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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4

       *

        “누구 생각했어?”

        ​

        “…실비아씨? 깜짝 놀랐잖아요. 발소리 안 들렸는…”

        ​

        “애쉬.”

        ​

        ​

        ​

        실비아씨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내 말허리를 우악스럽게 끊었다.

        ​

        가만히 있어도 살짝 땀이 맻힐 정도의 날씨인데도, 그 단호한 모습에 왠지 소름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

        기시감이 든다.

        ​

        난 분명히 이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었다.

        ​

        죽음을 연상케 할 만큼 차가운 공기가 어딘가 먼 곳에서부터 천천히 불어오는 듯한 기분.

        ​

        아직 그녀가 얼굴을 가리던 시절, 몇번이고 내보였던 그 고요한 살기였다.

        ​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실비아씨를 올려다보았다.

        ​

        실비아씨의 얼굴에 만연한 미소는 어딘가 딱딱하게 굳은 채 부자연스럽게 경련하고 있었다.

        ​

        ​

        ​

        “묻잖아.”

        ​

        “…어?”

        ​

        “누구를 생각하고 있었느냐고.”

        ​

        ​

        ​

        실비아씨는 나를 짓누르듯 무겁게 깔린 목소리로 다시 한번 천천히 물어보았다.

        ​

        웃는 표정과는 달리 화가 난 모양이었다.

        ​

        왜지?

        ​

        이유를 모르겠다.

        ​

        애초에 그녀가 뭘 물어보는지도 모르겠다.

        ​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느냐도 아니고, 누구를 생각하고 있었냐니.

        ​

        내가 무슨 생각을 했었더라?

        ​

        멍때리고 있던 사람 옆에 갑자기 다가와서 물어보면 쉬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럴 때 순발력을 발휘해 무언가 그럴싸한 대답을 할 수도 있곘지만 나는 그녀가 왜 화가 났는지도 알아차리지 못헀고, 아쉽게도 내 순발력 역시 형편없었기에 나는 버벅대며 되물었다.

        ​

        ​

        ​

        “어… 정확히, 뭘 물어보신 거죠?”

        ​

        “…하하,”

        ​

        “실비아씨?”

        ​

        ​

        ​

        실비아씨는 허탈한 목소리로 한숨 같은 웃음을 한번 뱉고는 내 앞으로 다가와 쪼그려 앉으며 눈높이를 맞추었다.

        ​

        정면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그 붉은 색에 어울리지 않게 차갑고 날카로웠다.

        ​

        실비아씨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 툭 한마디를 건넸다.

        ​

        ​

        ​

        “야.”

        ​

        “으예?”

        ​

        ​

        ​

        나는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이상한 목소리를 냈다.

        ​

        야.

        ​

        그녀에게 그렇게 불린 건 처음이었다.

        ​

        흔히 친근한 상대를 낮춰 부를 때 쓰이는 호칭이고 우리는 서로에게 친근한 관계임은 맞기에 별문제는 없지만, 이렇게 무섭게 들리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

        나는 황급히 팔을 휘저으며 말했다.

        ​

        ​

        ​

        “어, 그러니까… 비석을 깎는데 집중이 안 돼서, 그러다…”

        ​

        “나 들었어.”

        ​

        “뭘 들으셨다는 거예요?”

        ​

        “잘 지냈으면 좋겠다. 라고 했잖아.”

        ​

        “아,”

        ​

        ​

        ​

        그거구나.

        ​

        ​

        ​

        “누구야?”

        ​

        “그야 제 약…”

        ​

        ​

        ​

        멈춰.

        ​

        이 미친놈아.

        ​

        나는 가까스로 나오던 말을 삼키며 입을 다물었다.

        ​

        아무리 내가 눈치 없고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리숙한 놈이라지만, 이건 말하면 안됀다는 사실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

        나는 실비아씨의 연인이고, 가까운 미래엔 남편이 될 사람이다.

        ​

        그런 내가 그녀 앞에서 전 약혼녀의 이야기를 꺼낸다는 건 안됄 일이었다.

        ​

        애초에 나와 앨리스 누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뒤가 켕길 일은 결코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와 함께 첫 경험을 나눈 실비아씨에게 꺼낼 만한 화젯거리는 아니었다.

        ​

        실비아씨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아무리 앨리스 누나가 내겐 가족 같은 사람이라 해도 실비아씨 앞에서 경솔하게 꺼내서는 안 될 일이었다.

        ​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

        ​

        ​

        “그… 그냥, 제가 알고 지내던 사람들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다들 잘 지내는지…”

        ​

        “그 약혼녀?”

