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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4

       “…뭐야?”

         

       쉴 새 없는 뜀박질로 심장이 달아오른다.

         

       흐르는 땀을 닦은 주나용은 고개를 요리조리 돌렸다.

         

       그녀는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주나용의 등 뒤에 보이는 건 건장한 체격의 남성과 얼굴도 모르는 여자 생도들뿐.

         

       다들 여기저기 불거진 힘줄과 탄탄한 근육에서, 전사 계통으로 여겨졌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야.’

         

       유세하, 자신이 현재 가장 신경 쓰고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는 그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계속 두리번거리던 찰나.

         

       ‘…찾았다!’

         

       뒤편 너머 수십의 무리 사이에 끼어있는 그가 보였다.

         

       워낙 외모가 돼서 그런가.

       유독 눈에 잘 띄었다.

         

       “허억, 허억!”

         

       거친 숨소리가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다.

       그리고 그의 머리 위에 적혀진…

       고작, 8이라는 숫자.

         

       “……”

         

       주나용은 하위권에서 헉헉거리는 그의 모습에 눈가를 찌푸렸다.

         

       마하나인가 하는 귀여운 묘인족 소녀가 옆에서 그를 도와주고 있었다.

         

       “므아아. 세하야 괜찮아?”

       “후욱, 아이고 이 병신같은 몸뚱이…단거리는 그리 잘 가면서, 장거리가 이리 힘들 줄이야.”

         

       옆에서 도와주는 그녀조차 숫자가 10은 된다.

         

       물론, 유세하가 맨 밑바닥인 건 아니다.

         

       “…우, 에, 우엑…”

         

       <설빙> 문보라.

       눈을 질끈 감은 그녀가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목소리를 내며 달린다.

       머리 위에 새겨진 숫자는 4.

         

       처음에는 다 죽어가는 모습이라…

       못 알아봤던 주나용이지만, <설빙> 특유의 압도적인 흉부 크기에서 그녀임을 눈치챘다.

         

       하지만 애초에 <설빙>은…

         

       ‘마법사잖아…’

         

       <마법사> 클래스는 특징상, 기초 체력이 달려도 괜찮았다.

         

       체력을 올리는 것보다는 마력을 높여, 마법사라는 직군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는 게 더 중요하니까.

         

       하지만 유세하는 아니다.

       그는 자신처럼 근접 메인 딜러이다.

         

       탱커보다 더욱 우월한 기동성을 발휘하여, 적을 격파하는 임무를 맡는 중요한 직책이다.

         

       따라서 이러한 폭발적인 속도를 지탱해줄 기초 체력은 딜러에게 있어서 필수적이었다.

         

       그런데도 고작 8밖에 안 되는 거다.

         

       주나용은 저 말이 의미하는 것에 부들부들 몸이 떨려왔다.

         

       ‘단련을 게을리했구나.’

         

       그런데도 팽진아 언니…

       교수님에게 선택받은 거구나.

         

       찰나, 주나용은 묵묵히 생도들의 점수를 체크하는 팽진아를 다시 한번 인식했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자신을 향해있지 않았다.

         

       오로지 유세하.

       그만 바라보고 있었다.

         

       주나용은 분했다.

         

       저런 게으른 남자에게 밀려서 선택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분했다.

         

       ‘…두고 봐 유세하!’

         

       내일도,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자신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언제나 선두에 설 것이며, 전력을 다해 달려나갈 것이다.

         

       절대로 너에게 뒤처지지 않을 거다.

         

       그리한다면 분명……

         

       ‘팽진아 교수님도 분명 나를 전속 제자로 다시 선택하실 테니까!’

         

       그렇게 1주 차 훈련 첫날.

         

       주나용이 40바퀴를 달성할 때, 유세하는 14바퀴로 마무리되었다.

         

         

       * * *

         

         

       둘째 날도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어제랑 똑같은 무지성 달리기 훈련.

         

       주나용은 이번에도 최선을 다해 달려나갔고 단 한 번도 선두를 빼앗기지 않았다.

         

       40바퀴를 달성했을 때 유세하의 수치는 15.

         

       한 바퀴 늘었지만 그래 봤자였다.

         

         

       * * *

         

         

       “…뭐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새로운 해님과 달님이 떠오를수록.

       주나용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두 눈으로 목격하였다.

         

       “……뭐야?”

