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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41

    <641 – 위기의 가능충(3)>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은 그간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오크노디 아래에서 많은 꿀을 빨았다.

     

    “<보급과 호송> 강의재료 수집하러 갈 사람 있어?”

    “아, 그거라면 안 가도 된다. 누에나방들이 재료 다 갖다줬어.”

    “뭐? 누에나방이 농사짓는 소리 하고 있네. 보급과 호송 강의재료는 쌀포대랑 밀포대잖아!”

     

    모브의 합리적인 반론에 자쿠는 정확히 1시간 전의 자신을 떠올리며 애써 인내심을 가졌다.

    자신도 처음 들었을 때는 이게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티토소가가 방학에 한번 놀러 갔다가 나방들이 빛 쬐고 진화했어. 이 근방 몬스터들은 전부 누에나방의 노예종으로 전락했어.”

    “…티토소가? 그 조명대 들고 다니는, 쳐다만 봐도 눈 아파지는 성녀?”

    “그래, 그 성녀.”

     

    오크노디의 단짝친구 중 하나의 등장에 모브는 순순히 납득했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드는 권력자들도 후원금을 주고 가는 혁명군의 성녀 티토소가.

    빛과 희망의 운반자라고 불리는 그녀라면 강의재료를 수집하기 위해 몬스터를 진화시켜 노예종을 확보해도 딱히 이상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오크노디만 해도 이상한 식물이나 불길한 악기 같은 걸 어디서 하나씩 주워 오는데 나방쯤이야.’

     

    재료도 조직에서 자동으로 지급되고 조직에 없는 재료를 잔뜩 캐다가 바치면 포인트나 오크노디가 가지고 있는 잡동사니 중 하나를 받을 수 있다.

     

    “모브. 오늘은 빈손으로 왔냐?”

    “그럴 리가. 훈련장에서 제대로 허수아비를 격파하고 이걸 받아왔지.”

     

    ━━━

    <허수아비 격파 인장(40단계)>

    등급 – 매직5급

    설명 – 기프트 아카데미 하급반 훈련장에서 허수아비를 격파하면 얻을 수 있는 인장이다. 격파한 허수아비 단계에 따라 인장 단계도 갱신된다.

    효과1 – 하상下上급 마나가 충전되어 있다.

    효과2 – 마나가 자동으로 충전된다.

    효과3 – 소지자의 회복력이 상승한다.

    효과4 – 해당 인장을 사용할 시, 훈련장에서 31단계부터 훈련을 시작할 수 있다.

    효과5 – 40단계 이하의 인장소유자의 훈련장 이용시간을 40분 단축시켜 조기퇴실을 시킬 수 있다. 단, 상대가 포인트를 지불하면 퇴실이 유예된다.

    감정가 – 금화 40매, 4000포인트

    ━━━

     

    모브는 어렵게 따낸 인장을 그대로 오크노디가 설치한 자판기에 투입했다.

     

    [모브가 투입한 물자의 가치는 4000포인트!]

    [4000포인트 상당의 희귀물자를 가져갈 수 있어!]

     

    자판기에서 모브가 뽑아가는 것은 오늘도 어제도 한결같은 아이템이었다.

     

    ━━━

    <대용량 수련포션>

    등급 – 일반 7급

    설명 – 운동 후 휴식시간이나 피로회복시간을 극단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련포션. 먹는다고 자동수련이 되지는 않으니 주의할 것!

    효과1 – 근육회복속도가 상승한다.

    효과2 – 피로회복속도가 상승한다.

    효과3 – 상태이상 해제속도가 상승한다.

    효과4 – 능력치 경험점 상승확률이 증가한다.

    감정가 – 금화 2매, 200포인트

    ━━━

     

    덜컹덜컹.

    사출구로 나온 수련포션을 잔뜩 챙겨가는 모브의 팔뚝은 입학초기와 굵기가 별반 다를 바 없었으나, 신체에 깃든 마나량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꾸준한 마나연공법의 수행으로 체격은 같으나 내실은 단단히 갖춘 것이다.

     

    “하아. 마음 같아선 상급 수련포션도 사고 싶은데.”

    “꿈 깨라. 가격의 자릿수가 달라.”

     

    복용하면 실시간으로 피로회복이 다 풀리고 마나도 쑥쑥 모이는 덕분에 연공법을 하면 마나총량이 늘고, 마법을 연습하면 휴식시간 없이 반복시전으로 숙련도를 올릴 수 있는 사기템.

    이따금 거래 차원에서 조직을 방문하는 지젤이나 가끔씩 교수님이나 조교들에게 쪽지시험을 잘 친 보상으로 뭔가를 주워다가 파는 상급반 학생들이 아니면 엄두도 못 낼 아이템이다.