        ​

        ​

        ​

        맙소사.

        ​

        ​

        ​

        “아? 아니요?”

        ​

        “하…”

        ​

        ​

        ​

        실비아씨는 고개를 숙인 채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

        그리곤 천천히 그 손을 올려 머리를 뒤로 넘긴 채 천천히 말했다.

        ​

        ​

        ​

        “들었다고. 말했잖아.”

        ​

        “… 네?”

        ​

        “누나. 라고 했잖아.”

        ​

        “…아.”

        ​

        ​

        ​

        실비아씨의 붉은 눈동자가 차갑게 이글거렸다.

        ​

        ​

        ​

        ​

        ​

        ​

        ​

        ​

        ​

        ​

        *

        “누나가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정확하게 그렇게 얘기했어.”

        ​

        “그건… 실,”

        ​

        “설마 나를 뜻하는 말이었다고 거짓말할 생각이라면… 애쉬 너는 나를 완전 바보라고 생각하는 거야.”

        ​

        “…”

        ​

        “내가 부탁해도 넌 나를 한 번도 누나라고 불러준 적 없어.”

        ​

        ​

        ​

        그랬다.

        ​

        매일 밤 떠오르는 그 황홀했던 그녀와의 첫 정사.

        ​

        완전히 녹초가 된 채로 서로의 몸에 기대며 널브러진 그 순간, 실비아씨는 내게 기이한 요청을 했었다.

        ​

        ‘누나’ 라고 불러 보라고.

        ​

        다시 생각해봐도 이상하기 짝이 없는 요청이었다.

        ​

        ​

        나는 아직 실비아씨가 어설프게 내 가족 흉내를 냈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

        그걸 보며 느낀 그 소름이 끼치는 감상 역시도 아직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

        애초에 잊어버릴 만큼 오래 지난 일도 아니었으니까.

        ​

        아마도 그건 가족도, 사랑도 잘 모른 채 살아왔던 실비아씨가 나를 너무나 아꼈기에 일어난 참사였을 것이다.

        ​

        원래 오랜 시간 혼자 고민하다 나온 결론은 때떄로 기이하게 뒤틀려 있을 때도 있는 법이다.

        ​

        덕분에 제법 멀리 돌아왔지만, 결국 우리는 가족이 되어가는 올바른 방향을 찾았다.

        ​

        서로 사랑하며 신뢰하는 사이.

        ​

        평생을 함께하는 동반자로서 서로를 선택한 사람들.

        ​

        부부.

        ​

        나와 그녀는 부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

        나와 가족이 되고 싶다는 실비아씨의 충동은 우리가 서로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사실상 충족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

        그랬을 텐데.

        ​

        어째서 실비아씨는 또다시 이런 기이한 요구를 내게 내미는 걸까.

        ​

        ​

        혈연관계는 부부관계와 다르게 만들고 싶다고 만들어지는 관계가 아니었다.

        ​

        형제는 자신이 선택하는 게 아니니까.

        ​

        ​

        어쩌면 내가 너무 깊이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

        실비아씨는 나보다 크고 탄탄한 몸을 지녔다.

        ​

        커다란 가슴과 골반, 그리고 아름다운 얼굴은 그녀가 매력적인 여성임을 어필하고 있었지만, 그런데도 그녀는 나보단 훨씬 다부진 신체를 지닌 것이다.

        ​

        하지만, 이건 남녀만의 차이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

        마치 어른과 어린아이의 차이와 흡사하기도 했다.

        ​

        물론 나도 다 큰 어른이지만, 실비아씨에 비할 바는 못되었다.

        ​

        어쩌면 실비아씨는 내 누나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사랑스러운 연하의 남성이 자신을 누나라 부르는 게 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

        사실 이렇게까지 고민하는 게 이상한 일이다.

        ​

        누나라고 불러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세상에는 별별 특이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하니 오히려 이 정도는 아주 양호한 성벽일 것이다.

        ​

        ​

        하지만, 나는 결국 실비아씨를 누나라고 부르지 못했다.

        ​

        마리아 누나와 비슷한 나이인 실비아씨는 분명 내게 누나일 텐데, 어째선지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

        부끄럽기도 했고, 조금 수치스럽기도 했다.

        ​

        어쩌면 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나를 들여다보는 실비아씨의 반응이 부담스러워 그랬을지도 모른다.

