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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9

        

       “이거 바로 먹는 게 좋나? 가장 싱싱할 때 먹는 게 좋겠지?”

         

       진성에게 감사 인사를 한 이아린은 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질문을 던졌다.

         

       “원래 이런 거 보면 신선도가 중요하잖아. 신선할 때 먹어야 기생충 걱정도 없고….”

         

       아니, 질문이라기에는 조금 이상한 무언가였다.

       질문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대화의 일부요, 답변을 듣기 위해 던지는 말일 텐데…. 이아린의 말은 질문 비스름하기는 했으나 답변을 기다리지는 않았고, 오히려 자기가 던진 질문에 자기가 답하는 식으로 전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눈앞에 둔 늑대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그것도 갑자기 식욕이 확 올라온 배고픈 늑대 말이다.

         

       이아린은 자신의 손안에 있는 꽃을 입 안에 넣고 싶어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그것을 바라보았고, 자기 입에 넣어도 되냐는 듯 진성에게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타오르는 듯한 그 시선에는 ‘먹어도 된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무언의 압박이 가득 담겨 있음은 물론이었다.

         

       “지금 먹어도 된다. 지금 너의 상태로 보아 섭취하여도 주의해야 할 일은 없을 것이니….”

         

       “아 그래? 그럼 먹어야지!”

         

       허락.

       먹어도 된다고 허락했다!

         

       이아린은 진성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꽃을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그리곤 그동안 영약을 먹었던 때처럼, 즙 한 방울 조각 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입을 꾸욱 다문 채 꼭꼭 씹기 시작했다.

       꼭꼭 씹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냥 씹지 않고 넘기는 것이 가장 간편하기는 했지만, 그러면 영양소에 미미하게나마 손실이 가기 때문이었다.

         

       이아린은 그동안 영약을 먹었던 경험을 통해, 대부분의 영약 역시 아주 잘게 꼭꼭 씹어서 삼켜야 소화 과정에서 손실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그 손실은 미미해서 실질적으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기는 했지만….

       그녀는 영약의 사악한 가격, 그리고 조금만 쓸만하다 싶으면 온갖 인맥과 수작이 얽히기에 구하기 더럽게 힘들다는 끔찍한 특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러한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것은 이아린 나름의 가족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평소 이양훈을 ‘꼰대’라고 부르면서도, 이양훈이 고생해서 가져온 영약에 손실이 나는 것이 싫어 영약의 끔찍한 맛조차도 감수하고 꼭꼭 씹어 삼키는 것을 본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익숙해졌음에도 영약 특유의 그 끔찍한 맛은…다른 종류를 먹을 때마다 색다르게 다가오는 그 역겨운 느낌은 언제나 그녀에게 신세계를 보여주었으니.

       그녀는 이번에도 끔찍한 맛이 몰려올 것을 각오하였다.

         

       내공 증진에 도움이 되는 버섯을 먹었을 때 느낀 콧물에 토사물 30온스를 넣은 뒤 잘 섞어서 만든 것 같은 끔찍한 맛과 촉감이라거나. 체질을 개선해준다는 은하수오를 먹었을 때 말 그대로 정신이 은하로 가는 듯한 맵고 쓰고…아무튼 혀를 마비시킬 것 같았던 맛이라거나….

         

       진성이 가지고 온 영약 역시 그와 비슷한 색다른 맛을 하고 있겠지.

       생명력이나 양기와 관련된 것 같았으니, 뭔가 뜨겁고 매운맛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이아린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 왜 맛있지?”

         

       놀랍게도 맛이…괜찮았다.

       끔찍한 맛은커녕 그 어떠한 맛도 느껴지지 않은 데다가, 꽃잎의 촉감 자체가 부드럽기까지 했다. 조금 질기기는 했지만 억세지도 않았고, 부드러운 촉감 때문인지 질긴 젤리를 먹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그렇게 계속해서 씹다 보면 은은하게 향이 입 안을 맴돌았는데, 연꽃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야생화를 닮은 듯한 그런 향기였다.

       영약이 아니라 조금 특이한 간식을 먹는 듯한 그런 느낌.

         

       다른 영약 역시 딱 이 정도만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괜히 프랑스가 이것을 주력으로 내세웠던 것이 아니지.’

         

       진성은 그러한 이아린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회귀 전 프랑스는 만드라고라를 시작으로 수많은 영약을 만들어서 팔아먹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영약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이 바로, 이 익선청련.

         

       프랑스에서 영약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은 무인이고 일반인이고 가장 먼저 이 익선청련을 찾았을 정도다. 심지어는 익선청련을 사서 되파는 놈들까지 생길 지경이기까지 했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영초가 효능도 좋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기호식품이었기 때문이다.

       맛 자체는 그리 뛰어날 것은 없었지만…. 은은한 익선청련의 향은 입 안에 오래도록 남고, 향을 맡을 때마다 정신을 맑게 해주고 몸에 활력을 준다. 거기다가 익선청련의 효능 자체가 병을 물리치고 활기를 불러오며 생명력을 증진해주는 것. 거기에 양기를 품고 있기까지 했으니, 차로 먹기도 좋고 향으로 써도 좋고 건강식품으로 써도 좋았다. 심지어 정력제 대용으로 쓰기도 좋았고.

