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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4

       

       

       

       

       927 작가와 무함마드 왕자가 만난다는 사실이 세간에 어느 정도 퍼지긴 했지만, 정확한 날짜와 장소는 극비였기에 오직 당사자들밖에 모른다.

         

       그렇기에 눈앞의 소년은 정황상 927 작가일 것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젊군…….’

         

         

       예술가들은 보통 나이가 들어가면서 서서히 그 이름을 떨친다.

         

       그 이유는 아마 감수성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살아온 세월과 경험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들고 때론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조금 더 세련되고 자신만의 색이 짙은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무함마드 왕자 역시 927 작가가 제법 연륜이 있는 자라고 생각했다.

         

       고작 인물들의 대사 하나만으로도 사람의 감정선을 자유자재로 갖고 노는 자가 바로 927 작가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기교를 부리는 자가 이토록 젊다고는 무함마드 왕자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

         

         

       그때 소년이 어째서인지 무함마드 왕자 옆에 묵묵히 서 있는 통역관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 통역 때문에 함께 있는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게. 내가 신뢰하는 부하이니 오늘 일은 절대 발설되지 않을 거요.”

         

         

       무함마드 왕자가 능숙하게 한국말을 내뱉자, 순간 소년의 눈이 깜짝 놀란 듯 커진다.

         

         

       “아니, 한국말 할 줄 아세요?”

       “듣고 말하기라면 어느 정도.”

       “그럼 옆에 통역을 굳이 둘 필요도 없지 않나요?”

       “한국어가 워낙 하나의 단어에 뜻이 여러 개여서 말이오. 대화에 지장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니 모쪼록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소. 만약 오늘의 일이 발설되면 바로 이자의 목부터 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게.”

       “그… 바로 목부터 치신다니까 오히려 더 걱정되네요. 물론 저 말고 저분이요.”

         

         

       소년은 질린 표정을 지으며 무함마드 왕자의 앞에 마주 앉았다.

         

       그때 무함마드 왕자의 말투를 떠올린 소년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나저나 말투가 되게 특이하시네요?”

       “옆에 있는 통역관이 사우디의 왕세자라면 이게 더 어울린다고 그렇게 가르쳤소. 혹 무슨 문제가 있다면 통역관에게 책임을 묻고 고치도록 하지.”

       “아니요. 아니요. 듣고 보니 통역관님 말처럼 진짜 잘 어울리는 것 같긴 하네요.”

         

         

       소년이 정색하며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이에 상대방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던 무함마드 왕자가 이번에는 반대로 소년에게 물었다.

         

         

       “초면에 실례지만 나이를 물어봐도 되겠소?”

         

         

       이것이 확인 차 질문이라는 것을 소년은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자신을 처음 만난 사람은 다들 이런 반응이었으니까.

         

       이 정도면 노안이어서 물어보는 건지 동안이어서 물어보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물론 전자라면 조금 상처겠지만.

         

       아무튼.

         

         

       “뭐… 딱히 상관없겠죠. 17살이요.”

       “그런가.”

         

         

       소년의 대답을 들은 무함마드 왕자는 눈을 가늘게 떴다.

         

       17살.

       아직 약관도 지나지 않은 어린 나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이 정도 두각을 드러낸 것이란 말인가.

       

         

       ‘오히려 저평가되고 있었던 것 같군…….’

         

         

       무함마드 왕자는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눈앞의 어린 천재가 신비주의를 원하지 않고 자신의 나이를 당당히 밝혔다면, 어쩌면 세간은 더욱더 그에게 열광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우선 출출할 테니 식사부터 하지 않겠소?”

         

         

       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천하의 사우디 후계자의 입가를 미소 짓게 만들기 충분했다.

         

         

         

       ***

         

         

         

       내가 방문한 곳은 무함마드 왕자의 임시 거처였다.

