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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6

        

       아그작.

       아그작.

       까드득.

       까드득.

       아그작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득.

         

       지하로 내려갔을 때 가장 먼저 들리는 것은 소리였다.

       딱딱한 것을 씹는 듯한 소리.

         

       아그작.

       까드득.

       까드득.

         

       수많은 손이 뜯어낸 팔을 꼬옥 쥔 채 물어뜯고 있다.

       손톱 부분에서부터 뼈까지.

       보드라운 살 부분을 다 먹어 치웠음에도 허기를 달래지 못하여 손톱과 뼈를 껌처럼 씹고 있다.

       마치 개가 단단한 뼈를 씹듯이 말이다.

         

       까드득.

       까드득.

         

       손톱이 부서지고 뼈가 부서지는 저 소름이 끼치는 소리!

       물리력을 행사하며 사람을 뜯어먹는 악귀의 소름 끼치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의 중심부로 진성은 향한다.

       허무하게 그에게 붙잡혀버린 두 무인을 데리고 말이다.

         

       까드…득.

         

       저벅거리는 발소리 없이 벌레로 이루어진 몸이 스스스 움직인다.

       발을 디디는 듯 하나 닿는 것은 바닥이 아닌 바로 그 위의 허공이요.

       움직이는 땅 위에 있기라도 하는 듯 발을 움직이는 것과 그 이동하는 속도가 맞지를 않는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며 어둠 속에 묻혔다가 드러나기를 반복하며 빛이 없음에도 제 형체를 바꾸어가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 기척을 느낀 귀신은 버릇없이 팔을 씹는 것을 멈추고는 눈치를 보기 시작하였고, 제 주인이 두렵다는 듯 팔을 움츠리며 구체의 형상처럼 만들어 웅크린다.

         

       하이힐을 낀 손으로 행여 소리나 날까 여러 팔로 감싸서 떨어지지 않게 하고, 몸은 점점 구석진 곳으로 향하며 주인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하여 노력하기까지 하였으니.

         

       그것은 모습을 드러낸 존재가 귀신조차도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팔로도 감히 털끝 하나 건드릴 수가 없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그 강렬한 존재감에 도저히 굴복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두려운 주인이되 나쁜 주인은 아니었으니 그 때문에 완전히 도망가지 아니하는 것이다.

         

       그렇게 귀신은 개껌을 쥔 채 구석으로 향했다.

       저 두려운 주인의 관심이 자신에게 향하지 않기를.

       그리고 저 주인이 떠날 때 자신에게 좋은 먹이를 하나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으면서 말이다.

         

       사람이 이렇게 많이 잡혔는데 내장 하나쯤은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장, 내장이라….

       부드러운 것이 먹기에 나쁘지 않겠지.

         

       그가 입에 넣은 먹이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내장은 또 다른 별미이지 않겠는가….

         

       그렇게 귀신은 기대감을 품은 채 숨을 죽였다.

         

       그리고 진성은 그러한 귀신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인을 데리고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곳은.

         

       “자아 여기 너희의 동료가 있구나….”

         

       묘한 냄새가 풍기는 공간이었다.

         

       마치 피가 흐르는 숲과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피톤치드 특유의 느낌과 풀 냄새, 물비린내, 그리고 그사이에 느껴지는 피 특유의 비린 냄새까지.

         

       철분 냄새가 코를 찌른다.

       처음에는 풀 냄새에 묻혀서 알아보기 힘들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계속해서 쌓여가며 혀에 피 맛이 느껴지지 않을까 착각이 들 정도가 되어간다. 그리고 그쯤 되면 자신들이 평범한 장소에 있는 게 맞는지, 어디 시산혈해를 눈앞에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하게 만든다.

       이 좁아터진 공간에 그러한 것이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이곳은 그러한 곳이다.

         

       풀과 피.

       그리고 붙잡힌 양분이 공존하는 곳.

         

       매미의 날개처럼 아름다운 연꽃을 피우기 위한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 귀신에게 붙잡힌 이들이 있었다.

         

       아직은 양분이 되지 않은 채.

       그 어떠한 꽃과도 연결점을 가지지 못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사지를 귀신의 입에 헌납하고 벌레처럼 바닥에 꿈틀대면서 피를 줄줄 흘려대고 있다.

         

       그들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으나, 동시에 지금까지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인지 흐리멍덩한 눈동자를 한 곳에 고정하고 있었다. 게다가 엉덩이 쪽 근육과 허리 근육이 움직이는 것을 보니 아직도 환상 속에서 길을 헤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다리가 없어졌음에도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걷기 위하여 몸을 놀리고 있다.

         

       “이거 참. 배가 고팠구나….”

         

       진성은 그들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알뜰하게 사지 전부를 뜯어가다니.

         

       아마 최근에 침입자가 들어오지 않아서 욕구불만 상태에 놓인 것이겠지.

       아니면 한 번 맛본 사람 맛을 잊지 못하고 계속 갈망하고 있었을 수도 있고.

         

       그랬기에 이렇게 기회가 되었을 때 알뜰하게 해치운 것이 아니겠는가.

         

       뭐, 그 덕분에 무인 둘은 이제 무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팔과 다리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들에게 있어서 좋은 일은 아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최악은 아니다.

       맞춤 의수와 의족을 착용한다면 무인으로 밥을 벌어먹을 수도 있고….

         

       ‘그러고 보니 사이보그 기술이 언제 나왔더라….’

         

       언제였던가.

       사람 몸뚱이를 기계로 강화하는 방법이 나왔었다.

