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4

       철밥통.

       아니, 안드로이드는 도감을 이용해 진화 가능한 최종 형태다.

       

       하지만 도감을 사용하지 않고.

       스스로 진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설마 그때 오니가 말했던 하이 안드로이드가 되는 건가?’

       

       물론,

       모든 안드로이드가 자체 진화가 가능한 것은 아닐 터.

       

       철밥통은 지극히 특수한 경우였다.

       

       ‘팬시 인벤터라는 직업을 배웠으니 가능한 거겠지.’

       

       운 좋게 얻은 고대 정령석.

       그것을 제작 계열 직업인 팬시 인벤터를 활용해 가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뭔가 모든 상황이 우연이 아닌 필연인 듯 흘러가는 느낌이네.’

       

       이질감이 느껴진다.

       마치 내 삶도 누군가에 의해 소설처럼 쓰여가고 있는 것 같은···.

       

       ‘···이 세계의 작가는 죽었다고 했으니까 그럴 리 없지.’

       

       피곤해서인지 생각이 과해졌다.

       불필요한 상념을 떨치고,

       방 안에서 추격전을 벌이고 있는 밥통이와 깨비를 바라봤다.

       

       ─복수의 때가 왔습니다. 이리 오십시오.

       ─싫어! 오지 마!

       

       술래잡기를 하는 둘.

       겉보기에는 원수지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이가 꽤 좋은 편이다.

       

       ─그리고 언니라고 불러!

       ─싫습니다. 키도 작은 주제 무슨 언니입니까.

       ─깡통이 너는 가슴도 작은 게!

       ─닥치십시오. 지방 덩어리는 자유자재로 조절 가능합니다.

       

       철밥통이 가슴을 팍팍 두드리며 반박했다.

       

       신체 변형도 가능하구나.

       나중에 시켜봐야겠네.

       

       아무튼.

       서로를 진심으로 증오했으면 벌써 유혈사태가 일어났을 거다.

       

       깨비를 쫓는 밥통이는 적당히 속도를 맞춰서 장난에 어울려주는 느낌이었다.

       

       ‘어린애들이 뛰어노는 것 같네.’

       

       녀석들을 흐뭇하게 쳐다본 뒤.

       다시 들고 있던 종이로 시선을 내렸다.

       

       철밥통이 정리해준 마물 리스트였다.

       현재 인터넷에 정보가 없는 마물들 위주로 깔끔하게 정리해 놨다.

       

       ‘정보가 잘못된 마물도 정정해놨다고 했지.’

       

       어차피 도감작을 위해서는 모든 개체를 하나씩 만들어야 하지만, 우선순위를 정하기에는 도움이 되는 리스트였다.

       

       ‘많기도 하네 참.’

       

       5성 마물까지 진화가 가능한 루트도 꽤 보였다.

       

       그리고 5성 마물은 따로 ‘최종 형태’라는 문구가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

       

       5성이 최종인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기도 하고, 5성부터는 한계가 정해져 있지 않은 존재들이라 끝없이 발전할 수 있으니까.

       

       명확히 한계가 정해져 있는 4성 이하의 마물들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백룸에서 만났던 오니는 그 법칙을 무시한 특수한 경우라고 들었다. 밥통이 또한 오니와 같은 부류였다.

       

       ‘전부 밥통이같은 건 아니니까, 최대한 5성으로 진화가 뚫려있는 루트를 선택해야겠어.’

       

       다시 리스트를 천천히 살폈다.

       

       당장 눈에 띄는 5성 마물을 나열하자면.

       

       구미호.

       펜리르.

       좀비 드래곤.

       염라···.

       

       ‘아니, 염라는 뭔데?’

       

       ···명칭만 이럴 뿐.

       내가 아는 그 염왕은 아니겠지.

       

       이외에도 상식을 벗어난 마물들이 즐비해있었다.

       

       ‘빨리 5성도 만들어보고 싶네.’

       

       밥통이의 분석대로라면.

       4성에서 5성으로 진화할 때 확률은 보통 10퍼센트라고 한다.

       

       문제는 없었다.

       랜턴 슬라임을 4성으로 진화시키고,

       4성 마물들을 토벌해서 영혼을 모아두면 되니까.

       

       그렇게 리스트를 정독하던 중.

       

       띠리리리-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을 보니 탁재환 교관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이삿짐을 싸들고 도착한 모양이다.