         

       다만 이 익선청련이 흡혈 식물이며, 심지어 고품질의 익선청련을 만드는 데에는 사람의 피가 들어가기까지 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했다. 그리고 이 단점은 많은 사람에게 뛰어난 효능과 향을 가지고 있음에도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했고.

         

       ‘모든 만물은 돌고 도는 것. 사람이 죽어 흙으로 돌아가고, 그 흙 위에 식물이 자라나고, 그 식물을 먹고 동물이 크고, 그 동물을 다시 사람이 잡아먹는다.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사람의 피를 먹고 자라난다 한들 이러한 이치와 무어가 다를 것이냐?’

         

       하지만 그거야 뭐 사소한 단점에 불과하다.

       사람의 피를 빨고 자라난 게 큰 흠도 아니고….

       애초에 회귀 전에는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것도 일상적으로 볼 수 있었다. 여행자를 잡아먹는 것은 기본이었고, 다른 인종을 감옥에 가둬놓고 가축처럼 길러서 잡아먹기도 했다. 심지어 남미에서는 과거 아즈텍이 했던 것처럼 인종이나 민족 간의 맛의 차이를 기록해서 요리법을 만들기까지 했을 정도다.

       그 외에도 잡식성 가축에게 시체를 먹이로 줘서 기른 뒤 잡아먹는다거나 하는 일들도 잦았다.

       깨끗하게 사육한다고 광고를 해놓고 시체를 몰래 동물에게 먹이로 제공해서 키우는 경우도 다반사였으며, 넘치는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사람 시체로 비료 만드는 법까지 널리 퍼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비료는 농작물을 기르는 데 잘 쓰였고.

         

       그런 것을 생각해본다면 익선청련은 선녀나 다름이 없는 것이지….

         

       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익선청련을 다 먹고 맛있었다면서 기뻐하는 이아린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일단 먹었고…. 흠. 순수하게 양기가 뭉쳐있는 약이 아니니 자연스레 생명력을 일깨우며 음기와 양기가 조화를 이루게 될 것이요, 그러하다면 육신의 발전은 물론이고 익히고 있는 무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니. 되었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진성은 그 사실에 안도하며 등을 돌렸다.

       정원으로 나가서 몸을 분해할 생각으로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저택 안에 수많은 벌레를 풀어놓는 것은 좀 그랬으니까.

         

       그렇게 진성이 작별 인사를 하려는 순간.

         

       “이야 근데 이상하네. 이 약을 먹었는데 이상하게 우리 학교 엘리베이터가 떠오르는 거 있지?”

         

       이아린이, 이상한 말을 했다.

         

       “엘리베이터?”

         

       “응. 동아리들 있는 곳에 엘리베이터들이 있는데…. 아, 이 이야기 한 적 없었나?”

         

       “해보거라.”

         

       “우리 학교 엘리베이터는 여러 개로 구별이 되어 있거든? 소환수나 뭐 실험물이나 그런 것 때문에 그런데 말이야. 근데 이 엘리베이터에 관련된 썰들이 좀 많거든?”

         

       이아린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엘리베이터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정해진 순서대로 패널을 누르면 비밀스러운 층으로 갈 수 있다거나, 한밤중의 엘리베이터에서 이상한 짓을 하면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다거나, 아니면 엘리베이터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사실은 엘리베이터 흉내를 내는 괴물이 밤중에 나타난다거나….

       그녀는 자신이 들었던 엘리베이터에 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늘어놓다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팔짱을 꼈다.

         

       “근데 이해가 안 되네. 깨달음이 온 것도 아니고, 갑자기 엘리베이터 생각은 왜 났지? 그동안 영약 먹을 때에는 뭐 멋진 자연이나 그런 게 떠올랐는데.”

         

       왜지?

       뭐임?

         

       엘리베이터랑 사랑에 빠진 것도 아니고.

       대체 뭘까….

         

       이아린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진성은.

         

       ‘본능은 내재하여있는 정보를 읽는다. 그리고 그 정보는 선험적 지식(a priori Knowledge)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경험부터 그 모든 것을 망라하는 것이니. 그렇다면 이아린의 본능은 어떠한 정보를 읽고 어떠한 것을 떠올린 것인가? 무의식의 어떠한 공통점을 찾아낸 것인가? 어떠한 유사성이 있어 익선청련과 엘리베이터를 연결하게 했는가?’

         

       그는 이아린의 본능이 단순한 촉을 넘어, 그녀의 재능과 익히고 있는 무공이 더해져 만들어진 짐승의 감보다도 날카롭게 단련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회귀 전보다도 빠른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기까지 하였으니, 그녀의 감이 무시될만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렇게 내린 결론은.

         

       ‘허. 그러하군. 회귀 전에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이유에, 학교와 관련된 것도 있었던 것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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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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