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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8

       

        

        

        

        

        

        

        

        

        

        

       “자, 서로 밀지 마시길. 10분 안에 전부 둘러보고 악수까지 하고 갈 수 있으니까요. 대신 음식 주문 및 테이블에 앉는 건 불가능합니다.”

        

       “휴대폰 알람 끝난 분들은 자연스럽게 퇴장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메카 막내들이 전부 지켜보고 있습니다! 뒤에서 기다리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시간이 종료되면 퇴장을 부탁드려요!”

        

       “<음, 역시 텅텅 빈 것보단 북적북적한 게 더 볼 만하네.>”

        

        

        

       -아니이럴줄알았으면나도송도갈걸!!!!!!!!!!!!!!!!!

       -와 개부럽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그럴 것 같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루일찍 메이드뱜 서비스 열었으면 배아파 죽었을텐데 적당히 중간쯤에서 합의봤네 ㅋㅋ

       -뭐했다고 여기 500명이나 몰렸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후 3시, 송도 엑스포 A동,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송도점.

        

        그야말로 수많은 사람들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숫자의 인원이 내부를 바쁘게 돌아다니고, 마치 NPC마냥 주변 곳곳에서 초코칩의 쿠키마냥 군데군데 박힌 메카 막내들과 인사를 나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게 내부에서는 커피 냄새, 혹은 달콤한 냄새 같은 건 나지 않는다. 끊임이 사람이 오가는 것과는 별개로 오더 자체는 막아놓았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이게 무슨 상황인가 하니 – 쉽게 말해, 제2차 개방 비스무리한 것이었다.

        

        

        

       “…너무 즉흥적인 결정일 것 같아서 불안불안했는데, 그래도 어떻게 잘 됐네요. 단순히 팬미팅 비스무리한 정도라면야 괜찮을거고….”

        

       “이런 더운 날에 밖에 수많은 분들이 대기하고 있는 것도 찝찝하기도 하고, 이 정도라면 감당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으니까요. 미리미리 방문객 동선 파악도 하고, 아까 말했듯이 팬미팅도 겸할 수 있으니.”

        

       “…그런 것치곤 3기생 분들은 빠졌지만요.”

        

       “그 분들은 어쩔 수 없죠.”

        

        

        

       -그럼 저기있는 애들은 3기생 빨간약 다 본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설개방 전부터 화면에서 사라진거보니 미리 비얌이 언질해줘서 바깥으로 뺀듯?

       -홀로돌 얘네는 진짜ㅋㅋㅋ 대외활동도 제대로 못하고 이게 뭐냐? ㅈㄴ웃기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이…홀로그램 아이돌이니까….

       -꼬우면 아이리스처럼 TS빔 맞고오시라고요 ㅋㅋ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지켜줘야 하니까….

        

        물론 농담이고, 채팅창에서도 얼추 파악한 것처럼, 외부에 잠깐 시설 개방한다는 방침이 정해짐과 동시에 언질을 주었다. 지금쯤 엑스포 주변의 식당에서 열심히 식사 중이겠지.

        

        지난 번에도 말했듯 아까부터 했었던 드론캠은 사람의 모습 위에 아바타 형상을 덧씌울 수 있으니 빨간약이 공개될 일은 없다. 거기에 A동으로 들어오는 입구부터 외부 시선을 차단할 수 있었고.

        

        다시 돌아와서, 제2차 방문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1. 카페 내부 투어 및 팬미팅을 위해, 카페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은 10분간 카페에 체류 가능하다.]

        

       -[2. 엑스포 입장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에 있는 타이머는 카페 입구의 센서를 가로지름과 동시에 작동되고, 10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작동되며, 이것이 울리면 퇴장해야 하고, 재방문은 불가능하다.]

        

       -[3. 내부에는 나, 다이스와 하모니, 메카 막내들, 호떡 일행 등등이 있으며, 10분 안에 자유롭게 사인을 요청하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올리비아는 예외.]

