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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40

       

        

        

        

        

        

        

        

       “옛날에 찍힌 사진과 비교했을 때와는 천지차이로 달라지셨네요. 삶이 굉장히 여유로워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표정이 많이…좋아지셨고요.”

        

       “그럴 수밖에. 국방장관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했던 투자가 수만 배 이상으로 커져서 결실을 맺었거든. 어느 마음 착한 아이가 노후를 든든하게 챙겨주고 있는데 어찌 인상이 펴지지 않겠니.”

        

       “…아.”

        

        

        

        그와 동시에 그녀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싱크탱크 이사로 꽂아준 것때문에 그러는 거였구만.

        

        하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싱크탱크는 지금 1년 매출이 대략 250억 달러 가량이었으니까. 근데 까놓고 말해서 대부분이 순수익이었다. 저 중에서 광고비나 월급, 시설관리 등으로 나가는 게 10%나 될까.

        

        이유는 간단했다. 애시당초 이미 이카루스가 보유하고 있던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확 낮춘 후 팔아제끼는 게 수익 모델이었기 때문이었다. 다운그레이드 과정 이후에는 크게 손이 가는 것도 없었고.

        

        새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필요도 없었고, 다른 잡스러운 분야에 투자할 필요도 없었으며, 남이랑 경쟁하려고 광고 빵빵하게 때리거나 할 이유도 없었다.

        

        동네 조기축구에 국가대표가 떴는데 무슨 경쟁을 하려고.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순수익은 거의 대부분 내 지갑이랑 직결되어있었고, 회사 주식의 90% 가량은 내가 들고 있단 말이지. 예전에는 99%였지만 그냥 조금씩 뿌리고 있었다. 까놓고 51%까지만 내가 들고 있으면 그만이고.

        

        그것과는 별개로, 아까도 말했듯이 필요한 시설 짓는 데 투자하고, 광고 조금 해주고, 월급 빵빵하게 뿌리면 끝이었다. 거기에 들어가는 돈은 아무리 많이 잡아봐야 5억 달러 정도.

        

        돈이 복사가 되니까 이사진들한테 신나게 뿌려도 남아도는 것이 당연했고, 그리하여 개국공신들은 그냥…한 달마다 한국 복권 1등에 하나씩 당첨되고 있는 셈이었다.

        

        내 눈 앞에 있는 이사진 중 한 명인 자넷 씨도 마찬가지였고.

        

        

        음.

        

        호의를 가지지 않는 게 이상하긴 하겠구만.

        

        

        

       “뭐어, 그렇다니 다행이네요. 싱크탱크는 별 일 없죠?”

        

       “우스갯소리로 은퇴 후 맞이할 수 있는 최고의 직장이라 하더구나. 그럴 수밖에. 종종 해야 할 일도 있으니 그리 적적하지도 않고, 예전에 비해 대우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니.”

        

       “다루는 기술이 뭔지를 감안하면 같은 직장에 있었던 사람들도 자주 만나게 되겠군요.”

        

       “물론. 이전보다도 훨씬 마음이 편하다는 장점도 있지.”

        

        

        

        그 말대로.

        

        애시당초 이카루스 기어에 적용된 기술은…완전히 오버테크놀로지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군사기술. 게다가 이 사람은 DARPA에서 직접 만들어진 시제품이 작동하는 것까지 보고 나왔단 말이지.

        

        그런 사람이 직접, 과거 자주 보던 4성장군들한테 이 기술 좀 써보라고 실컷 광고를 하고 다니는데, 납품업체가 마를 리가 있나. 아마 10년 안에 세상은 비얌미나티에 지배당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전 세계 사람들을 전부 비얌으로 바꾸면…그럼 유토피아가 되려나?

        

        아무튼 쓸데없는 생각은 여기까지.

        

        

        

       “지난 번 로체스터 근처에서 열렸던 엑스포에서 스펜서 장군이 왔다고 들었는데.”

        

       “어디 그 뿐이겠어요. 방위산업체 친구들이 기를 쓰고 뭐 하나라도 물어보려고 난리를 부리더라구요.”

        

       “그 친구들은 기존에 하던 사업이나 잘 마무리할 것이지, 자꾸 먹음직스러워보이는 파이가 있으면 꼭 포크를 들이대더구나. 그동안 큼직큼직한 것들 따갔으면 양보해줄 줄도 알아야지, 쯧….”