     

    -이번 가을에 <밀렵의 모든 것> 강의장 어딘가에 있는 <노란사슴의 뿔> 채취해오는 사람은 조직기여도 많이 챙겨줌!

     

    가끔 오크노디가 거는 헌팅시즌의 사냥감 수확하기라도 나타나면 교수님이나 해당강의 수강생들과 치열한 눈치를 벌이며 하나 득템해다가 기여도를 바짝 땡겨 벌 수도 있다.

     

    -스콧, 갑자기 냉기폭탄을 숲에 던지면 어떡해?

    -아, 미안. 방금 뭔가 기척이 느껴져서.

    -음? 여기 전신갑옷이 있는데?

    -헉. 숲을 헤매던 데스나이트인가 봐! 도망쳐!

    -…

     

    그럴 때마다 <참기> <기척줄이기> <불길한 소리내기> 따위로 열심히 버텨온 모브였지만 가끔은 닥치고 <죽은 척하기> 기능을 쓰기도 했다.

     

    -뭐야, 이 녀석. 이미 죽어있나?

    -갑옷은 왜 두드려?

    -사기가 가득 차면 안이 울린다고 하더라고. 이건 꽉 차 있는 거 보니 되다 만 나이트네.

    -야, 그거 갑옷 루팅하지 마. 저주받아.

    -쳇. 용돈벌이도 안 되네.

     

    고학년 선배나 조교, 교관들에게 걸리면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기에 무조건 죽은 척하기만 해야 하는 까닭이었다.

    하여튼 그런 눈물 나는 시간을 보내며 간간히 조직이벤트에도 참가해서 조직기여도를 모아왔던 모브였는데, 오크노디가 워낙에 외부활동을 좋아하고 월반까지 해서 그런지 요즘은 조직퀘스트를 받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위치를 알아내는지 모를 희귀재료 채집의뢰를 제외하면 말이다.

     

    -오늘 의뢰는?

    -싱이 받아 갔어.

    -종 쳤네.

     

    위험한 몬스터 서식지를 넘나드는 의뢰는 겁 없는 싱이 곧잘 뜯어갔다.

    희귀재료를 먼저 캐가서가 아니라 서식지의 몬스터와 대판 칼부림을 벌이느라 재료가 죄다 뽑히고 베이고 남아나질 않아서 그랬다.

     

    “오늘 의뢰는?”

    “싱이 받아 갔지.”

    “또냐…”

     

    오늘도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쿠궁 쿠궁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려던 모브를 자쿠가 불러세웠다.

     

    “그래도 여유가 있을 거다.”

    “왜?”

    “이번 의뢰, <통보>가 아니거든. 오크노디가 직접 전달하는 <부탁>이다.”

    “…!”

     

    부탁.

    세상에서 오크노디와는 가장 거리가 먼 일.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무력.

    아쉬움을 모르는 작은 포식자.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가 부탁을 했다.

    정말 심상치 않은 일이었다.

     

    “뭘 부탁했는데?”

    “밖에서 사귄 친구를 괴롭히는 놈들이 있댄다. 요컨대 외부활동, 구출의뢰, 토벌포함. 꽤 고난이도 임무인 셈이지.”

    “고난이도…!”

    “말은 안 해도 이런 문제로 섭섭하게 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오크노디다. 기본기여도 보상에 플러스 알파로 활약에 비례해서 더 얹어주겠지. 구출과 토벌 어느 쪽이든 성취에 따라 큰 혜택이 있을 거고. 어떡할 거냐?”

    “무조건 참여해야지.”

     

    기여도도 탐나지만 모브는 오래도록 오크노디에게 은혜를 입었다.

    그런데도 도움이 되질 못했다.

    로지니와 함께 하는 뭔가 보여주는 환상의 베수비오 화산쇼부터 시작해서 마인습격전, 카넬레 시 공방전, 키메라 군단지배, 황제타도, 언더월드 대소동에 이르기까지.

    그 장대한 모험에 한 칼도 보태지 못했다.

    싱이 온갖 위험한 곳만 골라 다니면서 칼부림을 벌이며 점점 살벌해지는 까닭도 오크노디의 부름을 받지 못한 자신의 나약함에 분노했기 때문이 아니던가.

     

    “자쿠. 같이 가줄래?”

    “훗. 그 말을 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실망했을 거다. 가지. 외출증을 끊으러.”

     

    2학년을 전담하는 학년부장 칼 프린스 교수는 학년부장실에 두 사람이 찾아오기 무섭게 두 장의 외출증을 넘겨주었다.

     

    “…교수님은 혹시 독심술도 익히셨습니까?”

    “너희 조직에서 외출증을 끊은 놈만 열일곱 명째다.”

    “아.”

     

    모두들 분한 마음은 같았구나.

    전송마법소에서 정모라도 하듯이 마주친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 조직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구출은 기본이다.

    오크노디를 부탁씩이나 하게 만든 녀석들.

