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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9

       

        

        

        

        

        

        

        

       “발코니에서는 항상 보이는 곳이었는데, 혼자든 누군가와 함께든 직접 온 적은 처음이로군요. 그동안 거의 데리고 다니지 못했었죠. 그 답례로 그 누구와도 같이 가본 적 없는 곳에 왔으니, 만족해주면 좋겠는데.”

        

       “…이게 야경이구나. 수평선 전체를 넘어 둘러보는 곳마다 불빛과 사람, 자동차가 넘쳐나….”

        

       “걸어봅시다. 이곳이 바로 서울을 관통하는 랜드마크인 한강이랍니다.”

        

        

        

        저녁 8시, 대한민국, 한강공원.

        

        검은 보라빛으로 물든 하늘 아래, 미지근한 공기와 약간의 물비린내, 그리고 풀 향기가 가득한 한강의 둔치. 그곳에 레인의 모습을 한 가이아와 내가 서있었다.

        

        시원하다고 말하기는 조금 애매한 날씨였지만, 바로 그렇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늦은 서울의 밤을 만끽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와있었다. 물론 거의 대부분의 시선은 우리를 향해 몰려있었지만.

        

        하지만 말 한 마디라도 붙여보고 싶어하는 분들에게는 아쉬운 일이겠지만, 오늘은 조금…프라이빗하다면 프라이빗한 시간을 좀 보내려고 한다. 고로 오늘 사진과 사인은 없음.

        

        주변에서 은근슬쩍 다가오는 분들에게 정중히 거절의 의사를 밝히자 다들 아쉬운 듯 떠나간다.

        

        그와 동시에 덧붙였다.

        

        

        

       “손인사나 눈웃음 정도까지는 괜찮지만, 본질을 잊지는 말아요. 오늘 어떤 경위로 나오게 됐는지를 막내가 모를 리는 없을 테니 더 이상의 말은 안 하죠.”

        

       “그럼. 내가 누군데…근데 주변에 사람 진짜 너무 많다.”

        

       “한 나라의 수도니까요. 거기에 주말까지 겹쳤으니 그럴 수밖에요. 듣자 하니 이 근방에 사는 사람들은 가끔씩, 혹은 자주 이곳에서 산책을 한다네요.”

        

       “오리지널도 한강 근처에 살잖아.”

        

       “근무 시간이 정해져있는 사람들에 한해서-라는 대전제가 필요하지만요.”

        

        

        

        언제든지 일할 수 있다는 것은 휴식과 일의 경계가 모호하단 뜻이었으니까.

        

        사실 내가 원한다면 이 시간에 산책하는 것 대신 집에 처박혀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고 있을 수도 있었지만…뭐어, 지금은 다른 불필요한 생각에 포커스를 맞출 필요는 없을 터.

        

        그렇게 걷기 시작했다. 오늘의 안건은 다크 존 2.0, 그리고 저쪽 세계의 독일 전선 관련이었다.

        

        

        

       “프랑크푸르트 지사에서는 나스티와 같은 관리 AI 하나를 발견한 것 이외에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고 들었어요.”

        

       “아, 그거…맞아. 언젠가 말했지만, 그쪽에 있는 녀석도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을 찾아냈고…그 결과, 그 친구는 안식에 들었어. 끝없는 잠에 빠진 거지.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깨울 수는 있고요?”

        

       “전력을 공급하고 인공의식을 부팅시키면 당연히 깨긴 하겠지.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나봐. 일단 지금은 프랑크푸르트 지사의 서버에서 쓸모있는 데이터만 적당히 골라내는 중이래.”

        

        

        

        하긴, 상식적으로 보았을 땐 그게 맞지.

        

        애시당초 현재까지 존재하는 메카 막내들 중 시작부터 이쪽에게 우호적이었던 건…마브와 가이아 말고는 있긴 한가. 진과 레인도 뚜까패고 전리품으로 가져왔었으니까.

        

        섣불리 깨웠다가 무슨 귀찮은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걸 감안하면 그런 느낌의 접근법이 맞는 거겠지. 가이아는 거의 소 뒷걸음질치다 쥐 잡은 격으로 때려맞춰 찾아온 거였으니 예외고.

        

        그리 생각하고 있자 이어지는 말.

        

        

        

       “…근데 왜 깨울 생각부터 하는 거야? 내가 합류했을 때만 해도 머리가 깨질 것 같단 표정을 지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설마…오리지널, 사실 메카 막내들이 추가되는 걸 좋아하는 거 아니야?”

