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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41

   꽤 좋은 냄새가 나는 고기 한 점을 베어서 입에 문 나는 질긴 고기를 음미하고 입을 닦았다.

   

   “이거 어느 멍청이가 준비해 온 거야?♡”

   “저입니다.”

   

   손짓을 하자 남자가 다급히 내 옆으로 다가왔다. 남자의 어색한 웃음에 함께 웃음을 지어 준 나는 접시를 들어서 남자의 얼굴에 처박았다.

   

   “이딴 걸 먹으라고 가져 온 거야?♡”

   “죄송합니다.”

   “청소해♡”

   “예. 바로 도구를…”

   “머리 박고 개처럼 핥아서 깨끗하게 만들란 거잖아♡”

   

   미간을 찌푸리며 바닥을 가리키자 남자가 심호흡을 하더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혀를 내밀어 바닥에 엎어진 소스를 핥았다.

   

   “푸하핳!♡ 잘하네!♡ 기사가 아니라 노예에 재능이 있는 거 아냐?♡”

   

   박수를 쳐가면서 비아냥거렸더니 주변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그 모든 시선을 한 번씩 마주한 나는 콧소리를 내며 일어나 바닥을 핥던 남자의 머리를 짓밟았다.

   

   “부러우면 말해♡ 난 자비로운 개허접주신의 사도라서 짐승보다 못한 쓰레기들과도 놀아줄 수 있거든♡”

   

   점차 숨을 쉬는 게 어려워지는 듯 남자가 발버둥을 쳤지만 난 발을 떼지 않은 채 주변을 둘러봤다.

   

   남자의 움직임이 거의 발악에 가까워졌을 무렵 한 여자가 손을 들었다.

   

   “제가 대신해도 되겠습니까?”

   “아니?♡ 넌 생긴 게 역겨워서 안 돼♡ 못생김이 옮을 것 같단 말야♡”

   

   여자의 미소가 딱딱하게 굳은 순간 그 옆에 있던 자가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제가 당신께 영광을 받겠습니다.”

   “그게 부탁하는 태도야?♡ 존경심이 전~혀 느껴지질 않잖아♡”

   

   그 자는 딱딱한 얼굴을 한 채 내 앞으로 걸어와선 땅에 머리를 박았다.

   

   “부디 부탁드리겠습니다. 당신께 밟힐 기회를 주십시오.”

   “우와~♡ 말하는 것 좀 봐♡ 한 두 번 해 본 게 아니네♡ 어느 창녀랑 놀아난 거야?♡”

   

   반쯤 기절한 남자를 걷어차고 새로운 이의 머리를 짓밟아준 나는 따끔거리는 시선을 받으며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아♡ 맞다!♡ 애완동물한테 먹이를 줘야 하는데!♡”

   

   갑작스레 생각났단 듯 박수를 치자 내 아래에서 움찔거림이 느껴졌다.

   

   “저거면 적당하겠네~♡”

   “…저걸 먹으라고?”

   “안 먹어도 돼♡ 그 후에 내가 어디로 먹이를 줄진 모르겠지만~♡”

   

   부들부들 떨던 라샤가 바닥을 기어가 떨어진 음식을 먹는 걸 본 나는 진심을 담아 웃음을 흘렸다.

   

   아! 즐거워!

   

   양심의 가책 없이 갑질을 할 수 있단 게 이렇게나 재밌는 일이구나!

   

   나중에 모든 일이 끝나고 괴롭힘용 노예를 하나 데려가고 싶을 정도야!

   

   <저. 루시야? 저들에게 화가 많이 났느냐?>

   ‘네? 좀 열받긴 했죠. 그건 왜요?’

   <평소와 달리 진심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야 당연하죠! 진심이니까요!’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난 사람들을 괴롭힐 때 즐거움을 느꼈다.

   

   열이 올라서 떠는 걸 보면 웃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메스가키 스킬의 영향일 수도 있고 내 인성 자체가 비뚤어진 걸 수도 있다만 어쨌건 난 타인을 놀리는 걸 좋아했다.

   

   평소에야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자제를 했다만 지금은 굳이 참을 필요가 없지 않나.

   

   다 하나같이 짐승보다 못한 쓰레기들이니까.

   

   ‘라샤 같은 강자가 개처럼 기어 다니는 걸 어디에서 보겠어요!’