        

        

        

        대충 중요한 사실은 이 정도.

        

        일단 여기까지는 엑스포 애플리케이션에 표기해놨지만, 여기에는 표기되어있지 않은 특별한 이벤트 하나도 존재했다 – 그리고 그것이 무언가 하니,

        

        

        

       “거기 인간, 잠시만 이리 와봐.”

        

       “에, 저요…우왓, 레인이다! 팬이에요!”

        

       “고마워, 고마워. 알았으니 앙-해봐.”

        

       “아앙…우왓! 케이크! 엄마 나 레인이 케이크 먹여줬어어어어-!”

        

       “와, 말도 안 돼. 저도 해주세요-!”

        

        

        

       -?????????????

       -아니시1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나만이런거못해?????????????앆!!!!!!!!!!!!!!!!!!!!!!!!!

       -아오늘시간비는데송도안간나란새1끼진짜병1신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1발 현장이벤트 뭐냐고!!!!!!!!!!!!!

        

        

        

        바로 메카 막내들의 히든 서비스였다.

        

        케이크야 하루이틀 정도 내버려둬도 상관없고, 소분해도 조각케이크로서 팔 수 있지만, 부모님이 방송을 보다가 오늘 들어온 양은 오늘 다 소비해도 된다고 말했단 말이지.

        

        냉장고야 충분히 크긴 하지만, 어차피 영업 개시는 내일부터고, 아예 새로 시작하는 느낌으로 디저트를 왕창 주문해뒀으니 그리 해도 큰 문제는 없다나 뭐라나.

        

        그 결과 냉장고에 남아있는…대략 30개 정도의 케이크가 전부 여섯 조각이 되었다. 한 사람당 한 조각의 1/3만 먹어도 480명이니 얼마든지 먹어도 거의 문제가 없단 말이지.

        

        그리하여 이런 난리가 벌어진 것이었다.

        

        

        미리 줄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홀로그램으로 길을 세워뒀기에 방문객들은 차례대로 메카 막내들에 의해 입 안에 케이크가 구겨넣어졌고, 다들 아주 흐뭇한 표정을 지은 채 돌아가곤 했다.

        

        물론 가면 갈수록 사람이 몰렸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나스티와 아이리스 등등이 추가되었다.

        

        당연하지만 이번에 데뷔한 나스티와 관련된 반응이 실로 볼 만했다.

        

        

        

       “인간! 입을 여는 겁니다! 구강을 벌리고 케이크를 받아들이세요!”

        

       “…나스티?”

        

       “후후후, 이렇게 차근차근 인지도를 쌓아나가면 본 개체의 복귀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아질…우갸악!”

        

       “헛소리 말고 일에나 집중해, 임마.”

        

       “우우…넷째의 업무 환경은 가혹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나스티련 진짜 귀여워 뒤지겠네 ㅋㅋ

       -초딩비얌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씌!!!빨송도가고싶다!!!!!!!!!!!

       -지금가면늦냐???진지하게급함

        

        

        

        …메카 몬낸이 넷째는 진짜 말투를 종잡을 수가 없단 말이지.

        

        아무튼 사람들은 성숙한 첫째-셋째도 좋아했지만, 지난 번 엑스포에 이어 새로이 등장한 나스티의 존재를 실로 열심히 반겼다. 하지만 줄을 이탈하거나 다른 곳으로 갈아탈 수 없으니 힐끔 쳐다볼 뿐.

        

        그리고 다른 줄을 부러워하더라도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헤벌레 웃으며 케이크를 받아먹고는 얌전히 출구로 나갔단 말이지.

        

        오히려 의외인 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생각보다 메카 막내들의 인기가 골고루 분포되어있군요. 특히 마브가 제법 의외라고 해야할지.”

        

       “그래요? 마브도 엄연히 유진 씨 밑에 합류했으니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 모양인가봐요.”

        

       “오퍼레이션 웨이스티드 실버에서 막바지에 잠깐 등장했으니까요.”

