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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8

    <638 – 오크노디의 테마파크(13)>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간부회의.

    세계 각지에 숨어사는 강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이 회의는 어지간한 일로는 일정이 변화하지 않는다.

     

    “시장님. 일신상의 사유로 휴가를 내겠습니다.”

    “좆 까거라. 이유를 똑바로 대지 않으면 내 너의 연차를 친히 반려하마.”

    “…”

     

    한 세력의 수장으로 자유롭게 휴가를 낼 수 있는 신분의 간부가 아니고서야 윗사람의 눈치를 보며 휴가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어렵게 어렵게 모든 간부가 정해진 기한 내에 정해진 날짜에 휴가를 내야만 출석율 100%가 성립되는 재단의 간부회의!

    그 시작일이 한 달 남짓 남은 지금, 간부회의장의 장소를 알고 휴가를 쓸 준비를 하는 간부진에는 신임 감독관 <파시블 예프>가 있었다.

     

    “여러분. 간부회의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제가 휴가를 내는 날에 여러분도 휴가를 내고 휴식을 취함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십니까?”

    “죽엉.”

    “싫엉.”

    “죽엉무새와 싫엉무새는 감독관님 곁이 좋다고 합니다. 저 역시 감독보좌로서 간부회의장까지 감독관님을 따라가고자 합니다.”

    “하하하. 정말 못 말리겠군요. 그럼 단체로 나들이라도 가는 기분으로 간부회의장에 가보도록 하죠.”

     

    신이 난 죽엉무새와 싫엉무새가 죽엉싫엉 노래를 부르며 부엉이수인답게 머리를 흔들고 날갯짓하며 파시블의 어깨에 매달렸다.

    하지만 비서인 까마귀수인 까망은 파시블 예프의 화기애애한 목소리와 달리, 그의 표정이 더는 예전처럼 친숙하지 않음을 느꼈다.

     

    ‘기억이 점점 밀려나고 있는 거야.’

     

    사다코 교수의 데스필드에서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인간성을 제물로 바쳐 상실한 파시블.

    사라진 인간성을 기억으로 모방하며 흉내 내던 그에게 ‘교본’처럼 따라 하던 옛 기억이 흐릿해지니, 연기가 조금씩 어색해졌다.

    이 기세면 머지않은 시일 내에 죽엉과 까망, 자신을 향한 호의어린 행동이 모두 사라질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게 되면… 인간성을 상실한 플라잉 스켈레톤 파시블 님이 어떤 지시를 내리게 되는 거지…?’

     

    불안했다.

    알 수 없는 미지의 미래가.

    어쩌면 그에게 버림받을지도 모를 가능성이.

     

    ‘이럴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은 한 명밖에 없어.’

     

    까망은 실력과 신뢰도를 겸비한 사람에게 긴급연락을 보냈다.

    이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너무 늦지 않게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 * *

     

     

    “오크노디. 들었어? 아카데미에 골렘학이 추가됐대. 골렘제조, 골렘조종, 골렘정비, 골렘전투 같은 걸 가르친다나 봐!”

     

    북부군의 테마파크 이용을 도와주고 슬슬 아카데미에 돌아갈지 고민하던 도중, 티토소가가 마법시계에 온 문자를 보고 신이 나서 외쳤다.

     

    “티토도 골렘 좋아해?”

    “헤스티아랑 오크노디도 골렘 키우고 있었잖아! 시험에서 막막 이케이케 다 쓸어버리고. 그거 엄청 강해서 얼마나 부러웠는데!”

     

    플라톤 교수님의 철인 3종경기 탑승물 기승 구간에서 골렘이 체급부터 압도적으로 날먹이긴 했지.

     

    “티토도 골렘 구하려고?”

    “파파한테 부탁했어. 도시방위용으로도 쓸 수 있는 든든한 골렘 하나만 만들어달라고!”

    “우왕. 돈 많이 들겠다!”

    “그래서 참 고민이야. 파파가 골렘이 먹는 밥이 얼마나 비싼지 아냐면서 국제마석가격부터 시작해서 관리비 유지비에 온갖 핑계를 다 댄다니깐?”

    “골렘이 좀 비싸긴 해!”

    “오크노디는 야생골렘 잘만 주웠잖아!”

    “그래서 요즘은 안 써!”

    “헉. 진짜네?”

    “대신 경호부대를 새로 만들었어!”

    “우씽. 더 좋아진 거잖아!”

