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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4

    <64 – 정의로운 강의>

     

    “오크노디. 표정이 왜 그러십니까?”

    “뭔가 밤에 이상한 꿈을 꾼 것 같아서요.”

     

    분명 밤에 무슨 꿈을 꾸기는 했는데.

    뭔 꿈을 꿨는지 기억이 안 난다.

    뭐라 말하기 힘든 굉장히 찝찝한 기분!

     

    “후후.”

    “지젤 아저씨는 기분 좋아 보이시네요.”

    “간밤에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거든요.”

     

    함께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이사벨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이 인간이 가게를 열거든 거기서는 절대로 쇼핑은 안 할 거야.”

    “뭘 했는데 그래요?”

    “깃발을 팔았습니다.”

    “네에에?!”

    “물론 진짜 깃발을 전부 팔아버린 건 아니고, 가짜를 잔뜩 만들었습니다.”

     

    할 말을 잃었다.

    세상에 별난 플레이어는 많지만 세상에 깃발을 만들어서 팔 생각을 하는 NPC는 난생 처음 본다.

     

    “이것도 다 오크노디양의 창의성에서 배운 기술입니다. 뛰어난 적응력과 창의력이야말로 아카데미에서 요구하는 자질 아니겠습니까.”

    “상인으로서의 신용이 떨어지는 건 좀 그렇지 않아요?”

    “하하. 역시 오크노디는 영리하군요. 물론 그 부분에 제대로 대비를 해뒀습니다. 정확히는 가짜를 판 것이 아니라 진짜를 살 가능성을 팔았거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가짜깃발 사이에 진짜깃발을 섞고 1% 확률로 진짜 깃발에 당첨될 확률을 팔았다는 겁니다.”

     

    랜덤깃발가챠를 팔았다는 뜻이다.

    티켓암상인들이 파는 티켓에 어쩐지 입학시험도 못 치를 가짜티켓도 섞여있더라니.

    그것도 지젤 이 인간의 수완이었다는 데에 1000포인트도 걸 수 있다.

     

    “얼마나 주고 팔았어요?”

    “1회당 100포인트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오크노디양도 한 번 도전해보시겠습니까?”

    “됐어요. 전 이미 많이 모아서.”

    “흠. 그렇군요.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오크노디양의 깃발을 저한테 몇 개 팔아주지 않겠습니까?”

     

    깃발을 팔 생각이야 있긴 했는데.

    가격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

     

    “저는 진짜 깃발을 개당 100포인트에 팔 생각이었는데요. 그래도 괜찮겠어요?”

    “안될 거 뭐 있겠습니까. 즉시 매입 하겠습니다.”

     

    손목에 찬 마법시계로 포인트를 전송받으며 깃발 10개를 건네주었다.

     

    “후후. 이제 당첨확률을 올려서 더 많은 가짜깃발을 팔면 오크노디양이 1000포인트에 팔았던 깃발 10개가 10000포인트로도 돌아올 수 있습니다.”

    “……저도 지젤 아저씨가 여는 가게에서는 절대로 물건 안 살 거예요.”

     

    암상인의 상술, 너무 무서워!

     

     

    * *

     

     

    월요일 1교시에는 홈룸이 있지만 수요일 1교시에는 홈룸이 없다.

    고등학교보다는 대학교에 가까운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홈룸은 학교의 주요행사 알림시간, 매주 일어나는 이벤트 알림시간이기 때문이다.

     

    <모험학부>

    <안목키우기 강의실>

     

    그렇기에 수요일의 첫 강의는 홈룸 다음으로 들었던 <안목 키우기> 강의시간.

    실크햇에 백정장이 잘 어울리는 스타일 좋은 미녀교수님, 이름은 브론즈지만 가슴은 플래티넘급인 타의 모범이 되는 교수님의 시간이다.

     

    “다들 강의를 듣기 전에 이걸 사보시지 않겠습니까? 강의를 듣는 데 유리할지도 모릅니다.”

     

    지젤은 강의실 안에서 돗자리를 펼쳤다.

    돗자리 위에는 귀에 쏙 끼워넣을 수 있는 각기 다른 크기의 귀마개들이 있었다.

