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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40

    <640 – 위기의 가능충(2)>

     

    까망은 실시간으로 티토소가의 조명을 피해 우르르 달아나는 <형상변환자>들을 애써 못 본 체하며 티토소가의 길잡이 노릇을 했다.

     

    “거울던전의 출입구는 보통 거울 외의 통로의 끝에서 찾아다니지만 고가치 재화가 숨겨진 히든룸으로 향하는 길은 거울 속에 있습니다. 탐욕스러운 다크프린세스라면 분명 던전의 가장 깊은 곳에 머무를 테니 이곳이 옳은 길입니다.”

    “우와! 모험학부 학생도 아니면서 그런 건 어떻게 알아? 신기하다!”

    “아카데미 장학생을 관리하는 지부 감독보좌는 필연적으로 아카데미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접합니다. 적어도 기프트 아카데미에 한해서는 도적길드보다도 양질의 정보를 자신할 수 있습니다.”

    “힝. 부럽다. 나도 그렇게 잔뜩 알면 좋을 텐데. 요즘은 오크노디랑 잘 놀지도 못하고 넘 그래.”

    “티토소가 님은 객관적으로 보아도 이미 3학년 상급반에 오를 수 있는 실력입니다. 단지 월반할 용기가 없었을 뿐이죠. 자신감을 가지십시오.”

     

    입에 발린 립서비스는 아니었다.

    까망이 보기에 티토소가의 전투력은 조명대의 강함만큼이나 무척 인상적이니까.

    지금도 그녀의 거울 뒤에서 형상변환자 수십을 방패처럼 끌어와서 접근하던 최상위 망령 한 마리가 조명대의 빛을 이겨내지 못하고 소멸하지 않았던가.

     

    “여깁니다.”

     

    거울을 손으로 밀자 자연스럽게 손이 거울 속으로 들어갔다.

    까망이 앞장서고 길을 걷다가 점점 빛이 멀어짐을 느끼고 걸음을 멈췄다.

     

    “…안 들어오고 뭐 하십니까?”

    “힝… 그치만 무서운 걸 어떡해… 거울에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하면 평생 거울 속에서 살아야 하는 거 아니야…?”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탈출법에 대해서도 제대로 숙지하고 있습니다.”

    “정말?”

    “재단의 지원금만 받아먹고 지령은 수행하지 않으려고 거울 속으로 잠적한 장학생을 어떻게 포획했는지에 대한 전임감독관의 기록이 지부기록소에 있었습니다.”

    “…다른 의미로 무서워!”

     

    그래도 사다코 교수의 시험에서 마주쳤던 경험 덕분인지, 아니면 까망의 전투력이 만만하게 느껴져서인지 티토소가는 주춤주춤 어설픈 느림보 걸음으로나마 뒤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오, 후배들이 거울 던전의 ‘안’에 들어오다니. 제법 싹수가 있는데? 하하. 만난 것도 기념인데 선물이라도 줄까?”

    “…티토 빔!”

     

    티토소가가 눈에서 조명대의 조명보다 강한 빔을 쏘자 선배의 형상을 했던 형상변환자가 비명을 지르며 녹아내렸다.

     

    “크아악! 어, 어떻게 알아차렸지…? 내 변신은 극의에 달한 <완전모방>이었을 텐데…!”

    “갑자기 만난 후배에게 이유 없이 친절한 선배는 없어! 아무리 나라도 그 정도는 알아!”

     

    선배들과 마주칠 일이 적은 하급반 생도들이라면 순순히 당했겠지만, 오크노디를 따라 큰 소동에 잔뜩 휘말린 티토소가는 하급반 출신임에도 상급반의 경험을 지니고 있었다.

    중간보스 <선배로 변신한 정예 형상변환자>를 가뿐히 물리친 티토소가는 단검을 득템했다.

     

    “히힛. 즈앙한테 줄 선물 득템했당!”

    “…”

     

    까망은 재단의 장학생추적자도 정예 형상변환자는 피해서 다닌다는 사실을 구질구질하게 말하느니, 묵묵히 길 안내를 이어가기로 했다.

     

    “여깁니다.”

    “거울전시관…?”

    “거울 속의 형상변환자들에게 속아 섣불리 접근했다가 잃어버린 보물이나 실종된 사람들의 유품이 보관된 일종의 전리품보관소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안에는 형상변환자들의 왕 <거울군주>도 존재한다.

     

    ‘혼자였다면 이곳이 거울던전임을 알아차리자마자 다크프린세스와의 접촉은 포기했겠지.’