        

       “켁.”

        

       “맞지! 딱 맞지! 내가 맞췄…끼약, 우와악! 어떻게 그 체형이랑 외형으로 이런 무식한 힘이…!”

        

       “당신의 사인은 과도한 수다라고 써주죠.”

        

       “켁, 끅, 살려줘어어….”

        

        

        

        당연하겠지만 이 대목에서 무지막지하게 이목이 끌렸지만…때로는 시선을 끌더라도 끝마쳐야만 하는 일이 있는 법이었다.

        

        그렇게 아픔을 느끼지 않을 것 같지만 의외로 비슷한 건 느끼는 가이아를 신나게 참교육해준 뒤, 한강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아리랑 하우스라고 불리는 배 모양 건축물, 그리고 그 옆에 부속된 오리보트 선착장. 아쉽게도 나와 가이아가 보트에 탑승하게 되면 순식간에 가라앉아버릴 확률이 100%가 넘었기에 가지는 못했다.

        

        그리하여 가면서 눈이 아플 정도로 반짝거리는 돛 모양 LED를 보는 것으로 그쳤다.

        

        

        

       “저거 타보고 싶었는데….”

        

       “저희는 모터보트를 타도 가라앉을걸요. 그나마 MK.V SOC마냥 SWCC가 타는 특수 고속정 같은 거라면 메카 막내들까지 다 타도…괜찮으려나 모르겠네요.”

        

       “미확인구역의 초도생산기들이 쓸데없이 방탄 기능 살린답시고 더럽게 무거운 합금 쓴 걸 기준으로 설계도 만들어서 그래. 우리도 재질 좀 바꿔야하는데.”

        

       “뭐어, 그건 나중에 생각하시길.”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우리는 다리 밑을 지나가기 시작했다.

        

        손만 뻗으면 한강물을 만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고, 당연하겠지만 대번에 시선이 몰렸다. 벌떡 일어서는 사람도 있었기에 웃으며 덧붙였다.

        

        

        

       “날씨 좋네요. 다들 즐거운 저녁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반가워, 인간.”

        

       “우, 우왓, 이게 뭐야.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오셨, 어으.”

        

       “막내가 하도 땡깡을 부려서 말이지요. 도심 속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데리고 나왔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느덧 우리를 계속 보려고 저 뒤에서부터 와글와글 사람들이 몰려들고, 하나둘씩 합류하기 시작했지만, 어쩔 수 있겠는가. 인기가 많아지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숙명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상황을 옛날부터 겪어야만 했던 연예인들은 평소에 어떻게 나가서 살았는지 몰라.

        

        아무튼 주변을 한동안 걸으며 영동대교 방면으로 향하고 있었을까, 저 멀리서부터 음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디서 멜로디가 들리는데…무슨 일이지?”

        

       “길거리 공연이네요. 다르게는 버스킹이라고도 하죠. 저쪽 세계의 센트럴 파크에서도 간간이 기타 하나 들고 노래 부르는 사람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없나보네요.”

        

       “내가 왔을 때는 없었지. 진짜 레인은 한 번쯤 들었을지도…그러고 보니 지금 대화 음소거되고 있는 거 맞지?”

        

       “물론이죠. 이런 내용의 대화에선 필수니까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아마 우리가 하나도 대화를 안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아무튼 자연스럽게 우리의 발걸음은 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흡사 계단으로 등고선을 표현한 것만 같은 기묘하게 생긴 공간이 나타난다.

        

        낮은 지대에 위치한 테이블에는 여러 사람들이 앉아 뒤늦은 저녁식사를 – 어디선가 포장해온 음식으로 – 하고 있었고, 노랫소리는 높은 계단통 위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계단 위 곳곳에 널려있는 전선과 마이크, 기타, 앰프. 열려있는 두 개의 기타 케이스에는 잔돈과 지폐가 여럿 쌓여있었고, 무대라고 할 수 있는 한복판에는 남녀가 한 명씩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좀 더 가까이서 들을 수 있으려나 싶은 와중,

        

        

        

       “…엥?”

        

       “뭐야. 주인, 여기 길이 자동으로 열리는…앗.”

