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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4

       [‘서브 퀘스트-재판’을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서커스단의 명성 +50’이 제공됩니다.]

       [현재 서커스단의 명성: 96]

         

       [서커스단의 명성 50을 달성한 보상으로 ‘의상실’이 제공됩니다.]

         

       [엘라의 호감도가 1 상승했습니다.]

       [마야의 호감도가 1 상승했습니다.]

         

       [단원들의 평균 호감도 10을 달성한 보상으로 ‘스킬북’이 제공됩니다.]

         

         

       판사의 선고와 함께 연달아 뜨는 메시지들.

       나는 긴장감이 탁 풀리는 걸 느꼈다.

         

       마지막에 도착한 감식보고서는 게임으로 치면 강제 승리 이벤트로 들어선 것과 같았다.

       이 퀘스트는 결국에 2시간 동안 명성을 방어해내기만 하면 알아서 해결되는 구조인 것이다.

         

       몇 달은 붙잡혀 있을 각오를 했었는데…….

       상당히 맥 빠지는 반전이었다.

       물론 거기에 불만은 없었다.

         

       다만 보고서가 도착하기 전에 명성이 0이 되어버렸다면, 어떤 과정을 통해 ‘서커스 그랑프리 활동 잠정 중지’로 흘러가게 되는 건지는 궁금했다.

       감식보고서가 오는 길에 불타버리기라도 하는 것일까?

       지금에 와서는 알 방도가 없었다.

         

       의문점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엘라와 마야의 호감도가 왜 올랐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무죄를 선고받는 이벤트와 그들이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냥 우연히 때가 겹친 것에 불과한 것일까.

         

       나중에 둘에게 물어볼까 생각하다가 이내 치워버렸다.

       그것보다 내 관심을 더 사로잡는 게 있었다.

         

         

       <단원들의 평균 호감도에 따른 보상>

       : 스킬북 (10에 해금)

       : [25에 해금]

       : [40에 해금]

       : [60에 해금]

       : [80에 해금]

       

       <서커스단의 명성에 따른 보상>

       : 의상실 (50에 해금)

       : [150에 해금]

       : [300에 해금]

       : [500에 해금]

       : [800에 해금]

         

         

       스킬북은 일전의 ‘유령의 가면’처럼 보상 수령 창에 둥둥 떠 있었다. 손으로 집어 꺼내는 방식이었다.

       의상실은 [단원 관리] 항목에 기능의 형태로 추가되었다.

         

       둘 다 자세히 살펴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게 우선이겠지.

         

       나는 변호인석에서 주춤주춤 일어서는 아나이스를 바라봤다.

       그녀의 가늘고 하얀 목에 땀이 번들거렸다.

       안색이 수척한 것이 상당히 지쳐 보였다.

         

       그녀는 오랫동안 병치레를 해오느라 체력이 상당히 약했다.

       마차에서 내려 걷기만 해도 금방 호흡이 가빠오며 앉을 자리를 찾을 정도였다.

       혈색은 예전에 비해 나아졌다지만, 절대적인 운동량 부족에 의한 저질 체력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법정에 서서 변론을 할 때는 약간의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로 무려 1시간이 넘도록 열변을 토하며 싸웠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그녀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긴 나인데…….

         

       그녀는 다리가 풀렸는지 책상을 집고 비틀거렸다.

       나는 평소처럼 그녀를 부축해주기 위해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어깨를 잡아 세운 것은 그녀의 경호원인 포르슈 경이었다.

       그는 나를 보며 살짝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지금 주변엔 우리를 지켜보는 시선이 많았다.

       기껏 봉합한 소문에 다시 빌미를 줄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 내 발걸음을 붙잡은 것은 아까 그녀가 내게 던진 말들이었다.

         

       -차라리 단장님이 저를 밀어냈다면 좋았을 텐데.

       -차라리 저를 향해 웃어주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차라리 제가 싫다고 말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내 친절과 미소가 그녀를 더 힘들게 할 수 있었다.

       나는 그녀의 구애를 거절한 사람이었으니까.

         

       지금도 그녀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엄청 미안하고, 엄청 고마운 사람인데.

         

       다행히 나도 그렇고, 그녀도 그렇고 한동안 서로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판사가 재판의 폐정을 선언하자 관객들이 무대 위로 우르르 올라와 우리를 둘러쌌기 때문이다.

         

       귀족과 명사들은 아나이스를 향해, 카바레와 서커스단 사람들은 나를 향해 몰려들었다.

