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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9

    <639 – 위기의 가능충(1)>

     

    아카데미에서 열심히 강의를 듣고 있는데 창밖을 누군가 부리로 톡톡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모지?

    티토소가의 고개가 부엉이처럼 비스듬히 기울어졌다.

    흘끗 내다본 창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마법과 현실의 환각작용]

    -월요일 3교시 14시~16시

    -교수 : 스톨라스

    -모험학부, 교양강의

    ━━━

     

    교수님이 강의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가려내고 벌점을 주려고 만든 함정일까?

    티토소가는 자신의 생각에 설득력을 더해줄 광경을 목격했다.

    스톨라스 교수님이 자신과 소리가 나는 창문을 흘끗흘끗 쳐다보기 시작한 까닭이었다.

     

    ‘역시 교수님들은 모두 사악해! 사람의 원초적인 호기심을 벌금을 매길 수단으로 사용하고 낚시에 당하기만을 기대하면서 기다리고 있다니!’

     

    오크노디와 함께 이런저런 수많은 험한 일들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1학년 시절의 순진했던 티토소가는 창문을 벌컥 열고 [벌점고지서]를 받았겠지.

    하지만 2학년이 된 상급생도 엘리트 티토소가에게는 어림도 없는 소리지!

    티토소가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른 학생들은 어떻게 저리 잘 참고 있는 걸까?

    꼭 자신에게만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다들 무심한 태도가 굉장했다.

    꼭 세계포커대회에 출전한 것처럼 다들 굉장한 포커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아닌가? 포커페이스가 아니라면… 정말로 이 소리 나만 듣고 있는 거야?’

     

    아니, 자신만 듣는 건 아니다.

    톡톡.

    소리가 반복될 때마다 ‘교수님’도 분명히 창문을 흘끗거리고 있다.

     

    ‘어? 교수님이 한 명만 지목해서 함정을 파는 불공평한 짓을 하던가…?’

     

    아닌데.

    배움의 기회만큼은 공정하게 베푼다.

    기프트 아카데미의 교육철학은 그렇지 않았나?

    안 그랬으면 사다코 교수의 무서운 강의를 그녀처럼 소심한 쫄보가 함께 들을 일도 없었지.

    게다가 이거, 어디서 들어본 현상과 비슷했다.

     

    -티토. 이건 황궁시녀들이 태움문화에 사용하던 <마인드링크>라는 기술이야. 이걸 잘 다루면 아카데미에서 다른 학생들의 머리에 다이렉트로 귓속말을 건네거나 귓가에 벌이 날아드는 소리를 낼 수 있어!

    -히에엑! 그런 무시무시한 기술이 왜 존재하는 거야?! 귓속말은 재밌지만, 벌은 너무해!!

     

    오크노디는 몹쓸 활용법도 알려주었지만, 교수님 몰래 떠들고 싶을 땐 이것만큼 좋은 기술도 없다.

    정작 마인드링크로 실컷 떠들어도 답장이 가능할 정도의 실력자나 그녀가 귓속말할 상대는 오크노디나 즈앙 정도밖에 없었지만!

     

    ‘아무튼 저 소리, 나한테만 들리면 마인드링크로 거는 귓속말이랑 똑같잖아?’

     

    실제로도 의식하고 들으니 마법술식에 의한 전달음이라는 사실이 더 잘 느껴졌다.

    교수님은 소리 그 자체가 아니라 마법술식의 흐름을 느끼고 자신과 창문을 수상쩍게 쳐다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이 더워라.”

     

    티토소가가 어색하게 중얼거리며 창가로 걸어갔다.

    교수님의 시선이 이 수상한 녀석!을 외치며 그녀를 따라붙었지만, 다른 학생들은 아무 말도 의심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티토소가의 중얼거림에 무심코 향한 고개를 의식적으로 책상에 되돌리기 급급했다.

     

    -야, 너가 테러리스트랑 같이 노는 애라며? 뭔데 자꾸 나대?

    -조명대? 그거 눈부셔서 공부에 방해되잖아. 집에 놓고 다녀!

     

    2학년이 되자 뭣 모르는 유급생과 편입생들이 늘어나며 티토소가에게도 시비를 거는 학생들이 있었다.

