적으로 발생시키고, 데스필드에 공급되는 마나의 90% 이상을 마석이 아닌 자신의 <자연마나>로 감당할 정도로 말이다.

    테마파크 측에서 10%의 마나만을 마석으로 감당하며 데스필드의 위력을 10%로 오판했다는 사실도 영악하고 심계가 깊다.

    여차할 때, 9배에 달하는 위력으로 영역을 일으켜서 테마파크 측이 데스필드를 통제하지 못하게 만들고 역으로 통제하려던 기운을 집어삼켜서 악용할 수도 있으니까.

     

    ‘정말 많은 수를 고려했군. 이런 데스필드를 고작 <놀이기구> 따위로 삼으려고 했던 오크노디의 계획은 틀림없이 실패로 끝났겠지.’

     

    내가 아니었다면.

    내가 이곳에 없었다면 말이다.

     

    ‘아닌가? 어쩌면 이조차도…’

     

    자신이 없을 때.

    사다코 교수가 변할 가능성을.

    사다코 교수의 조교가 폭주할 가능성을.

    일찌감치 예견하고 대처한 걸까?

    제국조차 농락하는 오크노디의 천재적인 유희를 떠올리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기술을 쓰면 베끼니까 피지컬로 길을 열어야 해! 가랏, 골렘들!”

     

    데스필드에 최적화된 공략법과 이를 실행할 골렘들을 동원한 것부터 노련미가 느껴진다.

    이 아이는 언제나 ‘모든 상황’에 대비한다.

    다가올 위협에 한발 앞서 ‘임전태세’를 갖춘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적절한 자원’을 투입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니알라토텝과의 첫 용사행. 그때 오크노디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언제나 필요한 자원이 있었다면.

    언제나 임전태세를 갖췄다면.

    언제나 모든 상황에 대비했다면.

    그 정도의 노련미를 갖췄다면.

    실패투성이, 불완전한 모험도 달라질 수 있었을까?

    자신의 두 번째 용사행이자 단독용사행을 오크노디는 처음부터 해낼 수 있었을까?

     

    ‘보고 싶군. 그 가능성을.’

     

    그러니 저 가능성이 여기서 쓰러지게 만들 수는 없다.

     

    “으앙! 평타까지 베껴서 스톤핸드를 쓰고 있어!”

    “…”

     

    정말로 철저한 준비를 끝마친 건지는 살짝 의구심이 드나, 아무튼 디스트로이어는 손을 들었다.

     

    <사중경계>

    <영역침식>

    <멸압영역>

     

    시선이 닿는 범위에 막대한 중력을 펼쳐 적을 밀쳐내거나 끌어당기거나 짓눌러 죽이거나 공중으로 날려서 죽이는 디스트로이어의 영역.

    그런 영역이 사방에서 중심을 향해 펼쳐지니, 데스필드의 모든 사기와 미로를 이루는 벽이 통제불가능한 일점으로 수축해 파괴되었다.

     

    <인력>

     

    당기는 방향으로 전개한 중력을 따라 디스트로이어 교수의 손에 돌아온 작은 구체.

    불길한 힘이 담긴 흑요석이 실시간으로 바둑판의 격자무늬처럼 데스필드를 곳곳에서 도려내며 수많은 구슬을 띄우고 그의 손 위에 모았다.

     

    [이 힘은…?]

    [누구냐.]

    [누가 감히 내 영역을 훼손하는 것이냐!]

     

    콰앙!

    빔포사격반사로는 쓰러뜨릴 수 없는 발레포르 와사비를 스톤핸드의 거대화한 물리력으로 멀리 밀쳐낸 해골교관.

    발치를 구르는 와사비의 앞을 지켜서며 디스트로이어가 해골교관을 <응시>했다.

     

    “나다.”

     

    침묵이 찾아왔다.

    영역의 저 안쪽에서 해골교관이 눈을 깜빡거리듯이 푸른귀화를 깜빡거렸다.

    개빡친 험악한 표정이 순한 강아지의 표정으로 귀엽고 불쌍하게 풀어졌다.

     

    [누구신데 기운이 그렇게 강하십니까?]

    “네 주인의 동료를 알아보지 못하는가?”

    [사다코 교수는 친구 없는 아싸인데요?]

    “동료는 친구가 아니어도 성립된다.”

    [아앗…! 설마 디스트로이어 교수님?]

     

    디스트로이어가 고개를 끄덕이자 해골교관의 턱이 쩍 벌어졌다.

     

    “네 사특한 욕망이 내 제자를 해하는 모습을 두고 볼 것 같으냐?”

    [오해입니다. 이건 제 독단이 아닙니다!]

    “그럼 사다코 교수의 명령이라는 뜻이냐?”

    [당연히 그렇지요. 교수님도 오크노디를 언데드로 만들어서 데려오면 제자를 죽이면서 훈련할 수 있겠다고 좋아할 겁니다! 목숨을 걸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

     

    왠지 그 여자라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디스트로이어는 자비없이 영역을 전개했다.

    해골교관의 오른팔과 인접한 공간을 둘러싼 형태로.

     

    <사중경계>

    <영역침식>

    <멸압영역>

     

    팔을 짓누르는 중압.

    데스필드를 전개하며 몸을 지키는 영역의 출력이 낮아진 해골교관은 순간적인 압박을 견뎌내지 못하고 팔을 잃었다.

     

    [크아악! 어째서 믿지 않는 겁니까!]

    “언데드는 산 자의 목숨을 건 맹세로부터 자유로운 명예 없는 죽은 자. 네 명예와 맹세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사다코 교수를 잘 모르는 자들은 그녀를 무심하고 무정한 악마 비슷한 존재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녀에게도 기호는 존재한다.”