       외부를 관측하고 그것을 전기신호로 변환해서 또 다른 감각을 만들어주는 기계도 나왔고, 평범한 의수가 아니라 공업용으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물건을 붙이기도 했다. 발을 자르고 무한궤도를 붙이기도 하고, 허리에 거미 다리 같은 기계를 붙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진성의 기억으로는 미국의 어떤 기업이 시작한 걸로 알고 있는데….

         

       ‘뭐, 그것을 붙인다면 이들은 계속해서 무인으로 있을 수도 있겠지.’

         

       그 기술들이 대단한 기술이냐고 물으면 애매하긴 했다.

       연금술사나 마법사가 직접 손댄 의수와 의족과 비교하면…확실히 성능이 부족했으니까.

       그들의 손에서 탄생하는 의수와 의족은 말 그대로 아티팩트였다.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진짜 손발과 다름없이 움직이는 아티팩트 말이다.

         

       하지만 진성이 기억하는 그 기계들이 중요한 것은 비교적 낮은 가격에 양산이 가능하다는 것.

       많은 돈이 없어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성능을 뽑아내는…말하자면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이라는 것이다.

         

       ‘애초에 전쟁용으로 만든 것이니. 허허허.’

         

       진성은 과거를 떠올리면서 무인들을 끌고 갔다.

       사지를 잃어버린 무인까지 합해서 총 넷을 말이다.

         

       그리고 그들을 앞서 잡혔던 선배들…일본 무인들과 똑같은 처지로 만들어주었다.

         

       익선청련(翼蟬淸蓮)에 양분을 공급해주는 신세로 말이다.

         

       “나쁘지는 아니할 것이다. 자신의 약점이 정신임을 알았으니 그 정신을 강화하여 약점을 없애야 할 터이니.”

         

       그렇게 잡힌 이들은 생명력이 빨아 먹힌다.

       앞서 그들의 선배가 그러하였듯.

         

       “너희는 명상을 해야 할 것이다. 정신을 탐구하고 심상의 깊은 곳을 탐구하며 너희는 성취를 이루게 되리라. 그리고 그 대가로 생명력을 주는 것이니, 성취가 꽃을 피우는 것과 같이 너희는 몸으로 꽃을 피우게 되리라.”

         

       물론 생명력이 빨아 먹힌다는 사실은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목숨값 치고는 싸지 않은가?

         

       다른 이의 집 안에 좋지 않은 의도를 가지고 발을 디뎠음에도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비요.

       자비로 목숨만을 건져도 모자랄 터인데 무언가를 얻어가기까지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놀라운 것이라.

         

       침입자에게는 분에 넘치는 대우였다.

         

       그래….

       정말로 말이다.

         

         

         

        * * *

         

         

         

         

       진성은 위층으로 향했다.

       그가 향한 곳은 평소처럼 최상층으로 가는 것이 아닌 바로 아래층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지도 않았고, 평범하게 계단을 올랐다.

         

       물론 벌레로 이루어진 몸이었기에 그것이 완벽하게 평범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사람 형상을 하고 있고, 사람처럼 발을 놀려서 계단을 올라가기는 했다.

         

       물론 그 속도는 일반적으로 계단을 올라가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였지만 말이다.

         

       그렇게 최상층의 바로 아래층에 도달한 진성은 거기에 놓여 있는 간이 의자를 끌어 회색 벽 쪽으로 끌어왔다.

       그리고 그 회색 벽을 마주 보며 입을 달싹거렸다.

         

       그리곤 제 얼굴을 잡아 뜯기라도 하려는 듯 손톱을 세우고 얼굴 가죽을 크게 위에서 아래로 긁었다.

         

       그러자 드러나는 것은 수많은 벌레.

       단단하게 뭉쳐 사람의 얼굴 형상을 유지하고 있던 벌레들은 진성의 손짓에 따라 쫘악 갈라지며 단면을 드러내었고, 바스락거리며 부산하게 움직이며 그것을 수복하기 위해 움직였다. 수많은 다리를 꿈틀거리기도 하고 날카로운 주둥이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위협을 하기라도 하려는 듯 딱딱 부딪치기도 했다.

         

       진성은 그렇게 갈라진 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 휘적거렸고….

         

       끼익.

         

       이윽고 위협적인 소리를 내는 애벌레 하나를 끄집어내었다.

         

       그것은 사람 손가락 크기의 하얀 애벌레였는데, 흔히 볼 수 있는 굼벵이를 닮아 있었다.

         

       진성은 그것을 손가락 사이에 단단하게 끼운 뒤 벽 쪽에 가져다 댔다.

         

       콰직.

         

       그리고 벽에 짓눌러서 터뜨려버린 후, 그것의 체액을 물감으로 삼아서 벽에 문양을 그렸다.

         

       날개를 펼친 벌레 같기도, 사람의 입 같기도 한 문양을 말이다.

         

       지이잉-

         

       그렇게 새겨진 문양은 공명하듯 살짝 떨리더니, 진성의 목에 빛을 쏘았다.

         

       “아. 아. 아. 아-”

         

       진성이 방금 새긴 문양과 빛의 효과는 목소리와 관련된 것.

         

       부자연스러운 목소리를 조금 더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음산하고 조금 부자연스러웠던 벌레로 만들어진 분신의 목소리를 더 자연스럽게 만들어준다.

       마치 본체처럼 말이다.

         

       진성은 그렇게 자신의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바꾼 뒤 스마트폰 공기계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외부와 차단된 곳에서 조사받느라 미국을 벗어나지도 못한 본체를 대신해서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집에는 잘 들어갔느냐?”

         

       이아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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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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