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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8

        

         

       진성은 이아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블루투스 주술.

         

       이아린다운 표현.

         

       동시에 이성보다도 빠르며, 직관적이되 통찰력이 있는 그녀의 본능을 보여주는 표현이기도 했다.

         

       어쩌면 권능의 힘으로 남의 비밀을 보고 다니는 이세린과 비슷하기도 한 모습.

       겉모습만 보면 극과 극처럼 보이는 일이 많았지만, 이러한 일면을 본다면 그녀 역시 이세린과 분명히 닮은 면이 있었다. 마치 자매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말이다.

         

       어쩌면 가장 비슷한 존재이기에 거울처럼 서로를 닮아가는 것일 수도 있겠지.

       사람은 주위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자라나는 존재이며, 주위를 반영하고 비추는 거울과 같은 존재이니까 말이다.

       어쩌면 그렇기에 이세린과 이아린은 거울처럼 반대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거울처럼 비슷한 모습으로 자라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어쩌면…말이다.

         

       다만 이것은 가설일 뿐이다.

         

       뒤틀려버린 시간 속의 미래.

       그곳에서의 이아린은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였으니 말이다.

         

       그때 세상에 자신의 힘을 그대로 드러내기 시작한 이세린과는 다르게 이아린은 명성을 얻지 못했다.

       실력이 없었거나, 실력이 있으되 그것을 드러낼 기회가 없었거나.

       혹은 그럴 생각이 없었거나….

         

       자세한 사정까지는 알 수 없다.

       용병이 된 이후 이양훈 일가와 긴밀한 연락을 하지 않기도 하였고.

         

       ‘사람의 속을 사람이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진정 그것이 어떠한 이유가 있다면 이아린은 그것을 겉으로 드러낼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 권능의 힘을 사용할 이세린 정도나 되어야 그것을 캘 수 있겠지.

       하지만 캘 수 있다고 한들 실제로 캔다면 불같이 화를 낼 것이요, 때에 따라서는 그것이 역린처럼 작용할 수도 있으니…. 아마 권능을 사용해서 자매의 사정을 캐는 것을 사양하였을 것이고, 설령 알았다고 한들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입에 담으려 하지 않았으리라.

         

       속과 겉이 모두 완벽한 존재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세상의 이치라.

         

       이아린은 단련된 무인이기에 겉으로 보기에는 단단하고 강인해 보인다.

       거기에 그녀 특유의 유들유들한 태도나 본능에 맡겨 살아가는 모습이 맹수를 떠올리게 만드니, 얼핏 마음마저 강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한 존재가 어찌 존재할 수 있으랴?

       소림사의 무인조차도 강력한 신체와 강인한 정신을 둘 다 가지기가 힘이 들거늘.

       하물며 본능에 몸을 맡기고 본능에 충실하여 성장하는 이아린이 어찌 그와 같을 수 있겠는가?

         

       이아린은 겉모습과는 다르게 여린 면이 분명히 존재했다.

       그리고 그 여린 면이 어쩌면 그녀가 훗날 명성을 얻지 못하게 만든 것일지도 모르지.

         

       그녀의 여린 면을 자극한 것은 무엇일까?

       뒤틀려버린 시간 속 아직 오지 않은 시련은 무엇일까?

         

       자신이 호감을 느꼈던 친구, 엘라의 비참한 죽음?

       그 아무도 모를 마음속의 격랑?

       혹은 진성도 모르는 어떠한 일 때문인가?

         

       모른다.

       시간은 뒤틀렸고 이제는 모든 것은 그 비틀림 속에 파묻혀버렸으니.

         

       “음? 오래비. 시선이 좀 느끼한 거 같은데. 연결 상태가 안 좋은가? 블루투스 끊겨?”

