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4

       

       

       

       

       

       64화. 신성하게 위대하게 

       

       

       

       

       

       회색빛으로 멈춘 화면과 보스. 일시 정지를 해제하자 회색빛이 사라지고 화려한 색으로 뒤덮인 세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직 사슬에 묶인 보스는 움직이지 못하고 있으니, 이때 재빨리 케니스에게 새로운 스킬을 사용한다.

       

       

       《불타는 대행자의 흔적! 일시적으로 캐릭터가 성(聖)속성, 화(火)속성의 공격을 하게 됩니다. 공격력이 월등하게 증가합니다. 민첩함이 크게 증가합니다. ☆성기사 전용 스킬》

       

       

       

       사실 화 속성의 버프를 주는 스킬은《미약한 불꽃》이라고 하나 있기는 했다. 굳이 있지만 스킬을 새로 산 이유는… 

       월급이 들어왔으니까?

       그것도 있지만, 직업 전용 스킬이라는 거에 조금 호기심이 생긴 이유도 있다. 아무래도 특정 직업만 쓸 수 있는 스킬은 뭔가 좀 멋있거나, 그 직업만의 느낌을 살린 경우가 많다 보니까 호기심이 동했다.

       

       

       ㅡ 화륵!

       

       “오…”

       

       

       역시 성기사 전용 스킬이라는 걸까.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화려하게 불타는 날개가 자라나고, 이글거리는 고리도 머리 위에 생겼다. 

       그야말로 불타는 천사라는 느낌. 성기사 전용 스킬이라는 이름값을 한다. 

       

       케니스가 들고 있는 ‘신실한 자의 대검’에도 거대한 불꽃이 타올랐다. 볼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이팩트 하나는 정말 기똥차게 화려하다.

       불타는 날개와 머리 위의 고리, 그리고 이글거리는 검. 

       

       그리고 화려한 붉은 머리까지 어우러진 케니스는 하늘에서 내려온 불의 천사를 떠올리게 했다.

       

       

       “엄청나게 화려하네.”

       

       – “차ㅡ앗!”

       

       

       대검을 들어 올린 케니스의 선공. 보스의 피통이 크게 깎여나갔다. 그리고… 녀석의 체력 재생이 멈췄다.

       역시, 재생하는 괴물은 불에 태우라는 헤라클레스 선생님의 가르침은 틀리지 않았어.

       

       그 뒤로 이어지는 일방적인 케니스의 원맨쇼가 펼쳐졌다.

       다른 모험가들은 멀뚱하게 구경하거나, 거의 끼어들지 못했다. 사실상 보스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게 케니스 혼자였으니 큰 의미는 없지만.

       

       

       “… 뒤에서 노는 게 좀 그러네?”

       

       – “네 죄를 속죄해라ㅡ!”

       

       

       케니스가 보스를 몰아붙이며 계속해서 체력을 깎아나간다. 어마무시한 채력 재생이 없는 보스는 그냥 성능 좋은 샌드백에 불과하다.

       

       어느새 얼마 남지 않은 보스의 체력.

       날개를 펄럭이며 높게 뛰어오른 케니스. 머리 위로 높게 들어 올린 대검이 땅으로 떨어지며 보스를 반으로 가르고ㅡ

       보스의 피통이 완전히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까만 석탄처럼 노릇노륵하게 탄 보스가 힘없이 쓰러진다.

       

       

       “와ㅡ 케니스 혼자서 때려잡았네.”

       

       

       꽉 쥔 손에 흥건한 땀을 무릎에 문질러 닦았다. 전용 스킬의 힘일까, 케니스의 원맨쇼로 보스 레이드가 끝났다.

       화면에 떠오르는 3 스테이지 클리어 문구. 

       

       아무 생각 없이 화면을 터치하자, 새로운 메시지 창이 나타났다.

       

       

       ㅡ빠밤!

       

       《일정치의 신앙심(550)을 사용하여 추가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추가 보상을 획득하시겠습니까? Y/N 》

       

       “… 추가보상?”

       

       

       3 스테이지까지 ‘마수 토벌’을 진행하면서, 스테이지 클리어 보상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이제 와서 추가 보상을 준다고?

