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 생각했어?”
“…실비아씨? 깜짝 놀랐잖아요. 발소리 안 들렸는…”
“애쉬.”
실비아씨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내 말허리를 우악스럽게 끊었다.
가만히 있어도 살짝 땀이 맻힐 정도의 날씨인데도, 그 단호한 모습에 왠지 소름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기시감이 든다.
난 분명히 이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었다.
죽음을 연상케 할 만큼 차가운 공기가 어딘가 먼 곳에서부터 천천히 불어오는 듯한 기분.
아직 그녀가 얼굴을 가리던 시절, 몇번이고 내보였던 그 고요한 살기였다.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실비아씨를 올려다보았다.
실비아씨의 얼굴에 만연한 미소는 어딘가 딱딱하게 굳은 채 부자연스럽게 경련하고 있었다.
“묻잖아.”
“…어?”
“누구를 생각하고 있었느냐고.”
실비아씨는 나를 짓누르듯 무겁게 깔린 목소리로 다시 한번 천천히 물어보았다.
웃는 표정과는 달리 화가 난 모양이었다.
왜지?
이유를 모르겠다.
애초에 그녀가 뭘 물어보는지도 모르겠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느냐도 아니고, 누구를 생각하고 있었냐니.
내가 무슨 생각을 했었더라?
멍때리고 있던 사람 옆에 갑자기 다가와서 물어보면 쉬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럴 때 순발력을 발휘해 무언가 그럴싸한 대답을 할 수도 있곘지만 나는 그녀가 왜 화가 났는지도 알아차리지 못헀고, 아쉽게도 내 순발력 역시 형편없었기에 나는 버벅대며 되물었다.
“어… 정확히, 뭘 물어보신 거죠?”
“…하하,”
“실비아씨?”
실비아씨는 허탈한 목소리로 한숨 같은 웃음을 한번 뱉고는 내 앞으로 다가와 쪼그려 앉으며 눈높이를 맞추었다.
정면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그 붉은 색에 어울리지 않게 차갑고 날카로웠다.
실비아씨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 툭 한마디를 건넸다.
“야.”
“으예?”
나는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이상한 목소리를 냈다.
야.
그녀에게 그렇게 불린 건 처음이었다.
흔히 친근한 상대를 낮춰 부를 때 쓰이는 호칭이고 우리는 서로에게 친근한 관계임은 맞기에 별문제는 없지만, 이렇게 무섭게 들리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나는 황급히 팔을 휘저으며 말했다.
“어, 그러니까… 비석을 깎는데 집중이 안 돼서, 그러다…”
“나 들었어.”
“뭘 들으셨다는 거예요?”
“잘 지냈으면 좋겠다. 라고 했잖아.”
“아,”
그거구나.
“누구야?”
“그야 제 약…”
멈춰.
이 미친놈아.
나는 가까스로 나오던 말을 삼키며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내가 눈치 없고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리숙한 놈이라지만, 이건 말하면 안됀다는 사실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는 실비아씨의 연인이고, 가까운 미래엔 남편이 될 사람이다.
그런 내가 그녀 앞에서 전 약혼녀의 이야기를 꺼낸다는 건 안됄 일이었다.
애초에 나와 앨리스 누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뒤가 켕길 일은 결코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와 함께 첫 경험을 나눈 실비아씨에게 꺼낼 만한 화젯거리는 아니었다.
실비아씨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아무리 앨리스 누나가 내겐 가족 같은 사람이라 해도 실비아씨 앞에서 경솔하게 꺼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그… 그냥, 제가 알고 지내던 사람들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다들 잘 지내는지…”
“그 약혼녀?”
맙소사.
“아? 아니요?”
“하…”
실비아씨는 고개를 숙인 채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천천히 그 손을 올려 머리를 뒤로 넘긴 채 천천히 말했다.
“들었다고. 말했잖아.”
“… 네?”
“누나. 라고 했잖아.”
“…아.”
실비아씨의 붉은 눈동자가 차갑게 이글거렸다.
*
“누나가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정확하게 그렇게 얘기했어.”
“그건… 실,”
“설마 나를 뜻하는 말이었다고 거짓말할 생각이라면… 애쉬 너는 나를 완전 바보라고 생각하는 거야.”
“…”
“내가 부탁해도 넌 나를 한 번도 누나라고 불러준 적 없어.”
그랬다.
매일 밤 떠오르는 그 황홀했던 그녀와의 첫 정사.