     

    거울군주는 형상변환자의 왕답게 마주친 대상의 모습을 모방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모방이 본체보다 <열화>, 마이너카피minorcopy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거울군주는 자신이 훔친 존재의 힘의 일부를 체화하여 제 능력처럼 다룰 수 있다.

     

    ‘그렇게 훔친 그릇이 수천 개. 그 강함은 능히 금패급 최상위로 손꼽힐 수 있겠지.’

     

    오직 드래곤교장의 무력에 의해 봉인 당한 존재.

    그렇기에 교장의 감시가 느슨해지면 언제라도 덜컥 사고를 칠 수 있는 존재.

    ‘외부인’에 불과한 자신 따위는 한 끼 식사로 전락할지도 몰랐다.

    같은 외모에 다른 힘.

    그것도 원본보다 우수한 능력을 다루는 존재의 습격으로부터 살아남을 자신은 까망에게는 없었다.

     

    ‘하지만 티토소가는 재학생. 그것도 규격 외의 강함을 지닌 학생이지.’

     

    까망의 추측이 옳았다.

    거울전시관에 진입했으나 거울군주는 습격하지 않았으니까.

    존재의 본질이 명확하게 정착되지 못한 형상변환자들의 천적, 빛 속성의 성녀.

    모든 그림자를 짓누르는 극상성의 강자.

    이 거울 던전에 한해서라면 티토소가는 패왕이나 다름없는 절대우위를 발휘할 수 있다.

     

    “헉! 저건…!”

     

    그 티토소가가 거울군주의 옥좌를 바라보며 경악어린 외침을 내질렀다.

     

    “오크노디가 둘이야!”

     

    오크노디와 오크노디.

    둘 중 하나는 거울군주일 더블노디들이 티토소가와 까망을 돌아보았다.

     

    “와! 티토소가!”

    “여긴 어떻게 왔어?”

    “그보다 누가 누구게?”

    “알아볼 수 있겠어?”

     

    티토소가가 열심히 두뇌풀가동을 하며 앓는 소리를 내다가 깨달음의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배낭에서 과제를 꺼냈다.

     

    “이 과제를 먼저 풀어주는 사람이 진짜 오크노디야!”

    “에엣. 그 정도는 스스로 할 줄 알아야지. 티토도 이제 1학년이 아니라고?”

    “어리광이 너무 심하잖아. 티토는 그래도 귀엽지만, 지금은 조금 실망이다?”

     

    티토소가는 상태이상 혼란에 빠졌다.

     

    “이럴 수가! 진짜도 가짜도 누구 하나 과제를 풀어주지 않는다니, 이러면 구별할 수가 없잖아!”

    “…평범하게 조명을 비추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

     

    티토소가가 조명대를 들자, 옥좌에 앉은 오크노디가 으앙! 하고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가렸다.

    동시에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 있던 오크노디 또한 으걋! 하고 비명을 지르며 의자 뒤에 숨었다.

     

    “둘 다 반응하는데?!”

    “…그건 눈이 부셔서 그런 겁니다.”

     

    태양광보다 살벌한 광채가 눈을 때리면 누군들 피하지 않을 수 없다.

    적당한 밝기로 괴롭히면서 누가 진짜 오크노디인지 시험하고 있으려니, 옥좌노디가 화가 나서 +5강 술잔과 상급마석, 다이아몬드를 마구 던졌다.

    이에 질세라 옥좌 뒤로 숨었던 은신노디도 배낭배낭에서 +5강 두리안과 과제에 낙서하게 만드는 강제행동 스크롤, 종이비행기를 마구 집어던졌다.

     

    “헉. 옥좌 뒤 은신노디, 너가 진짜 오크노디지!”

    “정답이야! 어떻게 알았어?”

    “오크노디의 재력은 다이아몬드를 던져도 이상하지 않지만, 작년부터 오크노디의 주 투척무기는 종이비행기였어!”

    “정답이야! 우와, 티토소가 <관찰> 기능도 열심히 올렸구나?”

    “헤헤. 내가 쫌 열심히 했어!”

     

    오크노디가 키우던 강아지가 기술 하나를 습득한 것처럼 기뻐하며 잘한다 잘한다 박수를 쳤다.

     

    “오크노디. 이런 곳에서 혼자 뭘 하고 있었어?”

    “매주 나오는 기숙사 보상 쓸어 담기?”

     

    자세히 보니 거울전시관의 진열장에 든 내용물의 반절 이상이 텅텅 비어있었다.

    내용물들이 오크노디의 배낭배낭에 담겼음은 누가 보더라도 명백했다.

     

    “헉. 그런 나쁜 짓을 저지르고도 거울노디는 왜 오크노디 흉내를 내면서 화목하게 지내는 거야?”