         

       “잘했어! 아주 잘했어!”

         

       수탉 미노바가 내 등을 쾅쾅 치며 소리쳤다.

         

       “단장은 서커스단의 얼굴이오. 항상 몸가짐을 조심하시오. 당신의 체면이 떨어지면 단원들에게 영향이 가니까.”

         

       은막 아르노가 무대 뒤에 스텝 석을 힐끗 돌아보며 말했다.

         

       “내 속이 다 시원하더군요. 저도 같은 고향 출신입니다. 반갑습니다.”

         

       얼굴을 알지 못하는 젊은 단장 한 명이 내 손을 붙잡고 마구 흔들며 속삭였다. 그 뒤에서 역시 알지 못하는 늙은 단장 한 명도 고개를 끄덕이며 애향심을 공유했다.

         

       “젊은 친구가 배짱이 두둑하더군. 그 상황에서 귀족들을 척 꼬나보며 웃을 수 있을 줄이야.”

       “대단한 담력과 배포야. 괴물서커스라……. 좋아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한 번 지켜볼 가치가 있겠군.”

       “혹 그대의 인스피라가 무엇인지 여쭤봐도 되겠소?”

         

       수십 명의 사람이 동시에 말을 거니 정신이 없었다.

         

       아나이스 역시 처한 상황은 비슷했다.

       그녀는 가뜩이나 지쳐 있어서 나보다 더욱 힘들어 보였다.

       무스탕 후작이 눈치 좋게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지 않았다면, 그녀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베르그송 자작, 오늘은 이만 숙소로 가서 쉬는 게 어떻겠소?”

         

       아나이스는 이를 악무는 듯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행사의 진행이 남았지 않았나요?”

       “단장들이 각각 각오를 다지는 시간과 후원자의 소개가 있긴 하오. 하지만…….”

         

       무스탕 후작은 빙그레 웃으며 사람들을 둘러봤다.

         

       “여기 있는 모두가 인정할 것이오. 그대는 이미 훌륭하게 자신이 누구인지 드러냈소. 오늘 밤, 전 세계로 전보가 날아갈 것이오. 내일 아침이면 세계 사람들 모두가 그대의 활약상을 알게 되겠지. 그리고 원더스타인 단장의 각오 역시 결연했다는 것을 여기 있는 모두가 증언해줄 수 있을 거요. 무엇보다 6대 극장의 소유주인 나는 그랑프리의 감독관이기도 하오. 내가 허락하리다. 하하, 우리는 함께 싸운 동지 아니오?”

         

       후작의 말에 사람들은 와 하고 환호를 했다.

       나는 그를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장미 풍차 카바레를 대표하는 3명의 보스.

         

       총감독 유그 마로이네.

       경영자 브왈레.

       소유주 무스탕 후작.

         

       3명의 역할은 확실했다.

       마로이네가 공연에 대해 외골수적인 면이 있는 투사라면, 브왈레는 이리저리 꾀를 내어 이득을 창출하는 수완가였고, 무스탕 후작은 고귀한 세계와 천박한 세계의 사이를 조율하는 정치가였다.

         

       그는 아나이스에게 작은 배려를 베풂으로써 그녀의 호의를 삼과 동시에 자신의 존재감 역시 드러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내일 뉴스에서 아나이스의 독주만 부각 될 테니, 이렇게 슬쩍 후작과 자작의 공동전선이었음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마차는 후문으로 불러주겠소. 정문으로 나갔다간 기자들에게 둘러싸일 테니.”

         

       이 말 역시 그렇다. 아나이스를 배려하는 것 같았지만, 매스컴 앞에는 자신이 나서서 정리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아나이스도 불만 없이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나도 그러는 게 좋다고 여겼다.

         

       어쨌건 여기는 그의 성이자 앞마당이었다.

       그녀의 활약은 이 정도 선에서 멈추는 게 쌍방을 위해서도 좋았다.

       어쨌든 우리는 여기서 시험을 치러야 하니까, 그의 위신도 생각해주어야 했다.

         

       그렇게 도착한 카바레의 뒷마당.

       마차가 도착할 때까지 우리는 휴게실에 앉아 쉬었다.

         

       셋밖에 없는 휴게실에 들어서자, 아나이스는 그제야 무너지듯 소파에 주저앉았다.

         

       “후우, 후우.”

       “괜찮으십니까?”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아나이스.