   

   상대한테 이기건지건 상쾌한 얼굴로 떠나가는 라샤가 치욕에 떠는 꼴이라니!

   

   이 모습을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줘야 하는데! 나갈 수 없는 게 너무 아쉽다!

   

   <…신이시여.>

   

   할아버지가 한탄의 말을 내뱉던 그 때 문이 열리며 교황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를 보자마자 정중히 허리를 숙인 그는 바닥을 핥고 있는 라샤를 보고 일순 굳었다.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빌어먹을 노친네에에에에!”

   

   부끄러움이 극에 달한 듯 얼굴이 달아오른 라샤가 소리를 지르자 교황이 어색하게 웃었다.

   

   “죄송합니다. 생각보다 즐기고 계신 듯 하여.”

   “죽일 거야! 일이 다 끝나면 너부터 쳐 죽어 버릴 거야!”

   “그건 어려울 것 같군요. 전 주신의 사도께 죽임 당하기로 결정했거든요.”

   

   방 안을 가득 채운 살의에도 부드럽게 웃으며 내 옆에 선 교황은 손짓으로 성기사들을 내보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잠시 처리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

   “용서해줄게♡ 덕분에 애완동물이랑 즐거운 시간을 보냈거든♡”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사도시여.”

   

   재차 고개를 숙인 그는 허공에서 찻잔을 꺼내 내 앞에 내려놨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여쭈어볼 것이 있습니다. 당신께서 절 따라오신 까닭은 당신의 뜻이 아니지요?”

   

   따로 말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눈치챈 거야?

   

   설마 교황도 카리아마냥 생각을 읽는 건가?!

   

   끔찍한 상상이 떠올라 미간을 찌푸렸더니 교황이 입꼬리를 올렸다.

   

   “추측일 뿐입니다. 용사의 유지를 이은 당신께서 가능성이 남아있는데 포기할 리 없으니까요. 당황하시는 걸 보니 제 추측이 맞았던 듯 하군요.”

   

   열받지만 사실이다. 난 ᄄᆞᆨ히 교황을 따라 올 생각이 없었다.

   

   나쁘지 않은 선택지라 여겼다만 날 위해 싸워주는 사람이 있는데 그들을 실망시키면서까지 택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헌데도 교황의 손을 붙잡은 건 내 앞에 떠오른 푸른 색 창 때문이었다.

   

   [저들의 목적은?]

   

   여태 침묵하던 허접주신이 퀘스트를 내려준 것이다.

   

   [교황을 따라가 그의 목적을 확인하세요.]

   [교황의 옛 이야기를 들으세요(선택사항)]

   [보상 : ???]

   

   퀘스트의 문구를 본 순간 여러 의문이 차올랐다.

   

   난 이미 그의 목적을 알고 있었으니까. 굳이 교황을 따라갈 필요가 있나 싶었지.

   

   [부탁 드립니다.]

   

   그치만 또 다른 문구가 뜬 순간 난 내 의문은 잠시 묻어두기로 마음먹었다.

   

   허접주신이 저리 공손하게 부탁하는데 어쩌겠는가.

   

   무능한 페도변태주신이지만 그래도 나의 신이잖나.

   

   결정을 끝마친 난 개인적인 욕망도 해소할 겸 해서 교황을 따라왔다.

   

   여전히 주신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만 난 교황을 따라온 걸 후회하지 않았다.

   

   라샤가 동물귀를 달고 목줄을 맨 채 바닥을 기어다니면서 음식을 핥아먹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이 곳 뿐이니까!

   

   “그렇단 것은 주신께서 제 이야기를 듣고자 하신단 것이겠군요.”

   

   고개를 주억거린 교황은 내 앞에 차를 따라주고서 길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 재밌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느 악인의 실패담에 불과하니까요.”

   

   *

   

   신과 인간이 함께하던 시대에 태어난 교황은 불타오르는 마을의 한 가운데에서 불합리함을 느꼈다.

   

   경외로운 권능을 지닌 신들이 바로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생명은 너무도 쉽게 저문다.

   

   죽음에서 초월한 이들이 곁에 있거늘 인간은 불사에 다가서는 건 커녕 죽음을 미루는 것조차 하지 못한다.

