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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4

       *** ***

         

       “야 선생, 받으시게.”

         

       갑자기 당광렬이 무언가를 내밀었다. 꾸러미에 든 것은 하나의 구슬과 서찰이었다.

         

       “이건?”

         

       “하나는 해독주일세. 보통 무림에서 독에 대응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하나는 독이 침입을 하지 못하게 피독주를 무는 것이고 또 하나는 독이 침입한 이후에 약을 통해 독을 해독하는 것이고. 마지막은 독의 내성 자체를 기르는 것이지.”

         

       당광렬은 품에 무언가를 넣는 시늉을 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선생께서 받으신 해독주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이에 있는 물건이오. 직접 복용할 필요 없이 품에만 넣고 있으면 알아서 독을 해독해주나 해독주의 약성이 소모되지.”

         

       중독 시 별다른 행동 없이 자동으로 해독 효과를 내는 소비용품이라 이건가. 꽤 귀한 물건을 받았다.

         

       “그럼 이 서찰은 무엇입니까?”

         

       “독의(毒醫) 당처인 어르신에게 야 선생의 몸을 봐 주십사 하는 청원서요.”

         

       “…예?”

         

       “꼭 병이 있어야만 의원을 찾는 것은 아니라오. 무인으로서 야 선생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르신이 짚어 주실 수 있을 거요.”

         

       나는 잠시 당광렬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독의 당처인을 소개해 준다는게 어떤 의미일까.

         

       무인으로서의 내가 문제가 있다는 언급을 보아하니 이류에서 막혀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 버린 것일까.

         

       평범한 사람도 한계경지는 일류 수준이지만 실제 일류에 오르지도 못하고 이류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니 내가 이류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딱히 숨겨야 할 사실도 아니고 별 가치 있는 정보도 아니었다.

         

       어제 내가 너무 신을 내기는 했나 보다. 당광렬이 의구심을 가질 수준의 무학의 이치를 마구 내뱉어 버렸으니까.

         

       아니 어쩔 수 없잖아. 내 기술이 무공으로 만들어졌다니까?

         

       이건 못 참지.

         

       처음에야 혼란스러웠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이미 침을 튀기면서 무학의 이치를 강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초절정의 당도경과 화경 초입의 풍영대주 그리고 화경 말미에 있는 세 사람을 두고 무학이 무엇인지 한참이나 떠들어버리고 말았다! 고작해야 이류 따위가 말이다!

         

       그야말로 호천안 흑역사의 갱신이요,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격이었다.

       

        아 어제 생각하니까 또 얼굴이 뜨끈뜨끈해지네.

         

       본제로 돌아가 내 눈앞에 있는 세 사람은 무공에 한해서는 전문가 중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으니 내가 오랜 기간 이류의 경지에 막혀 있는 상태라는 것을 눈치챈 일은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다.

         

       내가 당황한 점은 당광렬이 전후 사정의 설명조차 없이 서찰을 들이밀었다는 점이었다.

         

       “으음…”

         

       세 사람 중에서, 아니 그냥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도 눈치가 빠른 편인 풍영대주가 내가 어떤 점에서 당혹스러움을 느끼고 있는지 깨닫고는 당광렬을 진정시켜 주었다.

         

       “크흠, 가주님 이거 이야기가 너무 갑작스러운 것 같습니다. 저조차도 당혹스러운 이야기인데 야 선생님은 어떻겠습니까. 차라도 한 잔 하면서 차분히 이야기하시지요.”

         

       “아아, 그렇군. 미안하오 선생. 괜히 의욕만 앞선 모양이오.”

         

       차 한잔이 우려질 시간동안 머릿속에서 할 말을 정리한 당광렬이 입을 열었다.

         

       “우선 본 가주는 야 선생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소. 그저 단순히 의뢰를 처리하기 위함이 아니라 선생께서 도경이와 본 가주를 비롯해 당가 전체에 많은 노력과 정을 쏟아주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요. 금전적 보상이야 충분히 하겠지만 어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단순하게 황금만으로 은원을 논할 수 있겠소.”

