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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7

       

        

        

        

        

        

        

        

        

       “아유, 다들 오랜만에 만나네요. 지난 번에는 못 봤던 분들도 계시고, 유진 씨 밑에서 항상 수고 많으십니다.”

        

       “아이구, 반갑습니다. 방송 자주 보고 있어요. 어쩌다 유진 선생님 밑에서 일하다보니 이런 것도 초대를 다 받아보고…듣던 대로 근육이 엄청나시네요. 헬스 관련 꿀팁 영상도 잘 보고 있어요.”

        

       “하하, 감사합니다. 운동하시는 분들은 항상 호떡 채널 애용해주시면 아-주! 감사드리겠습니다!”

        

        

       .

        

        

       “와, 카토 씨도 오셨네요? 안 그래도 저희 고용주님이 단체 채팅방에서 카토 씨가 올지 안올지 논하고 계시든데, 오셔서 다행이네요.”

        

       “…그것 봐요! 저 이미 찍혔다니까요!?”

        

       “찍힌 게 아니라 꽂힌 것 같긴 한데, 아무튼 그게 그거긴 하지…이게 AP 랭크전의 업보 아닐까요?”

        

       “제가 거기서 한 거라고는 유진 씨한테 머리 뚫리고 칼침박힌 것밖에 없거든요!”

        

        

       .

        

        

       “…엣, 그. 안녕하세요. 항상 TV 아니면 유어스페이스에서만 봤는데, 듣던 대로 굉장히 스타일리시하시네요. 혹시 이번에 유진 씨한테 초대 받고 오셨나요?”

        

       “<그렇지. 한국어는 리스닝만 되지, 아직 말하는 건 익숙하지 않아서 영어로 말할게. 막내의 채널에 고용되어 있다면서? 항상 고생이 많아. 그 자식 사고치고 다니는 게 한두 번이 아니거든.>”

        

       “아, 하하. 아니에요. 실시간 번역기는 무사히 작동 중이니까 편하게 영어로 말씀하셔도 괜찮아요. 아무튼 저희는 절-대로 힘들지 않아요!”

        

       “<물론 그렇겠지, 후후….>”

        

        

       .

        

        

        

       “안녕하심까. 아이리스의 초대를 받고 왔지요. 현실에서 만나는 건 처음이네요.”

        

       “빨간약 대잔치라구요. 다들 반가워요오~”

        

       “앗, 3기생 분들이셨군요. 평소에 영상 잘 보고 있습니다. 그보다 빨간약이 아니라 다들 완전 파란약이신데요, 뭐어. 다들 지금이라도 아바타 벗고 현실에서 이 모습으로 방송해도 되지 않을지.”

        

       “히히, 그건 저희들 아이덴티티라서 불가능함다. A동 입구로 향하는 길이 전부 이렇게…투과 가변 유리판으로 되어있지 않았다면 나오지도 못했을검다.”

        

        

        

        7월 말, 송도.

        

        인천을 강타한 뜨거운 햇빛에 아랑곳하지 않고, 스무 명 이상의 – 대부분이 유진 사단 멤버였다 – 인원이 서로 인접하거나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는 네 동의 엑스포 건물, 그 중 A동과 이어진 통로 한복판에 서있었다.

        

        그 면면도 실로 다양하기 짝이 없었다. 유진 사단이라는 이름으로 단체로 모인 이들과는 별개로, 하모니의 지인, 아이리스의 지인, 유진의 지인, 혹은 그 이상의 교집합까지….

        

        물론 이들의 정체와는 별개로, 마치 초코칩에 박힌 쿠키처럼 인파 사이에 콕콕 박혀있는 발현자들 – 호떡과 올리비아의 모습은 유리에 가로막혀 안 보이더라도 그 화제성을 한층 더 띄우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자신들이 초대받았다는 사실을 사방팔방에 광고해도 된다고 말했던 유진의 말대로, 그 자리에 모인 이들 중 대부분은 얼마 전 개인 방송에 송도를 간다고 말하고 다닌 상황.