        

       “뭐, 그래서 보병 쪽 파이는 제가 채갔지요.”

        

       “보병들을 실직자로 만들었고 말이지.”

        

       “앗, 그건….”

        

        

        

        느닷없이 들어온 카운터에 배때지를 씨게 얻어맞아버렸다. 아파 죽겠네.

        

        아니, 뭐어. 그래도 나중에 진짜 전장 끌려가서 총알 맞는 것보다는 낫지. 게다가 완전히 실직자로 만든 것도 아니고, 어쨌든 원격조종기는 기본적으로 조종할 사람이 필요하니까.

        

        그리고 무인기 트리로 바로 건너뛸 수도 없었다. 당장 저쪽 세계에서도 심심하면 터렛이랑 드론이 심심하면 민간인 오발 사고를 냈고, 해킹에 탈취당하게 되면 그것만큼 곤란한 일이 없으니까.

        

        휴머노이드도 마찬가지. 애시당초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미군에 편제되어있는 수많은 사람 수만큼의 AI를 생성해 갖다 박아야만 하는데,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라고.

        

        

        내가 자넷 이사님의 강렬한 원인치 펀치에 정신 못 차리고 있을 무렵 이어지는 말.

        

        

        

       “네가 보병대체사업에 관심을 가질 즈음에는 내 임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지. 그 덕분에 당시 은밀하게 가능성을 알아보던 게 하나 있었다.”

        

       “…뭔가요?”

        

       “지금 보병들을 싸그리 예비군으로 돌린다는 내용이었지. 당연하게도 그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았고…내겐 임기 끝나기 전에 폭탄을 터뜨리는 취미는 없으니까 말이다. 후후.”

        

       “폭탄 수준이 아닌데요…?”

        

        

        

        그냥 핵폭탄 수준인데, 그건.

        

        그래도 생각해보면 충분히 논의 가능한 부분이긴 했다. 특히나 저어기…그러니까 잠수함 같은 것들이라면 특히나 그랬다.

        

        육군과는 그닥 관련 없는 영역이긴 했지만, 애시당초 잠수함 승조원들이 끔찍할 정도의 근무 환경을 자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이런 원격조종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아주 쌍수를 들 걸.

        

        인간이 타지 않는다는 단 하나의 대전제만으로도, 말 그대로 극단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설계 변경이 이뤄질 테니까.

        

        물론 공군 역시도-

        

        

        

       “하지만 누군가는 언젠가 들고 나올 이야기지. 씨앗 정도는 남겨놓고 내려왔으니 그걸로 충분할지도 모르겠구나. 그래도 확실한 게 있다면, 유진, 네 덕분에 내가 묘지에 묻히기 전에는 그 모습을 볼 수 있겠지.”

        

       “…이카루스 기어로 테라피라도 한 번 해드릴까요?”

        

       “뭐, 더 살고 싶으면 고려는 해보마. 나중에 생명연장기술이랍시고 팔아먹게 되면 돈을 또다시 갈퀴로 긁어모을 수도 있을 거고…기어가 존재하는 이상, 오퍼레이터는 영원을 살아갈 수 있을 테니.”

        

       “그렇죠.”

        

        

        

        언젠가 한 번 말한 적이 있었지만, 내 손목에 채워져있는 것은 단순한 기어가 아니다.

        

        반영구적 동력으로 생산되는 나노머신은 세포를 자동으로 수복하고 면역체계를 직접 관리, 체내의 사이토카인을 제거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겨나는 약해지는 지점을 직접적으로 대체한다.

        

        노화를 반영구적으로 멈추고, 역노화를 야기한다.

        

        이리 생각해보면 이카루스 기어는 저쪽 세계의 기술적 특이점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긴 한데, 뭐어. 바이러스로 망했잖아. 아마 안 망했으면 2030년 즈음에 수성을 뜯어 채굴하고 있었을 걸.

        

        아무튼.

        

        

        

       “고리타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자꾸나. 궁금해할 것 같으니 말해주자면, 싱크탱크는 그닥 신경쓸 필요는 없다. 이 즈음에는 알아서 굴러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건 그렇겠죠.”