        ​

        ​

        그다음, 또 다음,

        ​

        우리가 매번 서로의 몸과 열기를 탐욕스럽게 핧아대던 그 밤마다, 그녀는 꼭 한 번씩 내게 누나라 불러달라고 부탁했었다.

        ​

        나는 매번 그 요구를 멋쩍은 미소와 함께 거절했다.

        ​

        그렇기에.

        ​

        ​

        ​

        “나는 누나라고 불러주지 않잖아. 그럼 네가 누나라고 부른 그 사람은 대체 누굴까?”

        ​

        ​

        ​

        이런 결과가 된 거겠지.

        ​

        ​

        ​

        “어…으…아…”

        ​

        “마… 네 누나는 이미 죽었다고 했으니까,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그 말은 이상해. 그건 네 친누나를 향한 게 아니야. 그렇지?”

        ​

        ​

        ​

        그녀는 무섭게 추궁해왔다.

        ​

        꼭 내 입에서 답을 듣고 말리라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사실대로 말했다간 무언가 큰일이 날 것만 같은 날 선 분위기 역시 동시에 느껴지고 있었다.

        ​

        어떡하지?

        ​

        어쩌면 좋지?

        ​

        ​

        ​

        “애쉬, 대답해.”

        ​

        “…”

        ​

        “대체 누구야? 그 사람은? 나한텐 끝까지 안 된다고 했던 애쉬가 그렇게 스스럼없이 누나라고 불러주는 행복한 여자는 대체 누굴까?”

        ​

        ​

        ​

        아니, 고작 내 ‘누나’라는 호칭이 뭐가 그렇게 가치 있다고 이렇게까지 하시는 거예요. 

        ​

        실비아씨는 단 한 번도 깜빡거리지 않은 채 그 새빨간 눈동자로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

        아마도 그녀가 원하는 것을 얻기 전까지는 절대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

        나는 떨리는 입술을 천천히 열었다.

        ​

        그녀가 원하는 것을 주기 위해서.

        ​

        ​

        ​

        “… 그만해요.”

        ​

        “애쉬. 나 장난하는 거 아…”

        ​

        “그만해요… 누나.”

        ​

        “…”

        ​

        ​

        ​

        실수했다.

        ​

        실비아씨의 눈에 핏발이 서는 것을 보며 나는 그렇게 느꼈다.

        ​

        ​

        ​

        ​

        ​

        ​

        ​

        ​

        ​

        ​

        *

        나는 실비아씨와 함께 오두막으로 돌아왔다.

        ​

        의외로 그녀는 내게 아무런 해코지도 하지 않았다.

        ​

        그저 조용히 내 손을 움켜쥔 채 오두막으로 돌아왔을 뿐이었다.

        ​

        실비아씨는 나를 조용히 탁자로 이끌어 앉히고는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

        ​

       

       “애쉬.”

        ​

        “예… 예? 실비아씨?”

        ​

        “…”

        ​

        “실비아씨?”

        ​

        “…”

        ​

        “실비아 누나.”

        ​

        “후후,”

        ​

        ​

        ​

        뭐가 그렇게 좋은지,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

        ​

        ​

        “있지, 내가 너한테 하나 말해줄 게 있어.”

        ​

        “어떤…?”

        ​

        “내 과거.”

        ​

        ​

        ​

        지금 갑자기?

        ​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

        ​

        ​

        “모험 다닐 때요? 아니면 아카데미?”

        ​

        “아니, 그보다도 훨씬 전.”

        ​

        “그보다 전이면… 그 훈련을 받으셨다고 했었죠?”

        ​

        “그래… 몇 번 어렴풋이 얘기한 적은 있었지만, 자세하게 말해준 적은 없는 것 같아서.”

        ​

        ​

        ​

        그렇게 말한 실비아씨, 아니 누나는 잠시 눈을 감은 채 입을 다물었다.

        ​

        아마 머릿속으로 할 말을 정리하는 모양이었다.

        ​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난 후,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털어놓기 시작했다.

        ​

        ​

        ​

        ​

        ​

        ​

        ​

        ​

        ​

        ​

        *

        실비아가 지금까지 보내온 삶의 궤적은 처절한 투쟁과 살 떨리는 경쟁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

        이제는 얼굴 한 조각, 이름 한 글자도 떠오르지 않는 부모가 네 살도 채 되지 않은 그녀를 귀족의 사병으로 팔아버렸을 떄부터 그랬다.

        ​

        입을 줄이기 위해서 팔려 온 아이들, 혹은 도저히 키울 능력이 없어서 울며 떠나보낸 아이들, 혹은 애초에 버려져 길거리에서 자라나던 아이들.

