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4

       “아니 엘리! 저를 못 믿는 건가요?!”

       

       “요나 너는 전적이 화려하잖아.”

       

       “그건 일반화의 오류에요! 제가 엘리에게 미인계를 자주 쓴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한테도 그러는 줄 아시나요?!”

       

       “지금 미인계라고 했지?! 확신범이라고 자백한 거지?!”

       

       빼액 소리를 지르는 엘리와 억울해하는 나. 그 사이에서 카렌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잠시 괜찮겠습니까?”

       

       “…무슨 일이죠.”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카렌을 경계하는 엘리. 하지만 내겐 반가울 따름이다.

       

       “카렌 심문관님! 빨린 진상을 밝혀주세요! 저 아무것도 안 했죠? 그냥 전 재산을 기부해달라고 했을 뿐이죠??”

       

       “아잇! 요나요나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

       

       “사실입니다.”

       

       “……?”

       

       멍한 표정을 짓는 엘리. 그런 그녀를 향해 카렌이 말을 이었다.

       

       “제 전 재산이라 해도 그리 큰 금액은 아닐뿐더러, 요나 님께서 좋은 곳에 쓰겠다고 하시니 제가 지금껏 본 것들을 믿고 드린 겁니다.”

       

       “하, 하지만 그래도 전 재산인데.”

       

       “무엇보다 요나 님 덕분에 저 대신 저주를 맞고 쓰러진 이안이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그 목숨값이라고 생각하면 아깝지 않습니다.”

       

       “아.”

       

       그제야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엘리. 아마 리디아랑 잠깐 창고에 다녀온 사이에 신전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을 거겠지.

       

       한참을 낑낑대던 엘리가 결국 한숨을 푸욱 내쉬며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런 거라면야.”

       

       “흐흫. 거봐요. 제가 언제 엘리를 걱정시킬 만한 일을 했던가요? 좀 더 믿어주세요.”

       

       “아니, 걱정시킬 일은 지금도 하고 있잖아.”

       

       “…같이 1층에 가는 건 방금 그러자고 이야기 끝난 거 아니었나요?”

       

       “맞아. 리디아가 내가 가지 말래도 어차피 따라올 거라더라고. …혹시나 해서 묻는데 왜 그렇게 직접 황혼을 삼키는 자를 대면하고 싶어 하는지 알려줄 수 있어?”

       

       “왜. 인가요.”

       

       잠시 턱을 두드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하는가. 이 세상이 내 설정들로 이루어진 곳이라는 것? 뿌려둔 비극의 씨앗이 너무 많아서 조금이라도 강해져야 여차할 때 막을 수 있다는 것? 아니면…내가 모르는 이유로 설정 오류가 일어날 것 같은 위기감?

       

       당연히 여기까지 전부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령 말해도 정신병자 취급이나 받겠지. 

       

       하여 조금 더 두루뭉실하게. 하지만 그 본질을 확실하게 짚어 말했다.

       

       “매듭을 지어야 해요.”

       

       “…….”

       

       “제가.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러냐.”

       

       “네. 저를 도와준다는 건 대신 싸워 달라는 소리가 아니에요. 제가 저의 일을 매듭지을 수 있게 도와달라는 뜻이지.”

       

       “이해했어.”

       

       “다시 한번 부탁할게요 엘리. 저를 도와주세요. 한쪽 팔이 없어도 엘리는 강하잖아요? 그 힘을 저를 위해 써주세요.”

       

       “…좋아.”

       

       고개를 끄덕인 엘리가 뒷통수를 벅벅 긁으며 한마디 덧붙였다.

       

       “하지만 조건이 있어.”

       

       “네? 조건이라면 어떤 거요?”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 옆에서 떨어지지 마. 나나 리디아도 좋고, 저 이단심문관의 옆이라도 좋아. 절대 위험한 곳에 뛰어들지 말고, 다친 곳 하나 없이 무사히 돌아와야 해. …약속할 수 있지?”

       

       “네. 최대한 노력해 볼게요.”

       

       “노력하지 말고 그냥 그러라니까.”