        

       “더 궁금한 게 있으면 메일만 자주 확인해도 큰 문제는 없을 거다. 궁금해하는 걸 보니 그닥 확인은 잘 하지 않은 거겠지만, 네 입장에서 보자면 그럴 수밖에 없겠지…알아서 잘 할 거라고 생각하마.”

        

       “네에.”

        

       “꽤 좋은 라운지구나. 바다를 건너온 노인네가 휴식하기엔 딱 좋은 곳이야…나는 이곳에서 좀 쉬다가 가야겠구나. 그래도 괜찮겠지?”

        

       “아직도 정정하면서 무슨 말씀을….”

        

        

        

        큭큭 웃으면서 그리 덧붙였을까, 푹신한 소파에 몸을 기대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신 자넷 전 국방장관님이 덧붙였다.

        

        

        

       “…오늘 안에 연락이 닿겠지. 또 다른 아이들에게 안부나 전해주거라.”

        

       “누가 와요?”

        

       “…네가 더 잘 알 거라고 믿는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스르륵 잠에 빠진다.

        

        더 이상 말을 붙일 수는 없을 것 같았기도 하고, 나중에 깨면 알아서 내려오시겠지. 대충 오늘은 이 정도로 대화를 끝내면 되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며 나는 라운지에서 나갔다.

        

        또 누가 오려나. 지금 생각나는 건 블레이즈 컴퍼니의 마커스랑 레이피어 정도인데…그 두 명은 오늘 온다고 얼마 전에 메일을 받았으니 언제든 연락이 오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터.

        

        그리 생각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간다. 주변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숫자는 여전히 세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많았고…다이스 일행은 어디 있을까 모르겠네.

        

        그렇게 막 장대한 발걸음을 떼려는 와중, 갑작스럽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내 휴대폰 번호를 알려준 사람이 있었나?’

        

        

        

        지인들에게는 당연히 알려줬지만…광고나 여론조사같은 건 싸그리 차단해놨으니 그쪽도 아니다.

        

        확률 높게 잘못 건 전화겠지만, 보통 그런 건 이카루스 기어가 번호를 조사하고 자체적으로 끊어버리니까…그런 여러 가능성을 뚫고 내 개인 휴대폰에 연락을 걸었다면 그건 꽤 놀라운 일.

        

        그리하여 슬라이드하듯 휴대폰 액정을 밀어 귓전에 갖다대었고-

        

        

        

       -[아, 아…한국은 처음 오는데. 이 번호가 아직도 유효한지를 모르겠네. 막내?]

        

       “…서킨스 부분대장님? 어떻게 한국까지 오셨어요?”

        

       -[아, 맞구만. 오랜만이다. 비서실장 일 그만뒀으니 그럴 수밖에. 지금은 싱크탱크랑 계약한 보안회사의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거든. 간만에 옛날에 모시던 상사님 얼굴도 좀 보려고 왔지.]

        

       “아.”

        

        

        

        당연하다고 해야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는 사람이었다.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여기가 무슨 만남의 장소야?

        

        

        

        

        

        

        

        

        

        

        

        

        

        

        

        

        

        

        

        

        

        

        

        

       “어우, 생각했던 것보다 주변에 휴머노이드가 무지 많네요. 확실히 이번에는 지난 번 로체스터에서 봤던 것보다도 뭐가 엄청 많은데….”

        

       “어쩐지 휴머노이드가 전부 유진 씨랑 미묘하게 닮은 것 같다고 생각이 들면 착각은 아니겠죠?”

        

       “…아마 맞을지도요.”

        

        

        

        엑스포 한복판.

        

        흡사 도떼기시장을 방불케하는 광경 사이로 세 명의 비얌이 주변을 활보하고 있었다. 근방은 그야말로 정돈된 난장판 그 자체였다.

        

        사람으로 미어터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명도 지나다니지 않는 도로 위를 사람이 꽉 찬 무인 버스가 몇 번이고 오갔다. 흡사 동맥을 따라 이동하는 혈액 같은 모습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오로지 아이리스만을 제외하고, 하모니와 다이스는 그닥 신경쓸 것도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기고, 이어 길을 걸으면 심심찮게 보이는 휴머노이드를 눈에 담은 후 입을 연다.

        

        이번 엑스포의 정식 명칭은 다크 존 휴머노이드 엑스포였고, 주변에 로봇이 잔뜩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번 마브 데려올 때, 인게임 NPC 팀이 저런 거 입고 오지 않았었나요?”

