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64

        

       

       

       “……대화요?”

       

       올리비아는 일부러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 그러자 멜리나의 얼굴에 복잡한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단다.”

       

       올리비아는 가만히 멜리나를 노려보다가, 바닥을 짚고 일어났다. 밀려오는 고통에, 올리비아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다가와 부축해주려는 멜리나를, 올리비아는 손을 들어 저지했다. 멜리나의 손이 갈 곳을 잃고 방황했다.

       

       ‘더럽게 아프네.’

       

       아직 회복이 덜 된 모양이었다. 지금 일어나는 것은 분명히 무리였지만, 올리비아는 무리해서라도 강행하기로 했다.

       

       어쩔 수 없었다.

       

       “아, 아직 회복이…….”

       “대화하자면서요. 여기서 할만한 이야기는 아닐 거 아니에요.”

       “…….”

       

       입술을 짓씹는 멜리나. 그녀의 입술은 넝마나 마찬가지였다.

       얼마나 많이 깨물어야 저렇게 되는지, 올리비아는 알 수 없었다.

       

       무리해서라도 지금 끝내려는 것도, 이것 때문이었다.

       

       ‘……지금 해야 돼.’

       

       마음이 약해지고 있었다. 고통으로 인한 분노가 옅어지기 전에, 멜리나와 담판을 지어야 했다.

       

       “따라오세요.”

       

       올리비아는 고통을 견뎌내며 레어 바깥으로 걸어갔다. 멜리나는 비통한 얼굴로 올리비아를 뒤따랐다.

       

       

       

       *****

       

       

       

       “……방금 그 분, 금탑주 맞지?”

       

       아라미스는 제이나에게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멜리나 디비아에. 제국민으로서, 그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확실한건 마법사 중에는 없었다.

       

       “두 분……도대체 무슨 관계시지?”

       “예사 관계는 아니겠지.”

       

       멜리나가 처음 레어로 찾아왔을 때, 제자들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멜리나의 품에 만신창이가 된 올리비아가 안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의 분위기는, 감히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 가지 생각이 제자들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 평범한 사람이 날 보면, 살의를 품게 돼.

       

       그래. 분명 올리비아는 그렇게 말했다.

       

       인성이 어찌 되었든, 일단 그들의 스승이었다. 제자된 자로서 만신창이가 된 스승을 버려두고 도망칠 수는 없었다.

       

       수식을 전개하는 제자들을 보며, 멜리나가 넌지시 말했다.

       

       – 혹시 어디 눕힐만한 곳이 있느냐?

       

       원수가 누울 침대를 찾는 인간은 없을 것이다. 제자들의 상황 판단은 빨랐고, 그들은 흔쾌히 제 침대를 내어주었다.

       

       “…….”

       

       제이나의 시선은 붉게 물든 침대보를 향해 있었다. 검붉은 피딱지를 보며, 그녀는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양심에 찔렸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구전 때문이었다.

       

       [마녀의 피는 붉지 않다.]

       

       올리비아를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제이나는 매일 그 구절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아마 다른 녀석들도 비슷한 생각을…….

       

       “다행이군.”

       “……뭐가?”

       “붉어서, 다행이라고.”

       “아라미스!”

       

       제이나는 저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아라미스는 전혀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이었다.

       

       “왜 화를 내지?”

       “……그건.”

       

       제이나는 입을 다물었다. 이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올리비아를 믿지 않았다는 반증이었으니.

       

       아라미스의 날카로운 눈이 제이나를 흝었다.

       

       “가식 부리지 마라, 제이나.”

       “…….”

       “처음부터 믿고 있었다느니, 그런 되도 않는 소리는 집어치워. 그럴 시간에 수련을 한 번 더해라.”

       

       정론이었다. 

       제이나는 반박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침묵을 깬 건 다름아닌 로였다.

       

       “근데 누가 그랬을까?”

       “뭐를?”

       “우리 스승님……엄청 강하시잖아.”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말이었다. 

       

       제자들의 시선이 일순간 글레이시아에게 쏠렸다. 평소에 허당 이미지가 강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드래곤은 드래곤. 살아온 세월도, 아는 것도 그들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많았다.

       

       “…….”

       

       하지만 글레이시아는 그들의 말에 섣불리 답하지 못했다.

       

       올리비아와 만났던 첫 날 느꼈던 냉기는 아직도 글레이시아의 뇌리에 새겨져 있었다.

       

       ‘분명 내 어머니보다 강했어.’

       

       글레이시아의 어미는 화이트 일족의 로드.

       

       모든 생물의 정점인 드래곤, 그 중 가장 강한 드래곤에게 붙는 호칭이 바로 로드였다.

       그리고 올리비아가 품고 있는 냉기는 분명 카르시안의 것보다 강했다.

       

       그런 올리비아를 저렇게 만신창이로 만들었다고?

       

       여러 명이서 합공을 했다면 모를까, 아무리 생각해도 단신으로 올리비아를 확실히 이길 만한 강자가 떠오르지 않았다.

       

       ‘레드 일족의 로드하고, 대수림의 드루이드 년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올리비아의 몸에서 그들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고로 올리비아의 상처는, 전투에 의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누구랑 싸워서 생긴 상처는 아니다.”

       “그럼…….”

       “몰라, 이것들아. 마도서 많으니까 거기서 찾아보던지.”

       

       글레이시아는 더 이야기하기 싫다는 듯 돌아누웠다.

       

       ‘망할.’

       

       자존심이 상했다.