         

       “가주께서 너무 심하게 금칠을 해 주시는군요.”

         

       그래 당가에 많이 퍼 주긴 했지. 간단한 겸양과 공치사가 오간 뒤에 당광렬은 다시 본제를 꺼냈다.

         

       “이 당모가 도박은 보잘 것 없는 실력이나 무공만큼은 천하에 견줄 자가 얼마 없는 몸이라오. 내 선생을 보니 이류라는 경지에 비해 무공에 대한 관심이 무척이나 높으신 것 같았소. 선생의 무공을 직접 견식해 본 적은 없지만 본 가주가 간접적으로 경험한 편린만 따져도 야 선생은 재능이 부족한 편은 아니오. 그런데도 이류에 정체되어 있으니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소.”

         

       “이 당도경이 보기에도 야 형의 무공이 이류에 정체되어 있는 것은 정상은 아니라고 판단되오. 본인 역시 의원이 아닌지라 원인까지는 알 수 없으나. 독의님께 진맥을 받는다면 그 원인과 해결책을 알 수 있지 않겠소?”

         

       그런 의미로 나에게 독의를 소개시켜 주려고 한 것인가.

         

       독의라.

         

       무림천하에는 삼대명의라는 자들이 있다. 마의(魔醫) 독고의. 생사의(生死醫) 현과서. 그리고 독의(毒醫) 당처인.

         

       독의에게 진맥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면 기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독의를 만난다는 것은 간단하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내 고민이 길어지자 당광렬이 다시 입을 열었다.

         

       “허허, 뭐 그리 부담 가질 일은 아니오. 낭인에게는 생소한 개념일지는 모르나 명가에서는 무공증진을 위해서 의원에게 진맥을 받거나 처방을 받는 일은 일상이지요.”

         

       당도경도 말을 보탰다.

         

       “그렇습니다. 무인은 기본적으로 신체를 단련하여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나 그렇다고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지요. 무엇보다 독의 어르신께서는 무림인의 신체 관리에 대해서는 천하에서 일인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신 분입니다.”

         

       일반적으로 무인이란 익힌 무공이 유출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그러다보니 무인들은 대부분 의원을 경계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혹시 진맥을 보면서 내 무공을 간파한 것은 아니겠지?’ 따위의 의심암귀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일반적인 무림인. 의원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의원에게 몸을 보이며 무공이 노출될 여지를 주는 것을 꺼린다.

         

       다쳤을 경우 어쩔 수 없이 의원을 찾기는 하지만 최소한도의 접촉으로 끝내려 하는 것이 무인의 생리.

         

       무공경지가 막힌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본인과 본인이 익힌 무공을 의원에게 개방할 수밖에 없었으니 일반적인 무림인이라면 대번에 고개를 저을 제안이었다.

         

       그러나 난 일반적인 무림인이 아니었다. 애초에 뭐 이류무공이 얼마나 소중하다고 그걸 꽁꽁 싸매고 있어. 내 무공과 신체가 다 까발려지더라도 잡혈에 대한 잔서를 잡기만 해도 남는 장사였다.

         

       두 사람은 무공이 유출될 가능성 때문에 진맥을 받기를 꺼리고 있다 생각하고 날 설득하기 위해서 말을 하고 있었지만 내 진짜 고민은 다른 부분이었다.

         

       사실 이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당광렬과 당도경이 고민해서 내 놓은 결과이기도 하고 나에게 딱 필요한 것이기도 하며 객관적인 가치 역시 높은 보상이니까.

         

       그야말로 은혜를 두 배로 갚는다는 말에 어울리는 제안이라 할 수 있었다.

         

       다만 문제라면 독의라는 인물을 만나기 위해 투자해야 할 시간이다.