       눈동자가 메시지를 쭉 읽다가 신앙심(550)부분에서 잠시 멈칫했다.

       

       

       반사적으로 가지고 있는 신앙심을 떠올렸다. 키비타스에서 90, 몬테그라스에서 30씩 얻으니까…

       

       

       “여유 있네.”

       

       

       충분히 차고 넘친다. 넘치는 신앙심을 쓰고 추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Yes를 선택하고 잠시 기다린다.

       

       

       ㅡ빠밤!

       

       《3 스테이지 추가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신규 지역 보너스 수치 획득!》

       

       

       “신규 지역?”

       

       

       새로 열리는 4 스테이지에 대해서 말하는 건가? 4 스테이지에서 보너스 수치를 준다고?

       

       일단 신전이 있는 화면으로 돌아오자, 팡파레 소리가 울리며 다시 한번 메시지창을 띄웠다.

       

       

       ㅡ 빠밤!

       

       《마수 토벌 3 스테이지 클리어! 새로운 지역이 해금됩니다!》

       

       

       오, 새로운 지역?

       

       ‘세계 탐험’ 아이콘이 깜빡거리면서, 터치하라는 듯 신호를 준다. 자연스럽게 향하는 손가락.

       익숙한 풍경이 나타난다. 숲과 풀, 안개 낀 호수. 자연과 야생이 가득한 숲속.

       

       이윽고 카메라가 점차 멀어지며 숲이 작아진다. 호수가 작아지고, 웅덩이만큼 작아졌을 때, 지도의 한 구역이 통째로 반짝거리며 빛난다.

       

       

       “… 터치하라고?”

       

       

       툭ㅡ 터치하자, 요란한 팡파레 소리가 이어폰을 뚫고 귀를 울렸다.

       

       

       ㅡ 빰ㅡ빠밤!

       

       《신규 지역 오픈! ‘신성ㅡ》

       

       

       “박 주임, 지금 게임해?”

       

       “예? 아, 아닙니다.”

       

       “그럼 얼른 안 오고 뭐 해? 외근 간다고 내가 준비하라고 했잖아. 서류 다 챙겼어?”

       

       “아, 예! 다 준비했습니다.”

       

       “그럼 얼른 가자. 차 키 챙기고.”

       

       “네, 네!”

       

       

       부장님의 기습적인 공격에 식은땀을 흘리며 핸드폰을 덮었다. 급하게 시간을 확인한다. 도대체 지금이 몇 시야?

       

       

       “1시 30분?”

       

       

       미친, 언제 이렇게 된 거지? 분명 처음 시작할 때는 11시였나 12시였던 거 같은데. 다행히 게임하는 걸 부장님은 못 보신 모양.

       급하게 핸드폰을 챙기고 나갈 준비한다. 

       

       부랴부랴 서류랑 차 키를 챙기고 사무실을 나선다. 어느새 저 앞까지 간 부장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른 가자, 늦었다.”

       

       “네.”

       

       “이번에 일하는거 보고 잘 배워놔. 나중에 너 혼자 해야 되는 거다.”

       

       “아, 네. 알겠습니다.”

       

       

       멍하니 운전하면서 생각했다.

       

       

       ‘…아. 새로 해금된 땅 확인했어야 했는데.’

       

       

       

       

       

       *********

       

       

       

       

       

       케니스에게 임했던 신의 불꽃이 사그라지고, 끔찍한 악몽으로 자라날뻔했던 마귀는 쓰러졌다.

       아직도 성화가 타닥타닥 타오르며 마귀의 몸을 살라먹으며 고기 굽는 냄새를 풍겼다. 

       

       악몽은 불에 타올라 스러지고, 용사는 제 의무를 다하고 잠들었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루시, 루시…? 루시 어디 있어!”

       

       “제키ㅡ! 제키, 다 끝났단다ㅡ! 어서 나와보렴…”

       

       

       거리를 메우는 사람들의 외침. 모두 마귀로 변한 환자들의 가족이었다. 저주를 뿌린 악마는 목이 잘렸지만, 그 흔적은 깊은 상처를 남기고 지나갔다.

