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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6

    <636 – 오크노디의 테마파크(11)>

     

    사룡에 올라탄 드래곤라이더가 되어 사룡이 선사하는 4가지 차원속성공격에 저항하며 한 바퀴를 완주할 때까지 버티는 극한챌린지 놀이기구 사룡열차.

    놀이기구보다는 훈련기구에 가까운 사룡열차에는 앞선 탑승자들의 후기가 적혀있었다.

     

    ━━━

    [사룡열차]

    -검왕 라인하르트 : 결심했다. 이 테마파크를 벗어나는 즉시 차원계의 저편에 숨어서 중간계 침략의 기회를 노리는 사악한 드래곤들을 모조리 멸하겠다고.

    -마왕군 사천왕 아리디티aridity : 건조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어. 감정의 영멸에 의한 마음의 건조화. 후후후.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겠어.

    -오카시이네 : 허허허. 이토록 많은 음차원의 좌표가 연이어 붙어있으면 죽음의 신이 왕림할 수도 있을 터인데, 그런 문을 주요시설 안에 두다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군요.

    ━━━

     

    “…오잉?”

     

    사다코 교수님의 특훈을 마치고 한숨 돌렸다가 일어나니 후기가 갱신되어 있었다.

    이 사람들은 또 언제 사룡열차에 탔대?

    하긴, 수집품을 이렇게 모으는 시설은 현 세상에선 우리 테마파크밖에 없긴 하지.

    강자들일수록 수집품의 가치를 알 터이니 돈으로 능력치를 살 수 있는 수집품 구매를 기꺼이 시행하고, 특별한 수집품의 습득에도 도전할 만하다.

     

    “에후우… 힘을 잔뜩 썼더니 지쳐버렸어… 주말엔 잠이나 더 잘래…”

     

    아카데미로 돌아가려는 내 걸음을 막아선 것은 뜻밖에도 디토 교수님이었다.

     

    “가기 전에 단체손님은 확인하고 가라.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울 정도의 대규모다.”

    “몇 명인데요…? 저 지금 엄청 피곤해서 어지간한 수로는 관심도 안 생기거든요…”

    “10만 8700명이 왔군.”

    “진짜 엄청 많네?!”

     

    단체손님이 아니라 10만 대군이 왔다.

    졸음과 피로가 단숨에 싹 가셨다.

     

    “침략 받는 건가요?! 어디서 온 침략군인데요? 데스필드에 삼켜지면 그 많은 언데드들 유지비로 매일 마석이 몇 개씩 소모되는지 계산은 가능해요?”

    “진정해라. 적의를 지니고 몰려온 침략군이 아니라 평범하게 시설을 이용하러 온 고객 같으니.”

     

    낯선 무리의 선두에는 정말 뜻밖의 사람이 보였다.

     

    “오크노디 고객님. 잠시 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와사비 선배님? 무슨 일인데요?”

    “단체입장을 원하는 손님이 계시는데 그분이 오크노디 님과의 친분관계를 알리며 몇 %까지 할인이 가능한지 여쭙고 있습니다.”

    “누군데요?”

    “아이린이라는 북부대공녀입니다.”

     

    아하.

    어디서 온 손님인가 했더니 북부대공 유다의 북부군단이 왔구나.

    선배 뒤를 따라 입구로 쫄래쫄래 찾아가니 인간냉장고처럼 언제나 서늘한 아이린과 동물가죽을 벗겨서 코트로 만들어 뒤집어쓴 북부대공 유다, 백전노장의 지휘관들과 엄선된 정예병들이 대열을 갖추어서 대기하고 있었다.

     

    “아이린!”

     

    아이린의 얼굴에 희미한 반가움이 떠올랐다.

     

    “오크노디. 말없이 와서 미안해.”

    “저희가 그런 거 따질 정도로 격식을 갖추는 사이도 아닌데 머 어때요. 북부군단은 왜 몽땅 다 데리고 오셨어요?”

    “아버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번 북부에서 발생한 반란군과 마왕군을 모두 소탕했지만,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면서 전력증강을 해야 한다고 말하셨어. 마침 지젤에게 네 아이디어를 빌려서 이런 시설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고.”

    “그러셨구나!”

    “할인은 얼마나 가능해?”