        ​

        각자의 이유는 제각각일지언정, 처지는 비슷한 수많은 아이와 함께 실비아는 그 훈련 시설에서 자라났다.

        ​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경쟁해야만 했다.

        ​

        훈련은 지쳐 죽는 이들이 쏟아질 정도로 가혹했고, 열 두살이 넘은 아이들은 매주 주말마다 상대의 목숨을 빼앗거나 불구로 만들어야만 끝나는 처절한 대련을 치러야만 했다.

        ​

        간혹 도망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다음날 훈련장 한 가운데 목이 매달렸고, 훈련병들은 그 시체를 바라보며 훈련을 진행해야만 했다.

        ​

        목이 걸리지 않은 아이들은 모두 도주 중 사살된 경우뿐이었다. 

        ​

        식사는 언제나 양이 부족하게 지급되었기에 순서가 늦으면 밥을 먹을 수도 없었다.

        ​

        아마 경쟁심을 부추겨 훈련병들이 서로를 진심으로 증오하게 만들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

        물론 그런 환경 속에서도 우정을 꽃피우는 이들은 존재했지만, 실비아는 아니었다.

        ​

        그녀는 묵묵히, 그리고 조용히 그 지옥 같은 곳에서 열일곱살이 될 때까지 자랐다. 

        ​

        ​

        사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상한 것투성이였다.

        ​

        훈련생들의 방에는 온통 철창이 처져 있었고, 잘 때는 침대에 달린 사슬에 한쪽 팔을 묶어야만 했다.

        ​

        게다가 훈련장의 사방은 높은 벽으로 막혀 있는 등, 여러모로 평범한 시설이 아니었다.

        ​

        그리고 훈련 역시 평범한 사병 훈련이 전혀 아니었다.

        ​

        병력을 키우는 게 목적이라면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을 고의로 굶기는 것도, 목숨을 잃을 만큼 가혹한 훈련이나, 병력을 손실시키는 실전 대련 같은 걸 시키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그곳에서 자라온 실비아와 대부분의 아이는 그 당시엔 그런 위화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

        ​

        게다가 훈련병들은 자신들을 이곳에 데리고 온 그 귀족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

        소문에 의하면 낮은 순위지만 왕위계승권도 있을 만큼 높은 집안인 무슨 무슨… 공작가라고 들었다.

        ​

        대체 공작씩이나 되는 가문이 대체 왜 이런 시설을 만들고, 이런 가혹한 짓을 저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

        실비아는 그곳에서 열일곱살이 될 때까지 살아남았다.

        ​

        ​

        그녀가 열읿곱살이 된 지 넉 달 쯤 지난 어느 날, 그곳에서의 생활은 어처구니가 없을 만큼 싱겁게, 그리고 갑작스럽게 끝나게 되었다.

        ​

        하루아침에 공작가가 몰락해 버린 것이다.

        ​

        반역을 모의했다는 죄목으로 공작과의 모든 일가는 어린 자녀와 손자들까지 포함해 모조리 처형되었다.

        ​

        아무리 반역죄라고 해도, 아무리 왕의 명령이라 하더라도 너무 가혹한 처벌이 아니냐는 의견들도 있었지만,

        ​

        무력으로 왕위를 찬탈하려 한 점, 그 계획이 무려 이십년을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준비되었던 점, 그리고 그 계획을 위해 수많은 어린아이들을 데려와 훈련하며 죽게 만들었던 점 등의 이유로 인해 이례적일 정도로 신속하게 처형당했다고 한다.

        ​

        즉, 실비아가 자란 그 훈련소는 처음부터 왕족을 암살할 요원을 기르기 위한 시설이었다.

        ​

        사건이 정리된 후, 왕은 실비아를 포함해 그 시설에서 자란 모든 아이를 불러 모았다.

        ​

        왕은 행복한 유년기를 잃어버린 그들을 안타깝게 여기며,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

        ​

        다행히 왕가를 향한 적대적인 세뇌 교육 같은 것은 진행되지 않았기에, 훈련병 중 이미 스무살이 넘은 이들은 국가의 병사로 취직시켜 주었고, 열 두살 아래 어린아이들은 교육 시설에 보내주었다.

        ​

        열두살보다 위, 하지만 스무살은 되지 않은 아이들의 경우, 왕은 최대한 각자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

        일부는 기사단에서 훈련받을 수 있도록 했고, 또 일부는 모험가로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다.