         

       분명 3일까지만 해도,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던 유세하가 무서울 정도로 앞으로 치고 달려오는 게 보였다.

         

       주나용이 40바퀴에 도달했을 때 그는 무려…

       28바퀴에 도달해있었다.

         

       “…마, 말도 안 돼.”

         

       고작 4일이 지났다.

       근데, 저, 저리 체력이 는다고?

       단순히 기초 체력만 늘어난 게 아니다.

         

       자신은 언제나 전력을 다해 최고 속도를 유지하며 달려나갔다.

         

       종아리가 터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도, 절대 속도를 떨어트리지 않았다.

         

       그런데 28바퀴인 거다.

         

       이게 의미하는 건 유세하의 체력뿐만이 아니라 달려나가는 속도도 증가했다는 소리이다.

         

       그렇게 주나용의 경악은 무색할 정도로, 이변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 * *

         

         

       삐이익-!

         

       5일 차.

         

       거친 호루라기 소리에, 이제는 어느 정도 단련된 생도들의 눈빛이 집중된다.

         

       팽진아는 불었던 호루라기를 내리며 생도 전원을 둘러보았다.

         

       “좋아, 다들 눈빛이 좋아졌군.”

         

       만족스러운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던 팽진아는 조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나선 조교들은 생도들의 양 발목에 무언가를 달아주었다.

         

       생도들 전원 의아해하던 찰나.

       팽진아의 설명이 이어졌다.

         

       “지금 그대들이 장착한 것은 중력 조작을 기반으로 한 훈련용 도구다. 오늘부터는 이것으로 무게를 증폭시키고 달릴 거다.”

         

       말을 마친 팽진아는 바로 버튼을 눌렀고, 곧 늘어나는 무게에 생도들의 입에서 곡소리가 울려 퍼졌다.

         

       족히 50~70kg이 증폭되는 무게감.

         

       <상태창>을 각성한 초인에게 있어 이정도 무게가 문제 되는 것은 아니나, 이만한 넓이의 운동장을 40바퀴나 뛰어야 한다는 전제가 문제였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다들 울상을 지었지만, 팽진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럼 바로 시작한다. 전원 준비!”

         

       탕-!

         

       신호탄이 울려 퍼진다.

       신호음이 울리자마자 당연하다는 듯 주나용은 달려나갔다.

         

       무게가 증가하여도 꾸준히 단련된 그녀의 육체는, 이정도쯤이야 가소롭다는 듯 앞으로 쭉쭉 치고 나갔다.

         

       5바퀴, 10바퀴, 그리고 15바퀴.

         

       조금 지친다는 느낌에 땀을 닦는다.

       원래라면 30바퀴는 돼야 흐르는데, 지금은 옷 안에 흠뻑 젖어 안이 비춰 보일 정도다.

         

       역시 훈련용 아티팩트까지 끼니 꽤 버거웠다.

         

       ‘그래도 이정도면…’

         

       압도적인 선두…?

         

       “……?!”

         

       미친. 뭐야…?

         

       주나용은 흠칫거렸다.

       물론 자신이 압도적 선두인 건 맞다.

         

       하지만 유세하.

       페이스를 잃지 않고 달려오는 그가 보인다.

         

       그리고 위에 새겨진…

         

       무려, 13이라는 숫자에 주나용의 눈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마, 말도 안 돼.’

         

       고작…

       고작 2바퀴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렇게 주나용은 달려야 하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

         

         

       ‘아이고 죽겠네.’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옆으로 ‘므앗, 므아앗~’ 하는 마하나와.

       ‘…우엑, 으게엑…?’ 거리는 문보라가 보인다.

         

       마하나의 머리 위에는 11이라는 숫자가.

       문보라의 머리 위에는 8이라는 숫자가 눈에 보인다.

         

       두 사람 모두 달리기 훈련으로, 기초 체력이 많이 늘었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 둘을 포함한 생도들 전원 중, 가장 많이 성장한 이를 뽑으라면 나일 거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를 뽑을 수 있었다.

         

       ‘정신이 1 상승했어.’

         

       유세하.

         

       씹사기 능력을 보유한 주제에, 겁이 많아 제대로 괴수랑 드잡이질도 단련도 하지 않았던 캐릭터.

         

       보통 훈련을 통한 성장은 잠재력에 기반을 두는 경우가 많았다.