    오늘 싸그리 쓸어버리자.

     

    싱이나 아이린.

    쟁쟁한 강자들뿐만 아니라 하급반 학생들, 그 사이에 숨어있는 재단장학생 출신의 비밀장학결사 회원들도 재단의 힘을 보여주자며 각오를 다졌다.

    그렇게 도달한 곳을 보더니 헤스티아가 응? 하고 어리둥절한 소리를 내었다.

     

    “뭐야. 아는 곳이야?”

     

    입학시즌에 개망신을 당한 뒤로 쭉 친구가 없는 격투가 귀족영애 롯토가 마찬가지로 오크노디에게만 엉기느라 다른 친구가 적은 헤스티아에게 물었다.

     

    “용의 고수 봉우리. 먼 옛날, 용들이 머무른 덕분에 대량의 자연마나가 깃들고 영맥이 흐르는 특별한 봉우리들이야. 산맥의 봉우리마다 강자가 한 명씩 머무르고 있는데, 봉우리의 꼭대기에 근접할수록 특별한 힘을 얻을 수 있는 제단이나 온천, 과일나무 따위가 있기도 하고. 천령산맥처럼 메이저하지는 않지만 효능은 만만찮은 지형이야.”

     

    헤스티아의 이야기에 모브와 자쿠가 관심 없는 척 시치미를 뚝 떼면서 천천히 가까워졌다.

    약자들에게는 이런 정보 하나하나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귀중한 지식이었다.

     

    “헤에. 용병들에게 유명한 명소구나.”

    “아니. 페이퍼던전탐사대에서 탐험하면서 나온 장소인데 설마 실존하는 지명일 줄은 몰랐네.”

    “…?”

    “그럼 민트초코의 악명도 실제로 그만큼 악랄했던 건가…”

    “아무튼 뭔가 안다는 거지? 얼른 앞장서봐. 특별히 이 롯토의 길안내를 할 수 있는 영광을 허락할게!”

     

    외톨이가 되어도 귀족영애 속성 때문에 으스대는 투로 말한 롯토가 내심 긴장했다.

    싸가지가 없다고 버려지면 어쩌나 내심 쫄렸기 때문이다.

    헤스티아는 자기가 말해놓고 바짝 쫀 롯토나 관심없는 척 자꾸 방향이 겹치는 모브와 자쿠를 비롯한 기타 등등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안 버리고 가니까 따라와.”

     

    헤스티아도 궁금하기는 했다.

    그간 반쯤 방임상태로 버려져서는 알아서 성장을 해왔던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

    이 조직의 전투력이 세계각지에서 용의 고수 봉우리의 봉우리들을 노리고 모여든 강자들을 상대로 어느 정도의 위치까지 닿을 수 있을지.

    이 봉우리 어딘가에 오크노디의 지인을 납치한 납치범을 찾을 인력이 하나라도 더 많으면 좋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지인이 플라잉스켈레톤일 수가 있지…? 그거 그냥 리치 아닌가?’

     

    리치.

    인간의 거죽을 벗어던지고 영생을 누리며 마도사로서 더 깊은 심연의 마법을 다루는 존재.

    어떻게 그런 위험한 존재가 친구일 수가 있냐 싶다가도 오크노디가 사다코 교수의 강의도 듣는 처지임을 떠올리고는 납득이 됐다.

    밤안개가 자욱하게 낀 숲에서 수련하다 보면 이따금 나타나곤 하는 기프트 아일랜드의 밤의 권속들.

    그 강자들을 안개 속에서 꾸드득 꽈드득 듣기만 해도 무서운 소리를 내며 묻어버린 하얀소복에 검은 머리칼로 안면을 덮은 소복녀가 사다코 교수라는 소리를 들은 이후, 오크노디와 티토소가, 즈앙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되었다.

    그런 교수님의 강의를 들을 배짱이면 리치가 친구여도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설마 모브에게 그 새카만 갑옷을 입힌 것도 데스나이트 비슷한 존재로 만들려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합리적인 의심으로 모브를 쳐다보는 헤스티아의 시선에 모브가 흠칫 놀랐다.

     

    “…왜 그래? 따라오면 안 돼?”

    “아니. 갑옷이 꽤 무겁겠다 싶어서.”

    “그, 그렇지. 요즘은 500kg 정도 나가.”

     

    수줍게 고백하는 모브의 소심한 태도와 전혀 소심하지 못한 갑옷무게를 들으며 헤스티아는 생각했다.

    저러다 지친 모브가 죽으면 분명 데스나이트가 되어서 부활할 거라고.

    모브=데스나이트 부활설을 속으로 강력하게 밀며 헤스티아를 주축으로 한 981기 재학생 원정대가 플라잉스켈레톤을 찾아 고수들의 영역에 입성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차전직 예약이 걸려버린 모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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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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