        

        

        

        진과 레인은 애시당초 팬층이 실로 탄탄하기 그지없었다. 거의 보증수표라고 해야 하나.

        

        과거 미확인구역 탈출 미션을 할 때 실컷 댕청미를 뽐냈었던 진, 아군으로 전향한 악역이라는 클리셰에 아주 잘 부합하는 레인. 그리고 이 둘은 오퍼레이션 우로보로스에서도 열심히 일했기도 하고….

        

        하지만 마브는 저쪽 세상이라면 몰라도 여기서는 관리 AI를 돌파할 때 마지막에 잠깐 나왔을 뿐이란 말이지. 나스티의 뒤통수를 힘껏 후려갈겼다는 측면에서는 상당히 화제가 되긴 했지만.

        

        …뭐어, 이렇게 생각해봐야 그저 ‘메카 비얌이라 좋아하는 거다’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긴 한데.

        

        

        

       “그냥 흘려들어주세요. 뭐어, 인기가 균등하면 좋은 거죠. 어느 누구한테 쏠리는 건 조금 그렇잖아요?”

        

       “애시당초 메카 막내들은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잖아요. 그리고 어차피 원하는 줄에 편하게 설 수도 없어요. 안 그래도 사람이 원체 많으니 아이리스까지 투입한 건데.”

        

       “…그도 그렇긴 하네요.”

        

        

        

       -부…아니 인기의 재분배 on

       -생각해보니 그도 그런 ㅋㅋ

       -그래서 다이스랑 하모니는 왜 저기 안 끼어있나요?

       -저 둘은 이따 비얌한테 케이크 먹여줘야해서 안됨 ㅋㅋ

       -어디서 로건 집 또 녹는 소리 들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모니랑 다이스도 저쪽으로 보내서 도우라고 할 걸 그랬나?

        

        물론 농담이었다. 아이리스까지 투입되어 총 다섯 명 가량이 되니까 그래도 줄이 그럭저럭 줄어든다. 게다가 메카 막내들은 전력만 무한하면 영구히 가동될 수 있으니, 체력 문제도 없고.

        

        시설 내부 투어에서 메카 막내들의 케이크 먹여주기 카페 비스무리한 것이 되었지만, 어쨌든 모두가 만족하니 된 게 아닐까. 나는 그리 생각하며 아까에 비해 확연히 사람이 줄어든 내부를 보았다.

        

        현재 시각은 오후 4시 반 즈음. 카페 1층의 벽면에 달린 투과 가변 유리에서는 바깥에서 사진을 찍고, 주변을 돌아다니거나 각자 할 일을 하러 복귀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분위기가 좀 잦아든 것을 기가 막히게 읽은 3기생 인원들도 어느덧 슬슬 복귀각을 잡았고, 슬슬 정리가 되어가는 카페 내부에 들어와 덧붙였다.

        

        

        

       “저희도 아이리스 옆에 붙어 다니게 되면 EM급이 될 수 있을까요?”

        

       “…여러분들이 실제로 아바타처럼 바뀌게 되면 그건 그것대로 무지막지하게 골치아픈 일이 되지 않을까요.”

        

       “안 될 거라고는 말 안하시네요.”

        

       “….”

        

        

        

       -입꾹닫wwww

       -예시가 있으면 함부로 입을 열 수가 없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필이면 자기 근방에서 EM급이 3명이나 나와서 아무말도 못하는 윾진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가 자초한 일이다 유진레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가 왜 레즈야 ㅋㅋㅋㅋ 

        

        

        

        …그러니까 말이다.

        

        전례가 있으니까, 내가 괜히 또 뭔가 말했다가 이상한 일을 촉발시키게 되는 일은 이젠 더 없으면 좋겠단 말이지. 물론 그런 말까지 입으로 내뱉기는 좀 그랬기에, 나는 그저 입꾹닫을 시전할 뿐이었다.