     

    “원하는 색상과 형태의 귀마개를 고를 수 있는 기회입니다. 가격은 한 쌍마다 3포인트로 아주 저렴한 편이죠.”

    “3포인트에 네귀에딩딩딩을 안 들을 수 있다면 남는 장사지.”

    “한 끼 식사에 준하는 가격을 지불하기엔 비싼 감도 없잖아 있지만 끔찍한 고막테러를 떠올리면 솔직히 하나쯤은 살만도 해.”

     

    학생들은 순순히 포인트를 지불하고 귀마개를 하나씩 사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돈 많은 변방귀족이자 겁쟁이 인싸 <티토소가>도 있었다.

     

    “티토소가. 나중에 마이크도 사다가 노래 연주 하면서 놀자.”

    “맞아. 미러볼 같은 느낌도 나고 분명 신날 거야.”

    “히히. 그럴까?”

     

    조명기만 사면 인싸가 될 수 있다는 친언니의 꼬드김에 놀아나 거추장스러운 조명기를 질질 끌고 다니는 불쌍한 바보.

    …인줄로만 알았던 티토소가는 사다코 교수님의 공포의 5교시 <모험가의 야간행동> 강의에서와 달리, 정말로 학생들의 인기를 끄는 인싸가 되어있었다.

     

    ‘정말로 PX에서 총을 사오거나 비행기에 신발 벗고 타는 애가 있으면 재밌긴 하겠네.’

     

    저게 인싸인지 인싸들의 노리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티토소가에게 친구가 생겨서 다행이야!

     

    “앗, 그때 우리 버리고 도망쳤던 선배들이다!”

    “선배님들!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반에서 가장 목소리가 높은 티토소가와 인싸패거리가 2학년 선배들에게 볼을 부풀리며 귀엽게 항의했다.

     

    “하하. 미안해, 1학년들아. 우리가 멋대로 시험과제를 알려주거나 도움을 주면 반칙이 되거든.”

    “그런 거였어요?”

    “생각해봐. 교수님이 너흴 위해 준비한 깜짝과제를 눈치 없는 2학년들이 자기들은 한 번 겪어봤다고 도와주면 얼마나 아니꼽게 보였겠어?”

     

    교수의 눈치를 보는 건 1학년도 2학년도 마찬가지다.

     

    “교수님 면전에서 교수님 앞담도 까는 빅스톤 선배님의 말이니까 믿어볼게요!”

    “짝사랑녀한테 고백도 해버릴 정도로 화끈한 빅스톤 선배님의 말이니 거짓말은 아니겠죠. 믿어볼게요!”

    “공개고백에 실패하고도 용케도 사람 취급을 받으면서 여자사람친구랑 같이 다닐 수 있는 은근히 인기 있는 선배님이니 한 번만 봐드릴게요.”

     

    저딴 게 1학년의 조리돌림?

    티토소가의 인싸 친구들 너무 무서워.

    재들한테 원한을 사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겠다.

     

    “저기, 너희들. 빅스톤이 만만해보인다고 너무 놀리지 마. 일단은 우리 친구에 너희한테는 선배거든.”

    “앗, 죄송해요.”

    “적당히만 해.”

     

    만만한 빅스톤과 달리, 그의 곁을 지키는 공개고백당한 여자사람친구와 과묵한 2학년 선배는 티토소가의 인싸패거리에게도 쉽지 않은 상대였다.

    무엇보다도 선배들과 친해지면 그런 끔찍한 과제를 미리 귀뜸을 들을 수 있으니, 선배들의 호감도에 신경 쓰는 사교활동도 나름 영리한 방법이다.

    실제로 지구에서는 이런 사교활동을 중점적으로 아카데미 활동을 풀어나가는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반갑네, 학생 여러분.”

     

    그래도 교수님은 안 돼! 교수님과의 친분은 조교와 대학원생이 되는 지름길이라고!

     

    “지난 번 강의에서는 교실에 숨겨진 알람시계를 찾아 작동을 해제하는 ‘안목’을 실습으로 시험했지. 그리고 모든 알림을 해제하여 남은 학생들은 훌륭히 보너스를 받아내었고.”