         

       들어올 때부터 경비가 삼엄한 것이 특징이었지만, 그것보다 우선 건물이 상당히 크고 화려했다. 누가 봐도 사우디 후계자의 거처를 마련해주기 위해 정부가 신경을 쓴 것이 절로 느껴질 정도로.

         

       어쨌든 방한 도중에 여기서 잠도 자고, 사우디에서 함께 온 전용 셰프가 요리해준 요리로 지금처럼 식사도 하는 모양.

         

       면담도 면담이지만 사실 이쪽은 저녁 식사라는 명분으로 무함마드 왕자에게 초대받은 입장이었다. 무려 사우디 왕세자의 식사 초대였기에 솔직히 어떤 메뉴가 나올지 기대를 안 했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그렇게 점점 테이블을 채우기 시작하는 화려한 요리들. 오늘 저녁 식사의 메인 메뉴는 바로 양갈비구이였다.

         

       당연히 무함마드 왕자는 종교 탓에 돼지고기를 먹지 못한다. 그래서 대충 소고기 쪽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혀 예상 밖으로 양고기가 나왔다. 당연히 나는 양고기보단 소고기 쪽을 선호했기에 나름 아쉬운 메뉴 선정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애초에 전생과 현생을 포함해서 양고기를 먹어본 경험도 없으니까…….

         

       그렇기에 나름 첫 경험이라고 봐도 무방했고, 딱히 양고기의 맛에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근데 썰려있는 고기를 포크로 콕 집어서 대수롭지 않게 입에 넣은 순간, 곧바로 안일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압도적으로 좋은 양고기는 웬만한 한우랑은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맛있다는 것을…….

         

       육즙도 육즙이었지만, 육질이 넘사벽이었다. 사르륵 녹는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그때부터는 눈앞에 사람이 앉아있건 말건 우선 고기를 먹는 데에만 집중했다.

         

         

       “하하. 입에 맞아 보여서 참 다행이요. 원한다면 얼마든지 더 먹어도 상관없소.”

       “크흠! 더 주신다면 사양할 이유가 없긴 하죠.”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 곱다고,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이런 최고급 고기를 원 없이 먹어보겠는가?

         

       뭐… 그래도 나름 면담인데 대화를 전혀 나누지 않고 너무 고기에만 집중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함마드 왕자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고기를 입에 가져가 댔다.

         

       허나…….

         

         

       “원래 예술가들은 항상 굶주려 있는 법. 부디 내 눈치를 보지 말고 편하게 먹었으면 좋겠소.”

         

         

       그 말 덕분에 나름 편하게 식사를 마칠 수 있긴 했는데, 다 먹고 다니 확실히 창피함이 몰려오긴 했다.

         

       이것이 고기의 무서운 점이다. 고작 맛 하나만으로 사람의 경계심을 이렇게까지 풀어놓다니…….

         

        그때였다.

         

       “인류의 역사는 항상 세상을 놀라게 하는 세기의 천재들과 함께했소.”

         

         

       무함마드 왕자의 그 말을 시작으로 방안에 미묘한 긴장감이 맴돈다.

         

       그리고 지금부터의 대화 내용이 그가 방한(訪韓)했던 이유, 즉 나를 만나고 싶어 했던 이유인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천재들과 함께했던 이들은 늘 이렇게 표현했지. 천재들과 함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세상이 조금씩 달라 보인다고. 아쉽게도 나는 그런 이들과 함께할 기회가 없었소. 어쩌면 이번 생에는 전혀 인연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하지만 운이 좋게도 며칠 전에 그 기회가 찾아왔고, 이렇게 인연이라는 것이 생기게 되었지.”

         

         

       순간 무함마드 왕자의 눈꼬리가 묘하게 휘어지더니…….

         

         

       “안 그렇소? 927 작가여.”

         

         

       어째서인지 그가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

         

         

         

       “…….”