       

       “얘들아. 이웃들 마중 나가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깨비는 도망치던걸 멈추고 해맑게 대답했다.

       

       ─응!

       ─잡았습니다. 각오하십시오.

       ─아악! 놔!

       

       밥통이는 깨비의 뒷덜미를 잡고 주먹으로 머리를 마구 내리쳤다.

       

       둘이 점점 친해지고 있으니 주인으로서 뿌듯한 심정이었다.

       

       “이제 장난 그만치고 빨리 내려가자.”

       

       겉옷을 챙겨 입고.

       소환수들을 대동하여 1층으로 이동했다.

       

       

       

       

       ***

       

       

       

       

       파사삭 맨션.

       어쩌다 내 소유가 되어버린 건물.

       그리고 이제는 영웅 아카데미 임시 기숙사가 된 곳이다.

       

       팡-!

       

       탁재환 교관이 건물 외벽에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흠집도 나지 않았다.

       

       “역시 결계가 상당하군.”

       “저번보다 더 세게 치신 것 같은데···.”

       “이번에는 전력으로 때려봤다.”

       

       건물은 허름하고 낡았지만.

       둘러져있는 결계는 상당히 견고했다.

       

       ‘교관님이 흠집 하나 못 낼 정도면 말 다 한 거지.’

       

       이것이 굳이 파사삭 맨션을 기숙사로 정한 이유 중 하나다.

       

       이론 수업은 대한 아카데미 구관에서 진행해야 하지만, 그쪽에서 기숙사는 따로 제공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외부 기숙사를 알아보다가,

       상당히 강력한 결계가 둘러져있는 파사삭 맨션이 후보지에 올랐다.

       

       그리고 그 결계의 내구도를 확인한 탁재환 교관은 주저 없이 파사삭 맨션을 기숙사로 택했다.

       

       다른 후보지들보다 안전면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201호부터 209호는,

       210호처럼 공간이 감춰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열쇠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게 설계되어 있으니까.

       

       물론 내 동의하에 결정된 일이다.

       이사 가기 귀찮았거든.

       

       “난 입구 근처인 201호를 사용하지.”

       

       탁재환 교관이 말했다.

       1층은 항상 잠겨있으며 열쇠도 따로 없기에 사용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201호는 탁재환 교관,

       202호는 한유미 교관이 사용하기로 했다.

       

       학생들의 보호 명목으로 교관님들도 기숙사에 상주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차유라의 아버지.

       빙결 길드장이 접촉을 시도하는 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탁재환 교관이 항상 붙어있는다면 함부로 접근해오지 못할 테니까.

       

       그리고 나머지 학생들은 206호부터 209호까지 사용할 예정이었다.

       

       “내가 209호 쓸 거라고.”

       “안 돼요! 제가 쓸 거예요!”

       

       짐을 바리바리 싸 온 백소아와 서한빛이 209호의 입주권을 두고 언쟁을 벌이고 있다.

       

       “짜증 나게 하네 진짜. 그럼 싸워서 이긴 쪽이 쓰는 걸로 하든가.”

       “전 전투직이 아닌데 뭘 싸워요?! 폭력 반대!”

       

       저게 다툴만한 일인가 싶다.

       아무 방이나 쓰면 될 것을.

       

       철밥통과 깨비도 같은 생각인지 그녀들을 한심하게 쳐다봤다.

       

       왠지 승자의 미소를 짓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위험 감지. 엿들으려는 게 확실합니다. 방음을 강화해야겠습니다.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철밥통 뒤로.

       

       김영지와 차유라도 불화가 생겼는지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김영지 넌 내 옆방 쓰지 마.”

       “나도 네 옆방은 싫거든?”

       

       그러고 보니 저 둘은 사이가 안 좋았지.

       

       차유라는 분홍 머리라면 질색하는 성격이었다.

       분홍 머리털은 전부 멍청하다나 뭐라나.

       

       ‘···근데 백소아는 왜 온 건지 모르겠네.’

       

       김영지와 서한빛은 기숙사에서 쫓겨났다.

       차유라는 집에서 가출··· 아니, 출가한 상태.

       

       하지만 백소아는 굳이 파사삭 맨션에 올 이유가 없었다.

       

       협회의 다른 세력이 백소아의 자택까지 감시할 수 있을 리 없으니까.

       

       ‘뭐, 다 이유가 있겠지?’

       

       물어볼까 하다가 관두었다.

