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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40

        

         

       여타 다른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가 그렇듯 서울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 역시 폐쇄적인 면이 강하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능을 키우기 위한 특성화 고등학교였고, 이능의 특성상 비급이나 비기 등의 중요한 것들이 잔뜩 있기 때문이다.

       입학을 할 때도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함부로 떠들고 다니지 못하도록 계약까지 하고 나서야 입학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당연하겠지만 어기는 즉시 소송에 걸릴 것이고, 어마어마한 금액을 물어주거나 감옥에 갇히게 된다. 최악의 상황에는 ‘실종’시켜버릴 수도 있고 말이다.

         

       ‘나도 비슷한 일을 한 적이 있지.’

         

       용병은 쓰기 좋은 개나 늑대와 같다.

       겉으로 드러나면 욕먹기 딱 좋은 일에 동원되기 좋다는 이야기다.

         

       진성 역시 용병으로서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정보를 밖으로 유출한 이들을 추포하는 일들을 몇 번 한 적이 있다.

         

       그 종류도 다양했다.

         

       영국의 한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후배가 발견한 물질이 돈이 될 것으로 생각한 연금술사 선배가 논문을 먼저 제출한 뒤 관련 자료들을 모조리 태워버린 후 다른 나라로 망명을 한 사건, 무공을 보관해놓는 기록소에 불을 지른 뒤 도망을 간 학생, 멕시코의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학교 내부의 정보를 이곳저곳에 팔아먹으며 고의로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를 사립화시키려고 했던 인간들까지….

         

       충동적으로 일을 행한 예도 있었고, 아예 작정하고 일을 실행한 예도 있다.

       애초부터 일을 일으키려고 학교에 들어온 간첩들도 있었고.

       

        학교를 운영하는 측에서 본다면 골치 아픈 벌레와 다름없는 이들이었다.

         

       아, 물론 용병들은 이러한 놈들을 잡는 의뢰를 아주 좋아했다.

         

       난도도 낮고 보수도 좋았으니까 말이다.

         

       저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전쟁터의 군인과 요원들만 하겠는가.

       저들이 아무리 이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의뢰 중에 마주치는 미친 능력자들처럼 위험하겠는가?

         

       이능을 다루고 있다고 한들 완숙의 영역에는 이르지 못한 이들이고, 설령 완숙하였다고 하더라도 경험이 부족하다.

       그러니 용병 처지에서는 이렇게나 좋은 일이 없는 셈.

         

       그래서 진성 역시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에 대해서는 그리 나쁜 이미지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꿀 임무를 주는 곳을 어떻게 미워할 수가 있겠는가?

         

       거기에 더해 이아린과 이세린이 나온 고등학교이기도 했으니….

         

       그런데.

         

       ‘흐음. 폐쇄적인 덕분에 정보가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은 것 같은데.’

         

       그 폐쇄성이 독이 되었던 모양이다.

         

       학교에서 수상한 일이 일어났음에도 알려지지 않을 정도라니 말이다.

         

       ‘시기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

         

       아니, 어쩌면 알만한 곳에는 정보가 빠져나갔을 수도 있으리라.

       다만 그때의 진성은 용병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주술사로서 대접받는다고는 할지라도 그래봤자 용병. 이러한 ‘고급 정보’에는 접근을 못 하였을 수도 있겠지.

         

       어떤 어리석은 이가 써먹는 개한테 산해진미를 대접할 것이며, 쓰다 버리는 도구에 어찌 금칠을 하겠는가?

         

       단지 그뿐이다.

         

       진성이 정보를 얻지 못하였던 것은, 그 이유 때문이겠지….

         

       다만 이제는 알게 되었으니 된 일.

         

       진성은 이아린이 말한 ‘엘리베이터’를 한번 조사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회귀 전에 일어났으나 자신이 알지 못했던 일을 알아내기 위해서.

       이아린이 회귀 전에 무엇을 당했을지 알아내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이 만약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라면.

       이아린의 재능이 만개하지 못하도록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이라면 막아야 함이 옳을 것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구나. 좋아. 내 곧 다시 너를 찾아올 터이니 그때 다음 일을 이야기해보자꾸나. 아마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로다.”

         

       “응?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니…. 오라비 지금 뭐 하고 있는데?”

         

       진성은 이아린의 말에 답해주지 않은 채 몸을 돌렸다.

       그리고 정원으로 나가기 무섭게 몸의 형체를 무너뜨렸다.

         

       그렇게 진성은 셀 수도 없이 많은 벌레로 조각났고, 그렇게 저택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 * *

         

         

         

         

       사람들은 미국을 일컬어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자유의 나라.

         

       자유주의의 선봉이며 그 자체인 나라.

         

       미국에는 자유가 넘쳐나며, 모두가 그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도 그러한가?

         

       실제로도 자유가 넘쳐나고, 모두가 자유로운가?

       모두는 자신만의 자유를 펼칠 수 있으며, 통제되지 아니하는가?

         

       그렇지 않다.

