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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4

       

       악취가 코를 찔렀다.

       

       문 앞에서부터 견딜 수가 없는 냄새가 나더니···.

       

       나라고 알았겠는가.

       

       신전 안에 처녀 귀신이 있을 줄.

       

       “얼씨구? 이거 좀 낯이 익은데?”

       

       나를 쳐다보는 사람은 둘째치고 저 벤시가 문제였다.

       

       슬금슬금 내 눈을 피하는 것이 어째 기운이 익숙했기 때문이다.

       

       머릿속으로 무언가 희끗희끗 지나가기도 했고 말이다.

       

       “이거 그 산에서 내려온 잡귀네?”

       

       이건 또 언제 빼돌렸는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저 밑에 흩어진 병을 봐라.

       

       금줄을 흉내낸 것 같은데 저걸로는 계란도 못 묶을 것이다.

       

       “이걸 부적이라고 만들어 놓은 거야?”

       

       부적에 적혀 있는 것이 참 웃겼다.

       

       정성스러운 글자 대신에 룬 문자라니.

       

       병에서 마나가 흐르는 것이 이건 무속 용품이 아니라 마법 도구였다.

       

       “하다 하다 이제 무당 흉내도 내내.”

       

       보통 잡놈들이 아니란 것은 알았지만 이런 짓 까지 할 줄이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지긋지긋 하게 듣던 이름의 주인.

       

       신관들의 인연을 끊어 놓을때마다 공수에 보였던 얼굴.

       

       “니가 베르테구나.”

       

       “그대가 크리스라는 사람인가 보오.”

       

       관상이 아주 좋았다.

       

       관상대로 살아간다는 말이 있지만 이놈은 글러 먹었다.

       

       이미 관상은 껍데기였고 시커먼 심상이 잡아먹은지 오래였다.

       

       “줄을 잘 잡고 태어났네.”

       

       “…”

       

       “근데 왜 이렇게 살았을까…”

       

       가만히 보니 이놈한테서도 악취가 났다.

       

       아주 쿰쿰하고 습한 냄새.

       

       하수구 안에서 이런 냄새가 날지도 모르겠다.

       

       “너 물에서 뭐 했냐?”

       

       흠칫.

       

       딱 들어 맞은 듯했다.

       

       미세하지만 분명히 얼굴이 굳어졌으니까.

       

       “뭔지는 알고 했나 모르겠네…너 그거 다 돌려 받아.”

       

       베르테의 옆에 있던 사제가 큰 소리를 치며 앞으로 나섰다.

       

       “무엄하구나! 크리스라고 하면 그 이단의 존재가 분명할 터!”

       

       이놈은 아주 웃긴 놈이었다.

       

       신관을 할게 아니라 장사를 해야 할놈.

       

       정치에도 일가견이 있어 보였다.

       

       “넌 입으로 망하겠다.”

       

       “이놈! 뭣들 하느냐 당장 이자를 제압하지 않고!”

       

       이런 놈 한테는 딱 어울리는 벌이 있다.

       

       “야, 너한테는 복채 안 받아. 부정 타.”

       

       미묘한 미소를 짓는 클라인 영감을 본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저 영감도 꽤 고생을 한 사람이니···.

       

       “기가 막히게 나타났구나.”

       

       “크리스님!”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베르테 놈과는 반대로 고운 심상을 가진 사람.

       

       저번에 한마디를 해줬더니 그새 갈고 닦은 모양이다.

       

       “영감님, 이제 곧…벌써 시작됐네?”

       

       풀썩 –

       

       나에게 다가오던 사제 한 명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방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늙어 버린 모습으로.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

       

       “신과의 인연이 끊어진 거예요.”

       

       태연한 우리와는 별개로 아수라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이게 어떻게…”

       

       “신성력이…!”

       

       “신이시여…어찌 저희에게…”

       

       몸에서 흩어진 신성력들이 신전을 가득 메웠다.

       

       아주 충만할 정도로.

       

       “바로 시작해야겠네.”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지만, 지금은 이게 먼저였다.

       

       주름이 생기고 있으면서도 가만히 서 있는 베르테에게서 눈을 돌린 나는 교황 아저씨를 향해 걸었다.

       

       “이곳은 위험하다 하지 않았소.”

       

       “위험해지기 전에 왔잖아요.”

       

       “허허…”

       

       역시나 근시일내에 곤욕을 치를 운기는 아니었다.

       

       사람 좋게만 봤더니, 교황은 교황이었다.

       

       “내 방금 믿지 못할 소리를 들은 것 같소만… 성녀께서 태어나신다고 했소?”

       

       “맞아요.”

       

       나도 신성력의 움직임을 들여다보고서야 안 사실이었다.