         

       당처인은 방랑벽이라는 단어를 형상화시켜 놓은 사람으로서 구주천하의 산천을 누비며 독물과 약초를 채집하는 자. 소개장을 가지고 있으니 진맥을 받고 진맥의 결과에 따라서는 치료나 처방을 받을 수야 있겠지만…

         

       막말로 흑룡강성 북부 이런 곳에 박혀 있으면 몇 달 여행길이 될지 알 수 없는 문제였다.

         

       “당가주님의 제안은 참으로 은혜로우나…그 독의님께서는 구주천하를 제 집처럼 누빈다 들었습니다.”

         

       당광렬의 눈에 납득의 빛이 서렸다.

         

       “아아, 그렇지요. 그러나 이따금 독의께서 본인의 행선지를 적은 전서구를 보내주고는 한답니다. 지금은 ‘운이 좋게’ 행선지를 알 수 있는 상황이지요.”

         

       이거 그건가? 나는 확신을 가지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허허, 그렇군요. 독의님과 같이 하늘에 닿은 의술을 지니고 있으신 분이라면 그 의술을 빌리고 싶어하는 사람들 역시 구름처럼 많겠군요.”

         

       “본 가에서도 독의님의 행적을 파악하기가 어려우니 도움을 요청하는 분들을 돌려 보낼 수밖에 없는 처지지요.”

         

       빙빙 돌려 말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상시 행적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대외적으로는 모르는 척 하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사정이 다르지.

         

       독의는 아마 사천 혹은 사천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까 당광렬이 이렇게 강하게 권하는 것이다. 좋은 기회니까 붙잡으라고 종용하는 셈이다.

         

       “허허, 그렇군요. 가주께서 다 염두에 두신 일을 괜히 걱정한 모양입니다. 사천성으로 복귀한 뒤에 출발하게 될 터인데 충분히 시간에 맞출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오. 아마 한동안은 그곳에 머물러 계실 것 같으니 말이오. 그래도 시일을 지체해 좋을 것이 없으니 내일 아침에 출발하는 것이 어떻겠소.”

         

       “…그렇습니까.”

         

       사실 당광렬의 입장에서는 나를 하루라도 더 당가에 붙잡아 놓는 것이 맞았다. 어제만 해도 암룡투법에는 상당한 발전이 있었으니까. 최대한 오래 머물게 해서 나에게서 뽑아 먹을 것을 다 뽑아 먹어야지.

         

       내일 날이 밝자마자 출발하라 채근하는 당광렬의 모습은 자신의 이익을 도외시하고 나를 챙기는 행동이다.

         

       당광렬이 나에게 진심으로 은혜를 갚고 싶어한다는 증명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나 역시 고마운 마음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가주.”

         

       “허허허, 아직 인사를 받기에는 이르다오. 야 선생의 문제가 해결 되어야 의미가 있는 일 아니겠소.”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오늘은 열심히 일해야겠군요.”

         

       “하하하! 야 선생께서는 이미 충분히 잘 해주셨소.”

         

       출발은 내일 아침으로 확정되었으니 오늘 안에 당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마무리 해야겠군.

         

       당광렬이 나에 대해 신경 써 주고 있으니 나 역시 해 줄 수 있는 것은 해 주고 떠나고 싶었다.

         

       암룡투법에 대한 생각도 최대한 정리해 보고 려아에게 가르쳐 주기로 한 마술들은 책으로 남겨 전해주어야겠다. 제목은 [호천사술(-이것만 익히면 당신도 학당의 우상이 될 수 있다-)] 정도로 할까.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독의가 어디에 있는지 듣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디로 가야 독의님을 만나 뵐 수 있겠습니까?”

         

       당광렬이 웃으며 말했다.

         

       “운남에 있는 형귀산이라는 곳이라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3초소설]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창안수수료는 90코인입니다. 고객님.

    오늘은 살짝 지각을 했군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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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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