    “네에?! 아니, 교수님. 1학년들이 보너스를 받았다고요? 저희들도 작년에 못했던 걸?”

    “훗. 1학년의 가능성을 무시하고 먼저 강의실을 떠난 것이 자네들의 실수였지. 퇴실은 본인의 자유였으니 본 교수를 원망하지는 말게.”

    “얘들은 어디 보물찾기 전문 탐사단에서 왔답니까?”

    “오해하지 말게. 20개 중 11개는 학생 한 명이 혼자서 찾아낸 것이니.”

     

    2학년들이 후회 막심한 얼굴로 1학년들을 돌아봤다.

    교수가 인자한 얼굴로 바라보며 티를 내는, 가장 많은 시계를 찾아내었던 1학년인 오크노디를.

     

    “지난 번 강의로 맛보기를 보여줬으니 이번 강의에서는 가벼운 이론을 덧붙이도록 하지.”

    “안목의 중요성은 자네들도 체감했을 걸세. 하지만 그 좋은 안목으로 무엇을 찾아야하는가에 대한 지식을 자네들은 아직 갖추지 못했지.”

    “어디 한 번 들어보지. 조명기를 든 학생. 자네라면 뛰어난 안목으로 무엇을 찾아보겠나?”

     

    티토소가가 사방에서 몰려드는 시선에 긴장했는지 조금 핼쑥해진 얼굴로 답했다.

     

    “교수님이 무서운 강의요.”

     

    사방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브론즈 교수가 표정으로 물었다.

    그거 나 말하는 거 아니지?

    티토소가는 고개를 붕붕 저으며 적극적으로 부정했다.

    왠지 알 것 같다.

    티토소가가 지금 두려워하는 교수는 오늘 5교시에 또 보게 될 사다코 교수님이다.

     

    “교수님이 무서운 강의를 안목으로 구분할 수 있다면 쾌적한 수강생활을 지켜나갈 수는 있겠군. 거기, 귀마개를 잔뜩 판 학생은 어떻지?”

    “장사를 하기 좋은 강의를 찾아보고 싶습니다. 현재까지는 제 안목이 만족스럽군요.”

     

    또 한 번 강의실에 웃음이 흘러넘쳤다.

    장사로 포인트를 번다는 방법을 입학 3일차 만에 사용하는 학생의 안목은 브론즈 교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할 정도로 뛰어났다.

     

    “강의시간에 느낀 부족함을 해결할 수 있는 도구를 구분하는 안목도 좋겠군. 풍요로운 아카데미 생활을 위해서 말이지.”

    “그렇지만 본 교수가 이번 강의시간에서 여러분에게 가르치려는 사항은 조금 다르다네.”

     

    브론즈 교수의 손이 정장 자켓 안으로 들어갔다.

    봉긋 솟아오른 정의심 주머니 주변을 더듬거리던 손이 무언가를 잡아 꺼냈다.

     

    “본 교관이 가르치려는 것은 도둑질을 해도 무방한 물건과 소유주. 의롭지 못한 인물과 의롭지 못한 물건을 감별하는 방법이네.”

     

    브론즈 교수는 손에 든 무언가를 팔랑팔랑 흔들었다.

    그것을 본 2학년들이 눈을 부릅떴다.

    영문을 모르던 1학년들도 곧 그 이유를 깨달았다.

     

    “가령 동료교수를 핍박하며 멸시하는 어느 못된 교수가 의롭지 못한 인물이지.”

    “그런 교수가 신입생들의 실력판단을 핑계로 제국귀족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쪽지시험을 준비했다면 그 시험의 답안지도 불의한 물건도 의롭지 못하지.”

     

    이 교수님, 동료교수님의 쪽지시험 문제지와 답안지를 훔쳤어……!

    학생들이 집중을 안 하고 싶어도 안할 수가 없는 강의가 시작됐다.

    제국귀족교수 강의는 하나도 듣지 않았던 오크노디야 예외였지만.

     

    “저거, 내가 들은 4교시 강의 교수님 이름이 적혀있는 것 같은데…….”

     

    이사벨의 중얼거림에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소중한 요리사인 이사벨을 도와줄 수 있다면 얘기가 다르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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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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