        

       “대거 팀 말이죠. 기억나요. 원격조종기 타고 왔었잖아요. 생각해보니 그거랑 굉장히 닮았네요. 근데 조금 덜 투박하다 정도려나…아, 맞다. 아이리스는 잘 모르려나.”

        

       “제가 편집한 건 아니긴 한데, 방송은 봤었죠. 재밌었어요. 뭔지도 알고.”

        

       “아,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네요.”

        

        

        

        RES라고 불리우는 원격조종기.

        

        그러나 명칭 같은 건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이들의 주요한 관심사이자 대화 내용은 휴머노이드가 외형적으로 이미 불쾌한 골짜기를 한참이나 뛰어넘었다는 것이었으니까.

        

        무서울 정도로 섬세하게 깎았다기보단 의도적으로 평이하면서도 무난한 조형을 통해 부담스러움을 줄이는 한편, 불쾌한 골짜기를 유발시키는 관절 틈새를 매끈하게 덮는다.

        

        이미 음성 합성 기술과 인공의식 기술은 다크 존을 통해 무르익었기 때문에, 주변을 돌아다니는 휴머노이드들은 자연스럽게 주변에 섞여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거나 안내한다.

        

        물론 그것만이 끝이 아니긴 했고, 그리하여 이들의 다음 목적지는 A동이 되었다.

        

        

        그리고-

        

        

        

       “이게 대유쾌 마운틴이지.”

        

       “아으, 여기 도움이 필요합니다.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 것치곤 생각보다 무난하게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죠.”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인원제한이 없었다면 진즉 처리 속도가 느려졌을 거야.”

        

       “그럴 수밖에요…근데 왜 절 보시나요. 저는 도와주는 역할이 아닌데!”

        

       “아이리스도 여기 합류하는 겁니다!”

        

        

        

        엑스포가 개최된 이후로 메이드-리액션 로봇이 되어버린 메카 막내들이 호다닥 아이리스를 찾았다.

        

        그녀로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수십 개가 넘는 테이블이 말 그대로 꽉 차있었으니까. 그걸 고작해야 네 기의 메카 비얌들이 일일이 확인하기에는 어려운 감이 없잖아 있었다.

        

        점포 내에 들어차있는 사람들의 숫자만 다 합쳐도 100명이 넘는 상황. 바로 그 때문에 어제와는 달리 음식 배달은 양산형 메카 비얌처럼 생긴 이들이 담당하는 중이었다.

        

        아이리스는 쓴웃음을 지었고, 이내 덧붙였다.

        

        

        

       “…민아 씨, 예린 씨. 메이드로서 활동하는 건 어렵겠지만, 건물 내부만 살짝 돌면서 눈도장만 찍는 정도면 손님들도 좋아하지 않을까요?”

        

       “아이리스는 일을 버는 스타일이었군요. 뭐어, 잠시 도는 것 정도는 괜찮겠죠. 가보자구요. 안 그래도 여기 가만히 있으면 꽤 곤란할 것 같고.”

        

       “오, 다이스 방금 되게 유진 씨처럼 말한 거 알아요?”

        

       “헉.”

        

        

        

        디저트와 커피, 그리고 사람으로 가득 채워진 점포 내부.

        

        그 안을 네 기의 메카 비얌과 세 명의 현실 비얌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열광이 들불처럼 번져나갔고, 세 명의 이름을 원호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를 틈타-

        

        

        

       “맛있어져라, 얍.”

        

       “엄멤메, 꼬리로 하트까지…와, 잠깐만, 눈웃음 어케 지었어요!”

        

       “후후, 다들 이곳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고 가시길 바랍니다. 항상 비얌에게 감사하십시오, 인간.”

        

       “첫째막내 그녀는 신인가? 그녀는 신이야!”

        

       “저기서 진은 저런 것도 해주는데, 레인은 뭐 없어요?”

        

       “윽…알았어, 알았다구! 나도 맛있어져라 뿅뿅 하면 될 거 아냐!”

        

        

        

        뿅뿅…?

        

        그 얼토당토않는 의성어에 다이스 일행이 해당 방면을 쳐다본 순간, 레인의 감정에 반응하여 신체가 은빛 얼굴 위로 홀로그램 홍조를 자동으로 띄우고, 그녀가 큭 하는 소리를 내며 덧붙였다.