        

        

        

        무슨 두 번째 무대도 아니고, 우리를 본 사람들이 말 그대로 혼비백산하여 우리가 가려는 길을 비켜주려고 한 결과, 마치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길이 쫙 열리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람들과 시선을 마주친다.

        

        눈과 눈이 마주친 순간 누가 잡아흔든 것처럼 흔들리는 음정. 하지만 그걸 다시 붙잡아서 노래를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굉장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디 보자, 주머니에 얼마가 있더라. 아쉽게도 잔돈은 따로 없었지만 찍으면 원하는 액수만큼 관람비 비스무리한 걸 줄 수 있는 QR코드 같은 것도 있었다. 듣자 하니 중국은 이런 게 보편화됐다 하든데.

        

        어디 보자, 대략…이 정도면 되려나.

        

        삑.

        

        

        

       -[IIB Card // Account ending in 5*2* // Eugene Lee // USD 100.00 Check // 0724 20:31]

        

       -[Available Balance is USD 765,212.46.]

        

        

        

        돈은 무사히 빠져나갔고…음, 소액결제용으로 따로 만들어놓은 계좌라 그런지 통장 안에 돈이 그리 많지는 않네.

        

        아무튼 그리 생각하며 다시금 우리 주위로 슬금슬금 모이기 시작한 사람들과 함께 대략 몇 분 가량의 음악감상을 마치고, 박수와 함께 덧붙였다.

        

        

        

       “좋은 노래였어요.”

        

       “…그, 옆에 있는 건 혹시.”

        

       “내일부터 열리게 될 엑스포에서 끌고 왔죠. 올 기회가 있다면 레인 한 번 보고 가시길. 엑스포는 한 달 가량 이어지니까요.”

        

       “반가워, 인간들. 노래 잘 들었고 즐거웠어! 안녕!”

        

        

        

        관람비 두둑하게 냈기도 하고, 여기 와서 짧게 관람하는 와중 이전에 끌고 왔던 사람들도 유사-관람객이 되었으니, 나름 작게나마 홍보하는 건 그닥 문제가 없지 않을까.

        

        아니면 뭐어, 나중에 추가적으로 논의하면 되겠지.

        

        그렇게 우리는 인파 사이에서 호다닥 빠져나와 다시금 한강을 걷기 시작했다.

        

        

        뭘 하고 있길래 내 집 발코니에서도 보일 정도로 사람을 무더기로 이끌고 다니고 있냐고, 다이스와 하모니에게 전화가 오기까지 10분 전의 일이었다.

        

        

        

        

        

        

        

        

        

        

        

        

        

        

        

        

        

        

        

        

        

        

        

        

       [일반]어제 한강에 비얌떴다는데?????

        

        

       <대충 아무 자짤>

        

        

       사진찍은놈들없냐?

        

        

        

       [전체 댓글][등록순]

        

       -사진을 어케찍어서 여따박겠냐 빡추련아 ㅋㅋ

        

       -비얌이랑 심층면담 각오하고 찍은거면 ㅇㅈ한다

       ㄴ오….

       ㄴ아시1팔 찍을걸!!!!!!!!!!!!!!!

       ㄴ한번찍고 담부턴 이러지 말라고 경찰서에서 훈방조치 1스택 쌓겠농 ㅋㅋㅋㅋㅋㅋㅋ

       ㄴ간덩이 띵띵부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소신발언)보긴했음

       ㄴ오??????

       ㄴ한강뚝섬공원 근처 싸돌아다니면서 레인이랑 하루종일 대화만 했음 사진이랑 사인은 안받는다고 그랬고

       ㄴ띠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개노잼이농….

       ㄴ그럼 뭐 일반인들 앞에서 팝핀이라도 춰야되냐 십새기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팩트)다

       ㄴ불꽃뷰빔왜없냐고!!!!!!!!

        

       -아니시1팔 그때 나도 서울있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ㅇㄷ

       ㄴ홍대

       ㄴ이시1발 홍대랑 뚝섬은 10km넘게 떨어져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누가보면 한 백미터정도밖에 안떨어져있는줄 ㅋㅋ

        

       -하 사진찍는거는 허락해줬어야지 ㅋㅋㅋㅋㅋㅋ

        

       -근데 레인이랑 같이있었다고? 이젠 엑스포에서막델고나오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내일이라 이벤트성으로 슬쩍갖고나온거아님?