        

        

        그 결과, 주변에 무지막지한 수의 사람이 몰렸다.

        

        

        

       “…음, 뭐. 이렇게 될 것 같긴 했지요. 다행히 대놓고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없어서 다행인가.”

        

       “의외로 사진 찍는 사람은 없네요?”

        

       “<이 유리는 밖에서 안이 안 보이거든. 아무튼 들어가자고. 여기서 기다려봐야 뭐 나오는 것도 없고…참고로 로렌티나 그 자식은 오늘 안 와. 더 기다릴 사람 있을까?>”

        

       “아, 아뇨. 호다닥 들어갑시다.”

        

        

        

        그와 동시에 대인파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런 광경에 한참 전부터 익숙해져있던 올리비아, 그리고 마찬가지로 평소에 대외적인 방송을 여러 번 했던 하모니의 지인들이 군중의 여론을 컨트롤하기 위해 바깥으로 얼굴을 내밀고 손을 흔든다.

        

        그 사이 아이리스의 부탁에 불려온 3기생들, 그리고 군중 앞에 서는 것이 그닥 익숙하지 않은 유진 사단의 구성원은 회랑을 가로질러 후다닥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마치 엑스포가 하루 일찍 개관한 듯한 광경.

        

        그리고 그 광경은 건물 내부에서 대기하고 있던 유진 일행에게도 아주 잘 보였다.

        

        

        

       “<오래 기다린 건 아니겠지, 막내?>”

        

       “<…뭐어, 이렇게 될 것 같긴 했는데. 아무튼 어서 와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송도점에. 올리비아는 뉴욕에서 몇 번 가봤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추억을 좀 상기시킬 수 있음 좋겠네요.>”

        

       “<그런 것 같네…꽤 반가운걸. 물론 내 스튜디오랑 뉴욕의 리저브 로스터리는 거의 2.3마일 정도 떨어져있는 거 알아?>”

        

       “<앗.>”

        

        

        

        수군수군.

        

        어느덧 다가온 유진이 올리비아와 무지막지하게 빠른 속도로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 눈치를 살살 보며 그 광경을 지나친 30명에 가까운 인원들은 생각보다도 훨씬 거대한 내부를 눈에 담았다.

        

        모두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크고 고급스러운 내부. 리저브 로스터리 자체가 기존 점포의 퀄리티-업그레이드 버젼이기 때문이었지만, 이카루스를 경유하여 낸 해당 점포는 특히나 더 그랬다.

        

        흡사 시애틀, 혹은 뉴욕 점포를 그대로 떼다 온 것만 같은 모습. 주변 곳곳에는 온갖 상품들과 사용하지 않는 대형 로스팅 머신, 거대한 오크통 등등을 인테리어로서 비치해놓은 시점.

        

        그러나 타 점포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첫 번째는 커피와 빵, 그리고 그 외의 여러 디저트를 만들고 소분하며 판매하는 카운터와 점포 내부에 단 한 명의 사람도 없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는….

        

        

        

       “어서 오세요, 주인님!”

        

       “반갑습니다, 오늘 주인님의 접대를 맡게 된 진입니다. 편하게 불러주시길.”

        

       “레인이야. 원하는 자리에 앉으면 돼. 뭔가 먹고 싶은 게 있다면 테이블의 태블릿으로 우리를 호출해줘.”

        

       “반갑습니다! 나스티입니다! 이런 건 처음이니 미숙할 수도 있습니다! 잘 봐주세요!”

        

       “…증말 기엽다.”

        

       “나 코피날 것 같아.”

        

        

        

        메카 비얌들이 가득했다는 것이었다.

        

        에이프런이라는 틀을 와장창 깨버리는 듯한 사이버틱한, 그러면서도 결코 기품을 잃지 않는 묘한 형상의 복장. 흡사 메이드복과 광학미채 슈트, 그리고 헥사그리드 플레이트를 조합한 듯한 모습.

        

        그러나 그것이 은색과 백색, 청색과 같은 단색 위주인 메카 비얌들과 결합하자, 기묘하게도 어울리는 형태가 되었다.