    티토소가는 늘 그렇듯, 헤헤 웃으며 친하게 지내보려 시도했으나 타인의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대는 학생들도 있기 마련이었으니.

     

    -끼야아아아악!! 자연마나가, 내 안의 기운이!!!

     

    조명대의 유지비용으로 필요한 마나가 잔뜩 빨려버린 학생 한 명의 팔이 미라 꼴이 되었다가 긴급회복실로 이송된 이후.

    티토소가를 향한 모든 음해와 공격, 시비는 뚝 그치게 되었다.

     

    -안녕! 지난번 애완동물 이야기 너무 재밌었어! 오늘은 어떤 곰돌이 인형이 좋은지 얘기할래?

    -미, 미안.

    -…

     

    새 학기가 시작되고 안면을 튼 친구들도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죄다 달아나서 문제였지만.

     

    ‘힝.’

     

    핵심은 티토소가가 상태이상 친구 없음에 빠져있고 그녀의 외로운 영혼을 달래줄 신비한 만남의 기회처럼 여겨지는 현상이 일상 속에 일어났다는 것!

    저 창문 너머에는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

    날개 달린 요정?

    교수님의 랩실에서 탈출한 조교?

    그것도 아니면 같이 농땡이를 칠 친구를 구하는 자기처럼 외로움을 많이 타는 즈앙?

    티토소가는 벅찬 마음을 담아 창문을 벌컥 열었다.

     

    “도와주십시오, 조명대 인간.”

     

    창문을 두드리던 것은 까만 날개에 굉장한 몸매가 드러나는 오피스 룩이 돋보이는 냉정침착계 오피스비서 까망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굉장히 급해 보이는 모습에 교수가 탐탁찮은 얼굴로 말했다.

     

    “티토소가 2년생. 이 환상마법퍼즐을 풀면 오늘 강의는 즉시 나가도 좋습니다. 대신, 강의를 방해했으니 이 퍼즐을 풀지 못하면…”

    “에잇!”

     

    티토소가는 냉큼 달려가서 퍼즐을 향해 조명대를 휘둘렀다.

    막대한 힘이 실린 +13강 조명대가 퍼즐과 닿으니, 탐욕스럽게 마나를 흡수하는 조명대의 성질에 의해 환상퍼즐을 구성하는 모든 마나가 고갈되며 환상의 실체가 드러났다.

     

    “헉, 지팡이도 아니고 조명대로 환상마법 파해술식을 전개하다니!”

    “너무 빠른 전개 때문에 언제 마법을 펼쳤는지 육안으로 보이지도 않았어!”

    “히익. 저 정도 속도면 실전에서 싸웠다간 뭐에 당했는지 알아차릴 새도 없이 1초 만에 순삭당하잖아.”

     

    겁에 질린 학생들과 달리, 조명대가 무식하게 마나를 먹어 치운 탓임을 알아차린 스톨라스 교수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과연 황위찬탈의 주역 중 하나, 성녀연합회의 빛의 성녀답군. 저런 무식한 조명대를 보호마도구도 없이 하루 종일 맨손으로 집고 다니고도 멀쩡하다니.’

     

    저러니 약한 것들은 불가사의한 조명대의 위력에 겁을 먹고, 강한 것들도 저런 말도 안 되는 조명대를 감당하는 티토소가의 저력에 겁을 먹지.

    겁쟁이의 기질이 조금 남아있기는 해도 사교성이 좋은 티토소가가 단짝들이 없으면 혼밥에 혼자 강의 듣기, 혼자 강의실 이동하기를 하는 이유가 다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강함이란 모두의 두려움을 사기 마련이니까.

     

    “얏호! 강의 땡땡이 쳐도 된대. 나가서 얘기하자!”

     

    신나서 창밖으로 점프하는 티토소가.

    깜짝 놀란 학생들이 창밖을 내다보자 어디서 득템했는지 모를 마도구 <저속비행의 미니날개>를 파닥파닥거리며 천천히 활강하는 티토소가와 그 주변을 날아다니는 까마귀수인의 모습이 보였다.