        

        

        

       “마, 맛있어져라…얍! 됐지!?”

        

       “레인! 레인! 레인! 레인! 레인! 레인!”

        

       “레인펀치! 레인펀치! 츤데레 메카비얌은 신이야-!”

        

       “…역시 메이드는 약간의 수치심이 섞여야 제대로인 것 같네요.”

        

       “거기 주인 친구들! 옆에서 그렇게 히죽히죽 웃으면서 쳐다보는 거 그만해-!”

        

        

        

        빼액빼액!

        

        휴머노이드 주제에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레인이 있는대로 성질을 부렸지만, 당연하게도 어림도 없었다. 세 명은 그저 큭큭댈 뿐이었고, 테이블을 돌아다니면서 ‘우리 레인 귀엽죠?’ 하고 부관참시를 해댔다.

        

        저들이 자신들을 도와주긴커녕 놀리고 구경하기 위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레인이 노발대발할 무렵, 다이스 일행은 배에 복근이 생길 정도로 킥킥대면서 후다닥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할 일을 한 것이 아닐까. 그리 생각한 이들은 서로 킥킥 웃으며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더 재밌네요, 이거. 딱히 할 거 없으면 자주 들려도 될 것 같기도.”

        

       “도움이 되면 됐지 반대의 경우는 없을 테니까요. 이따가 한 번 더 가야겠다.”

        

       “아, 같이 가요. 아직 혼자 돌아다니는 건 어색하단 말이에요.”

        

       “아유, 물론이죠.”

        

        

        

        그렇게 또다시 쓸데없는 방향으로 의기투합한 세 명은 계속해서 돌아다녔고, 머잖아 앞으로 어디로 갈지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다.

        

        각종 전시회와 예술작품, 다크 존 관련 영상과 이카루스가 서비스하는 게임 전반에 대해 다루는 B동, 코스프레와 각종 상품들을 판매하고, 여러 어트랙션까지 포괄하고 있는 C동.

        

        오늘을 기점으로 일주일마다 한 번씩 공연이 열리는 공연장과 각종 사격장, 불꽃놀이를 볼 수 있는 관람 장소와 엑스포 전반의 관리를 담당하는 서버실이 있는 D동.

        

        그 중에서 어디를 가면 될까에 대한 고민. 그러나 시간은 많았고, 이들은 알파벳 순서대로 차례대로 엑스포를 돌아보려고 결정했으나-

        

        

        

       “…뭐야. 저기 왜 저렇게 사람이 갑자기 몰리는…아니, 유진 씨?”

        

       “결국 나오셨나보네요. 지금 합류하면 될…앗.”

        

       “뭐야. 갑자기 왜-엣…?”

        

        

        

        저 멀리서 보이는 인파의 덩어리, 그리고 그 사이를 모세의 기적마냥 가르는 유진.

        

        그리고 그 옆으로 보이는 – 한 명의 남성. 흡사 조지 젤라티를 연상하게 만드는 외형과 갈색의 머리카락은 정갈하게 빗어 넘긴 상태였고, 수염은 일정한 영역을 벗어나지 않고 깔끔하게 잘려 댄디한 형상을 취하고 있었다.

        

        체모의 색과는 그닥 연관성이 없는 검은 정장. 그것이 유진보다도 최소 10cm 가량은 더 클 것만 같은 길쭉한 몸을 깔끔하게 재단해낸 상태였다.

        

        강화된 시력을 통해 가슴팍의 뱃지 – 싱크탱크라는 글자가 적혀있는 – 만이 보일 뿐이었다.

        

        

        아이리스가 에…하고 입을 벌리는 사이, 하모니와 다이스는 실소하며 덧붙였다.

        

        

        

       “…저 사람은 또 누굴까요?”

        

       “글쎄요…유진 씨는 도대체 예전에 뭔 일을 하고 계셨길래 저런 배우 같은 사람들만 골라서 아는 건지 원. 지난 번 로체스터에서도 비슷한 일이 한 번 있었던 것 같은데….”

        

       “싱크탱크는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각자 다른 반응이었지만,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 도대체 과거 무슨 일이 있었길래, 유진은 저런 사람들만 알고 다니는가.

        

        물론, 뱀으로 변한 이들조차도 영원히 모를 일이었다.

        

        유진은 여전히 비밀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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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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