       나는 내 할 일이나 마저하기로 했다.

       

       ‘어디 보자. 스몰 엔트의 진화목록이···.’

       

       1성 마물.

       ‘트리 우먼’과 ‘트리 맨’은 진화가 불가능했다.

       대신 합성을 통해 2성 마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 2성 마물이 바로 ‘스몰 엔트’였다.

       나무형 마물 ‘엔트’의 축소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아 여기 있네.’

       

       마물 목록이 너무 늘어나서 찾는데도 한참 걸렸다.

       

       

       ===

       ◎진화

       [★★스몰 엔트]

       

       ★★★엔트(최종 형태)

       조건 : ★★마석 5,500/100

       

       ★★★체리 블라썸 엔트(최종 형태)

       조건 : ★★마석 5,500/300

       

       ★★★인간지옥(최종 형태)

       조건 : ★★마석 5,500/150

       

       ★★★수호수(최종 형태)

       조건 : ★★마석 5,500/300

       ===

       

       참고로 얼마 전에 또 탁재환 교관이 마석을 보급해 줬다.

       

       게임 코인 넣는 것도 아니고 자꾸 주신다.

       

       아무튼.

       스몰 엔트의 루트는 전부 최종 형태.

       이 중에서 최상급 3성은 체리 블라썸 엔트뿐이다.

       

       다만, 현재 필요한 것은 상급 3성인 수호수였다.

       

       ‘수호수는 주위에 결계를 치는 디펜스형 마물이었지.’

       

       생소한 마물이기는 해도.

       인터넷에 정보가 아예 없는 마물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발견된 개체가 손가락 안에 꼽는 희귀 마물이라고 한다.

       

       ‘난 밥통이 덕에 무슨 능력이 있는지 다 알지만.’

       

       고민하지 않고 수호수로 진화시켰다.

       맨션 자체에 결계가 둘러져 있다고 해도, 그 주위는 무방비 상태니까 따로 결계를 칠 심산이었다.

       

       “현성 님. 이렇게 대놓고 마물을 배치해도 되나요?”

       

       맨션 마당에 수호수를 배치하고 있자 서한빛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그 대답은 탁재환 교관이 대신했다.

       

       “문제없을 거다. 최근 이 근처 주민들이 다 떠났더군.”

       “다 떠났다고요? 어쩐지 오는 길에 사람이 코빼기도 안 보이더라니···. 저는 또 현성 님이 사전에 내쫓으신 줄 알았어요.”

       

       누굴 깡패로 아나.

       내 아니꼬운 시선을 눈치챈 서한빛이 머쓱하게 웃었다.

       

       “헤헤. 농담···.”

       “재미없어요.”

       “네···.”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린 나는 낮은 담장 너머, 마을 풍경을 쭉 둘러봤다.

       

       고즈넉한 적막이 감돈다.

       

       이곳 거주민들은 한국에 파견온 일본인들이 주를 이뤘지만, 일본에서 홋카이도 탈환에 열을 올리느라 전부 복귀시켰다.

       

       그래서 이제는 유령 마을이나 다름없었다.

       타지인이 보면 사람이 증발한 기괴한 마을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주위 시선을 신경 쓸 필요 없고 좋지 뭐.’

       

       맨션을 중심으로.

       수호수를 동서남북으로 배치하고 있던 중.

       

       한유미 교관이 불쑥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현성. 너 지금 통솔력이 몇이라고 했지?”

       

       나는 정보를 확인한 뒤 바로 대답했다.

       

       “지금이···. 155네요.”

       “···아니, 그 도감작이라는 거 진짜 사기네. 무슨 벌써 155야? 난 평생을 노력해서 이제 50인데.”

       

       나도 이렇게 빨리 통솔력을 올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디 집주인하고 탁재환 교관 덕이었다.

       

       ‘이제는 물량으로도 승부할 수 있겠지. 너무 많이 소환하면 뇌가 찢어지는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마음 같아서는 안드로이드를 양산해서 기계 군단을 만들고 싶다.

       

       하지만 철밥통이 결사반대를 하길래 다른 마물을 알아보는 중이다.

       

       참고로 도깨비도 제외했다.

       도깨비는 깨비가 반대하더라고.

       

       ‘동족 혐오인가···?’

       

       녀석들과 비견할만한 마물이 뭐가 있을까 고심하던 중.

       

       제법 쓸만한 마물이 하나 떠올랐다.