       ㄴ오늘 카페에서한거도 그렇고 저녁산책도 그렇고 이벤트가 아닌거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소신발언)그냥 이벤트라는 명목으로 하고싶은거 다하고 다니는거같음

       ㄴ바로 그거였농….

        

       -버스킹 들었다는 소문이 있든데

       ㄴㄹㅇ?

       ㄴ주변에모인 관객들 지가 다빨아먹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10만원 줬다는듯

       ㄴ오우쉣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정확하게는 달러로 100달러줘서 대략 12만원 넘게 줬다

       ㄴ????????

       ㄴ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뭐냐 니 어케알음

       ㄴ친구의 친구가 거기서 버스킹하던 사람 세팅 도와준 지인이었는데 나중에 받은돈 확인해보니까 그정도 나왔댔음

       ㄴ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거기서 그냥 12만원 박았내 ㅋㅋㅋ

        

       -12만원이면 딱 무난하게 준듯?

       ㄴ비얌치고 짜게준거아니냐

       ㄴ거기서 냅다 천달러씩 주는게 더이상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하긴 그도그런

       ㄴ많이주면 많이주는대로 돈자랑하냐고 말나올거고 적게주면 적게주는대로 뒤에서 말나올듯

        

       -아그래서둘이야스했냐고!!!!

        

        

       .

        

        

       .

        

        

       .

        

        

        

        

       “우와, 사람들이 무슨…파도처럼 넘실대고 있어요.”

        

       “그럴 수밖에요. 이 주변에 있는 호텔들이 싸그리 매진됐다는 소리는 들었나요?”

        

       “…그럴 것 같긴 한데, 벌써 그 정도라니.”

        

       “이것보다도 더 올 거예요. 이미 숙소를 준비한 사람들만 그 정도고, 당일치기로 왔다 가는 사람들도 많을 테고요. 미국이랑 다르게 여기는 어디에 살든 하루만에 올 수 있으니까….”

        

        

        

        송도 엑스포 인근 대형 타워.

        

        네 개의 건물을 동시에 내려다볼 수 있는 라운지 아래로 수많은 사람들이 보이고 있었다. 면적만 수 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부지를 사람으로 싸그리 채울 수 있을 것만 같은 인파였다.

        

        부지 내에는 수많은 무인 버스들이 오가고 있었다. 가로가 700m, 세로가 1.5km에 달하는 거대한 직사각형의 구역은 하루만에 걸어서 돌아다니며 주변을 보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 때문에라도 엑스포 A동과 B동은 대략 수백 미터 가량 – 무빙워크가 설치된 하늘다리 등으로 연결된 – 씩 떨어져있었지만, 어제 말을 들어보면 하모니와 다이스는 그냥 바깥을 걸어서 B동으로 향했다고 했고….

        

        소화라도 시키려고 산책하다가 들어갔던 건지는 몰라도, 하마터면 그 때문에 가이아의 존재를 들킬 뻔했단 말이지.

        

        

        아무튼.

        

        

        

       “근데 여러분들은 왜 여기 있나요?”

        

       “유진 씨 따라왔죠.”

        

       “…저는 인파 체크하고 문제 있으면 해결하려고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거라니까요, 증말.”

        

       “어차피 저희도 저 사이에 끼어있으면 여러모로 골치아파요. 꼬리 달린 이후로 안 그래도 많던 인기가 더 많아져가지고, 저 인파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면 아무리 EM급이라도 압사당할걸요.”

        

       “어련하시겠어요.”

        

        

        

        키보드를 폭포수처럼 두들기며 실시간으로 연락.

        

        첫 날이니만큼 해야만 하는 일이 꽤 많았다. 부모님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하고, 오늘부터 시작된 카페 접대가 잘 돌아가고 있는지 체크. 거기에 어디선가 병목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본다.

        

        더군다나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저쪽 세계의 대거 팀이 서울과 송도를 돌아다니면서 볼일을 봐야 하니, 그 위치도 정기적으로 체크해줘야만 하고, 그 외에도, 그 외에도….

        

        일을 사서 하는 게 아닌가 싶긴 하지만, 애시당초 부모님이 이런 거도 좀 해보라고 말했단 말이지. 사실상 이카루스 소속 관리팀이 보낸 정보 취합해서 보고 부모님께 보내는 것뿐이지만….