         

       당장 박진성의 모습만 보더라도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으리라.

         

       “흠.”

         

       미국으로 잠깐 여행을 왔던 이 청년은 불행하게도 자신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있었다.

       개인에게 억류당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에서 가장 거대한 단체, 정부에게 억류가 된 상태였다.

         

       그의 몸뚱이는 자그마한 방을 벗어날 수 없었으며, 누군가를 억류해놓기 위해서 만들어진 건물은 누군가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장치들이 빼곡하게 깔려 있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기계들과 아티팩트만 하더라도 어지간한 수준의 이능력자도 감히 맨몸으로 뚫고 나갈 생각조차 하지 못할 수준이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합치면…. 어지간한 교도소보다도 살벌하다고 할 수 있으리라.

         

       거기에 곳곳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시선까지.

         

       아마 진성이 이곳을 벗어나려고 한다면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어서 그를 제압할 것이다.

       죽이지는 않지만, 죽지만 않는다면 용납이 되는 수준으로 말이다.

         

       이를 억류라 하지 않으면 무어라 표현을 할 것이냐?

         

       그렇다.

       박진성은 미국 정부에 억류되어 있었다.

         

       물론 대접은 나쁘지 않았다.

       정부는 ‘반테러 및 실효적 사형부과 법률’…. 보통 미국 연방 종합테러방지법이라고 부르는 법을 내세우며 박진성을 억류하였지만, 실제로 그를 범죄자 취급하지는 않았다. 진성을 데리고 갈 때도 꽤 정중한 태도를 보였고, 철창에 처넣는 대신에 꽤 괜찮은 호텔 수준의 설비를 갖추고 있는 곳에 그를 집어넣었다.

         

       미국 교도소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범죄자들을 괴롭게 하려고 교도소장이 지옥에서 친히 모셔 온 빌어먹을 영국인 요리사가 만들어낸 끔찍한 음식 흉내를 내는 무언가’가 식사로 나오는 일은 전혀 없었고, 심지어는 동양인을 배려해서인지 퓨전 요리 위주로 나오기까지 했다.

         

       게다가 진성이 무엇이 먹고 싶다고 한다면 구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고.

         

       그래….

       대접이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그가 갇혀있다는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화려하다고 한들 새장이요.

       아무리 맛있다고 한들 모이에 불과한 것이요.

       아무리 대접이 좋다고 한들 그 속에 갇혀있는 것이라.

         

       어떠한 대접을 받고 있건 간에 진성은 이 시설에서 나갈 수 없는 몸이었다.

         

       ‘슬슬 행동을 취할 때가 되었는데.’

         

       다만 초조해하지는 않았다.

       진성은 그저 그 안에서 머무르면서 자신이 왜 억류가 되었는지 추론하였고, 어떻게 행동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할 것인지, 한낱 용병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유일한 토종 주술사라는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지, 미국 정부의 목적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까지 끌어들이는 것도 어떠할지 등을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선 강제로 빠져나간 뒤 미국에 테러할 생각도 하기도 했고.

         

       테러를 저지르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콘 벨트(Corn Belt) 같은 곳에 숨은 뒤 메뚜기들을 끌어모으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개체 밀도가 높아지면 메뚜기들은 호르몬이 변하면서 그 모습이 변화시키는데, 꽤 귀엽게 보였던 모습과는 다르게 흉악하기 짝이 없는 외형을 갖게 된다. 날개가 길어지며 이주를 하는 데에 특화되게 되며, 거기에 식욕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까지 한다.

         

       그렇게 변화한 메뚜기들은 무리를 이루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갉아먹기 시작한다.

       황재(蝗災, locust plague)라는 명칭에 걸맞은 재해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황충 무리를 네댓 개만 만들기만 하면 정신을 못 차리게 되겠지.

       그리고 그렇게 혼란에 빠지면 곳곳의 미치광이들 역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고.

         

       그리고 그 틈을 타서 밀항하면 된다.

       그게 안 된다면 남미 쪽으로 빠져나간 다음에 가도 그만이고.

         

       그렇게 빠져나가는 것이 감시장비에 찍히기는 하겠지만….

       곳곳에서 난리가 나는 상황에서 그를 잡을 수 있을 정도의 강한 공권력을 투사하기는 힘들 것이다.

         

       ‘다만 그리한다면 곤란해지겠지. 미국에 다시는 들어갈 수 없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과 연계가 되어 있는 나라들에서는 활동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그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치가 낮아질 것임은 분명하며, 거기에 더해 진성은 대한민국 정부에 일종의 ‘빚’을 지게 된다. 그리고 이 빚은 진성을 계속해서 옭아매며 그가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겠지.

         

       달갑지는 않은 일이다.

         

       그러니 이곳을 강제로 빠져나가는 것은 차악이다.

         

       그렇기에 그는 기다렸다.

         

       최선과 차선을 위해서.

         

       “미스터 팍? 만나서 반갑습니다.”

         

       누군가가 ‘접촉’을 해오는 지금, 이 순간이 올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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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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