       시간이 지나도 메워지지 않을 거대한 상처.

       

       하룻밤에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이를 잃고, 거리가 파괴되고 수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리고… 마귀로 변한 환자들은 핏덩이로 변해 사라졌다.

       

       

       “폐하…”

       

       

       재상의 조용한 부름. 카이사르는 묵묵히 뒷짐을 진 채 창밖을 바라봤다.

       그의 모습은 기다리는 이와도 같았다. 무엇을 기다리는 걸까? 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폐하.”

       

       

       두 번째 이어진 재상의 부름. 그제야 카이사르가 대답했다.

       

       

       “말하게.”

       

       “이제 그만 대책을 논의하실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많은 이들이 죽고 다쳤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폐하의 강인한 모습과 더불어 이끄시는 모습을 보이셔야 합니다.”

       ㅡ 그리고 황태자께서는…

       

       “…”

       

       

       재상은 이어지는 말을 가까스로 삼켰다. 마귀는 용사의 성화에 불살라져 사라졌지만, 마귀로 변한 환자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 죽은 이들은 떠나보내고, 산 사람들은 대책을 마련하고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황제는 요지부동으로 저렇게 창밖만을 내다 봤다.

       재상도 같은 아버지로서 카이사르의 심정을 이해했다. 끔찍이도 아끼던 황태자가 죽었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황제 카이사르는 그래서는 안 된다. 혼란스러운 때일수록, 황제는 굳건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법.

       

       제국은 그 어느 때보다 황제가 절실했다.

       

       

       “… 재상.”

       

       “예 폐하.”

       

       “자네는… 무언가를 믿어본 적 있나?”

       

       “저는 폐하만을 믿고 따를 뿐입니다.”

       

       “허허, 그런 대답을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카이사르가 나지막하게 읇조리며 창 너머의 하늘을 올려다 봤다. 짙은 회색빛의 구름으로 가려진 하늘이 마치 카이사르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나는 지금 믿고 기다리는 중이라네.”

       

       “무엇을 말입니까?”

       

       “… 기적.”

       

       

       내뱉어진 한 마디. 

       

       

       “기적을 바라고 있네.”

       

       “폐하, 기적이라 하심은…”

       

       “신께서 내게 약속하신 것, 내가 신께 받은 것 그리고 우리에게 빛으로서 약속하신 구원…”

       

       

       카이사르는 떠올렸다. 그가 신에게서 받은 사명과 왕홀, 하늘에서 내려와 축복을 내린 천사 그리고 제국을 구한 용사.

       그리고 그는, 다시 한 번 더 신의 자비를 소망했다.

       

       약속된 기적을 기도했다.

       

       

       “난 지금, 기적을 기다리고 있네.”

       

       

       카이사르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창밖을 내다 봤다. 구름에 가린 하늘은 우중충한 분위기를 띠며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했다.

       재상은 답답한 듯 작게 한숨을 뱉었다. 

       

       

       “폐하…”

       

       

       요지부동의 카이사르. 그의 시선은 구름에 가린 하늘을 향했다.

       

       

       “이제ㅡ”

       

       

       참다못한 재상의 충언이 이어지려 할 때.

       

       

       “하늘이…”

       

       

       하늘을 뒤덮은 구름을 뚫고, 한 줄기 빛이 지상으로 내려왔다. 햇빛이 아니었다.

       햇빛보다 선명하고, 밝고 따뜻한 빛줄기.

       

       구름에 뒤덮여 있던 지상을 보듬는 빛이 내려온다. 

       이윽고 지상으로 내려온 빛줄기가 점차 크기를 키우기 시작했다.

       

       점차 빛의 기둥이 커진다. 끝을 모르고 크기를 키워가던 빛은 이윽고 거대한 나무의 기둥과도 같은 형상이 됐다.

       뻗어 나간 줄기는 하늘을 떠받치는 거대한 거인의 팔과 같았고, 나무 기둥은 하늘을 들어 올리는 세상의 중심과도 같으니.

       세상을 떠받치는 거대한 나무. 그 모습은 마치 신화의 재림이라.

       

       카이사르는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저 거대한 빛의 나무를 보라!