   

   무수한 죽음의 한 가운데에서 두려움을 느끼던 그는 아그라가 내민 손을 기꺼이 붙잡았다.

   

   그리고 기나긴 전쟁이 끝났을 때 교황은 자신이 잘못 생각했단 걸 깨달았다.

   

   자신이 옳다 여겼던 신의 뜻이 사실은 옳지 않았단 걸 말이다.

   

   뒤늦은 후회에 붙잡힌 교황이었지만 이미 그는 아그라에게 모든 걸 바친 몸이었다.

   

   악신의 주박은 악신이 몇 개의 조각으로 나뉘어 봉인된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죽음마저 잃어버린 교황은 얼마가 지나고서 체념을 해버렸다.

   

   자기도 자기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데 그 누가 자신을 받아주겠냐고 생각했다.

   

   자신은 영원토록 대지에 묶인 채 방황할 운명이라고 여겼다.

   

   *

   

   “그렇지만 위대하신 주신께선 다르셨죠. 자비로우신 주신께선 악신 아그라와 함께 자신을 죽이려 했던 이마저도 품에 안아주셨습니다.”

   

   1왕비의 설명을 듣던 이들은 하나같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건 단순히 자신을 죽이려고 한 이를 용서했단 것으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었다.

   

   아그라는 주신이 사랑하는 모든 걸 부수고 찢어발긴 다음 지옥 속에서 주신이 고통받으며 죽어가길 바랐으니까.

   

   “정말…입니까?”

   

   페이비가 조심스레 묻자 1왕비가 고갤 끄덕였다.

   

   “예. 수백년 전 교황 본인으로부터 직접 들었던 이야기이니까요.”

   “무척이나 믿기 힘들군요.”

   “성녀님. 당신께선 교황이 지닌 신성이 진짜라는 걸 아시잖습니까.”

   “위대하신 주신이시여.”

   

   두 손을 끌어모은 페이비가 하늘에 기도를 올리자 1왕비가 어깨를 으쓱이고는 말을 이었다.

   

   “지금 저희들이 느끼고 있는 놀람을 당시의 교황도 느꼈습니다. 자신이 행한 일이 얼마나 큰 죄악인지 깨달았고 위대한 주신이야말로 존엄이 되어야 한다 여기게 됐죠.”

   

   주신의 따스함을 전파해야한단 생각에 몸을 일으킨 교황은 끊임없이 대륙을 거닐었다.

   

   “제가 들은바에 따르면 에르기누스님과 교황이 만난 것도 이 때입니다.”

   “…난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만.”

   “당신이 만들어진 이후의 이야기이니까요.”

   

   에르기누스는 교황을 전혀 믿지 않았지만 그가 지닌 유용함만큼은 인정했다.

   

   아그라의 사도였던 교황이 알고 있던 것들은 에르기누스가 알지 못하던 것들이었으니까.

   

   모든 이야기가 끝났을 무렵 에르기누스는 교황을 이용하기로 결정 내렸다.

   

   신화의 시대를 살았던 모든 인간이 죽고 인간의 시대가 시작된다 해도 교황은 여전히 대지에 묶인 채다.

   

   그러니 교황과 계약을 맺어 악신을 적대하게 만든다면 자신이 실수하더라도 무마할 수 있다.

   

   “부디 이해해주시길. 연인을 구하지 못했단 죄책감에 묶여 있던 에르기누스님은 자신을 믿지 못했습니다. 두터운 안전장치를 언제나 바랐죠.”

   

   에르기누스가 어깨를 움츠리자 요정여왕이 그의 손을 붙잡았다. 여왕의 부드러운 미소를 본 그는 한 번 숨을 내뱉고서 1왕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옛날 이야기는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 건 하나지. 교황의 목적.”

   “그는 신화의 시대가 다시 찾아오길 바랍니다. 인간이 어지럽힌 대지에 다시금 위대하신 주신께서 내려와 모든 걸 본래대로 되돌려주길 원하죠.”

   

   교황은 이를 위해 세상의 균형을 무너트리려 한다.

   

   빛이 커지면 어둠이 짙어지듯, 어둠이 자리하면 빛 또한 환해질 수밖에 없으니까.

   

   “악신 아그라를 다시금 지상에 강림시키는 것으로 주신 아르마디가 다시금 지상에 자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교황의 목적입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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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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