        

        뒤늦게 들어온 올리비아가 큭큭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제법 잘 어울리네. 적당히 날림으로 하루이틀 만에 작업했던 건데, 생각보다 괜찮은걸. 자재 조달부터 곤란했을 텐데 어떻게 만들었대?>”

        

       “<다 방법이 있지요.>”

        

       “<어련하시겠어.>”

        

        

        

        물론, 유진은 시침을 뚝 뗄 뿐이었다.

        

        한편, 카페 안쪽에서부터 슬금슬금 걸어나온 하모니와 다이스, 그리고 아이리스가 주변을 실컷 둘러보며 감탄하는 지인들을 향해 다가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오는 안타깝다는 목소리.

        

        

        

       “앗, 세 분은 메이드복 안 입었네요.”

        

       “메카 막내들 자랑하려고 열린 엑스포인데 저희가 어떻게 메이드복을 입겠어요?”

        

       “이목을 끌려고 이런 이벤트를 했었다면 저희 포함해서 유진 씨까지 입었을걸요.”

        

       “입어도 상관은 없는데, 아쉽게도 접대 말고도 처리해야만 하는 일이 많아서. 덜 바빴으면 한 번쯤 해봤을지도 모르겠네요.”

        

       “헉, 설마 전투메이드…아얏.”

        

        

        

        깡!

        

        물론 헛소리의 대가는 딱밤이었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에도 이들은 각자 편한 자리에 옹기종기 앉았다. 1층 카페의 유리창 바깥으로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뒤로 한 채, 오늘 초대받은 사람들은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시켰다.

        

        ‘서비스 차원에서 열었기에 비용은 받지 않는다’라는 메시지가 태블릿 위에 떠오르고, 그것을 본 이들이 각자 입술을 동그랗게 모아 오-하고 놀라는 사이, 의자를 빼서 앉은 유진이 덧붙였다.

        

        

        

       “투과 가변 유리를 사용했지요. 저희는 밖을 볼 수 있지만, 밖에 있는 사람들은 이곳이 검은 유리창, 그리고 콘크리트 벽면으로 보일 거예요. 시선이 쏠릴 걱정은 할 필요 없답니다.”

        

       “그건 다행이네요. 아으, 냄새 좋다….”

        

       “마음껏 먹고 가시길. 내일이었다면 몰라도 오늘 가게 체류 시간은 제한이 없으니까요. 참고로 내일은 40분이랍니다.”

        

       “아하…근데 40분이라니, 어쩐지 조금 짧은 것 같기도.”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그와 동시에 녹색으로 점멸하는 태블릿 화면.

        

        그러나 테이블 위에 앉아있는 이들의 시선은 그쪽이 아니라 카운터 쪽으로 쏠려있었고 – 그곳에는 꼬리를 동그랗게 만 채 디저트 트레이를 통째로 들고 오는 메이드 메카 막내들이 여럿 있었다.

        

        보랏빛 눈을 빛내며 다가온 마브가 싱긋 웃음지으며 유진이 있는 테이블 방향으로 다가왔고, 흔들림없는 움직임으로 음식과 음료를 큼지막한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음식을 주문한 지 1분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맛있게 드시길 바랍니다, 주인님. 지금이라면 허니 브레드의 위에 정교한 그림 세공도 가능한데, 받고 싶으신가요?”

        

       “엣, 그, 어디까지 되나요…?”

        

       “보여드리죠.”

        

        

        

        그와 동시에 마브는 꼬리를 들어올렸다.

        

        허벅지 안쪽에 홀스터처럼 매여져있는 기계에 저장된 특수 초콜릿 필라멘트, 그리고 꼬리의 끄트머리 측면에 별도로 달려있는 작은 실린더와 펜. 그 순간 꼬리가 정교하고 빠르게 움직인다.

        

        허니 브레드의 열기에 서서히 녹아가는 생크림, 그것을 감싸고 생겨난 초콜릿 필라멘트-피라미드. 그리고 그 위에 마치 3D 프린터와 같은 형태로 그림이 조각되기 시작했다.