    [기호…?]

    “사다코 교수는 아름다움을 좋아하고 추함을 싫어하지. 한때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던 자신의 미모가 전성기의 모습을 잃은 것에 상심하여 긴 머리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그녀가 어찌 오크노디의 앳된 미모를 해골로 바꾸려고 들겠느냐.”

    [12살 어린이의 미모…? 디스트로이어 교수는 핑크베리 교수처럼 작은 존재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있더니, 설마 오크노디도 키잡을 하려고…?]

    “닥쳐라.”

     

    다시 한번 디스트로이어의 영역이 전개되자 해골교관의 왼팔이 커다란 검은구슬로 압축되어 디스트로이어의 손 위에 떠올랐다.

    압축된 구슬들이 서로 합쳐지며 원형의 코어를 이루니, 흑압석黑壓石이라 불릴 새로운 형태의 사기를 듬뿍 머금은 레어메탈이 탄생하였다.

     

    “네놈의 목숨을 살려두는 것은 널 처분해야 할 대상이 사다코 교수이기 때문에 배려해주는 것이지. 네놈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이 아니다.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라.”

    [전대용사의 전성기, 현역최강 시절을 능가하는 힘이라니… 흐흐흐. 이거, 시기를 단단히 잘못 골랐군요. 패배를 인정하겠습니다…]

     

    뻥 뚫린 영역 밖 미로에서 오크노디가 미로 벽을 기어올라오더니 감탄했다.

     

    “우와! 그거 어떻게 하신 거예요? 반사도 못 하게 막 얍얍 하고 짓눌러서 뭉갰잖아요!”

    “…영역전개는 같은 영역전개로 받아치는 것이 상식이지. 모방에 특화된 영역도 영역의 총량을 넘어서는 위력의 공격을 모방할 수는 없다. 설령 모방하더라도 영역전개의 숙련도에 의해 상대보다 덜한 열화된 공격을 시전하는 선에 그치지.”

    “모방능력자는 마나량에서 압도하고 고등기술로 모방난이도를 높이면 된다는 뜻이구나!”

    “이해가 빨라서 좋군.”

    “고마워요 교수님! 사다코 교수님 올 때까지 해골교관님 좀 감시해 주실래요?”

     

    오크노디와 그녀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새로운 직장이다.

    디스트로이어는 기꺼이 그녀의 청을 받아들였다.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

    그 형태가 세 번 뒤바뀔 무렵.

    디스트로이어는 테마파크의 입구를 돌아봤다.

     

    등장만으로 생명이 시들고 생기가 사라지는 존재.

    산 자들은 공포에 떨고 머리를 박게 만드는 악몽.

    사다코 교수가 테마파크에 도달했다.

     

    “…못 보던 사이에 많이 건강해졌네.”

    “사다코. 재회는 반갑지만 우선 처리를 논해야 할 것이 있다.”

    “해골교관이라면 걱정할 것 없어.”

     

    사다코 교수가 질질 끌고 온 관뚜껑을 열었다.

    해골교관이 외마디 비명과 함께 관짝으로 사라졌다.

    17번.

    관에 붙은 숫자였다.

    사다코가 발로 관을 쿵 걷어차자 강력한 전송마법이 카타콤의 석관들과 17번 석관을 교체했다.

    18번.

    새롭게 나타난 관의 뚜껑이 열렸다.

     

    “대신할 교관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디스트로이어에게 도적길드와 수많은 도적의 충성이 있다면 사다코 교수에게는 카타콤의 석관들과 넘버링 해골교관들이 있다.

    …저런 수준의 강자가 최소 18마리 이상이나.

    역시 사다코 교수와 협력관계를 선택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디스트로이어는 안도했다.

     

    “고마워요, 디토교수님!”

     

    후환이 깨끗하게 사라진 오크노디가 안도의 감사인사를 전했다.

    오크노디치고는 드문 실수였다.

    디스트로이어가 그리 생각하기 무섭게 사다코 교수가 손을 뻗어서 오크노디를 끌어당겼다.

     

    “헉?! 왜, 왜 그러세요!”

    “사룡열차라는 놀이기구를 만들었다고 들었어. 원리는 뭐지…?”

    “네, 네 가지 차원의 속성을 넘나들면서 열차에 탑승한 승객이 속성전환을 빠르게 실시하거나 몸으로 쌩으로 버텨내는 속성내성 연마열차라고 느껴지는데요…”

    “잘됐네… 해골교관이 괜한 방해가 되었으니 이참에 교수인 내가 확실히 도와주겠어.”

    “어, 어떻게 도와주시려고요?”

    “예로부터 용은 숫자 7을 상징하는 존재였지… 사룡열차라면 28. 28개의 차원속성은 지녀야 마땅한 이름… 네 열차에 24개의 음차원 속성을 추가하겠어.”

     

    그러시구나.

    뒷걸음질 치던 오크노디가 18번째 교관 <늑대해골>의 턱에 뒷덜미가 물린 채로 사다코 교수의 앞에 끌려왔다.

     

    “저, 저는 왜요?!”

    “만들면 누군가는 직접 타서 실험해야지…”

     

    평소라면 기능작, 내성작 훈련을 한다고 좋아할 오크노디도 차마 사다코 교수의 특훈 아닌 특훈까지 좋아할 수는 없었는지 힘없이 축 늘어졌다.

    불행의 룬의 보유효과에 의한 모든 판정 성공확률 50% 감소에 자동판정과 행운판정, 도주판정이 연달아 실패한 결과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놀이공원에서도 특훈을 아끼지 않는 참스승 사다코 교수님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