         

       이아린은 자신을 바라보는 진성의 시선에 피식 웃더니 진성의 가슴팍 부분을 주먹으로 툭 하고 쳤다. 물론 힘을 싣지도, 기를 싣지도 않고 장난삼아 톡 말이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자. 라디오 같은 것도 연결 잘 안되면 이렇게 톡톡 쳐줘야 하더라. 이제 연결 잘 되나?”

         

       눈앞에 있는 박진성이 진짜 박진성이 아니라는 것을 본능으로 감지했던 이아린은 그것의 성질이 뭔지는 모르지만, 오래된 라디오 같은 것과 비슷할 것이라고 멋대로 생각한 모양이다.

       그렇기에 조금 이상한 모습은 연결 상태가 불량하기 때문이며, 톡톡 침으로써 그것을 고칠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려버린 것이다.

         

       “허허허. 이거 참. 잘 어울려 다니는 모양이로구나.”

         

       진성은 그러한 이아린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4차원 같은 말을 툭툭 내뱉고, 기행을 하고 다니던 그의 동료.

       담비라는 별명을 가졌던 그녀.

       아나스타시아.

         

       사람이 환경에 영향을 받는 생물이기에, 지금 이아린이 보이는 언행 역시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었다.

       아나스타시아와 친하게 지냈다면 그것이 일부 옮는 것 정도야 이상한 일이 아닐 테니까 말이다.

         

       “응? 뭐 그렇지. 그렇게 귀여운데 어떻게 친하게 지내지 않을 수 있겠어?”

         

       이아린은 진성의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는 그의 말에 긍정을 표했다.

         

       “음. 그 덕분에 좀 혼나기도 했지. 사고 좀 작작 치라고. 너희는 친해져선 안 된다고 했던가? 둘을 붙여놓으면 더하기가 아니라 제곱이라면서….”

         

       “저런. 장난이라고 해도 적당히 했어야지.”

         

       “음…. 이건 비밀인데 말이야….”

         

       이아린은 목소리를 낮추더니 진성에게 바짝 붙었다.

       그리곤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속삭였다.

         

       “솔직히 나도 아샤의 에너지가 감당 안 될 때가 있어. 어린애의 체력은 당해내기가 어렵다고 하더니, 딱 그 말인 것 같기도 해.”

         

       이아린은 그렇게 말하고는 박진성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곤 장난기 서린 얼굴로 웃음을 지었다.

         

       평소 이아린이 짓던 미소와는 조금 다른.

       아나스타시아가 자주 짓던 해맑으며 장난기가 약간 어려있는 그러한 미소였다.

         

       진성은 그러한 이아린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이아린의 말을 이해하기라도 한 듯이 말이다.

         

       “응?”

         

       이아린은 진성의 몸짓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냥 의례적으로 끄덕이는 것이라고 하기에는 분명히 공감하는 듯한…. 이아린의 말을 이해하고 동조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그것을 그냥 기분 탓이라고 여겨버렸다.

         

       박진성이 어떻게 아나스타시아에 대한 것을 알 것이며, 어떻게 그녀의 일에 대한 것을 진실로 공감하겠는가?

         

       물리적으로 곁에 없는데 말이다.

         

       그렇게 이아린은 자신의 본능이 보내오는 또 다른 속삭임을 저리 치워버렸다.

       대신에 ‘선물’의 존재를 다시 한번 떠올렸다.

         

       “뭐 됐고. 선물 줘.”

         

       선물에 대한 것을 떠올리자 느껴지는 것은 그 선물이 뭔가 범상치 않을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마치 제6의 감각으로 냄새를 맡는 듯한 그러한 느낌에 이아린은 진성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양손을 말이다.

         

       그녀는 공손히 손을 내밀어 손바닥 위에 선물을 올려달라는 듯한 포즈를 취했고, 진성과 눈을 마주치며 어서 뜸 들이지 말고 선물을 꺼내서 이곳에 올려 나에게 소유권을 넘기라면서 무언의 압박을 보냈다.

         

       그리고 그러한 압박에 진성은 선물을 꺼냈다.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말이다.

         

       “오오….”