        

        고작해야 1분 30초, 그 안에 완성되는 무언가. 구체적으로는 메이드복을 입은 유진이 속칭 ‘모에모에 큥’포즈를 취하는 듯한 3D 모델링이….

        

        

        

       “악!”

        

       “제가 모를 줄 알았나요?”

        

       “아으, 들켰다….”

        

       “…와, 이거 뭐야?”

        

        

        

        깡!

        

        하지만 유진이 마브를 응징하는 순간에도 다른 이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사진을 찍느라 바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다른 테이블에서도 하나둘씩 탄성이 터져나왔고, 어디선가에서는 박수갈채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것을 의기양양하게 바라보며, 유진이 덧붙였다.

        

        

        

       “그럼 지금부터 방송 시작하도록 하죠.”

        

        

        

        당연하겠지만, 진기명기는 이제 시작이었다.

        

        

        

        

        

        

        

        

        

        

       “…나는 언제 저런 거 해보나.”

        

       “꼬리 운동부터 열심히 해야죠, 뭐어….”

        

        

        

        한편, 그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

        

        아이리스를 비롯한 뉴-비얌 막내들은 자신의 꼬리를 만지작거리며 현타에 빠졌다.

        

        

        

        

        

        

        

        

        

        

        

        

        

        

        

        

        

        

        

         

        

        

       “…건너편 건물이 A동이었나. 궁금했는데 가보지는 못하겠네.”

        

        

        

        스윽.

        

        완전한 단장이 끝나고, 내일 개장만을 앞둔 엑스포 B동 – A동과는 다르게 사람이 단 한 명도 지나다니지 않는 – 에서 아주 자그마한 발소리와 인기척이 몇 번이고 울려퍼진다.

        

        CCTV에도 비치지 않고, 사람의 눈만으로 인식 가능하지만, 당사자를 볼 수 있는 시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바로 그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한껏 드러낼 수 있었다.

        

        메카 유진과 비슷한 색채, 그러나 동형기가 맞냐고 묻는다면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변질된 외형. 뱀보다는 차라리 용의 파편을 인간형으로 구현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 정체는 구태여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대거 팀도 각자 시간 보내고, 필요한 물건 사려고 세상 돌아다니고 있는데…심심하네. 언니들은 전부 인간들 앞에서 이상한 거 하고 있을 거고….”

        

        

        

        가이아.

        

        아직 그 존재가 밝혀지지조차 않은, 그리고 밝혀지면 안 되는 존재.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다크 존 2.0이 업데이트된지는 아직 몇 주도 지나지 않았고, 그녀는 에피소드의 최종보스 중 한 명이었기에.

        

        유진은 이번 엑스포에서 그녀의 존재를 공표하겠노라 공언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될 예정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지성을 가진 인간형 개체들은 그것을 넋 놓고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비얌은 어느 정도 김을 빼주기 위해서 가이아를 현실로 데려왔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시설의 구조와 내부 전력라인, 건물 외부 디자인 등을 보고 가이아가 군침을 흘렸던 것도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아직 이카루스 기어도 못 받았고.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하나 받아둘 걸 그랬나.”

        

        

        

        그것도 하루이틀 이상이면 지루해지는 법이었다.

        

        바로 그 연유로, 가이아가 이카루스 기어를 탐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기어가 있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외형을 변질시킬 수 있었고, 그리 된다면 바깥을 돌아다녀도 문제없었으니.

        

        그러나 나스티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다른 이유로, 가이아는 아직 이카루스 기어를 받지 못했다.

        

        그리하여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닥 없었지만-

        

        

        

       -[Gaia : 놀아줘]

        

       -[Gaia : 놀아줘놀아줘놀아줘놀아줘나심심해오리지널!!!!!!!!!!]

        

       -[Gaia : 끼야아아앙!]