완전히 녹초가 된 채로 서로의 몸에 기대며 널브러진 그 순간, 실비아씨는 내게 기이한 요청을 했었다.
‘누나’ 라고 불러 보라고.
다시 생각해봐도 이상하기 짝이 없는 요청이었다.
나는 아직 실비아씨가 어설프게 내 가족 흉내를 냈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그걸 보며 느낀 그 소름이 끼치는 감상 역시도 아직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애초에 잊어버릴 만큼 오래 지난 일도 아니었으니까.
아마도 그건 가족도, 사랑도 잘 모른 채 살아왔던 실비아씨가 나를 너무나 아꼈기에 일어난 참사였을 것이다.
원래 오랜 시간 혼자 고민하다 나온 결론은 때떄로 기이하게 뒤틀려 있을 때도 있는 법이다.
덕분에 제법 멀리 돌아왔지만, 결국 우리는 가족이 되어가는 올바른 방향을 찾았다.
서로 사랑하며 신뢰하는 사이.
평생을 함께하는 동반자로서 서로를 선택한 사람들.
부부.
나와 그녀는 부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와 가족이 되고 싶다는 실비아씨의 충동은 우리가 서로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사실상 충족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랬을 텐데.
어째서 실비아씨는 또다시 이런 기이한 요구를 내게 내미는 걸까.
혈연관계는 부부관계와 다르게 만들고 싶다고 만들어지는 관계가 아니었다.
형제는 자신이 선택하는 게 아니니까.
어쩌면 내가 너무 깊이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실비아씨는 나보다 크고 탄탄한 몸을 지녔다.
커다란 가슴과 골반, 그리고 아름다운 얼굴은 그녀가 매력적인 여성임을 어필하고 있었지만, 그런데도 그녀는 나보단 훨씬 다부진 신체를 지닌 것이다.
하지만, 이건 남녀만의 차이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마치 어른과 어린아이의 차이와 흡사하기도 했다.
물론 나도 다 큰 어른이지만, 실비아씨에 비할 바는 못되었다.
어쩌면 실비아씨는 내 누나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사랑스러운 연하의 남성이 자신을 누나라 부르는 게 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렇게까지 고민하는 게 이상한 일이다.
누나라고 불러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세상에는 별별 특이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하니 오히려 이 정도는 아주 양호한 성벽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결국 실비아씨를 누나라고 부르지 못했다.
마리아 누나와 비슷한 나이인 실비아씨는 분명 내게 누나일 텐데, 어째선지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부끄럽기도 했고, 조금 수치스럽기도 했다.
어쩌면 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나를 들여다보는 실비아씨의 반응이 부담스러워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다음, 또 다음,
우리가 매번 서로의 몸과 열기를 탐욕스럽게 핧아대던 그 밤마다, 그녀는 꼭 한 번씩 내게 누나라 불러달라고 부탁했었다.
나는 매번 그 요구를 멋쩍은 미소와 함께 거절했다.
그렇기에.
“나는 누나라고 불러주지 않잖아. 그럼 네가 누나라고 부른 그 사람은 대체 누굴까?”
이런 결과가 된 거겠지.
“어…으…아…”
“마… 네 누나는 이미 죽었다고 했으니까,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그 말은 이상해. 그건 네 친누나를 향한 게 아니야. 그렇지?”
그녀는 무섭게 추궁해왔다.
꼭 내 입에서 답을 듣고 말리라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사실대로 말했다간 무언가 큰일이 날 것만 같은 날 선 분위기 역시 동시에 느껴지고 있었다.
어떡하지?
어쩌면 좋지?
“애쉬, 대답해.”
“…”
“대체 누구야? 그 사람은? 나한텐 끝까지 안 된다고 했던 애쉬가 그렇게 스스럼없이 누나라고 불러주는 행복한 여자는 대체 누굴까?”
아니, 고작 내 ‘누나’라는 호칭이 뭐가 그렇게 가치 있다고 이렇게까지 하시는 거예요.
실비아씨는 단 한 번도 깜빡거리지 않은 채 그 새빨간 눈동자로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아마도 그녀가 원하는 것을 얻기 전까지는 절대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나는 떨리는 입술을 천천히 열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을 주기 위해서.
“… 그만해요.”
“애쉬. 나 장난하는 거 아…”
“그만해요… 누나.”
“…”
실수했다.
실비아씨의 눈에 핏발이 서는 것을 보며 나는 그렇게 느꼈다.