       

       이 신성력은 일종의 나침반이었다.

       

       동시에 성녀의 양분이기도 했다.

       

       “입을 열어 주겠다 한 것이 이런 것일 줄은 몰랐소.”

       

       “저도 몰랐어요.”

       

       신탁을 대신 받아 주겠거니 했던 게 내 생각이다.

       

       실제로 이들과는 다르게 나는 공수를 받는 것이 훨씬 자유로운 편이니까.

       

       그런데 입을 열어 주겠다는 의미가 이런 것일 줄이야.

       

       어쩌면 내 몸주신은···.

       

       “말이 안 되지. 그렇게 큰 신이 어떻게 바로 내려와.”

       

       “음?”

       

       “아니에요. 그보다 빨리 시작해야 해요.”

       

       “무엇을 말이오?”

       

       당장 굿을 시작해야 한다.

       

       이 신성력이 흩어지기 전에 힘을 실어 줘야 했으니까.

       

       지금 내가 하는 것에 따라 성녀가 받을 신성력의 크기가 달라질 것이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하냐는 건데···.

       

       “저게 있네…”

       

       아주 빛이 번쩍번쩍한 칼이었다.

       

       내 방울과도 비슷한 느낌.

       

       “아저씨, 저것 좀 빌릴게요.”

       

       “…혹, 성검을 말하는 것이오?”

       

       “어쩐지 보통 물건이 아닌 것 같더라니.”

       

       성기사들을 지휘하며 사제들을 묶고 있던 클라인 영감이 달려왔다.

       

       “성검을 빌리겠다니?”

       

       “꼭 필요해요. 성녀를 위한 거에요.”

       

       나를 말리려던 기색을 보이던 영감이 교황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이자 뒤로 물러났다.

       

       “끄응…조심해서 다루어야 하느니라…그것은 함부로 만지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 신성한 물건이다. 반드시 온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그….”

       

       나는 말을 하려다가 멈춰버렸다.

       

       이제부터 저걸로 할 행동이 영감의 입장에서는 길길이 날뛰고도 충분한 일이기 때문이다.

       

       “일단, 저놈들부터 싹 밖으로 꺼내주세요.”

       

       “밖으로 말인가…?”

       

       “신성력이 새고 있으니까 조심히 다뤄주셔야 해요.”

       

       소중한 자원들이다.

       

       서둘러 말을 마친 나는 제단에 올려져 있던 성검을 집어 들었다.

       

       화악 –

       

       순간 이마가 저릿할 정도로 뿜어지는 빛.

       

       영안이 욱신거렸다.

       

       “알루어드!”

       

       “예, 크리스님!”

       

       “밖에 자리 만들어 놨어?”

       

       “충분할 겁니다.”

       

       “벤시는 잘 잡아 둬.”

       

       한 손에는 방울을.

       

       한 손에는 성검을.

       

       나는 발을 내디디며 성검과 방울을 부딪혔다.

       

       채앵 –

       

       딸랑 –

       

       영기가 성검으로 옮겨 붙으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저벅 –

       

       다시 한번 염을 담아 손을 움직였다.

       

       이것이 길이다.

       

       신전안의 신성력을 끌어내기 위한.

       

       내 뒤로 교황아저씨와 영감이 따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채앵 –

       

       열려진 문을 따라 신성력이 밖으로 나갔다.

       

       하늘로 보내는 것보다 내가 이끄는 것이 훨씬 나았다.

       

       딸랑 –

       

       다행히도 성검에서 흘러나오는 신성력이 풍족했다.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내 몸을 붙잡아 주고 있었다.

       

       “후우….”

       

       채앵 –

       

       밖으로 나오니 어둠이 걷혀가고 있었다.

       

       동이 트기 직전.

       

       기운을 받기 아주 좋은 시간대였다.

       

       “여기가 좋겠네.”

       

       딸랑 –

       

       방울과 성검을 한 번 더 부딪힌 나는 성검을 바닥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세레나.”

       

       “준비됐어요.”

       

       피리 소리가 울리며 만들어지는 장단.

       

       세레나 역시 힘을 짜내는 듯 그 장단이 제법 흥겨웠다.

       

       아주 제대로 된 굿거리였다.

       

       “기도가 멈추면 안 돼요.”

       

       어느새 밖으로 나온 신관들.

       

       그 중앙에서 눈을 감으니 감각이 내려앉았다.

       

       방울도 느껴졌고, 성검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 입이 벌어졌다.

       

       “서라.”

       

       스으윽 –

       

       내 말과 함께 고개를 드는 성검.

       

       손잡이를 바닥에 지지한 채로 해가 떠오를 방향을 향해 비스듬히 올라왔다.