     

    원래 컴퓨터나 스마트폰이나 최신기기로 업데이트하면 구버전은 공기계로 헐값에 팔아치우거나 업체에 맡겨서 처분하고 그러는 거다.

    냉혹한 골렘 업데이트의 세계에서도 저급 골렘이 버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자연의 법칙!

     

    “근데 아까부터 어디서 자꾸 빛이 나는 거야?”

    “그러게?”

     

    북부군이 테마파크를 돌면서 자꾸 빛기둥을 만드는데 시도 때도 없이 번쩍 하고 솟구쳐서 시선 강탈하는 강화이펙트에 눈이 다 부시다.

     

    “아휴 눈아파. 그만 아카데미 돌아갈까?”

    “응. 여기 너무 무서웠어!”

    “앞으론 과제도 꼬박꼬박 잘하고 교수님 말도 잘 듣는 착한 수강생이 될 거야.”

     

    마치 롤러코스터에 타면 너무 무서운 나머지 생전 찾아본 적도 없던 신을 속으로 수십 번도 더 부르며 앞으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조건부 기간제 고해성사를 하는 어린이들처럼 즈앙이 자신의 기도문을 고백했다.

    가끔 생각하지만 즈앙이 왜 악성향으로 분류되는지를 모르겠다.

    애가 이렇게 무해하고 착하고 하찮게 귀여운데 실은 성향분류가 잘못된 건 아닐까?

     

     

    * * *

     

     

    오크노디야 테마파크 번쩍번쩍 현상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황제의 신물가챠 성공사태처럼 빛과 기둥이 높고 강렬한 것도 아니고, 애초에 오크노디는 신물가챠가 성공할 무렵에 금기연구소 안에서 상태이상과 사망 사이의 무언가를 겪었다.

    비교대상을 경험하질 않았으니 제국이 금기를 해제하니 귀찮은 이펙트가 많구나, 하는 감상에 그쳤다.

     

    “누가 이리 불법강화를 해대는 겁니까?”

    “제국과의 관계가 멀어지면 테마파크의 입장이 곤란해진다. 전직 도적길드 길드원의 자존심을 걸고서라도 집단강화범들의 정체를 밝혀내자.”

    “강화가 공식적으로 허가되기 전에 강화 이펙트가 뜨지 못하도록 단속해라.”

     

    VVIP전용 접수원 발레포르 와사비 선배부터 시작해서 전직 도적길드 길드원, 경호대장 디스트로이어 교수까지 모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

    그러나 정작 그들에게 돌아온 보고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강화이펙트는 있었지만 강화한 물건은 일절 보이지 않았다고요?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분명 강화이펙트가 떴는데.”

    “아니 분명 저놈들이 맞기는 한데 고강 반응을 보이는 물건이 없습니다. 수집품을 구매해서 강화했나 검사를 해봤는데 그런 것도 아닙니다. 혹시 벽이나 블록을 뜯어다가 강화하고 시치미를 떼나 싶어서 마력투시검사도 구조물과 시설에 싹 돌렸는데 검출결과도 깨끗합니다.”

    “전성기의 폼을 회복하다 못해 능가해버린 지금의 몸으로도 달리 이상은 보이지 않는군. 그럼 추정되는 원인은 하나뿐인가.”

     

    오직 디스트로이어만이 연쇄강화이펙트 사태의 원인을 알아차렸다.

     

    “이건 마나연공법이 강화된 거다.”

    “예?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가능하다. 물건이 아니라면 신체밖에 강화대상은 없지. 그렇다고 팔 한짝이 사라지거나 다리 한짝이 없거나 그런 눈에 띄는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고, 실종자 신고가 빗발치지도 않았지. 이는 <마나기관>이 강화되었음을 암시하는 현상이지.”

    “아카데미 졸업생인 저로서도 들어보지 못한 해괴한 이야기입니다.”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 유능한 놈들은 북부의 척박한 땅까지 올라가서 인재로 써달라고 간청할 필요가 없고, 필요가 없으면 북부의 정서를 모르지.”

    “북부의 정서…?”

    “북부는 모든 자원이 부족하다. 그런 주제에 맞서야 할 위협은 크지. 생존을 위해 성장이 필수지만 눈에 띄는 장비를 갖추면 적이나 아군에게 노려지기 쉽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기초보급 북부연공법에 매달리는 거다.”

     

    북부군들의 성장메커니즘은 지극히 단순하다.

    마나연공법으로 마나기관을 형성한다.

    열심히 수련해서 여유가 나면 마나기관을 하나 더 형성한다.