    오크노디야 순식간에 졸업했지만, 인생 1회차에게는 쓸만한 정보가 가득 담겨 오래도록 애용해 온 <양면띠지의 방>의 결과물이었다.

     

    ‘역시 무서워!’

     

    티토소가의 동급생들은 두려움에 부르르 떨며 창문을 닫았다.

     

     

    * * *

     

     

    지상에 착지한 티토소가에게 까망이 날개를 펄럭이며 정신없이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전에 본 플라잉스켈레톤 감독관이 점점 옛 모습을 잊어가고 있어서 곁에서 기억을 더해주기도 급급한데, 비서실장의 부하가 덜컥 감독관을 어디론가 데려가서 더 급하다는 거야?”

    “바로 그겁니다.”

    “그걸 왜 오크노디한테 안 말하고 나한테 말해?”

    “저도 가급적이면 오크노디 님에게 직접 보고를 드리고 도움을 청하고 싶었으나, 어째서인지 오크노디 님의 행적을 교내에서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긴. 오크노디는 나도 가끔 찾기가 힘들긴 해!”

     

    배낭배낭의 식품배낭에 온갖 음식을 잔뜩 쟁여둔 뒤로 오크노디를 찾아보기 쉽던 식당에서도 이제는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사다코 교수님의 강의시간이 가까우면 모를까, 보충강의도 듣고 이번 주는 공강이 되어버린 지금은 강의시간에 얼굴 보기도 어려웠다.

     

    “그럼 오늘밤 기숙사에서 같이 찾아볼래?”

    “모험학부의 매주 변화하는 랜덤던전기숙사 말입니까?”

    “던전? 기숙사에 던전이 왜 붙어?”

     

    티토소가는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까망은 그 천진난만함이 오히려 충격적이었다.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눈치채지 못한 겁니까? 매주 등장하는 기숙사 필드에 매번 몬스터들이 출몰하고 던전기믹과 안전지대가 존재하는데 그게 던전임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은 겁니까?”

    “조명대 밝기를 조절하고 잤는데?”

     

    강화단계가 오르면서 여러 기능이 추가된 티토소가의 조명대에는 모든 부정한 존재의 접근을 불허하는 퇴마와 수호의 빛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사다코 교수를 비롯한 온갖 흉악한 교수님들의 강의를 거쳐오며 쌓인 서바이벌 지식이 자연스럽게 체화되었다.

    지켜야 할 길목을 하나로 줄이고 자신이 있는 장소를 언제나 안전지대로 구축하는 방법이 정립되었으니, 티토소가는 귀찮게 안전지대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그녀가 서 있는 곳이 언제나 안전지대이니까!

    역시 다크프린세스의 동료는 대단하구나.

    까망은 작게 감탄하였다.

     

    “그럼 이번주의 모험학부 기숙사 테마는 무엇입니까?”

    “음… 몰라! 반짝이는 것들이 많기는 했어!”

     

    들어가보면 뭐든 알겠지.

    별생각 없이 티토소가를 따라 모험학부 기숙사에 발을 들였던 까망은 입구에서부터 자신을 반기는 광경을 보고 바짝 얼어붙었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거울들.

    각기 다른 각도로 배치된 거울 속에서 ‘어긋난 동작’과 ‘엉뚱한 상’이 맺힌 거울을 찾기 무섭게 킥킥 웃거나 씨익 웃으며 흩어지는 거울 속의 괴물들.

    이곳은 기프트 아카데미 3학년들도 긴장해야 할 고난이도 모험학부 기숙사 <거울던전>이었다.

    자칫 방심했다간 거울 속의 몬스터들이 근처 거울까지 다가와서 불쑥 주인을 거울 속으로 끌고 가거나 기습을 하기도 하는 무시무시한 공간!

     

    번쩍.

     

    -끼야악!

    -내누우우운!

     

    조명대를 든 티토소가의 형상과 날갯짓을 하며 거울과 거울 사이를 넘나들던 까망의 형상들이 눈을 부여잡으며 달아났다.

    심심하면 눈뽕을 날리는 조명대의 소유자, 티토소가에게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던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느새 강해진 티토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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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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