       

       시퍼런 날을 하늘로 향한 채로.

       

       “오랜만에 작두 한번 타보겠구나.”

       

       성검이 고개를 든 자세가 제법 낮았다.

       

       거의 땅에 누워 있다고 해야 할까.

       

       딱 올라서기 좋은 자세였다.

       

       “작두대신께서 살펴주시고…”

       

       딸랑 –

       

       신발이 벗겨지며 맨발이 드러났다.

       

       “이보게…! 자네 지금 뭘 하는겐가?”

       

       딸랑 –

       

       “새 생명이 나오니 신령님께서 살펴주시고.”

       

       맨발이 성검의 날 위에 닿았다.

       

       시퍼렇게 느껴지는 검날.

       

       그리고 나는 그 위로 올라섰다.

       

       “매…맨발로 검 위에…!”

       

       “마나도 신성력도 느껴지지 않소!”

       

       “이게 무슨….”

       

       수군거리는 소리 사이에서 몸이 균형을 잡았다.

       

       완벽히 성검 위로 올라 선 것이다.

       

       딸랑 –

       

       몸을 한번 띄워올리니 방울 소리가 울렸다.

       

       발 밑에서 검이 몸을 떠는 듯 하기도 했다.

       

       “간만에 굿 다운 굿을 해 보네.”

       

       편안한 감정이다.

       

       누군가를 환영하는 일.

       

       신이 나는 일이다.

       

       딸랑 –

       

       몸이 연거푸 허공을 치솟으며 칼날 위를 옮겨 다녔다.

       

       발에 성검이 닿을 때마다 하늘에 있는 신성력들이 선명해졌다.

       

       우우웅 –

       

       발바닥이 칼날을 두드리고.

       

       성검이 그에 맞춰 진동을 토해냈다.

       

       그럴때마다 흩어지던 신성력들이 한곳으로 모여 들었다.

       

       “기도…! 멈추면 안 된다니까!”

       

       넋을 놓고 있던 이들이 내 말에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동시에 뿜어져 나오는 신성력들.

       

       나는 그마저도 하늘로 띄워 한곳에 모았다.

       

       해가 하늘의 중앙에 있다면 저 위치가 아닐까.

       

       딸랑 –

       

       해가 뜰 방향을 가리키고 있던 성검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점점 경사가 가팔라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치 평지에 있는 듯 편안 했다.

       

       내가 칼을 타고, 칼이 나를 받아주고 있었으니까.

       

       “아주 예쁘게 나겠구나!”

       

       희끗희끗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나와 비슷한 머리색.

       

       하지만 하얀것이 아닌 윤기가 나는 은색이었다.

       

       “눈이 안 좋아서 어쩌누…”

       

       은발 만큼이나 새하얀 얼굴.

       

       그곳에 자리 잡은 눈동자 마저 은색이었다.

       

       앞을 볼 수 없는 눈이리라.

       

       딸랑 –

       

       순간, 하늘이 밝아지며 해가 떠올랐다.

       

       해를 가리키던 성검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하늘의 신성력을 가리키고 있었다.

       

       “작두가 좁구나!”

       

       수직으로 선 성검.

       

       밟을 곳이라고는 검의 끝부분밖에 없었다.

       

       뛰어놀기에는 너무나 좁은 공간.

       

       양발을 번갈아 가며 검 끝을 밟고 뛰어올랐다.

       

       딸랑 –

       

       “길을 잃지 말거라.”

       

       성검의 끝과 신성력의 덩어리가 맞닿는 순간.

       

       신성력이 터져 나가며 줄기를 만들어 냈다.

       

       성녀가 있는 곳으로 향한 것이다.

       

       딸랑 –

       

       “….성녀가 있는 곳으로…”

       

       길이 만들어지는 걸 보던 나는 깨달았다.

       

       어느새 세상이 옆으로 돌아가 있다는 것을.

       

       “크리스…!”

       

       세레나의 얼굴이 하늘을 덮었다.

       

       그 옆으로 알루어드와 교황아저씨, 클라인 영감까지.

       

       “이보게!”

       

       “크리스님!”

       

       바닥이 딱딱한 것을 보니 피는 흘리지 않았나보다.

       

       성검이 주는 효과랄까.

       

       깔끔한 기절이 조금 기꺼운 순간이다.

       

       나는 억지로 입을 벌렸다.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을 막기 위해.

       

       역시나 만신창이가 된 몸이라 그런지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지마.”

       

       “예?”

       

       “…하…지마.”

       

       “크리스님! 말씀하지 마십시오!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결국 눈앞이 컴컴해졌다.

       

       절을 하지 말라는 말을 끝마치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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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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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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