       

       웅장한 저 모습을 보라!

       

       자비로운 신께서 우리에게 기적을 허락하셨으니. 참으로 믿음의 결실이오, 어버이의 마음이라.

       

       

       “저, 저건…”

       

       

       빛에서 자라난 거대한 나무는 이윽고 무성한 잎사귀를 피우며 울창한 나무가 되었다. 그 잎사귀 하나하나까지 빛으로 이루어져 태양처럼 빛났고, 무엇 하나 신성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리고 거대한 이파리들이 툭툭 떨어지며 지상으로 향했다.

       

       어느 것은 가난한 이들의 집으로, 어느 것은 부유한 이들의 집으로.

       농부의 집으로, 학자의 집으로, 귀족의 집으로. 노비의 집으로.

       

       잎사귀가 향하는 이들에게는 잃은 것이 있었다.

       

       

       “아아… 시, 신이시여.”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을 잃은 이들이었다. 세상의 일부를 잃어 버린 이들의 집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잃어 버린 세상은 다시 빛으로 돌아왔다.

       

       빛을 내뿜으며 떨어진 잎사귀는 땅에 가까워지면서 점차 하나의 형상으로 변해 갔다.

       

       팔이 자라나고, 다리가 자라난다. 어느 것은 머리가 길어지고, 어느 것은 짧아진다.

       그렇게 점차 사람의 형상으로 변해 갔다. 

       

       어느 것은 아기의 모습으로, 어느 것은 건장한 청년의 모습으로.

       노인의 모습으로, 처녀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이들은 모두 잃어 버린 이들이었다. 마귀에 희생당한 무고한 자들이었다. 누군가의 자식이었고, 아들이었고 부모였던 이들이었다.

       비참한 운명에 스러져간 이들이었다.

       

       죽음에서 돌아온 이들이었다. 

       

       재상은 밖의 풍경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천리 밖에서도 보이는 거대한 빛의 나무, 잎사귀 그리고 죽은 이의 귀환.

       황제가 기다리고 있던 기적이 이걸 말하는 것인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한 번 더 자비를 베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이사르는 무릎을 꿇고 눈물을 줄줄 흘리며 기도했다. 염치없는 기적을 바랬음을 알고 있다. 

       부모에게 억지부리는 자식과도 같은 모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신께서는 그마저도 품어 주셨다. 

       이렇게 그 뜻을 지상에 펼져 보이시며, 그의 뜻을 만인의 눈에 보이게 하셨다.

       

       빛나는 나무는 오래도록 서 있었다. 모든 잎사귀가 떨어져 지상에 향할 때까지.

       이윽고 모든 잎사귀가 떨어지자, 거대한 나무는 서서히 빛의 입자로 부서지며 사라졌다. 그 뿌리부터 줄기까지 천천히.

       

       카이사르는 오래도록 기도했다. 빛의 나무가 사라지고, 사방이 조용해질 때까지.

       

       

       ㅡ 토도도도!

       

       

       문밖에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카이사르의 심장이 쿵 하고 멎는 듯했다.

       익숙한 발걸음 소리다. 가볍고 작은 아이의 뜀박질 소리.

       

       

       ㅡ 톡톡톡!

       

       

       이윽고, 작은 문울림 소리가 울렸다. 아이가 문을 두들겼을 때 나는 소리.

       카이사르의 입가가 파들파들 떨면서 미소를 그렸다. 익숙한 노크.

       

       천천히 문이 열린다. 문이 열리고, 익숙한 금발이 휘날린다. 곱슬거리는 듯 윤기 나는 머리칼.

       

       

       “아바마마!”

       

       

       카이사르는 활짝 웃었다.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지만, 크게 웃었다.

       그의 품으로 뛰어 들어온 세상을 와락 껴안았다. 작고 여리다.

       

       세게 쥐면 부서질까 무서울 정도로 가볍다. 그래서 울었다.

       

       다시는, 다시는 너를 놓치지 않으리. 잃지 않으리라.

       

       너라는 기적을, 절대 잃지 않으리.

       

       카이사르는 그의 품에 안긴 작은 세상을 껴안고, 오래도록 흐느꼈다. 그리고 웃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