       

       ‘맞다, 서큐버스 퀸이 있었지?’

       

       서큐버스 퀸은 상급 또는 최상급에 준하는 4성 마물이다.

       

       깨비와 밥통이하고 충분히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전력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그때.

       

       철밥통이 내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다.

       

       ─주인님. 불순한 생각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자중하십시오.

       

       느닷없이 경고를 날리는 철밥통.

       

       설마 생각을 읽는 건 아니겠지?

       

       슬슬 무서워질라 한다.

       안드로이드가 되고나서부터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기분도 들었다.

       

       ···뭐, 나를 싫어하는 것보다야 낫지.

       애써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이 짐을 옮기는 거나 도와주기로 했다.

       

       

       

       

       ***

       

       

       

       방 배치가 끝나고 짐도 전부 옮겼다.

       열쇠도 호수에 맞게 나눠줬다.

       

       209호는 백소아.

       208호는 차유라.

       207호와 206호는 서한빛과 김영지가 사용하기로 결정 났다.

       

       “영지야 근데···. 진짜로 그걸 내 방에 설치하게?”

       “응?”

       

       210호인 내 방에 들어와 있는 김영지.

       그녀는 현재 방구석에 금고를 설치 중이다.

       

       “이 방은 공간 자체가 숨겨져 있잖아. 내 방보다 보안이 더 철저하니까 여기가 제격이지.”

       “내가 돈이나 물건을 티 나지 않게 조금씩 빼돌리면 어쩌려고?”

       “상관없어. 어차피 다 같이 쓰려고 가져온 거라서.”

       

       보면 볼수록.

       돈에 대한 가치관이 참 존경스럽다.

       

       ‘돈 쓰는 게 인생 최고의 낙이라고 했던가···? 버는 건 쓰기 위해서 버는 거라고.’

       

       많이 벌어서 많이 쓰자.

       그리고 많이 벌면 혼자 쓰기 버거우니 친한 사람과 같이 쓰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김영지였다.

       

       ‘친해지길 잘했네.’

       

       그리 생각하며 시선을 왼쪽으로 옮겼다.

       그곳에서는 서한빛이 제 이불과 베개를 정리하고 있었다.

       

       “서한빛 님. 그건 왜 거기다 둬요?”

       “네? 혹시 모르니까요?”

       

       철밥통이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이불과 베개를 발로 걷어찼다.

       

       ─꺼지십시오.

       “아앗···.”

       

       이렇게 보니까.

       열쇠를 가지고 방안에 들어오면 210호의 공간이 사라지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아니었으면.

       시도 때도 없이 내 방에 들락날락할 사람이 꽤나 보였다.

       

       “···우선 교관님이 기다리고 계실 테니까 빨리 나가기나 하자. 서한빛 님도 이불하고 베개 가지고 나오세요.”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짐정리도 얼추 끝났으니,

       이제는 대한 아카데미 구관에 들러야 했다.

       

       출석 인정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였다.

       대한 아카데미 측에서 우리에게 간섭은 못하지만 딴지는 걸 수 있으니까.

       

       이후.

       1층에 모두 모여 아카데미로 이동하기 전에 백소아가 화두를 던지고, 차유라가 대답하며 대화가 이어졌다.

       

       “아카데미에 가면 또 우리 존···, 엄청 쳐다보겠네.”

       “난 친했던 애들 많아서 괜찮은데. 넌 좀 그렇긴 하겠네.”

       “한 명만 골라서 패면 안 되나?”

       “되겠어?”

       “하. 전부 실습 나가서 없었으면 좋겠네.”

       “걔네 어제 이미 했어. 영상 올라왔더라. 우리 때문인지 몰라도 실습 방식을 바꿨던데.”

       

       탁재환 교관은 그 대화를 듣고 자리에서 우뚝 멈춰 섰다.

       

       “음. 우리도 오늘 아니면 내일 영상을 업로드해야 하니까···. 대한 아카데미 측 실습 영상을 확인해두는 게 좋겠군. 그쪽과는 차별성을 주는 게 좋을 테니.”

       

       그렇게 해서 시청하게 된 실습 영상.

       대한 아카데미의 이번 실습은 그동안 1학년이 출입하는 걸 금했던 1급 던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 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The Academy’s Only Monster Summoner

The Academy’s Only Monster Summoner

아카데미 유일급 마물 소환사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possessed a madman in the novel who confessed to the heroines and was dump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