         

       상식적으로 당연한 게, 타고난 게 대단한 녀석일수록 더욱 치고 나가는 게 좋을 테니까.

         

       ‘그리고 유세하는 5★ 캐릭터.’

         

       순수하게 잠재력만 보면 주나용에게도 뒤지지 않는 사기적인 성장력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극한의 훈련을 매일매일 하니 성장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할 거다.

         

       당연하지만, 고작 이거 가지고는 다 설명할 수는 없는 법.

         

       [육신의 고통은 곧 인내의 상징. 완주하겠다는 당신의 욕망이 육신에 뿌리 깊게 퍼집니다.]

       [‘지구력’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 보상으로 내구가 1 상승합니다.]

         

       [끊임없는 노력의 결실이 상쾌한 땀방울을 흘려냅니다.]

       [당신의 발걸음은 점차 그 힘을 증폭해나갑니다.]

       [‘민첩성’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 보상으로 속도가 1 상승합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육신의 고통을 이겨낸 보상은 값졌다.

         

       가지고 있기만 해도 밥값을 톡톡히 하는 특성 2개의 레벨이 상승한 것.

         

       주력 능력치가 증가한 것도 무시 못 할 만큼 컸다.

         

       이걸로 [민첩성]은 레벨 4를.

       [지구력]은 레벨 3을 달성하였다.

         

       ‘순조롭구먼.’

         

       두 개 모두 근접 딜러라면, 꼭 필요한 뿌리와 같은 특성이다.

         

       획득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레벨이 저 정도까지 오르다니…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력은 절로 신바람이 나게 해주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대단한데.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보상이 한 가지 더 추가되었다.

         

       [존재해서는 안 되는 재능이 그 싹을 보입니다.]

       [‘역천의 눈동자’가 하늘의 이치를 거스릅니다. 대상: 주나용]

       [주나용에게서 ‘질주’를 획득합니다. 4레벨의 언커먼(Uncommon) 특성입니다. 1레벨로 하락하여 습득됩니다.]

       [습득 보상으로 속도가 1 상승합니다.]

         

       바로 [역천의 눈동자]가 발동한 것.

       대상은 다름 아닌 주나용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심히 좀 당황스러웠지만, 냉정하게 판단하니 발동할만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요 며칠 주나용만 바라보긴 했지.’

         

       선두를 달려나가는 그녀를 보며 ‘대체 어떻게 해야 친해지지?’, ‘재는 스탯이 몇이길래 저리 빨라?’ 등의 고민을 하며 묵묵히 관찰하였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양다리에 상시 감도는 ‘붉은 기운’에 대한 탐구가 진행되었고.

         

       나는 지도관의 경험을 통해 저것이 [질주] 스킬이라는걸 바로 알아보았다.

         

       덕분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닌가 싶었다.

         

       ‘이것으로 한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겠어.’

         

       ‘터틀 나이트’도 그렇고, ‘팽진아’도 그렇고.

         

       아마도 [역천의 눈동자]의 기본 발동 조건은, 대상에 대한 세세한 ‘관찰’인 모양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서 ‘이해’까지 도달하면, 좀 더 많은 걸 복사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추측했다.

         

       ‘아무튼, 덕분에 좋은 거 얻었어.’

         

       [질주]는 [민첩성]과 같이 속도를 올려주는 능력이라 있으면 좋겠다 여겼는데, 설마 이리 얻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민첩성’의 효과로 이동속도가 상승합니다.]

       [‘질주’의 효과로 이동속도가 상승합니다.]

       [‘지구력’의 효과로 고된 인내를 요구하는 일에 대한 끈기가 증가합니다.]

         

       고된 훈련으로 증가한 능력치.

         

       여기에 세 개의 능력이 강렬한 활기를 심어주었고, 이는 지금 주나용의 뒤꽁무니까지 따라오게 해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었다.

         

       “…음?”

         

       한참 달리던 와중이었다.

       나는 주나용이 저 멀리서 멍하니 바라보는 걸 눈치챈다.

         

       뭐야? 설마 기다려준 거야?

         

       손을 들어 흔들어주자, 흠칫하더니 ‘용이잇-!’ 이라는 특이한 음성어를 내뱉으며 달려나간다.

         

       그렇게 나는 그날 주나용이 40바퀴에 도달할 때…

         

       무려 30바퀴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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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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