         

       그 꽃은 보자마자 탄성을 터뜨리게 만드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싱그러운 향기.

       생명력을 가득 그러모은 듯한 싱그러움에, 은은하게 코를 간질이는 그 향.

       향기를 맡고 있다고 자각을 하는 것만으로 정신이 드는 듯하였고, 속이 비쳐 보일 정도로 얇은 꽃잎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예술작품을 떠올리게 만든다. 어쩌면 얼음을 아주 얇게 포를 뜬 뒤 겹겹이 쌓아서 꽃의 형태로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착각마저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하늘하늘 흔들리는 모습, 그리고 꽃 자체에서 느껴지는 분명한 생명력이 그것이 조각도 아니고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인공물도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것은 스스로 피어나는 것이요, 생명을 가지고 활짝 만개한 것임이 분명하다.

         

       생명력을 가득 품고 피어났으니.

       그 이름은 익선청련(翼蟬淸蓮)이라.

         

       회귀 전에는 잠깐이나마 흔하게 볼 수 있었던.

       하지만 지금은 알아보기는커녕 그 존재조차 유명하지 않을 영약.

         

       진성은 그 꽃을 사뿐히 들어 이아린의 손 위에 올렸다.

         

       “이야…. 작은데 이렇게 이쁘다니. 신기하네에….”

         

       이아린은 자기 손바닥 위에 올라온 꽃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 눈을 빛냈다.

         

       한 입에도 삼킬 수 있을 정도로 자그마한 크기.

       자신이 자주 가는 삼겹살집에서 싸는 쌈보다도 자그마한 크기의 꽃인데….

       분명히 그렇게 작은데, 이상하게도 뭔가 크기보다도 더 크게 느껴진다.

         

       한계까지 꽉꽉 채운 쌈을 보는 것처럼.

       그래, 저 얇은 꽃잎으로 만들어진 꽃 안에 무언가가 꾹꾹 들어차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양훈이 구해다 주는 영약들과 비슷한 느낌도 들고….

       하지만 기(氣)가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이 가득 들어차 있는 느낌.

         

       몸에 좋은 성분이 들어있는 것 같지도 않지만, 몸에는 좋아 보이고.

       기를 품고 있지는 않지만, 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고.

       그러면서도 뭔가 먹으면 탈이 날 것 같지도 않아 보이고….

         

       “오래비. 이거 꽤 귀해 보이는데….”

         

       이아린은 박진성이 준 이것이 꽤 귀한 종류임을 깨달았다.

         

       꽃의 생김새를 보면 딱 봐도 귀해 보이긴 했지만….

       그녀의 본능이 속삭이는 내용은 이 꽃의 아름다움을 ‘따위’로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먹어도 탈이 없는 영약이라니!

       위험성이 떨어지는 영약이라니!

         

       상상만 해도 엄청난 가치를 지녔을 것이 분명했다!

         

       영약이라는 것은 대부분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가지고 있는 성분이 몸에 맞지 않는다거나, 익히고 있는 무공과 성질이 맞지 않는다거나 하는 그런 위험성 말이다.

       물론 현대에 들어서 그러한 위험성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고, 영약을 제어하거나 가공할 수 있기에 큰 문제는 아니긴 했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영약이라고 다 몸에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손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은 그러한 위험성이 없어 보인다.

       너무나 놀랍게도 말이다.

         

       아니, 아니지.

         

       “그렇지는 않다. 앞으로도 더 구해올 수 있는 물건이니 말이다.”

         

       “아니, 더 구해올 수 있다고 해도…. 그래도 가치가 낮아 보이지는 않는데. 으음. 내가 본 영약 중에 가장 사람 안 가릴 것 같은 영약이라니…. 이거 참. 오래비, 잘 먹을게!”

         

       이아린은 꽃을 소중하게 양손에 쥐었다.

       그리곤 진성을 바라보며 윙크했다.

         

       고마움과 약간의 쑥스러움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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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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