       

       “하지만 엘리가 위험한 상황이라면 달려들 수밖에 없을걸요?”

       

       “그럴 일은 없을 테니 안심해.”

       

       “저도 엘리가 무사하면 덤벼들 일은 없을 거예요. …아, 이건 어디까지나 황혼을 삼키는 자들과의 전투에 한한 이야기예요? 계층 수호자랑은 싸워볼 거니까 말리지 말아주세요. 저도 권능 한번 얻어 보려니까.”

       

       “뭐? 갑자기 거기서 계층 수호자가 왜 나와. 1층 간다며.”

       

       “1층의 계층 수호자를 말하는 건데요?”

       

       “???”

       

       “???”

       

       서로를 향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와 엘리. 이제 보니 꼼꼼하게 창고의 문을 닫고 나온 리디아와 옆에서 여신상이나 만지작대던 카렌도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어라라. 이거 제가 말 안 했던가요?”

       

       “처음 듣는데?!”

       

       “응. 처음 들어.”

       

       “설마 그 이단자들이 노리는 게….”

       

       기겁하는 셋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놈들이 어디서 알아낸 건지는 모르겠는데 1층의 계층 수호자의 소환법을 알아낸 것 같거든요. 확실하진 않은 건지 아직 시행착오 중이지만, 얼마 걸리지 않아 정말로 소환해 버릴 거예요.”

       

       “…그건 진짜 곤란한 이야기인데. 단순히 신전의 권력 싸움이라던가, 타락이라던가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

       

       “엘리 선배의 말대로야. 황혼을 삼키는 자에게 권능이 하나 더 넘어갈 때마다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좌시할 수 없어.”

       

       “헌데 요나 님은 어떻게 이를 알아채신 겁니까? 설마 이미 소환 의식을 알고 계셨던…오오?”

       

       무언가 깨달은 표정으로 식탁 위에 여신상을 올려두고 기도를 올리는 카렌.

       

       응. 내가 성자니까 사랑의 여신이 귀띔이라도 해줬겠거니 싶은 거구만?

       

       기왕 성자(아님) 노선을 타기로 한 거, 전혀 아니지만 맞는 척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아하하. 그냥 꿈에 잠깐 나왔을 뿐이지 정말인지 어떤지 확신은 없었어요.”

       

       “…….”

       

       “…….”

       

       말없이 이쪽을 바라보는 엘리와 리디아. 전혀 믿지 않는 눈치다. 그러라고 한 말이 맞으니까 상관없지만.

       

       노골적인 시선을 즐기며 테이블을 통통 두드렸다.

       

       “그럼 이제 어떻게 쳐들어갈 건지 구체적인 계획을 짜볼까요?”

       

       “…그래. 뭐, 어느 쪽이건 요나의 역할은 정해져있지만.”

       

       “요나. 깍두기. 인정?”

       

       “요나 님이 위험에 처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 말하며 말이라도 맞춘 것처럼 나를 밀어내는 셋.

       

       아니 이 공주님 취급 뭔데. 남역 세계니까 왕자님인가. 아무튼.

       

       애지중지 당하는 것 같아 가슴 한켠이 포근하면서도, 나를 못 믿는 건가 싶어 울컥하기도 하는 복잡한 심경.

       

       과연. 여자라고 무시하지 말라던 여기사의 심정이 이런 건가.

       

       역시 사람은 직접 그 위치가 되어봐야 배우는 게 있다니까.

       

       훌쩍훌쩍 우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너무해요. 다들 저를 돕겠다고 모였으면서 계획에는 끼워주지 않겠다니.”

       

       “너무 그러지 마. 그냥 요나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미리 정했을 뿐, 너 빼고 움직이겠다는 뜻이 아니잖아.”

       

       “뭐, 그건 그렇지만요. 어차피 제가 보호받으면서 따라가기만 할 뿐이라면 작전 회의에 참여할 필요도 없죠?”

       

       “어? 으응. 그렇지?”

       

       “그럼 나중에 다 정해지면 말씀해 주세요. 애초에 저는 이런 토벌 계획 같은 건 아는 게 하나도 없으니 여러분에게 맡기고 따를게요.”