     

    아이린은 몹시 긴장한 기색이었다.

    내가 정하는 할인율에 따라 자신과 내 친분관계의 깊이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나보다.

    음.

    아이린의 중요도는 어느 정도일까?

    북부지역이벤트를 한 번 넘겼으니 큰 고비는 급한 대로 넘기기는 했는데.

    역시 마왕군도 남아있고 북부군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기도 하다.

    북부원정대가 창설되고 용사의 마왕계 대모험이 시작될 때, 도움이 될 전력은 조금이라도 강화시켜두면 좋기는 하겠지?

    그래도 지젤이 힘들게 만들었는데 막 퍼주기는 곤란하기는 하다.

    무상급식마냥 무료로 다 뿌리면 사업 망해서 문 닫아야 하잖아!

     

    “입장료는 전액무료인데 시설이용료는 10%밖에 할인 못 드려요. 이 정도로도 괜찮을까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인원이 인원이니.”

    “너무 서운하게 여기지는 마세요. 즈앙이랑 티토소가는 몸으로 때웠거든요!”

    “몸으로? 그건… 무료라는 거야?”

    “물론이죠!”

     

    아이린이 무언가 복잡한 상상을 하는지 표정이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흔들렸다.

     

    “미리 말해두는데 저희들 딱히 이상한 걸 하지는 않았거든요? 열리지 않는 걸 억지로 열고, 아파도 힘내서 받아들이고, 고통을 기쁨으로 바꿔서 정신을 지키는 훈련을 했을 뿐이에요. 무감으로 감각을 없애기만 하면 더 크게 괴롭힘을 당하니까요.”

    “……오크노디. 난 글러먹은 아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나쁜 상상밖에 되질 않아.”

     

    아이린이 참담한 얼굴로 이실직고했다.

     

    “으휴. 어쩔 수 없죠. 딱 한 번만 직관시켜 드릴게요. 따라오세요.”

    “…딸아이의 친구가 대체 무슨 꼴을 겪고 다니는지 걱정이 드는군. 오크노디. 괜찮다면 내가 함께 보아도 되겠나.”

    “물론이죠!”

     

    졸지에 북부대공가 부녀가 학부모와 함께 참관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

    “이건 대체 뭐지?”

     

    사룡열차를 본 두 사람이 무얼 상상하고 있었는진 몰라도 상상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것을 발견한 표정이 되었다.

     

    “멀리서 보면 잘 모를 텐데 뒷자리에 타서 보실래요? 일단은 자동다속성 방어술식이 새겨진 프리미엄 석이 있기는 하거든요.”

    “부탁할게.”

    “아이린만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지. 함께 타겠다.”

     

    부녀가 뒷자리에 앉는 모습을 확인하니, 다른 지휘관들이 의욕을 내며 다가왔다.

     

    “괜찮다면 저희에게도 재단후계자의 강함을 지켜볼 기회를 허락해주십시오.”

    “대공님께 부끄럽지 않을 부하가 되고 싶습니다.”

    “가르침과 성장의 기회를 부탁드립니다.”

    “에에엣. 긴급사출 되면 많이 쪽팔릴 텐데요.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저흰 역전의 전사들입니다. 마왕군 군단도 물리치고 반역자들도 처벌한 심신양면이 모두 단련된 북부의 전사이자 지휘관들에게는 어떤 시련도 두렵지 않습니다.”

     

    하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대공도 허락만 하면 태우고 싶다는 의사를 보이니 마지못해 수락했다.

    그렇게 사룡열차를 만석으로 꽉꽉 채우니, 티토소가와 즈앙이 승강장에서 뭐 저런 불쌍한 사람들이 다 있냐는 얼굴로 마중을 나왔다.

     

    “왜 사서 고생을 하려는 걸까?”

    “그러게.”

    “저 많은 인원이 긴급사출을 하면 마석도 잔뜩 소모될 텐데!”

    “우린 긴급사출을 생각보다 적게 했잖아. 내친김에 사출이 계획대로 잘 되는지, 안 되면 탑승객에게 어떤 불상사와 데미지가 들어가는지 시험하려는 목적도 있겠지. 일단은 ‘업그레이드’가 됐는데 안전성 테스트는 덜 했잖아.”