        

        5시가 되어서야 마지막 사람까지 완전히 빠져나가고, 아이리스가 숨을 몰아쉬며 머리에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훔치는 사이, 메카 막내들은 그제서야 꺅꺅대며 오늘 너무 재밌었다고 말하고 다닌다.

        

        

        

       ‘이제 이대로 문을 잠그고 나가면 벽면에 수납된 청소 로봇들이 알아서 청소와 환기를 마칠 거고….’

        

        

        

        그 점은 이미 이들에게 주지시켜줬으니 상관은 없겠지.

        

        모두에게 고생했다고 말하며 활짝 열려있는 정문으로 일제히 나가는 사이 이어지는 말.

        

        

        

       “그럼 이제…저녁 먹으면 오늘 스케줄은 끝이겠네요.”

        

       “그렇죠…하지만 저는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아, 그래요? 뭔가 할 거예요? 집 가서 후일담 썰풀이 할 거면 저희도 같이 해요.”

        

       “그래요, 그래요. 어차피 오래 안 걸리는 일이라서 신경 안 써줘도 괜찮아요.”

        

        

        

        그에 하모니와 다이스는 머리에 물음표를 띄웠지만, 나는 그에 의미모를 미소를 지으며 옅게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별 건 아니었고…오늘 들킬 뻔했던 메카 막내-막내와 대화를 나눠야만 할 시간이었다.

        

        

        

        

        

        

        

        

        

        

        

       “나도 기어 줘어어어어-!”

        

       “…아이구, 시끄러워라. 알겠어요, 알겠어요. 최대한 해결책을 빨리 가져와볼테니 그만 앵겨요.”

        

       “왜다른사람들은다밖에서즐거운시간보내는데나만엑스포에서심장졸이면서돌아다녀야돼에에….”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가이아의 외부활동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격렬한 의무감에 휩싸였다.

        

        진짜 환장하겠네.

        

        

        

        

        

        

       

        

        

        

        

        

        

        

        

        

        

        

        

        

        

        

        

        

       “밖에 나갔다 오기 전까지만 해도 똘똘한 막내였는데, 그 사이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구만.”

        

       “메카 막내들은 유진에 비해서 정신연령이 대략 10살 정도는 낮아보이는데. 특히 자기들이 선호하는 걸 하고 싶어할때는 더더욱.”

        

       “…들었죠? 나름 해결책을 생각해보고 있으니, 제발 땡깡 좀 그만 부려요.”

        

       “아부부부브브….”

        

        

        

        엑스포 A동 내의 카페의 시범운영이 끝난 이후, 밤.

        

        나는 바닥을 굴러다니며 빽빽대는 가이아를 열심히 손봐주고 있었다. 사실 손봐준다고 해봤자 그저 볼따구 쭈욱 늘리기였지만…메카 땡깡쟁이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아무튼 아이리스의 일로 상당히 바빴던 탓에 봐주는 게 늦었지만, 이제 이 문제가 목젖까지 다가온 이상 시급한 해결책이 필요하겠지. 그리고 나름 생각을 해둔 것도 있었다.

        

        어디 보자.

        

        

        

       “지금 대거 팀 및 올리비아가 어떻게 바깥을 돌아다니고 있더라….”

        

       “마커스랑 수잔, 모리슨이랑 분대장, 키신저와 부분대장, 모건과 올리비아, 상어랑 체스터. 남은 건 북극곰과 너 정도지.”

        

       “그럼 그냥 제가 데리고 있을까요?”

        

       “글쎄.”

        

        

        

        이건 또 의외의 반론.

        

        반쯤 쪼그려앉아있는 내 머리 위에 얹히는 부드러운 손길. 누군가 했더니 요즘 머리를 다시 기르기 시작한 로건이었다.

        

        

        

       “가서 엑스포인지 뭔지 하는 그거나 열심히 해라, 이 자식아. 안 그래도 그쪽에서 온갖 이슈를 몰고 다니면서, 가이아는 또 누구로 변장시켜서 돌아다닐 건데?”