       

       방금의 금발머리 여자도 자신보다 강했다. 예전에 만났던 검은머리 검사도 자신보다 강했다. 올리비아는 말할 것도 없었다.

       

       물론 그들은 인간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의 강자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누구인가? 위대한 드래곤 아닌가?

       

       드래곤씩이나 되는 주제에, 인간들의 비교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분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올리비아의 제자들은 착실히 실력을 쌓아가고 있었다. 특히 아라미스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라미스에게 따라잡힐 것이다.

       

       ‘빌어먹을!’

       

       글레이시아가 핏발 선 눈으로 벌떡 일어났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녀석들에게 따라잡힌다니. 다른건 몰라도 그것만큼은 허락할 수 없었다.

       

       ‘차라리 혀 깨물고 죽고 말지!’

       

       글레이시아의 손에 마력이 일었다.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

       

       

       

       걸을 때마다 온 몸이 욱신거렸다. 시야가 검게 바뀐다 싶더니, 몸이 균형을 잃고 휘청거렸다.

       

       “괘, 괜찮느냐?”

       “……고마워요.”

       

       멜리나가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쓰러졌을것이다.

       

       ‘……어지럽네.’

       

       확실히 이번 후폭풍이 강력하기는 했던 모양이다. 칭호의 효과를 받는 중인데도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이니.

       

       ‘그래도 일은 잘 풀렸으니 다행인가.’

       

       설원 한가운데서 올리비아가 멈춰섰다. 후폭풍을 받았던, 바로 그 장소였다.

       

       “당신.”

       “……멜리나란다.”

       “그래요, 멜리나.”

       

       올리비아는 허리를 구부려 붉게 물든 눈을 만지작거렸다. 딱딱하게 얼어붙은 탓인지 집어지는 건 가루가 고작이었다.

       

       “저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 안 드세요?”

       “…….”

       

       멜리나가 멈칫했다. 

       

       “들죠?”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어차피 대답할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멜리나가 품고 있는 죄책감은 키엘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키엘이 삶 한 번만큼의 죄책감을 가졌다면, 멜리나의 죄책감은 그의 수백 수천 배에 육박한다.

       

       진리를 통해, 올리비아의 무수한 과거를 엿보았기 때문이다.

       

       저번에 설명했듯이, 멜리나는 다시 제국으로 돌아가서는 안된다. 그녀가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다른 회귀자들 귀에 들어가면, 이쪽의 신변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돌아가지 못하게 만들려면 그 죄책감을 이용해야 했다.

       

       안타깝게도.

       

       멜리나에게는 회귀자라는 사실을 밝혀도 상관이 없기는 하다. 오히려 단기적으로 보면 이 편이 훨씬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멜리나가 제국에 돌아가봐야 된다고 할 때 막을 명분이 없다.

       

       정확히는, ‘정신 나간척 연기해달라고’ 부탁할 명분이 없다.

       

       멜리나는 계속 여기 머물러야 한다.

       

       그러려면 이 방법뿐이다.

       

       “멜리나 같은 사람은 처음 봤어요.”

       “처음……이라니?”

       “제자들이 안 말해줬어요? 저 저주받았다고?”

       

       들었다.

       

       멜리나의 시계(示界)가, 약간 흐릿해졌다.

       

       세상 모든 생명체의 증오를 사는 저주. 말도 안되지만, 지금 이 순간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멜리나의 시야가 흐려진건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올리비아의 제자들이 해줬던 말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 저희 스승님은 예전에 적탑주셨대요. 그리고 백탑주도 해보셨대요. 

       – 로! 너 지금 무슨…….

       – 왜? 이거 말하면 안되는거야? 

       

       그 말을 들었을 때, 멜리나는 안도했다.

       

       품에 안긴 이 아이가,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런 끔찍한 저주를 받은 와중에도, 또다시 세상을 구원하려는 그 숭고한 의지에, 멜리나는 눈물을 쏟을 뻔한 걸 가까스로 참아냈다.

       

       멜리나는 그 순간 모든 것을 이해했다.

       

       왜 이번에는 아카데미에 입학하지 않았는지, 왜 이번에는 이런 변방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는지.

       

       도와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빌어먹을 저주 때문에.

       

       “……듣고 계세요?”

       

       멜리나가 울 듯한 미소를 지었다.

       

       올리비아는 지금, 자신을 속이려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과거의 기억이 없는 척, 속이고 있다.

       

       저주가 자신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이 저주를 이겨내지 못했을 때, 제자를 상처입혔다는 사실을 깨닫고 슬퍼할까봐.

       

       저 지경이 되어서도,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저기요?”

       

       보라, 생판 남이면 반말을 해도 모자랄 판에, 존대를 하고 있지 않은가.

       

       ‘……눈도 잘 못 맞추고.’

       

       저 미숙한 거짓말에, 정말로 자신이 속아 넘어갈거라고 믿는걸까?

       

       황금빛 눈동자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네?”

       “아니다. 방금 말은 잊거라. 그나저나 네 몸 상태가 영 말이 아니구나. 지금 대화했다간, 내 마음이 편치 않겠어. 그러니 일단…….”

       

       멜리나는 속아 넘어가주기로 했다.

       

       곁에서 도와줘야 할게 아직 많이 남았으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그리고 장문의 응원을 적어주신 익명의 독자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진짜, 너무 큰 힘이 됐습니다!

    여러분들이 기다려주신 덕분에 조금 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노리오이 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와아!!
    ▪︎돌아온대봉님 93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아아아아!!!!

    >_<

    ▪︎무루님 14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