     

    즈앙의 말에 무언가 좆됐음을 감지한 지휘관들의 눈이 거칠게 떨렸다.

    그러나 안전바는 이미 내려왔고, 북부전사들의 단련된 허벅지 힘과 상체 힘으로는 다리를 꽉 누르는 안전바를 밀어올릴 힘이 부족했다.

     

    “출발!”

     

    뿌뿌뿌.

    회색 구름을 뿜으며 출발신호를 보낸 사룡열차가 덜커덩덜커덩 레일을 따라 발사각을 잡으며 움직였다.

     

    “아참. 이제부터 엔간하면 입은 열지 마세요! 주문을 외우고 싶어도 영창하지 말고 무음 시전을 해야 혀를 다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그게 무슨 말이니.

    지휘관들의 두려움 어린 시선이 쏟아지기 무섭게 열차가 공기의 벽으로 얼굴을 마구 때리며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순수한 물리적인 속도와 공기저항만으로 고수들의 순간가속과 그때 맞이할 세계의 저항력을 체감시켜주는 1단계의 운전.

     

    ━━━

    사룡열차 현재 구간은 1단계.

    현재 <긴급사출>을 발동한 탑승객은 0명입니다.

    ━━━

     

    오. 북부군이 나름 정예라고 하더니, 정말 어중이떠중이들은 타지 않았나 보다.

    하긴 마족 변절자나 스파이도 부대 내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북부군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정도의 이동은 견딜 줄 알아야지.

    코스는 곧 최고점에 도달하더니 구궁, 소리와 함께 차원계를 넘어서는 감각이 느껴졌다.

     

    <겁화의 차원계>

     

    한 번의 호흡조차도 폐부가 타들어가는 고통을 선사하는 고도의 화염내성을 요구하는 차원계.

    전신을 불사르려 드는 겁화의 마나파장을 냉기파장으로 받아치거나 같은 겁화의 마나파장으로 중화시켜 흘려보내지 않거든, 체온이 급격히 상승한다.

    영리하게 대처하면 흘려보내고, 무식하게 몸으로 견디면 죽어라 힘든 차원계의 잔혹함이 북부지휘관들을 일시에 덮쳤다.

     

    “끄으응…!”

    “더, 더워!”

    “여기가 인세의 지옥인가?! 내려줘. 더는 견딜 수가 없어!!”

     

    저런.

    속성내성작을 실행할 최소한의 정신력이나 마나, 체질, 방어기술이 존재하지 않는 지휘관들이 긴급사출버튼을 눌렀다.

    열차의 객실 몇 개가 새하얀 수정구슬에 둘러싸이더니 쉬는시간 동안 티토소가가 정성껏 녹음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나는 허접하지!”

    “에스프레소에는 설탕 10개!”

    “맵기 농도는 0단계!”

    “놀이기구는 긴급사출!”

    “나는 허접하지!”

     

    도전자의 의욕을 북돋기 위한 사다코 교수님의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하여 만들어진 허접송의 송출에 보호구체에 둘러싸인 지휘관들이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역전의 전사들이 이런 굴욕적인 노래를 들으며 강제퇴장을 당하다니!

    같은 전사들 사이에서 잔인하게 박제당하고도 남을 광경에 놀란 전사들이 차마 강제사출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사이, 사룡열차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격노의 차원계>

    <비탄의 차원계>

    <절망의 차원계>

    <암흑의 차원계>

    <매몰의 차원계>

     

    긴급사출 버튼을 누를 수라도 있었던 2구간 초입이 그리워질 정도로 굉장히 빠르게, 온갖 차원을 넘나들기 시작하면서.

    열차가 한 바퀴를 모두 돌고 정차했을 때, 용감한 100인의 지휘관들은 긴급사출의 굴욕에 망가지거나, 차원압력에 모조리 기절해버린 뒤였다.

     

    “와. 다들 진짜 재밌으셨나보다. 도착했는데도 일어나질 않다니. 한 바퀴 더 타시려고 저러나?”

     

    생존본능이 무섭긴 하다.

    기절한 지휘관들이 모조리 깨어나서는 바닥을 기다시피 좌석 밖으로 빠져나오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기절하면 무한반복 차원여행을 떠나는 저승길 직행 놀이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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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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