        

       “…그도 그렇긴 하네요.”

        

       “내가 데리고 다닐 테니까 적당히 놔둬. 마천루나 독특하게 생겨먹은 건물들 위주로 돌아다니면 되겠지. 게다가 그 발표인지 뭐시긴지가 끝나면 적당히 대놓고 데리고 다닐 수 있다면서?”

        

       “로건은 내 마음을 몰라.”

        

       “어쭈.”

        

        

        

        찰딱.

        

        방금 전까지는 땡깡부리더니, 이번엔 그런 소리가 날 정도로 나한테 달라붙어가지고는 안 떨어진다. 원래 이런 이미지였나 싶기도 했지만,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로렌티나가 쿡쿡 웃으며 다가왔다.

        

        

        

       “그게 아니죠, 로건. 이 친구는 그저 막내랑 같이 있는 시간이 부족해서 불만이 많은 거예요. 한창 애착이란 감정을 학습할 때죠.”

        

       “…후, 방금 전까지 정신연령이 꼴랑 15살 정도밖에 안 된다니 뭐니 하고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내가 이해해줘야지. 요 땡깡쟁이가 나보다 네가 더 좋다고 했으니 네가 책임지고 돌보면 되겠어.”

        

       “엑, 방금 전까지 엑스포나 잘 하라고 하지 않았어요?”

        

       “근데 얘가 네가 더 좋다잖아.”

        

        

        

        …그러면 딱히 할 말이 없긴 한데.

        

        아무튼 뚱한 표정으로 나한테 찰싹 달라붙어있는 가이아를 슬그머니 쳐다보던 로건이 한 마디 툭 던졌다.

        

        

        

       “아니면 지금 한 번 데리고 나갔다 오든지.”

        

       “…엥?”

        

       “대충 진이나 레인, 마브 중 한 명으로 위장해서 돌아다니면 되겠네. 걔네들은 어차피 오늘 일정 전부 소화해서 여기서 쉬고 있기도 하고, 요 땡깡쟁이 위에 사람 모습을 통째로 덧씌워 돌아다니는 것보단 그게 훨씬 편하겠지.”

        

       “아, 파츠 변화는 여기서도 할 수 있는데.”

        

       “…?”

        

        

        

        그 순간 가이아가 내 몸에서 슬쩍 떨어지더니 – 찰칵찰칵찰칵!

        

        작은 금속음과 함께 머리 위에 달린 뿔이 접히듯 사라지고, 흡사 갑주를 연상케하는 꼬리가 저절로 정렬되더니 완전한 뱀의 꼬리 형태로 변했다.

        

        눈동자의 색깔 및 관절 부분의 발광도 자유자재. 순식간에 청록색, 파란색, 보라색, 노란색 등등으로 바뀌며 그 현란함을 과시했다.

        

        이어지는 말.

        

        

        

       “무언가를 조형해내는 건 내 특기고, 나 자신도 거기서 예외가 될 수 없지. 언니들의 외형을 모방하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일 중 하나야.”

        

       “…그럼 레인으로.”

        

       “좋아.”

        

        

        

        순식간에 몸의 색깔이 푸르게 고정되더니, 목소리 톤마저 레인과 상당히 흡사하게 바뀌었다.

        

        이어지는 말.

        

        

        

       “그럼 갈까, 주인?”

        

       “…당신 때문에 나중에 진짜 레인도 데리고 나가게 생겼군요.”

        

       “맏언니잖아. 한 번만 해줘.”

        

       “후, 그래요.”

        

        

        

        어쩌다 맏언니 신세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좋아. 가자.

        

        나는 그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대거 팀을 바라보며 작게 웃음을 터뜨렸고, 이내 열린 문으로 나갔다.

        

        뚝섬한강공원에 비얌 둘이 떴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을 가득 메우기 전까지 20분 전의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더블비얌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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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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