*
나는 실비아씨와 함께 오두막으로 돌아왔다.
의외로 그녀는 내게 아무런 해코지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내 손을 움켜쥔 채 오두막으로 돌아왔을 뿐이었다.
실비아씨는 나를 조용히 탁자로 이끌어 앉히고는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애쉬.”
“예… 예? 실비아씨?”
“…”
“실비아씨?”
“…”
“실비아 누나.”
“후후,”
뭐가 그렇게 좋은지,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있지, 내가 너한테 하나 말해줄 게 있어.”
“어떤…?”
“내 과거.”
지금 갑자기?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모험 다닐 때요? 아니면 아카데미?”
“아니, 그보다도 훨씬 전.”
“그보다 전이면… 그 훈련을 받으셨다고 했었죠?”
“그래… 몇 번 어렴풋이 얘기한 적은 있었지만, 자세하게 말해준 적은 없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한 실비아씨, 아니 누나는 잠시 눈을 감은 채 입을 다물었다.
아마 머릿속으로 할 말을 정리하는 모양이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난 후,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털어놓기 시작했다.
*
실비아가 지금까지 보내온 삶의 궤적은 처절한 투쟁과 살 떨리는 경쟁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이제는 얼굴 한 조각, 이름 한 글자도 떠오르지 않는 부모가 네 살도 채 되지 않은 그녀를 귀족의 사병으로 팔아버렸을 떄부터 그랬다.
입을 줄이기 위해서 팔려 온 아이들, 혹은 도저히 키울 능력이 없어서 울며 떠나보낸 아이들, 혹은 애초에 버려져 길거리에서 자라나던 아이들.
각자의 이유는 제각각일지언정, 처지는 비슷한 수많은 아이와 함께 실비아는 그 훈련 시설에서 자라났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경쟁해야만 했다.
훈련은 지쳐 죽는 이들이 쏟아질 정도로 가혹했고, 열 두살이 넘은 아이들은 매주 주말마다 상대의 목숨을 빼앗거나 불구로 만들어야만 끝나는 처절한 대련을 치러야만 했다.
간혹 도망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다음날 훈련장 한 가운데 목이 매달렸고, 훈련병들은 그 시체를 바라보며 훈련을 진행해야만 했다.
목이 걸리지 않은 아이들은 모두 도주 중 사살된 경우뿐이었다.
식사는 언제나 양이 부족하게 지급되었기에 순서가 늦으면 밥을 먹을 수도 없었다.
아마 경쟁심을 부추겨 훈련병들이 서로를 진심으로 증오하게 만들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물론 그런 환경 속에서도 우정을 꽃피우는 이들은 존재했지만, 실비아는 아니었다.
그녀는 묵묵히, 그리고 조용히 그 지옥 같은 곳에서 열일곱살이 될 때까지 자랐다.
사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상한 것투성이였다.
훈련생들의 방에는 온통 철창이 처져 있었고, 잘 때는 침대에 달린 사슬에 한쪽 팔을 묶어야만 했다.
게다가 훈련장의 사방은 높은 벽으로 막혀 있는 등, 여러모로 평범한 시설이 아니었다.
그리고 훈련 역시 평범한 사병 훈련이 전혀 아니었다.
병력을 키우는 게 목적이라면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을 고의로 굶기는 것도, 목숨을 잃을 만큼 가혹한 훈련이나, 병력을 손실시키는 실전 대련 같은 걸 시키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그곳에서 자라온 실비아와 대부분의 아이는 그 당시엔 그런 위화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훈련병들은 자신들을 이곳에 데리고 온 그 귀족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소문에 의하면 낮은 순위지만 왕위계승권도 있을 만큼 높은 집안인 무슨 무슨… 공작가라고 들었다.
대체 공작씩이나 되는 가문이 대체 왜 이런 시설을 만들고, 이런 가혹한 짓을 저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실비아는 그곳에서 열일곱살이 될 때까지 살아남았다.
그녀가 열읿곱살이 된 지 넉 달 쯤 지난 어느 날, 그곳에서의 생활은 어처구니가 없을 만큼 싱겁게, 그리고 갑작스럽게 끝나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공작가가 몰락해 버린 것이다.
반역을 모의했다는 죄목으로 공작과의 모든 일가는 어린 자녀와 손자들까지 포함해 모조리 처형되었다.