       그녀는 지치고 힘들어 보였지만, 동시에 뿌듯해하는 듯했다.

         

       “후후, 이렇게 사람들 앞에 나서본 게 몇 년 만인지. 항상 몸이 아픈 것을 핑계로 물러나 있었거든요. 회장의 자리에 오른 뒤로는 아예 대부분 피에르 삼촌에게 떠넘겼고요.”

         

       피에르.

       그의 이름이 나오자 아나이스의 안색이 다시 어두워졌다.

         

       그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오늘의 위기는 피에르가 그녀에 대해 퍼트린 악의적인 소문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어쩌면 누명 작전도 그가 뒤에서 개입했을지 몰랐다.

         

       그녀는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맞을 거예요. 귀족들 사회에서는 이런 말이 있죠. 상대의 가문을 공격할 거면, 차남을 포섭하라. 우리 상회와 완전히 사생결단을 내려는 게 아닌 이상, 적들은 상회 내부의 야당 세력과 어느 정도 연계를 했겠죠. 실제로 이번 공격은 상회 자체에 대한 것보다, 저의 개인적인 문제에 대한 것들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팔로 이마와 눈을 가리더니 가만히 뒤로 고개를 젖혔다.

       그리고 그대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설마 지쳐서 잠이 든 건가.

         

       그렇게 5분 정도 흘렀을 무렵, 그녀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단장님.”

       “네?”

         

       그녀는 여전히 팔로 눈을 가린 채 입술을 오물거렸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다.

         

       “제 변호사 수임료는 꽤 비싸거든요?”

         

       갑자기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나는 그녀가 농담을 준비한다 생각하고 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

         

       “후후, 얼마를 내야 하죠?”

       “돈은 됐어요. 저 돈 많거든요. 그것보다……. 음, 마지막 질문이라고 아까 했는데, 또 질문을 드려서 죄송하네요. 그러니까……음…….”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말했다.

         

       “단장님께서 저를 거절하신 이유는……역시 신분의 차이 때문인가요?”

         

       그녀의 질문에 나는 소리 내어 웃던 것을 멈췄다.

       팔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그녀의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더없는 진지함이 그녀의 목소리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귀족과 무적자의 신분.

       그 격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에서 경험했다.

         

       그녀의 질문에는 “네. 그렇습니다.” 하고 넘어가는 게 가장 편한 방법일 것이다.

       그녀도 충분히 납득할 테고.

         

       그러나 그건 그녀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그녀는 신분의 차이를 넘어 법정에 나서서 나를 변호했다.

       자칫 잘못하면 회장의 자리까지 잃을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나는 유라크네에게 미소의 의미를 밝혔던 것처럼.

       엘라에게 2년 반 뒤의 약속을 했던 것처럼.

       완전한 진실은 못 돼도, 최대한 성의를 담아 답변하기로 했다.

         

       “자작님, 저는 서커스 그랑프리 본선에 진출하는 데 모든 걸 걸었습니다. 그래서 그것 외에는 다른 것을 마음에 담을 여유가 없습니다. 자작님의 마음을 거절한 건 그 때문입니다.”

         

       그녀가 팔을 거두고 나를 바라봤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

         

       섭섭함이 느껴지는 그녀의 목소리.

       나는 좀 더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사실을 밝히자면, 서커스 그랑프리 자체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닙니다. 거기에 딸려올 보상이 중요하지요.”

         

       아나이스가 가슴팍을 꽉 움켜쥐었다.

         

       “그랬군요…….”

         

       슬픔에 찬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나이스.

       나는 그녀가 나에게 상당히 실망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2년 반 뒤, 저도 제가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기약 없는 약속을 할 수 없었어요.”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네. 저는 보기보다 겁쟁이입니다. 후후, 놀라셨나요?”

       “아니에요. 단장님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그녀의 미련을 확실히 끊는 게 그녀를 위한 일일 것이다.

         

       “자작님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멋지고 유능하고 매력적인 여인이죠. 처음에는 몰라도 지금은 알겠어요. 제가 만약 다른 처지에 놓여 있었다면, 자작님의 마음을 받아들였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그럴 수 없네요.”

         

       나의 말에 그녀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 화로 역전의 개막식은 끝입니다.

    아, 그리고 일러스트 뽑은 거..
    와…이거 볼 때마다 너무 흐뭇하네요.
    좋아요…예쁘다…
    주기적으로 한 장씩 뽑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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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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