        

       -[Eugene : 증말 미치고 환장하겠네요]

        

       -[Eugene : 시간 나는대로 갈테니 조금만 참아요]

        

       -[Gaia : (대충 메카 유진이 브레이크댄스추면서 땡깡부리는 이모티콘)]

        

        

        

        적어도 남을 귀찮게 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쯤은 있었다.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은 타이핑 속도로 인해 거의 하나로 뭉쳐지다시피 해서 날아간 여러 개의 메시지. 그리고 그것을 송신받고 거의 곧바로 답장을 보낸 유진까지.

        

        어쩐지 메시지 건너편에서부터 유진의 일그러진 표정이 보이는 듯했기에, 가이아는 2층 발코니에 쪼그려앉아 킥킥 웃었다. 이렇게 찰진 반응을 보여주니 다들 오리지널에게 깝치는 게 아닐까.

        

        대충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다시금 실시간 스트리밍에 몰두했다. 무려 250만 명 이상이 방송을 시청 중이었고, 자신의 언니들이 기묘한 복장을 걸친 채 무언가 부지런히 하는 광경이 보이고 있었다.

        

        

        

       ‘…나도 언젠가 저 자리 한가운데에 일원으로서 서있겠지?’

        

        

        

        그건 분명히 건축만큼 재미있는 경험이 되리라.

        

        그리 생각하며 그녀는 계속해서 방송에 몰두-하려고 했으나, 갑작스럽게 B동의 입구 인근에서부터 진동이 감지된다.

        

        반경 백수십 미터 사이의 인간형 물체가 만들어내는 급의 진동을 몽땅 감지할 수 있는 가이아의 센서가 슬그머니 경고 메시지를 눈 앞에 띄웠고, 그녀는 급하게 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Gaia : 지금 오는거야?]

        

       -[Eugene : 한 20분은 더 있다가 갈 것 같네요. 갑자기 무슨 일로?]

        

       -[Gaia : 그래? 지금 누가 오고 있는데?]

        

       -[Eugene : 이상하네요. 출입 권한은 예외 몇 명을 제외하곤 딱히 누군가한테 준 적은 없을 텐데]

        

       -[Eugene : 앗 잠깐만요]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정적.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Eugene : 밥 있는대로 챙겨먹은 새끼비얌 두 명이 사라졌네요. 첫 시험 운영이라 문제점 체크하고 있어서 두 명이 어디로 가는지 들었는데 까먹었어요. 미안해요]

        

       -[Eugene : 최대한 빨리 숨으세요]

        

        

        

        답장은 없었다.

        

        그 순간 손짓 한 번에 굳게 닫혀있던 문이 삑 소리와 함께 열리고, 두 명 분량의 발걸음이 저 멀리서부터 감지된다.

        

        속닥거림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여기가 B동이죠? 여기가…발표장이랑 전시회관? 여기 작품 목록에 전부 LED 켜져있는 거 보니 이미 진열은 되있나보네요.”

        

       “들어가보고 싶긴 한데…일단 주변만 돌아보자구요. 괜히 들어갔다가 뭐 하나 잘못 건드려서 말아먹으면 엑스포 진행기간 내내 발도 못 붙일지도 몰라요.”

        

       “엑, 그건 싫으니까…응?”

        

       “왜 그래요?”

        

        

        

        잠시간의 정적.

        

        그러더니 이어지는 말.

        

        

        

       “…아뇨, 착각했나봐요. 뭔가 느낌이 요상해가지고. 안에 누가 있는 것 같은데….”

        

       “내일이 개관이잖아요. 점검하러 나온 분일지도 모르죠. 신경쓰지 마요.”

        

       “그렇겠죠?”

        

        

        

        그와 동시에 저 멀리 안쪽으로 사라지는 하모니와 다이스를 보며, 가이아는 가진 모든 방법을 동원해 스스로의 흔적을 지워내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 밖에 나오고 싶다며 땡깡을 부려댔던 자신을 저주하면서.

        

        

        

       ‘…팔자에도 없는 추격전 하게 생겼네. 집이나 보고 있을걸.’

        

        

        

        물론 후회는 언제나 발생한 사건보다 느렸다.

        

        비밀이 많은 엑스포의 시작까지 20시간이 남은 어느 날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땡깡쟁이 리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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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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