아무리 반역죄라고 해도, 아무리 왕의 명령이라 하더라도 너무 가혹한 처벌이 아니냐는 의견들도 있었지만,
무력으로 왕위를 찬탈하려 한 점, 그 계획이 무려 이십년을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준비되었던 점, 그리고 그 계획을 위해 수많은 어린아이들을 데려와 훈련하며 죽게 만들었던 점 등의 이유로 인해 이례적일 정도로 신속하게 처형당했다고 한다.
즉, 실비아가 자란 그 훈련소는 처음부터 왕족을 암살할 요원을 기르기 위한 시설이었다.
사건이 정리된 후, 왕은 실비아를 포함해 그 시설에서 자란 모든 아이를 불러 모았다.
왕은 행복한 유년기를 잃어버린 그들을 안타깝게 여기며,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
다행히 왕가를 향한 적대적인 세뇌 교육 같은 것은 진행되지 않았기에, 훈련병 중 이미 스무살이 넘은 이들은 국가의 병사로 취직시켜 주었고, 열 두살 아래 어린아이들은 교육 시설에 보내주었다.
열두살보다 위, 하지만 스무살은 되지 않은 아이들의 경우, 왕은 최대한 각자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일부는 기사단에서 훈련받을 수 있도록 했고, 또 일부는 모험가로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다.
아주 어려서, 아직 말을 떼지도 못한 나이 때 부터 시설에서 자란 실비아 같은 소수의 아이는 왕이 직접 추천서를 써 주며 아카데미로 입학시켰다.
실비아는 그렇게 아카데미를 다니며 천천히 상식과 예절,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뒤늦게나마 배워가기 시작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친구라는 존재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그녀의 인생에 있어 처음으로 웃음과 행복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기였다.
그 반짝거리며 빛나는 시간이야 말로, 그녀가 용사가 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아닐까.
실비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
“… 그 뒤는 네가 아는 것처럼 마왕에 대한 이야기야.”
“…”
생각보다 훨씬 어두운 이야기였다.
끔찍한 이야기를 담담히 말하는 그녀의 역설적인 태도가 도리어 더욱 끔찍하게 느껴지기는 이유이기도 했다.
실비아씨는 이야기를 마친 후 천천히 고개를 들며 나를 향해 똑바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무언가 굳은 결의가 엿보이는 그 표정에 나는 멍하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 서서히 입을 열었다.
“…꺼내기 힘든 이야기였을 텐데, 말해주셔서 고마워요, 정말이에요.”
“응, 들어줘서 고마워.”
“그런데 있잖아요… 실비아씨…”
“…”
아, 정말.
“누나.”
“응”
“갑작스럽게 이 이야기는 왜 하신 거에요?”
나올 수밖에 없는 질문이었다
말없이 내 옆에 다가와 갑작스럽게 내 약혼녀에 대해 추궁하더니, 내 손을 끌고 들어와 자신의 옛날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그녀의 행동이 조금도 이해되지 않았다.
실비아씨는 고개를 천천히 위아래로 끄덕거리며 말했다.
“잊고 있었거든.”
“…네?”
“전부, 애쉬 덕분이야.”
“…어, 뭔가요?”
실비아씨는 천천히 테이블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내 양쪽 뺨을 붙잡고 부드럽게 입술을 맞췄다.
시작은 부드러웠지만, 점점 그녀의 입술에 힘이 들어가더니 촉촉한 그녀의 혀가 내 입술을 거칠게 벌려 열었다.
나는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 실비아씨의 억센 손이 내 목덜미를 단단히 붙잡은 채 고정했다.
이내 포기한 채 발버둥을 멈추자, 그녀는 처음처럼 다시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내 입술에서 천천히 떨어졌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의 입술이 내 아랫입술을 꼭 물고 있었다.
“하… 애쉬.”
“…갑자기 왜…”
“애쉬 덕분에 기억났어.”
나는 멍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래서는 안 되는데,
실비아씨와 키스를 나눈 것만으로 내 의지와 무관하게 내 바지가 팽팽하게 당겨오는 걸 느꼈다.
그녀와의 키스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이어지곤 하던 그 행위를 몸이 기억하기 떄문인 걸까.
점점 호흡도 거칠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런 내 모습에 실비아씨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얼마나 경쟁에 익숙한지 말이야.”
“…그게 무슨… 하듯,”
실비아씨는 천천히 나를 끌어안더니 내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
동시에 느릿한 손놀림으로 내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누나랑 침대로 가자.”
.
야스… 너무 자주 넣는 것도… 안좋다고…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