        ​

        아주 어려서, 아직 말을 떼지도 못한 나이 때 부터 시설에서 자란 실비아 같은 소수의 아이는 왕이 직접 추천서를 써 주며 아카데미로 입학시켰다.

        ​

        실비아는 그렇게 아카데미를 다니며 천천히 상식과 예절,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뒤늦게나마 배워가기 시작했다.

        ​

        살면서 처음으로 친구라는 존재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

        그녀의 인생에 있어 처음으로 웃음과 행복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기였다.

        ​

        그 반짝거리며 빛나는 시간이야 말로, 그녀가 용사가 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아닐까.

        ​

        실비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

        ​

        ​

        ​

        ​

        ​

        ​

        ​

        ​

        ​

        *

        “… 그 뒤는 네가 아는 것처럼 마왕에 대한 이야기야.”

        ​

        “…”

        ​

        ​

        ​

        생각보다 훨씬 어두운 이야기였다.

        ​

        끔찍한 이야기를 담담히 말하는 그녀의 역설적인 태도가 도리어 더욱 끔찍하게 느껴지기는 이유이기도 했다.

        ​

        실비아씨는 이야기를 마친 후 천천히 고개를 들며 나를 향해 똑바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무언가 굳은 결의가 엿보이는 그 표정에 나는 멍하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 서서히 입을 열었다.

        ​

        ​

        ​

        “…꺼내기 힘든 이야기였을 텐데, 말해주셔서 고마워요, 정말이에요.”

        ​

        “응, 들어줘서 고마워.”

        ​

        “그런데 있잖아요… 실비아씨…”

        ​

        “…”

       

       

       ​

        ​

        아, 정말.

        ​

        ​

        ​

        “누나.”

        ​

        “응”

        ​

        “갑작스럽게 이 이야기는 왜 하신 거에요?”

        ​

        ​

        ​

        나올 수밖에 없는 질문이었다

        ​

        말없이 내 옆에 다가와 갑작스럽게 내 약혼녀에 대해 추궁하더니, 내 손을 끌고 들어와 자신의 옛날이야기를 꺼냈다.

        ​

        나는 그녀의 행동이 조금도 이해되지 않았다.

        ​

        실비아씨는 고개를 천천히 위아래로 끄덕거리며 말했다.

        ​

        ​

        ​

        “잊고 있었거든.”

        ​

        “…네?”

        ​

        “전부, 애쉬 덕분이야.”

        ​

        “…어, 뭔가요?”

        ​

        ​

        ​

        실비아씨는 천천히 테이블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

        그리고는 내 양쪽 뺨을 붙잡고 부드럽게 입술을 맞췄다.

        ​

        시작은 부드러웠지만, 점점 그녀의 입술에 힘이 들어가더니 촉촉한 그녀의 혀가 내 입술을 거칠게 벌려 열었다.

        ​

        나는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 실비아씨의 억센 손이 내 목덜미를 단단히 붙잡은 채 고정했다.

        ​

        이내 포기한 채 발버둥을 멈추자, 그녀는 처음처럼 다시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내 입술에서 천천히 떨어졌다.

        ​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의 입술이 내 아랫입술을 꼭 물고 있었다.

        ​

        ​

        ​

        “하… 애쉬.”

        ​

        “…갑자기 왜…”

        ​

        “애쉬 덕분에 기억났어.”

        ​

        ​

        ​

        나는 멍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이러면 안 되는데, 이래서는 안 되는데,

        ​

        실비아씨와 키스를 나눈 것만으로 내 의지와 무관하게 내 바지가 팽팽하게 당겨오는 걸 느꼈다.

        ​

        그녀와의 키스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이어지곤 하던 그 행위를 몸이 기억하기 떄문인 걸까.

        ​

        점점 호흡도 거칠어지는 게 느껴졌다.

        ​

        그런 내 모습에 실비아씨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

        ​

        ​

        “내가 얼마나 경쟁에 익숙한지 말이야.”

        ​

        “…그게 무슨… 하듯,”

        ​

        ​

        ​

        실비아씨는 천천히 나를 끌어안더니 내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

        ​

        동시에 느릿한 손놀림으로 내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

        ​

        ​

        “누나랑 침대로 가자.”

        ​

        ​

        ​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야스… 너무 자주 넣는 것도… 안좋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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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t Run Away from the Woman Who Saved Me.

I Can’t Run Away from the Woman Who Saved Me.

나를 살려준 그녀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Score 4.2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Having lost all my family, I fled. As I was running away, she saved me when I was on the brink of death due to an accident. The moment our eyes met, I knew I couldn’t leave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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