         

         

       나는 차마 무함마드 왕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기에 마땅한 대답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방금 그의 말은 마치 나를 세기의 천재들과 동일 선상에 놓고 있는 것 같았기에…….

         

       솔직히 나 스스로가 생각해도 그건 조금 과장된 평가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작품을 고작 3개밖에 안 만들었는데 너무 과장된 평가를 하시는 거 아니에요?”

       “오히려 3개였기에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소.”

       “그게 무슨……”

         

         

       무함마드 왕자는 내 의문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말한다.

         

         

       “927 작가의 1번째 작품은 말 그대로 세상을 놀라게 했고 스스로의 이름을 널리 알렸소. 2번째 작품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927이라는 이름을 절대 잊을 수 없도록 깊이 각인시켰고. 그리고 마침내 3번째 작품이 세상에 방영되고 사람들은 비로소 깨달았소. 이제는 다른 그 어떠한 작품을 봐도 927 작가의 작품처럼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을.”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 고작 3개였기에 오히려 더 고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무함마드의 왕자의 말.

         

       사우디의 후계자가 될 대단한 사람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걸 계속 듣다 보면, 이제는 무엇이 진실인지 제대로 된 판단이 안 선다.

         

       그리고…….

         

         

       “무엇이 진실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소.”

         

         

       순간 뜨끔했다. 설마 독심술이라도 쓰는 줄 알고.

         

         

       “분명한 건 현재 927이라는 작가가 고작 3개의 작품만으로 세상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고, 나는 그런 대단한 자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오.”

       “……갑자기 부탁이요? 설마 며칠 전에 은퇴했는데 당장 복귀를 해달라는 소리는 아니죠? 워낙 요즘 그런 소리를 많이 듣는 것 같아서.”

       “설마 그럴 리가. 나는 그저 그대와 친구가 되고 싶을 뿐이오. 세기의 천재들의 곁을 함께 했던 이들처럼.”

         

         

       친구… 라고?

         

       이윽고, 벙찐 표정을 짓고 있는 내게 무함마드 왕자가 자연스레 손을 뻗었다.

         

       마치 내게 악수를 요청하는 것 같은 그의 손.

         

       생각해보면 무함마드 왕자는 참 신기한 사람이었다.

         

       원하는 것은 뭐든지 가질 수 있는 대단한 자가 나를 세기의 천재라고 인정하고 배려해주는 것도 그렇고, 고작 나랑 친구가 되고 싶다는 이유 그 하나만으로 사우디에서 한국으로 방한을 하다니…….

         

       나는 잠시 고민하였지만, 결국 못 이기는 척 그의 손을 맞잡았다.

         

       사실 이유는 별거 없다.

         

       지금까지 그가 자신에게 보였던 행동과 말에는 그 어떠한 거짓도 악의도 없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이 손을 맞잡을 이유가 되지 않을까? 애초에 고작 친구 사이로 딱히 내게 뭔가 피해가 오는 것도 아니고.

         

         

       “하긴, 친구야 많을수록 좋겠죠.”

         

         

       내가 흔쾌히 악수를 받아준 것 때문일까? 아니면 뒤이어 긍정적인 대답을 내뱉은 것 때문일까?

         

         

       “고맙소.”

         

         

       무함마드 왕자가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음….

       

       어쩌면 둘 다 일지도 모르겠네.

       

       근데 저렇게 온화한 표정을 계속 보고 있으니 가끔 까먹을 것 같기도 하다.

         

       새로 사귄 친구가 분명 대단한 사람이라는 건 맞지만…….

         

         

       “그나저나 사우디에 올 생각은 없소? 그대가 혹할만한 엄청난 메리트가 있는데.”

       “메리트가 뭔데요?”

       “그대가 원하는 만큼 아내를 들일 수 있소. 표정을 보아하니 나름 솔깃한 모양이오?”

       “……아니거든요.”

         

         

       음. 아무래도 꽤나 성가신 점도 있는 것 같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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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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