    형성한 두 기관을 합쳐서 강화하면?

    아무리 재능 없는 허접이라도 강화효과에 힘입어 마나수용량이나 마나회복속도, 마나출력 등이 상승하는 전투력 상승의 효능을 보게 된다.

    심지어 이 모든 과정은 체내에서 일어나니, 아무리 제국이라도 제국의 금기 강화를 저질렀다며 트집을 잡을 수가 없다.

    모든 증거가 체내에 있는데 배를 갈라서 마나기관을 끄집어내고 음, 이 마나기관은 +5강이군. 징역 5년! 따위를 선고할 수도 없었다.

    맞다면 배가 갈라져서 죽고 아니라면 아니어도 배가 갈라져서 죽는데 형량이 무슨 상관인가.

    그런 부당한 처사를 당하고도 가만있을 북부군도 아니니 선황도 알면서도 넘어갈 수밖에 없는 암묵적으로 허용되는 지역관행이기도 했다.

     

    “그럼 강화이펙트가 왜 북부도 아닌 이곳에서, 지금 와서 빗발치는 겁니까?”

    “수집품을 모으면 몸이 건강해지고 기운이 보강된다. 새로운 형태의 물건에 깃든 새로운 구조의 술식들이 무의식에 하나씩 새겨지면서 본질적인 이해와 분석력을 높이기 때문이지. 그런 현상이 강화에 부족한 한 발자국의 힘을 보탠 결과가 이것이다.”

    “…그러다 강화가 실패하면 신체가 터지고 피도 흥건하고 난리가 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발레포르 와사비의 의문은 타당했다.

    강화도 실패하면 물건이 망가지거나 심하면 소멸하기도 하니까.

     

    “북부군은 그런 실패를 수도 없이 겪으며 자신의 신체를 더 공고히 단련해왔다. 흩어지는 마나를 규합하는 것쯤은 일도 아닌 녀석들이지. 마나회복력과 마나기관 재형성에는 도가 튼 놈들이니 인명피해는 걱정 없을 거다.”

     

    더욱이 실제장기와 융합하여 신체성능을 끌어올리는 융합형 마나기관은 마나연공법의 등급이 어느 정도는 높아야 가능한 일.

    신체 어느 기관에도 깃들지 못하는 보급형 마나연공법이기에 가능한 약자들의 반란인 셈이었다.

     

    “결과적으로 북부군의 전력이 어마어마하게 상승했군. 병사급에서 지휘관급으로 오른 수도 엄청나지만, 지휘관급에서 상급장교 수준으로 경지가 오른 장교들도 보통 많은 것이 아니네.”

     

    역시 재단과의 결전을 위한 오크노디의 준비는 박차를 가하고 있군.

    정말로 큰 사건이 터지기 직전, 폭풍전야와도 같은 긴장감을 느끼며 디스트로이어는 아카데미로 떠난 제자와 사다코 교수를 돌아보았다.

     

    ‘지금의 나로서는 테마파크를 지키는 것이 한계다. 오크노디를 지키는 것은 네게 부탁하마. 사다코.’

     

    오크노디에게 호의적인 또 한 명의 교수, 명호스님이 있기는 하지만 그는 미덥잖았다.

    호의보다 호기심에 가까운 감정을 품은 교수, 브론즈 교수는 말할 것도 없었다.

    감히 만능도적에게서 무언가를 훔친 도둑년이라서 괘씸하게 생각이 드는 까닭도 한몫했다.

     

    ‘양심이 있으면 내 눈치를 보아서라도 오크노디에게 잘해주겠지.’

     

    결과적으로 보자면, 디스트로이어의 오크노디 걱정은 괜한 걱정이었다.

    그는 자신의 앞가림부터 먼저 걱정해야만 했다.

    북부군단의 테마파크 방문.

    이어진 기하급수적인 군단의 성장.

    그 연관관계를 깨달은 인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조금만 생각해도 명백했으니까.

     

    “트로이 왕국의 테마파크는 오늘부로 우리 작센 공국령에 편입될 것이다!”

    “허튼 소리! 우리 트로삐카 공국이야말로 오크노디 테마파크의 진정한 주인이 될 것이다!”

     

    헛바람이 들어간 나라들이 죄다 군대를 끌고 자기네 군인들을 강화하려고 침공각을 재기 시작했다.

     

    “…더럽게도 많이 왔군.”

     

    그걸 막는 일이 디스트로이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놀이공원에 놀러갔다 오면 군단이 강화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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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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