        

        

        

       ‘그래도 나 아니면 부모님한테 직통으로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부모님한테 이와 관련된 사항을 나만큼 가벼운 분위기로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다른 이들은 철저한 보고 체계를 거치면서 무기질적인 보고서를 올리는 식이다. 궁금한 게 있어서 부모님이 몇 개 물어보는 순간 척추에 기합이 바짝 들어갈 걸.

        

        반대로 나 같은 경우-

        

        

        

       -[Eugene : 아빠 C동 음식점 서플라이 드론 착륙장이 안 열린대요]

        

       -[—- : 그래요 금방 조치할 게]

        

       -[—- : 오류감지센서 작동했을 텐데]

        

       -[Eugene : 그근처에 사람이몰려가지구 센서가 약간 느슨해졌대요]

        

       -[—- : 아하 ㅎㅎ]

        

       -[—- : 그래 고맙다 우리딸]

        

        

        

        이런 식으로 조치하면 그만이었다.

        

        조치가 맞나 싶기도 하고. 사실 부모님한테까지 이런 이야기가 올라갈 필요는 없지만, 부모님이 직접 듣고 싶어했기에…그러면 별 수 있나.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거 좋아하시는데.

        

        당연하겠지만 내가 노트북을 붙잡고 열심히 씨름하는 걸 보고 있던 새끼 비얌들, 그리고 다른 말로는 도파민중독자들은…뭐어, 어떻게 되겠어. 심심해하겠지.

        

        그걸 힐끔 본 내가 덧붙였다.

        

        

        

       “저는 당분간은 꽤 바쁠 것 같네요. 같이 다니고 싶지만 아쉽게도 그건 어려울 듯하고, 근처에서 맛있는 거라도 드시고 오시는 게?”

        

       “뭐어, 그렇게 되겠죠오….”

        

       “…으이구.”

        

        

        

        텁.

        

        한숨을 쉬며 랩탑을 닫았고, 옆에서 침울해진 세 트리플 몬낸이 비얌즈의 머리를 쓰다듬고, 두 명은 어깨동무, 한 명은 꼬리로 허리를 슬쩍 감으며 덧붙였다.

        

        

        

       “언제까지 저 없으면 심심하다고 할 거예요, 증말. 이따가 시간 내서 같이 나가면 되죠?”

        

       “…제가 말했죠? 이러면 유진 씨 올 거라고…아야야야야!”

        

       “이젠 영악하게 함정을 파고 있군요. 가서 후딱 맛난 거나 먹고 와요. 저는 오늘 맞이해야만 하는 사람이 있어서 어쩔 수가 없답니다.”

        

       “앗, 그걸 미리 말해주지 그랬어요.”

        

       “여러분들이 일찌감치 포기하는 모습 보는 것도 고역이거든요.”

        

        

        

        남이 침울한 표정 보는 건 그닥 내 취향은 아니고.

        

        아무튼 그 말대로, 트리플 비얌즈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슬그머니 라운지에서 사라진다.

        

        쟤네들에겐 아쉽겠지만, 지금부터는 최소 두세 시간, 그리고 길면 네다섯 시간 가량을 비워야만 한다. 올리비아 말고도 해외에서 나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꽤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그 나이에 여동생들이 두 손가락으로 세야 할 정도로 많다니. 많이 곤란하겠구나, 유진.”

        

       “사실 지금이 더 곤란하다고 말씀드리면 화내실 건가요?”

        

       “후후, 그럴지도 모르지…마지막으로 본지 2년이 지났어. 보아하니 많은 일들이 있었고, 전부 깔끔하게 해결한 모양이야. 그렇지 않나?”

        

       “물론이죠, 자넷 이사님.”

        

        

        

        뒤에서 걸어나오는 한 명의 여성. 단아하다기보단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백발의 장년이었다.

        

        칼처럼 날카롭게 다린 백색의 정장, 그리고 가슴팍에 붙어있는 싱크탱크 배지.

        

        

        

       “아니면, 자넷 G. 하퍼…전 미국 국방부 장관님이라고 불러드릴까요?”

        

       “백악관에 엉덩이 깔고 앉은 너구리가 네가 그렇게 곤란한 농담을 잘 던진다고 하더니, 그 말이 틀린 게 아니구나.”

        

       “히히.”

        

        

        

        그 말과 함께 나는 그녀와 현실에서는 처음으로 시선을 마주쳤다.

        

        오늘 첫 번째 게스트의 등장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전직 옆?집 국방부장관이었던 누군가

    진도 좀 뺄겸 연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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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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