    “수집품보다 더 좋은 걸 알려줬거든!”

    “그 말이 맞아. 오크노디는 아주 특별한 인간이야. 이걸 보라고.”

     

    눈을 가리고 있던 옥좌노디가 자랑스럽게 허리에 손을 얹으며 포즈를 취하더니 스르륵 하고 모습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잠깐 사이에 적발의 로지니와 같은 외모를 취하더니 성격 나쁘기로는 비할 상대가 없는 이슈타르로도 변신했다가 입을 꾹 닫고 서늘한 시선을 보내는 북부대공녀 아이린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한 명의 몸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의 정보가 가득 담겨있어. 심지어 그 숫자가 천 명을 넘어가. 이런 굉장한 인간을 좋아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헉! 굉장해애애! 그 많은 사람에 대해서 형상변환자가 변신이 가능할 정도로 오크노디가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었던 거야?”

    “그런 셈이지.”

    “그럼 나는?”

    “응?”

     

    거울군주가 꿈틀꿈틀거리더니 단숨에 키가 작아져서 티토소가의 형상을 취했다.

    139cm의 거울소가를 본 티토소가가 깜짝 놀랐다.

    조명대의 조명을 아무리 약하게 했다고 해도 자신을 따라하고도 버티는 형상변환자는 처음 봤기 때문은 아니었다.

    흐물흐물.

    헤실헤실.

    거울소가는 뭔가 앞에서 배낀 사람들과 다르게 퀄리티가 낮고 이상했다.

     

    “으앙, 이게 뭐야! 나만 이상해! 오크노디, 평소에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1회차는 어쩔 수 없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오크노디 미워!”

     

    갑자기 친구 간에 의가 상한 것처럼 보이는 광경에 까망은 자기가 나쁜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아닌가? 재단감독보좌면 원래 나쁜 사람 맞나?’

     

    상념에서 벗어난 까망이 이러다가 오크노디를 놓칠세라, 슬쩍 말을 걸었다.

     

    “오크노디 님. 저를 기억하십니까?”

    “감독관 아저씨랑 결혼할 것 같았던 사람?”

    “…맞습니다. 대단히 정확하게 기억하셨군요. 티토소가 님은 무언가 오해가 있었을 뿐, 오크노디 님의 기억은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티토소가가 뒤에서 칭얼거리며 화를 냈지만 까망은 깔끔하게 무시했다.

     

    “아무튼 제가 오늘 오크노디 님을 찾은 까닭은 재단에서 간부회의를 앞두고 감독관님을 호출했기 때문입니다.”

    “헉. 그럼 밀정 짓을 못하잖아요!”

    “맞습니다. 그러니 파시블 예프님의 구출을 도와주십사 부탁을 드립니다.”

    “으. 저 요즘 밖으로 엄청 돌아다녔거든요? 이제 아카데미 컨텐츠나 파면서 좀 학업에 충실하고 싶어지던 참이었는데!”

    “폐를 끼쳐 면목이 없습니다.”

     

    까망은 속으로 분한 마음을 억눌렀다.

    쓸모가 있다며 감독관님을 이용하지만 정작 반드시 필요한 패는 아니라는 것처럼 무심한 태도.

    오크노디에게 파시블 예프의 가치는 그 정도와 불과하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비를 구하는 처지.

    감히 오크노디에게 적반하장으로 대들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그저 관대한 대처만을 바랄 뿐이다.

     

    “오크노디 님이 몸소 행차하기 번거로우시다면 휘하 조직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조직이요?”

    “오크노디 님에게는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저희 지부에 보고되는 바로는 이너써클로 <오크노디의 심부름을 들어주는 조직>, 달리 부르기를 장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비밀장학결사>라 불리는 그룹 또한 존재하지요.”

     

    오크노디는 981기 상급반 학생들을 대거 거느렸다.

    그중 몇 명만 도움을 주더라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말이나 한번 전해볼게요!”

     

    오크노디는 가볍게 생각했다.

    귀찮은 일을 대신해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뭐든 부탁하는 일이 없는 그녀가 ‘직접’ 부탁을 하는 일을 다른 학생들이 얼마나 심각하게 여길지를 고려하지 않은 가벼움이었으니.

     

    “반갑다, 981기 상급반 제군들. 오늘 2학년 상급반 필수강의는 이 브론즈 디 아스트라다 교수가 대체하게 되었다. 그런데… 제군들은 수가 왜 이리 적지?”

     

    텅텅 빈 책상들을 보며 당황한 브론즈 교수에게 호너 후라이드치킨이 머쓱해하며 대답했다.

     

    “변방출신 상급반 놈들이 단체로 2박 3일 외박증을 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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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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