       

       “…그렇게나 따라가겠다고 떼쓰던 거에 비하면 고분고분한데. 목적이 뭐야?”

       

       “너무하네요 엘리. 아까 헛다리 짚어놓고도 아직 저를 못 믿어요? 저는 그냥 제 눈앞에서 황혼을 삼키는 자를 조지는 모습을 확인하고 계층 수호자만 잡으면 그만이라니까요?”

       

       “뭐어. 그렇긴 한데.”

       

       엘리가 그리 말하며 내 머리를 꾹꾹 누르듯이 쓰다듬었다.

       

       “그래. 네 말이 맞네. 너는 최대한 내일의 안전을 도모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

       

       “넹. 애초부터 그럴 생각으로 먼저 가보겠다고 한 거예요. 준비할 게 많거든요.”

       

       “그러냐.”

       

       머리에 올려진 엘리의 손을 붙잡아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그녀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쪽.

       

       “고마워요 엘리. 은퇴했는데도 저를 위해 싸워주시는 거잖아요?”

       

       “알면 평소에 잘해.”

       

       피식 웃는 엘리였으나, 손 키스의 위력이 생각보다 상당했는지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었고, 입꼬리는 파르르 떨렸으며, 꼬리를 세차게 흔들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낄낄 웃으며 리디아와 카렌에게도 위에 있을 테니 무슨 일 있으면 부르라는 말을 남기고 내 방으로 올라갔다.

       

       손에는 두둑한 카렌의 돈주머니를 들고 있는 채로.

       

       준비?

       

       아암. 해야지. 해야 하고말고.

       

       가챠의 준비를 말이야!!!

       

       문을 닫자마자 오늘 번 돈을 책상 위에 와르르 쏟았다.

       

       홉 고블린 부락을 하나 털어버린 것은 물론, 미약 중독 남자를 신전에 옮기며 받은 수고비, 거기에 카렌의 전 재산까지.

       

       아쉽게도 금화는 하나도 없는 은화 더미였지만…이만큼이나 쌓이면 상당한 거액이겠지.

       

       굳이 세지는 않았다. 어차피 전부 가챠로 탕진…아니, 투자할 거니까.

       

       여신상은 카렌에게 주고 없지만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했다.

       

       “사람 새끼라면…아시죠?”

       

       띠링! 

       

       

       

       [통상 뽑기]

       

       -현금 혹은 그에 상응하는 마석을 소모해 1~5성 사이의 아이템과 스킬을 랜덤하게 얻습니다.

       

       [1회 뽑기] [10+1회 뽑기]

       

       

       

       “나를 지켜봐 줘!!”

       

       빼애액 소리를 지르며 연챠 버튼을 마구 눌러댔다.

       

       짤랑거리는 동전 소리와 함께 빠르게 사라지는 은화 더미.

       

       그 대신이라 듯 쏟아지는 온갖 잡동사니들과 눈앞의 메세지창.

       

       [3성: 명작 –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여신의 조각상]

       [3성: 명작 –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여신의 조각상]

       [3성: 명작 –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여신의 조각상]

       [3성: 명작 –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여신의 조각상]

       [3성: 명작 –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여신의 조각상]

       [3성: 명작 –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여신의 조각상]

       [3성: 명작 –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여신의 조각상]

       [3성: 명작 –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여신의 조각상]

       [3성: 명작 –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여신의 조각상]

       [3성: 명작 –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여신의 조각상]

       [3성: 명작 –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여신의 조각상]

       

       “???”

       

       아니, 그.

       

       지켜봐 달라는 게 이런 뜻은 아니었는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니케 렘 30뽑으로 명함득

    와캬퍄!

    다음화 보기


           


Gacha Addict in a Matriarchal World

Gacha Addict in a Matriarchal World

남녀역전 세계의 가챠 중독자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acha – Civilization’s Ultimate Game. Spin now for a shot at fortune. Spending that doesn’t disrupt your lifestyle? That’s virtually free-to-play. Keep spinning until you strike gold – success is guaranteed. … … Today, yet again, I’m at the gacha wheel. “Did I get a 5-star?!”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